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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무리뉴에 대한 생각.

슈카님 2013.09.15 20:17 조회 2,933 추천 4
최근 안첼로티의 레알 마드리드가 신통치 못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어서인지, 무리뉴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그 때의 경기와 전술을 그리워하는 반응들이 꽤 있네요.

무리뉴는 워낙 마이웨이가 확고한 감독이기에 이 얘기 저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축구계에서 그가 가진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반증이겠죠.

어쨌든 그와 관련해서 몇 가지 얘기를 하고 싶네요.  전적으로 제 생각에 기반한 것이고요, 이미 떠난 사람이고 각자 갈 길 잘가고 있는데 뭐 긁어 부스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이 사람은 이런가보다. 생각해주시면 좋겠네요.

최근 레알에 부임했던 감독들을 되짚어 보면,

0708슈스터는 리그 우승하고 0809 시즌에 엘클에 앞서 우는 소리를 하다 경질됐습니다. 카펠로 역시 리그 우승하고 끝났죠.

레알 마드리드가 지난 몇년 동안 무관에 그친 시즌은 0809,0910이고 각각 시즌의 감독인 슈스터, 라모스, 페예그리니 전부 팀을 떠났습니다.

무리뉴도 예외가 되진 않았죠. 다만 그의 자존심과 우리 팀의 모양새를 위해 상호해지라는 형식을 취했다는 것이 다릅니다. 물론 이게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데서 의견이 갈리고, 잦은 감독교체는 팀이 고쳐나가야 할 악습이라는 것에 많은 팬들이 생각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에게 주어지는 기대감의 크기입니다. 무리뉴가 물론 못하진 않았어요. 그의 실적도 분명하죠. 하지만 그 반대의 모습을 보는 레알 팬들도 있습니다.

무리뉴 식의 화끈한 인터뷰와 직설적인 발언과 일침에 환호하는 분도 있는가 하면, 안첼로티 감독처럼 무난하게, 예민한 화제는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타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리뉴의 발언과 일침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가 지나치게 많은 적을 만든 것은 우려할만 했죠.  레알은 품위라는 이미지에 가장 어울리는 구단이었습니다.  팀 이름부터가 레알이고요.  무리뉴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 사람들도 오직 성과를 위해 무리뉴를 믿어준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무리뉴 부임 기간에 이적에 사용한 돈은 한참 지르던 때와 비교해서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리뉴 부임 후 팀에 합류하고 잔류한 선수들은 전부 무리뉴가 원하는 대로였고, 레알 보드진은 전부 성사시켜줬습니다. 팀의 각종 업무를 맡아 보던 발다노까지 해임하면서 감독을 지지해 준 건 유례가 없습니다. 그만큼 걸었던 기대가 큰 것이었죠.

그 기대가 무엇이었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고 그 결과도 잘 알고 있죠.  회장이 직접 민감한 사안마다 나서서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주고, 힘을 실어주겠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습니다.  무리뉴에게 필요한 건 그 기대에 대한 결과 뿐이었죠.


두번째,  레알마드리드는 분명 무리뉴를 지지했습니다.  레알 보드진이 먼저 등을 돌린 건 분명 아닙니다.

1011 누캄프, 무리뉴의 첫 엘클이었죠.   지금까지 팬질하면서 딱 하나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경기라면 저는 주저없이 이 경기를 꼽습니다.  

좀 직설적으로 말해서 무리뉴나 되니까 이 경기 끝나고도 자리를 보전한 거라고 보네요.  다른 감독 같았으면 이 경기 종료와 동시에 그의 레알에서의 감독 업무에도 종료 휘슬이 울리기에 충분했죠.  5대0. 엘클의 역사에 남을만한 참사였습니다.  바르셀로나가 강했다고는하나, 0809  엘클 1차전을 생각해보죠.  당시 우리는 줄부상이었고 왼쪽에 드렌테, 오른쪽에 살가도가 포진, 팔랑카를 데뷔시키면서까지 힘들게 엘클을 치렀음에도 2대0이었습니다.  이 경기와 비교하면 도저히 좋게 볼 수 없는 결과였지만,  감독이 무리뉴고 그를 신뢰하고 지지하기에 그 경기 이후에도 보드진은 그에게 감독직을 계속 맡긴 겁니다.

카시야스 vs 무리뉴의 경우, 정말 구단이 카시야스만을 감쌌다면 애초에 디에구 로페즈의 영입 자체를 성사시켜주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보드진은 로페즈 영입을 성사시키고, 무리뉴가 당연한 감독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도움을 주면 주었지 방해하지는 않았죠.  그리고 시즌 말미까지도 무리뉴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인터뷰를 많이 했습니다.  코파 결승전 이후에 각각 갈라서긴 했지만요.

그리고, 무리뉴 전에 16강에서 계속 탈락해온 팀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은 것이 무리뉴의 가장 큰 공임을 부정하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과연 무리뉴만의 공인가요?  

무리뉴의 전술+호날두 및 선수들의 역대급 활약+보드진의 완벽한 지원. 이 셋 중에 하나라도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요?
16강 단골 팀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둔 것이 무리뉴만의 공이라기엔 회장 이하 보드진은 너무도 일을 잘해줬죠.  무리뉴가 감독으로서 전술과 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발다노까지 자르면서 지원해 준 겁니다.  무리뉴뿐만 아니라 구단이 해낸 일이에요.

모든 것은 라 데시마를 위해서였고, 그렇기에 무리뉴 스타일이 익숙치 않아도 그를 지지하고 지원한 겁니다.  구단도 팬들도요.
그리고 이제는 각자 갈 길을 갔고, 이별의 형식도 서로 뒤끝없는 상호 해지였으니, 깔끔한 편이죠.  본인도 첼시에서 해피 원이라고 하고요.

무리뉴에 대해서도 최대한 좋은 모습만 기억하고 싶네요.  1112 우승 퍼레이드 때 그가 선수단 앞에서 절을 하면서 선수들을 치하하고, 그 역시도 마음껏 기쁨을 즐기던 모습.
딱 그걸로만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이제는 떠나버린 버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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