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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벵거가 짤리지 않는 이유

라그 2013.08.05 10:55 조회 3,071 추천 5

벵거 왜 안짤리냐 라는 댓글을 봐서 갑자기 정리해봅니다. 

벵거 이후 아스날의 성적은 17년간 우승 3회, 준우승 5회입니다. 단 한번도 4위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96-97: 4위

97-98: 리그&컵 우승(더블)

98-99: 준우승

99-00: 준우승

00-01: 준우승

01-02: 우승

02-03: 준우승

03-04: 우승

04-05: 준우승

05-06: 4위

06-07: 4위

07-08: 3위

08-09: 4위

09-10: 3위

10-11: 4위

11-12: 3위

12-13: 4위


8년간 무관과 빅클럽 감독들이 다 한번씩은 해봤다는 챔스 우승조차 못해봤다는 이유로 조롱받지만.. 벵거가 어지간히 큰 실수를 하지 않는 바에야 벵거의 자리는 탄탄할 확률이 높습니다. 



1. 과거의 성적

 구장 재건축 때문에 재정을 아끼기 시작하고, 또 첼시, 맨시티 등의 오일 머니가 들어오면서 부터, 아스날은 빅클럽이지만, 우승권은 아슬아슬한 그런 그저그런 강호의 모습만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재정 확보를 하고, 아스날이 선수를 지킬 수 있는 시점에서 벵거는 퍼거슨을 제외하고 EPL의 최고 감독이었습니다. 슬슬 이 과거의 성적 방패는 컵대회 하나 못 들어올리는 벵거의 모습때문에 슬슬 무뎌져 가고 있지만... 벵거가 그 자리를 탄탄히 지키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2. 재정 안정/챔스권 유지

 사실 아스날 구단주가 벵거를 지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딱 하나. 돈입니다. 클럽 레코드인 카솔라가 16m 파운드, 그 이전이 아르샤빈 15m 파운드. 주급 체제도 탄탄하고, 이적 자체도 해적질-_-...을 통해서 싸게 싸게 운영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챔스권 밖으로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즉, 지출 대비 성적은 벵거가 온 이후부터 항상 압도적입니다. 특히 첼시처럼 이적료나 주급 등 말도 안되는 지출 경향을 보이는 팀과 비교하면 더 압도적이고 EPL의 패왕 퍼거슨의 맨유와 비교해도 항상 그 부분에 있어서는 우월했습니다. 

 즉, 아스날을 기업체로 본다면 벵거는 가장 우수한 경영자입니다. (물론, 아스날은 축구 팀이니까 벵거는 가장 우수한 감독이 될 수는 없습니다-_-)

 벵거의 정책은 간단합니다. 선수 영입을 해서 리그 우승, 챔스 우승을 하는게 더 돈을 많이 번다? 그게 아니라는겁니다. 벵거는 지금까지 축구의 역사를 잘 압니다. 아무리 좋은 선수단을 가지고 있어도 항상 우승하는 건 불가능하고 좋은 선수단을 구축하는데 드는 돈은 엄청나다는 것을요. 

 하지만 챔스권을 유지하는 것 자체는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있고 그에 대해서 벵거는 성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저 아스날의 예전 클럽레코드 아르샤빈 영입 조차 줄부상으로 인해 챔스권 바깥으로 밀리겠다는 판단이 서자 부랴부랴 겨울이적시장에 영입한 케이스입니다. 아르샤빈을 산다면 챔스권에 갈 수 있다, 안 사면 떨어질 것 같다. 챔스권에 못 나가면 받는 손해는? 사는게 낫다. 라는 판단입니다.  

 즉 챔스권을 유지하면서(지출 대비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구간이며, 구단의 명예도 어느정도 지킬 수 있는) 돈을 적게 쓰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게 현재의 아스날입니다.  


3. 대안이 없다

 아까 말했듯이 아스날은 벵거의 운영과 보드진의 노력으로 자기 힘으로 EPL에서 가장 재정이 탄탄한 팀입니다. 특히 리버풀이나 뉴캐슬, 리즈처럼 재정관리 선수관리 감독선임 등 여러 문제를 보이며 챔스권 바깥에서 허둥대고 강등까지 당하는 시점에서 벵거의 재정관리 / 챔스권 유지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점은 분명 대단하고, 어느 감독이 가도 자신있게 나도 할 수 있다 라고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벵거가 유니크한 감독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기에 마땅한 대안이 없습니다. 돈은 벵거만큼 안 쓰거나, 혹은 벵거보다 덜 쓰는 것은 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만큼 성적을 유지해주거나 더 잘해줄 것 같은 감독을 데려오는 것은 확률 낮은 도박에 지나지 않습니다. 뛰어난 감독의 주급 역시 팀의 재정에 올라오는 시기니까요.






하지만 저는 벵거와 아스날의 정책에 대해 그게 옳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놈의 단기적 경제 논리가 아스날에 미치고 있는 악영향이 전 크다고 생각합니다. 



1. 선수 이탈, 낮은 이적료

 아스날의 선수가 이적을 하면 이적생은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라는 조롱짤이 생길 정도로 아스날의 주력 선수 이탈이 잦습니다. 왜냐, 아스날(+벵거)은 더 높은 성적을 얻기를 원하고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할 지언정, 우승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클럽에 대한 애정 없이 셀링 클럽으로 전락했습니다. (주급 체계도 한몫합니다) 리그내 최고 포워드가 우승을 다투는 라이벌 팀으로 이적하는, 흡사 메시나 호날두가 바르샤나 레알로 이적하는 그런 일이 생기는 어처구니 없는 팀이 아스날입니다. 

 선수가 팀에 애정이 없고, 팀은 경제논리만 따지다보니 셀링 레코드가 낮습니다. 월드클래스 미드필더인 파브레가스가 고작 29.5m 파운드 받고 바르샤로 이적했고 많은 선수들이 자유계약으로 풀리기도 했습니다. 

 포르투 같은 거상 팀들의 클럽 레코드와 비교하면 아스날은 참혹합니다. 그 놈의 주급 체계 및 경제 원칙이 해적질해서 키운 선수를 다른 팀에 싼 값에 파는 클럽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몇년전 EPL 빅4가 한창 날뛸때 많이 나왔던 얘기가 '지금 아스날의 젊은 선수가 다 성장하면 아스날 최강이겠다' 였는데 현실은 다 다른 팀으로 이적 가서 아스날은 여전히 젊습니다. 

 벵거가 자신의 능력을 믿고 단기적으로 돈을 투자해서 우승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선수를 지켰다면 설사 이적하더라도 많은 돈을 뽑아내거나, 더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을까라는 가정을 하고 싶습니다. 

 

2. 팬들을 실망시키는 것, 구단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아스날은 참 효율적이지만, 그만큼 팬의 기대를 배신하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칼링컵에서조차 우승컵을 못 들어올리는 벵거의 정책은 과연 제대로 된 것일까요? 벵거 특유의 고집은 결승전에서조차 1.5군, 2군을 내보내서 우승컵을 놓치고, 박살나면서 팬을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축구가 물론 돈이 오고가는, 경제 논리가 작용하는 판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벵거의 이러한 정책이 결국 아스날의 가치를 깍아먹고, 팬을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때 이러한 것이 과연 좋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축구는 머니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팬 스포츠입니다!





 벵거는 나름의 철학과, 그 철학을 지키는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8년간 무관인 빅클럽 감독이지만, 언제나 최고의 감독을 논할때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 점에 기인하는 바가 큽니다. 하지만 아스날의 그런 정책은 축구 팬의 입장으로서 볼 때마다 참 안타깝습니다. (아스날 팬 분들을 모욕하는건 아닙니다) 아스날을 볼 때마다 레알과 참 비교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레알이 갈락티코 정책의 실패, 감독 선임과 영입 실패 등으로 한동안 참혹한 성적을 보여줬지만, 대신 레알의 화려한 이미지, 스타 마케팅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 벵거의 정책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성적과 돈, 이 두가지 토끼를 다 잡을려고 하고 있죠. 레알과 아스날의 반대되는 정책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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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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