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명문 팀 = 지속적인 승리
바르셀로나 vs. 밀란
바르셀로나-밀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 경기는 마치 바르셀로나가 스스로를 증명해보이기 위해 존재했던 경기와 같았다. 바르셀로나는 밀란 전을 대비하기 위해 주말에 있었던 데포르티보와의 리그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시켰다.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가 가장 안좋은 경기 결과와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밀란과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부터 레알 마드리드와의 리그 경기였다. Champion in the Present : 바르셀로나
지난 몇 시즌동안 이렇게 나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밀란 전에서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바르셀로나가 현재 유럽 내 실력자라는 것을 충분히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전술적으로 바르셀로나는 하고 싶은 것을 다했다. 약간의 위험성이 있긴 했는데 그것은 2-0이라는 경기 초 통합 스코어를 뒤집기 위한 하나의 계획된 무리수 혹은 배수진이라고 생각 되었다. 사실상 알베스가 전혀 수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할 수있을 정도로 3백의 형태를 유지하였는데 2득점을 한 메시만큼이나 전술적으로 중요했던 것은 부스케츠였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로우라가 자신의 한계성을 스스로 느껴서 빌라노바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하는데 반대로 빌라노바가 로우라의 한계성을 보고 스스로 개입했을 수도 있다. 어느쪽이 되었든 중요한 것은 바르셀로나의 전술은 밀란을 상대로 매우 유효했다는 것이다.
알베스는 마치 미군이 이라크 앞바다에 항공모함을 대놓고 전투기로 내륙을 융단폭격하듯 오른쪽 앞자리에서 크로스를 수없이 했다. 알바가 상대적으로 공격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르셀로나에게는 알베스의 뒷공간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첫째, 무조건 크게 이겨야했고 둘째, 충분히 포제션을 통해서 알베스의 뒷공간을 이용하는 밀란의 역습을 애당초 억제할 수 있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매우 유효했다.
UEFA의 전반전 보고서만 놓고 볼때 31분 24초 동안 바르셀로나는 21분 58초동안 공을 가지고 경기를 펼쳤는데 포제션 축구를 한다는 점을 차치하고도 공이 실제로 경기장에서 굴러가는 시간의 2/3을 바르셀로나가 소유했다는 말이 되고 이것은 밀란이 지나치게 수비적이었고 소극적이었으며 이로 인해 오히려 1차전에서의 2-0 승리가 바르셀로나에게는 자극제가 되었고 로쏘네리에게는 상당한 방심이 되었다고 판단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Champion in the Past : 밀란
밀란의 가장 큰 전술적 패인은 아마도 파찌니 기용과 중앙 조합 구성이 아니었나 생각 된다. 니앙과 엘 샤라위를 동시에 기용해 빠른 스피드를 기반으로 역습을 노린 것 같은데 피를로가 없는 중원에서 빌드업과 페네트레이션의 과정을 모두 간소화할 수 있는 정확한 롱패스를 바르셀로나의 상당히 강한 압박에서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알베스의 뒷공간을 노리면서 공격의 기회를 엿보려고 했던 것 같은데 가장 큰 문제는 니앙과 엘 샤라위의 포스트 플레이 능력의 한계성에서 시작되었다. 파찌니가 기용되었다면 이것이 좀더 이루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아니면 니앙이 자신에게 왔던 환상적인 1대1 득점 기회를 완전히 살렸다면 아니면 운이 좋았다면 전술적 패인을 야기한 선수라고 불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암브로시니-몬톨리보-플라미니로 구성된 미드필더의 최약점은 스피드와 패스의 정교함이다. 한발짝 물러나서 활동량은 괜찮은 조합이라고 말해볼 수는 있지만 이들이 발빠른 바르셀로나의 압박을 견뎌내며 공격 전개를 하기에는 상당히 제약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1차전에 기용된 문타리의 선발출장이 무산 되었던 것이 아쉬웠다. 몬톨리보에게 BTB의 역할과 공격전개를 집중 시킨 중앙 조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알레그리에게 묻고 싶은 것은 사실상 바르셀로나라는 매우 강력한 팀을 상대로 이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2008년에서 2010년 사이의 암락이라고 불렸던 암브로시니나 아스날 시절 플라니미가 몬톨리보와 함께 뛰었다면 다른 양상이 전개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순전히 결과에 근거한 가정에 불가하다. 요는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와 공격진의 평균 신장이 매우 낮은 편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종종걸음으로 많이 뛴다는 것과 기술적으로 신장차를 극복하고도 남을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극대화한 바르셀로나는 그래서 대 역전극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고 그렇지 못했던 밀란은 자꾸 과거의 팀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밀란, 바르셀로나에게 시기적절한 빌드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다.
불과 10년전만해도 밀란은 유럽 최강이라고 불릴만한 위치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이 현상이 보이기 시작한지는 꽤 되었고 쉽게 말해 시기적절한 빌드업의 실패가 지금의 밀란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밀란은 이탈리아의 대다수 팀들이 그렇듯 스쿼드의 변화를 크게 가져오지 않고 유지하는 형태를 지속했다. 현재 이탈리아 탑 팀들이 상당히 젊어진 스쿼드를 보유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우리가 아는 흔한 재정 불건전화에 이은 이적료/주급 예산의 상당한 제한과 애당초 이 구단들의 전통을 중시한 선수단 운영 방만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탈리아는 전통을 중시하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고-대부분의 카톨릭이 강세인 국가들의 특징이다-사실 구대륙이라고 불리는 유럽에서는 어느정도 있는 통념이라고 생각 된다. 그렇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것이 변화에 적응하는 것에 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온고지신이라고 레전드 선수들을 유지하면서도 그 대체자를 어느정도 미리 찾아놓는 움직임이 결여되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가정을 해보자. 예를 들어보자면 말디니라는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를 봐온 팬들과 구단관계자들은 전성기의 말디니를 판타지화 하여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것이 결국 말디니의 대체자를 시기적절하게 준비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디니는 은퇴 직후까지 매우 팀에서 중요한 선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는 레전드 예우와는 개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밀란이라는 대단한 팀은 대단했었다 라는 과거형으로 변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잘못도 있겠고 여러 비협조적인 여건들이 있었겠지만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했기 때문에 지금 밀란은 과거의 밀란과 다른 것이다. 리버풀도 마찬가지였다. 오웬이라는 원더보이의 출현이 리버풀에게는 축복이자 재앙이었는데 당시 감독이었던 훌리에르는 오웬의 경기력 저하에도 오웬이 과거에 보여주었던 것에 기대를 걸고 지속적으로 오웬 중심의 전술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했고 결국 그 결과 리버풀의 리빌딩 가속화 되었고, 훌리에르는 그 과정에서 떠나야했고, 오웬은 팀을 떠나야만 했었다.
12/13 바르셀로나 = 02/03 마드리드?
이러한 과정은 마드리드도 겪었다. 이에로의 경우가 그랬고 지단과 피구의 사례도 매우 비슷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인간에게 삶의 순환, 즉 시작과 끝이 있듯, 선수라는 인간들의 집합체인 축구 팀에서도 이 삶의 순환은 작용한다.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푸욜의 대체자원 마련이다. 마스체라노, 송, 부스케츠등 여러 옵션들을 실험해보았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다른 대체준비 대상은 샤비이다. 샤비는 바르셀로나 포제션의 중추이자 그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선수이다. 챔피언스 리그만 놓고 볼때 현재까지 958번의 패스시도를 하여 856번 성공시켜 그 성공률이 89%에 육박한다. 샤비 다음으로 무팅뉴가 2위로 기록이 되어있는데 603번 시도에 465번 성공하여 77%의 준수한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시도자체의 수가 355개나 차이가나고 이니에스타, 알바, 부스케츠, 알베스와도 평균 400여개의 시도횟수와 성공횟수 차이가 난다. 이니에스타가 샤비를 대체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이니에스타의 역할을 해낼 선수는 누가 될 것이냐의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니에스타가 비교적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메시와 샤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파브레가스가 그런 역할을 맡기에는 투박하며 샤비의 대체자로 인해 바르셀로나는 포제션 축구의 골조를 현상유지하거나 골조만 두고 변화를 가져오는 양자택일의 전술적 선택을 해야만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가고 대체 시기는 자꾸 밀려나고 있고 결국 이것은 바르셀로나의 포제션 축구라는 현 전술을 무너뜨릴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키워주는 무분별한 행위와 같다는 것이다. 마치 마드리드가 이에로와 마켈렐레 방출 후 그들의 대체자로 파본과 캄비아소, 구티등을 믿다가 실패해 급하게 사무엘, 우드게이트, 그라베센, 파블로 가르시아등을 영입했던 사례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02/03 시즌까지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는 언제든지 경기 양상을 바꿀 수 있는 저력있는 팀이었지만 03/04 시즌부터 정점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아직까지 그것이 회복되었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과거의 명문은 현재의 명문이 아니다. 과거는 과거일뿐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명문은 명문으로써의 자질이 없다. 이겨서 강해지고 그것이 반복될 수록 명문이 되는 것이다. 그냥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과거가 쌓여 현재가 되고 또 미래가 될 수 있는 실력이 있기 때문에 명문이 될 수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명문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다.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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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2013.03.15*와 역시.. 추천입니다 ㅎㅎㅎㅎㅎ
10년전 밀란이라.. 쉐바 인자기 말디니 네스타 가투소 피를로 뭐 등등등 막강했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ㅎㅎ -
지터 2013.03.15춧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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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 또레스 2013.03.15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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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zinedine 2013.03.15파찌니는 참 아쉽네요. 밀란이 기용하기 싫어서 빼버린 게 아니라 부상으로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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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패틴슨 2013.03.15ㅊㅊ
샤비의 대체자는 사실상 맨유의 키노처럼 없다고 봐야겠죠 ㅎㅎ
현 샤비의 롤 중에서 템포 리딩과 전후방 빌드업은 부스케츠가 담당하게 되겠고..ㅋㅋ -
블랑 2013.03.15잘 읽었습니다. 바르싸가 이대로 그 팀들의 전철을 밟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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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인 2013.03.15모우로가 누구인가요? 문맥으로는 조르디 로우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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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Elliot Lee 2013.03.15@종로인 잦은 실수 ㅋㅋㅋ 감사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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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미미 2013.03.15와 명문은타고나는 것이아니라 되는것이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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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3.03.15역시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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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2013.03.15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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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2013.03.15ㅊㅊ EL님 글 보고 나면 혜안이 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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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룡소 2013.03.18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