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레드냅의 전술과 박지성의 미래

해리 래드냅 감독은 잉글랜드에서 상당히 신뢰받는 감독 중 하나이다. 현지 언론은 QPR의 희망
으로 오직 래드냅만을 주목하고 있을 정도이다. 잉글랜드 전역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영국계 감독
은 기껏해야 맨유의 퍼거슨과 리버풀의 빌 샹클리 정도인데, 그만큼 오랜기간 대중적으로 인정받
는 감독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 더군다나 래드냅은 다른 감독들과 달리 하위권 팀을 조련하고 성
장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각인되어 있다. 본머스에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여
94년에 승격된 웨스트햄 감독으로 부임했다. 98-99 시즌에 5위라는 이변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고
99-00 시즌에는 9위에 랭크하며 웨스트햄을 중위권의 강호로 만들어두었다. 이후 포츠머스로 팀을
옮겨 은완코 카누를 주포로 한 전형적인 잉글랜드 스타일 팀을 만들어냈다. 07-08 시즌에 카디프
시티와의 결승전에서 들어올린 우승컵은 잉글랜드 언론이 래드냅을 잉글랜드 감독의 아이콘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후 08-09시즌 도중 세비야의 명감독 후안데 라모스가 지휘했지만 강등권에
서 휘청거리던 토트넘 핫스퍼의 SOS를 받고 팀을 옮겼다. 많은 팬들이 알다시피 토트넘의 성적은
지속적으로 향상되었고 10-11 시즌에는 챔피언스 리그에까지 진출하며 새로운 빅4 체제를 구축하
였다. 수많은 감독들이 비난 받고 추락하는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꿋꿋이 성공적인 감독으로의 커
리어를 쌓아올린 것이다.

(래드냅의 최대 업적 중 하나 - 포츠머스의 FA컵 우승)
래드냅은 전형적인 영국인이다. 직접 인터뷰하는 것을 보면 그의 말은 항상 "You know.."로 시
작한다. 우리나라 할아버지들이 "그 건 말이지.." 하고 천천히 운을 떼는 것처럼, 영락없는 영국 노
인인 것이다. 항상 돌려 말하고, 좌중을 한바탕 웃게 하는 조크를 던지기도 한다. 다른말로 표현하
면 상당히 보수적인 감독이라 볼 수 있다. 특히 그는 잉글랜드 순혈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인
차별주의자는 아니다. 단지 영국계 선수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QPR에 부임하면서 잉글랜드의클
린트 힐에게 주장완장을 주고, 제이미 마키와 션 데리를 중용하여 분위기의 변화를 줬다는 면에서
알 수 있다. 또한 그에 관한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그가 '무전술 감독' 이라는 점이다. 국내 언론에
도 크게 보도된 바 있다. 이는 어느 부분 사실이기도 하지만, 래드냅은 분명한 축구 철학과 일관된
전술변화 패턴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래드냅이 세세한 전술에 신경쓰기보다는 선수 관리와 선수
선택, 사기 고취 같은 부분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본격적으로 해리 래드냅의 전술적 스타일과 선수기용 패턴에 대해 알아보자. 본 글에서는 자료
가 풍부한 래드냅 시절의 토트넘을 주로 분석할 것이다. 전형적인 영국인 래드냅은 축구도 역시
영국식이다. 무분별한 킥 앤 러쉬는 아니지만, (웨스트햄 시절에는 그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파워풀한 선수를 최후방과 최전방에 배치하고 빠른 측면 플레이와 강한 압박을 바탕
으로 한 선이 굵은 축구를 구사한다. 전방에는 빅 앤 스몰 조합을 상당히 좋아했는데, 로비 킨, 저
메인 데포, 데런 벤트 같은 재빠르고 감각적인 선수와 크라우치, 아데바요르, 파블류첸코 같이 포
스트 플레이에 능한 선수를 혼합하여 롱패스 위주의 축구에서 최대의 효율을 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자주 활용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래드냅의 4-5-1에서 중앙의 공격형 미
드필더는 세컨드 스트라이커에 가깝다. 반 데 바르트가 주로 그 롤을 맡았다. 래드냅은 반 데 바르
트 합류 전까지는 투 톱을 고수했으며, 이는 그가 측면 크로스를 활용하기 위해 박스 안에서 득점
해 줄 선수를 최대한 투입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수비진에는 큰 특색이 없다. 중앙수비수의 제
공권을 꽤 중요시한다는 정도. 아무래도 전방 압박을 주로 활용하다보니 상대 수비의 롱패스를 인
터셉트하는 데 있어 제공권이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포츠머스 시절에는 디스탱, 토트넘에서는
도슨이나 우드게이트 같은 장신을 중용했다. 이번 삼바의 영입도 그 영향으로 보면 된다.


(토트넘 수비의 핵이었던 우드게이트와 QPR의 새 중심 삼바 - 전형적인 래드냅표 센터백의 상징)
이제 박지성과 관련하여 그의 미드필더진 활용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먼저 중앙 미드필더진
은 파워와 활동량을 갖춘 선수로 구성한다. 포츠머스 시절에는 현재 웨스트햄에서 뛰고 있는 게리 오닐과 매튜 테일러가 중심이었으며, 07-08 시즌에는 라사나 디아라, 설리 알리 문타리가 영입되
며 새로운 축으로 중앙 미드필더를 구성했다. 모두 개인기보다는 강한 압박과 활동량이 장기인 선
수들이다. 이후 토트넘으로 적을 옮긴 뒤에는 중원을 디디에 조코라, 윌슨 팔라시오스, 저메인 제
나스를 중심으로 구성한다. 제나스가 이들 중 조금 더 세련되고 킥력도 좋지만, 이들 선수 모두 기
술보다는 수비력이 좋은 중앙 미드필더로 볼 수 있다. 독보적인 키핑력과 드리블 능력을 가진 루
카 모드리치가 팀에 합류한 뒤에도 래드냅은 한동안 그를 중앙 미드필더 자리보다 측면에서 출전
시켰는데, 이는 중원에서만큼은 압박과 수비력을 우선시하는 전술적 스타일의 증거이다. 어느 정
도 공격전술이 완성되고 전체적으로 토트넘의 전력이 정점을 찍을 때 쯤 - 10-11 시즌부터- 루카
모드리치가 서서히 팔라시오스나 산드로의 파트너로 중앙에 출전한다. 이는 토트넘이 승점을 챙
겨야 하는 상대적 약팀과의 경기에서 주로 사용된 중원 조합이다. 팔라시오스가 볼을 뺏고 모드리
치가 운반하는 형식의 페너트레이션이 진행되었다. 물론 이 당시에도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산드
로와 팔라시오스로 투 볼란테를 구성하였다.
측면 미드필더 자리에는 클래식 윙어를 선호한다. 가레스 베일, 데이비드 벤틀리, 아런 레넌 등
스피드가 좋고 크로스에 능한 선수를 중용했으며, 현대 축구의 새로운 대세인 중앙으로 꺾어 들어
가는 윙어를 잘 활용하지 않았다. 왼발잡이를 왼쪽에, 오른발잡이는 오른 쪽에 두었다는 소리다.
07-08 시즌 베일의 시즌 아웃으로 오른발잡이인 말브랑크가 왼쪽 윙어로 출전했는데, 이 시즌에
언론으로부터 왼쪽 공격이 너무 부실하다며 비판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10-11 시즌 이후
반 데 바르트의 합류로 전술적 활용폭이 넓어지며 모드리치나 반 데 바르트가 중 한 명이 측면에
배치되어 상대를 휘젓는 전술 역시도 선보였으나, 현재 창의적인 공격자원이 여유롭지 못한 QPR
의 상황에서 이러한 변칙 전술이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래드냅 감독의 황태자, 가레스 베일)
전체적으로 중원에서 강한 압박으로 공을 탈취하고, 측면으로 넘겨 윙어의 빠른 돌파와 크로스
로 상대를 공략하는 것이 래드냅의 미드필더진 활용이다. 사실 퍼거슨과 래드냅은 중원 활용에 있
어서 상당히 유사한 점을 가진다. 퍼거슨의 중원 미드필더보다 래드냅의 중앙 미드필더가 좀더 투
박한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깝지만 전반적으로 만능형 미드필더 두 명을 중원에 배치한다고 보면
된다. 레알 마드리드의 알론소- 케디라- 외질, 바르셀로나의 부스케츠- 샤비- 이니에스타 처럼 각
각의 역할이 후방 플레이메이커와 박스투박스, 공격전개형 미드필더로 분담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07-08 포츠머스)

(08-09 토트넘)

(10-11 토트넘)
07-08의 포츠머스 FA컵 우승 시즌과 래드냅 부임 뒤 08-09 토트넘, 정점의 경기력을 보여준 10-
11 토트넘의 스쿼드를 편집해 보았다. 선수를 보면 대충 그림이 나오는, 래드냅의 전형적인 EPL
스타일 전술이다.

이제 QPR에서의 래드냅 전술을 살펴보자. 위는 겨울 이적시장 이후 예상되는 선발라인업이다.
래드냅은 약팀에서 사용했던 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빠른 측면윙어를 바탕으로 한 4-4-2 내지
는 4-4-1-1 형태를 활용하고 있다. 공격의 중심은 아델 타랍인데, 최전방보다는 쳐져서 뛰지만 수
비가담이 적고 세컨드 스트라이커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래드냅 부임 이후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앞으로 박지성은 주전 자리를 보장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중앙에 배치하자니 파워와 수비
력 면에서 강점이 없고, 측면에 두기엔 래드냅이 원하는 특색이 없다. 박지성의 스피드는 최근 상
당히 저하되었고 크로스는 애초의 박지성의 특기가 아니다. 물론 필자 역시 박지성의 근래 폼이
정상적이지 않을 뿐, 아예 저하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지만 박지성은 '경쟁'해야 한다. 측면에
설 수 있는 안드레 타운센드나, 션 라잇 필립스, 호일렛은 분명 빠르고 크로스 능력이 있다. 맨시
티 전에서 파비우를 측면 윙어로 배치한 것도 래드냅 스타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중원에서
는 션 데리나 음비아 같은 파워풀한 미드필더가 배치되고 있다. 곧이어 래드냅의 애제자 제나스는 주전자리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 세련된 그라네로가 투입되지 못하는 이유는 박지성과
같다. 파워와 수비력이 없다.

(주장 완장마저 빼앗기며 위기에 봉착한 박지성, 다시 일어나야 한다)
그렇다고 박지성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최근 현장에서 살펴본 QPR의 가장 큰 문
제점은 바로 투지와 정신력이다. 전반적인 공격에 나서야 할 때 공수전환이 느리고 공격 시 공간
공간을 메워나가지 못하고 있다. 팀 스피릿- 공격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능력-은 클린트 힐이나 션
데리가 팀 중심에 선다고 해결되는 부분은 아니다. 박지성이 주장이 되기에는 너무 온순하지만,
주장 이상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박지성은 유럽 언론으로부터 네드베드에 이어 유일하게 "두 개
의 심장"이라는 별명을 얻어낸 선수이다. 뛰고, 뛰고 또 뛴다. 공수의 연결고리이자 팀의 윤활유라
는 역할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QPR의 기본적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마지막 보강 포인트이
다. 겨우 몇 분이라도 교체투입시키며 아직까지 박지성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분명히 래
드냅도 약 7년간 지켜봐온 박지성의 어마어마한 활동량을 잊지 못해서일 것이다. 분명히 박지성의
현재 폼은 최악이다. 그의 터닝 동작이나 움직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제 박지성이 스스로
일어나고, 극복하는 수 밖에 없다. 폼이 살아난다면 원체 기본기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중앙이든
측면이든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비록 래드냅이 중용하는 스타일은 아닐지언정 그는 반드시 박
지성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2013.02.03
작성 : 오지환의 풋볼토크
원문 http://blog.naver.com/answlwlwl/110158759502
요새 박지성 선수 폼이 많이 죽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래도 QPR이 강등 안되면
박지성 선수나 윤석영 선수에게 나쁠 것 없으니 지켜는 봐야겠네요 ㅠㅠ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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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 2013.02.04캡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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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까꿍 2013.02.04ㅈ성이형좀 쓰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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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moiJess 201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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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moiJess 2013.02.0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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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만세 2013.02.04라스가 보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잘하고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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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3.02.04레드납은 4-4-2 신봉자입니다.
제가 QPR경기를 몇 번 보건데, 레드납이 투톱을 고수하는 이상 SWP(요즘 폼이 별로더군요.)의 윙어 한 자리를 타랍의 프리롤로 채우거나(대신 파비우의 오버래핑 극대화) 하지 않는 이상 박지성의 출장기회도 극히 제한적일 것 같습니다. 박지성도 이젠 스스로를 어필할 필요가 있어요. 너무 보조적인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공격적인 재능을 어필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일어서길 기대해봅니다. -
플로베르 2013.02.04레드냅이 윤석영은 유망주 개념으로 사온거라 키우고 쓸거라는 식의 인터뷰 했던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