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시즌 리뷰 : 정답은 4-4-2?
프리시즌 세번째 경기가 끝났습니다. 다들 만족스럽게 보시고 계신지요. 개인적으로는 안첼로티가 어떤 실험을 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보고 있습니다. 파리와의 경기는 크게 기대하면서 본 경기는 아니었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슬슬 안첼로티가 자기 색깔대로 선수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모양새네요.
그동안의 경기에서 3미들을 꾸준하게 실험해왔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442를 들고 나왔습니다. 안첼로티가 3미들 덕후로 주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안첼로티에게 442는 그리 낯선 전술은 아닙니다. 사키의 수제자이고, 유베 이전까지 442를 통해 성장한 감독입니다. 밀란 말기에도, 지난 시즌 파리에서도 442를 잘 사용했었죠. 그래서인지 우리팀 선수들에게 크게 익숙한 배치는 아니었음에도 라인간의 간격 유지를 생각보다 잘 해냈습니다.
기본 포맷은 사키즘이었습니다. 라인간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고 강력한 압박을 통해 볼을 탈취한다는 컨셉이었는데 여기에 스페인 냄새를 좀 가미했습니다. 미드필더들은 좁은 간격을 이용해서 짧게 주고받고 움직이며 상대를 중앙으로 끌어당기고 그 공간을 풀백들이 적극적으로 전진해서 활용하는 모습은 이전에 페예그리니 시절의 비야레알을 어느정도 연상시켰습니다.
가장 인상깊게 본건 모드리치-케디라의 중원 조합이었습니다. 이 둘의 조합은 4231에선 포백 보호에 약점을 보인다는 이유로 우려가 많았던 조합인데, 442에서는 그러한 약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서로의 플레이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좋아진 모습이라 한명이 전진했을때 그 공간에 대한 커버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팀 중원에서 클래스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는 두명인데, 어느정도 공존 방안을 찾아가는 것 같네요.
다만 아쉬웠던 점들도 몇가지 있었는데, 첫번째로 사키즘에 기반을 둔 전술을 들고 나왔음에도 압박이 볼 탈취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순한 공격 지연 작업으로 활용되거나, 심지어는 라인을 후퇴시키는 모습까지 보였다는 점입니다. 사키즘에서 가장 일어나선 안되는 것중 하나가 라인을 물리는 것인데, 이는 숏 카운터를 포기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숏 카운터에 있어서는 지구 원탑인 외질과 호날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나마 후반전에는 이스코와 모드리치 대신 직접적인 볼 탈취에 더 능숙한 디마리아와 카세미루를 투입했고, 전반전보다 스페인 냄새는 좀 줄었어도 더 잦은 숏 카운터 기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호날두의 애매한 활용입니다. 호날두는 확실히 넓은 공간일수록 힘을 쓰는 선수입니다. 안첼로티 부임 이후 세경기중에서 호날두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경기는 본머스 전인데요. 우리팀이 가장 넓은 좌우 폭을 가져갔던 경기도 본머스와의 경기였죠. 리옹과의 경기에선 크리스마스 트리에 가까운 수준의 433이었고, 이번 경기에서도 썩 넓은 공간을 보장받진 못했습니다. 이번경기에선 이스코와의 동선이 겹치는 모습도 좀 보였죠. 안첼로티도 중간중간 4231로의 포메이션 변화를 꾀하는 방법도 택했지만 크게 살아나는 모습은 아니었고 후반전에 아예 와이드한 폭을 가져가는 디마리아가 들어간 후에야 플레이가 좀 사는 모습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안첼로티가 호날두에게 셰바를 기대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무리뉴가 호날두를 활용했던 것보다 좀더 많이 볼을 만지고, 좀더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수비진의 어그로를 죄다 끌어모아주는 역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변화를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저런 플레이에 상당히 눈을 뜬 모습이고,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보다 좀더 롱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약간 헤메는건 예전보다 좀더 안쪽으로 들어온 위치가 좀 어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차차 적응해나가면 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실 아쉬운 점을 더 길게 써놨지만 언급한 부분들은 프리시즌에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장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새 감독이구요. 가능성이 훨씬 많이 보였다고 봅니다. 글에 따로 언급은 안했지만 벤제마도 굉장히 좋은 모습이었구요. 지금 상황에선 카카를 다른 선수들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포메이션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프리시즌 경기 건강하게 잘 치뤄서 좋은 결과를 거두는 시즌이 됐으면 합니다.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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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ridraul 2013.07.28*좋은글 잘 봤습니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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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_Guti 2013.07.28*제가 볼땐 오늘도 4-3-2-1 크리스마스 였던것 같아요.
--------벤
-----호----외
--이----케----모
근데 확실히 크리스마스에서는 날두가 중앙에서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별로 폼이 안좋더라구요. 역시 날두는 측면인가...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3.07.28@Raul_Guti 오늘은 442가 맞습니다. 수비블록을 세운걸 보면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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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Raul_Guti 2013.07.28*@온태 외질, 날두는 딱히 수비가담을 한다기 보다 전방에 머물러 있던데요? 수비시엔 중앙에만 딸랑 3명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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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3.07.28@Raul_Guti 후반 초반에 잠깐이랑 카카들어오고 좀 흐트러지긴했어도 그전까진 확실히 포백과 그앞의 네명의 미드필더진이 블록을 이루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모라타 들어오면서 433으로 완전히 바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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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당이 2013.07.28확실히 스코어 외적으로도 볼거리가 많은 경기였어요.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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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호당이 2013.07.28@호당이 특히 전 후반 스타일-템포 변화가 되게 달라지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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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23 2013.07.28날두도 업글을 위해서는 중앙에서 뛰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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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루젠 2013.07.28날두도 확실히 이제까지 잘해왔던 것만으로는 부족하죠. 강력하지만 한계가 명확하고 어마어마한 신체능력으로 그걸 극복해냈지만 신체능력도 떨어질테니깐요. 호날두가 필드보는 눈과 볼 컨트롤 같은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스피드를 활용해 돌파를 해도 그 마무리 동작(특히 패스)가 아쉬웠거든요. 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수비 두 세 명 단 상태에서 전진 패스 할 만 한 공간이 날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 타이밍에 전진 패스가 이루어지면 좋을텐데 백패스나 반대편 사이드로 연결을 하더군요. 그 사이에 수비는 다시 정렬되고요.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는건 잘하지만 그 균열 사이로 공격하는 게 좀 아쉬운 느낌?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져가고 있지만 아직 차분함이 좀 부족하다고 봅니다. 공을 잡았을 때 안정감이 떨어지기 때문이겠죠. 제 허황된 바램이지만 그런 부분에서 역대 최고 중 한 명인 지주가 코치이니 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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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레알 2013.07.28날두가 신나게 뛰지는 못하던데ㅎㅎ 대신 다른 선수들이 살아났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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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두 2013.07.28날두 중앙에서 뛰니까 계속 백패스만 하던데..측면에서 치달하면서 여는 공간이 어마어마한데, 이스코는 왼쪽에서 날두처럼 흔들어 주는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측면 공격이 답답하다구 해야하낭 ㅜㅜ 아직 프리시즌이고 안첼로티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날두를 아에 중앙에 놓는건 설마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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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 2013.07.28날두 중앙에서 뛰니까 확실히 장점이 잘 안보이고 흐름도 끊어먹는 모습이 중간중간 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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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패틴슨 2013.07.28현대축구에서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이드 플레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독일의 두 클럽이랑 컨페더레이션스 컵에서의 브라질이 보여줬기에, 아마 안 감독님도 기존의 팀에 있었던 와이드함을 상실시키진 않으리라 믿네요
물론 날두가 중앙의 밀집된 공간에서도 압박을 견뎌내고 공간을 창출해내며 찬스를 만드는 플레이도 발전한다면야 더더욱 좋겠지요 ㅎㅎ -
Raul 2013.07.28좋은 분석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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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마마 2013.07.28날두는 적응의 문제구나~벤제마가 진정 적응잘된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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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VAJAL 2013.07.28날두가 그렇게 뛰면 득점력이 많이 죽을텐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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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Madrid CF 2013.07.28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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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2013.07.28좋은글 잘읽고갑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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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준 2013.07.29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