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이적시장. 걱정할 것은 없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써봅니다 ㅎㅎ
다른게 아니라... 이번 이적시장.. 심심하시죠 ㅋㅋ 저도 심심해요.
원래 여름 이적시장이라 하면, 우리 팀에게도, 팬들에게도 가장 재미있는 기간 중에 하나였는데.. 이번 이적시장은 너무 심심하게 보내고 있네요. 유일하게 모드리치만이 48시간 이야기가 나오면서, 아.. 지금이 아직 이적시장이구나. 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죠.
원래 우리는 이적 시장이 열리면 가장 바쁜 팀중의 하나였죠.
베컴, 루드 반 니스텔루이, 파비오 칸나바로, 호비뉴, 오렌지 커넥션, 그리고 카카, 호날두, 외질, 디마리아, 코엔트랑까지.. 매 시즌 적잖은 루머들이 오고 갔고, 좋은 선수들이 오고갔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맨시티나 PSG, 유벤투스,첼시 하다 못해 맨유까지도 뭔가 열심히 딜을 성사시키고 있는데 반해, 우리 팀은 비교적 조용히 이적 시장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들 아마 적응이 잘 안되실거에요. 저도 그렇습니다 ㅎㅎ
이 기현상(?)을 보면서.. 이게 과연 레알다운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잠깐 들었습니다만, 생각해보니 이 것이 행복한 현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네요. 왜 이번 이적시장에 우리가 한가한 것을 "행복하다" 고 표현하는 지에 대해, 지금까지 겪어왔던 이적시장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I. 은하수 군단 갈락티코.
조금만 시계를 앞으로 돌려보도록 하죠.
약 10년 전으로 돌아가봅시다. 03-04 시즌을 맞던 때로여.
그때 우리팀에는 당시 세계 최고의 축구 아이콘이자, 걸어다니는 이슈메이커 데이비드 베컴이 이적해옵니다. 갈락티코 갈락티코 하는데, 진정한 갈락티코 군단의 완성은, 바로 데이비드 베컴이 이적 해온 이 시점을 기준으로 잡는 것이 옳습니다. 지단이나 호나우두가 팀에 합류하던 것과 비교했을 때, 베컴의 영입은 이 둘과는 약간 성질이 다른 것이었다고 해도 좋겠죠. 말 그대로 레알 마드리드의 "스타성" 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영입이었고, 이것이 스타 군단 , "갈락티코"의 완성이라고 봐야 하니까요.
이때에는 팀의 정책 자체가, 성적보다는 (성적을 등한시 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마케팅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영입을 한다. 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실제로 저 당시의 마드리드는 수입 창출이 필요했고, 페레즈 회장은 갈락티코 1기를 완성함으로써, 축구계의 모든 포커스를 레알마드리드에 집중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상업적인 면, 경제적인 면에서의 성공은 이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었구요.
팀은 베컴을 영입한 바로 다음 시즌, 리버풀과 영국의 또 다른 빅스타인 마이클 오웬을 데려옵니다. 00-01 부터 05-06까지 우리 팀에 합류한 스타들의 이름을 보죠.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웬, 호비뉴. 찬란했죠. 이게 5년동안 진행되었던 레알마드리드의 영입입니다.
그렇지만 속을 한번 들여다 보면 사정은 또 다릅니다.
레알마드리드는 데이비드 베컴을 영입함과 동시에,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바로 마케렐레를 떠나보낸 것이죠. 마케렐레가 떠난 이후, 레알마드리드의 중원은 처참했습니다. 팀 내의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되었으니까요. 베컴과 구티가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경기들도 있었구요. 아쉬운대로 만족할 만했던 라인이 가고-마하마두 디아라의 라인이었습니다만, 이것도 두 선수의 잦은 부상과 폼 저하로 한시적인 방편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중원의 어떤 선수(특히나 흑인 수비형 미드필더인 경우 더더욱)가 레알마드리드와 링크가 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바로 "마케렐레의 후계자" 입니다. 이 선수가 과연 마케렐레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 지, 없을 지. 이게 가장 중요했죠. 저 단어가 정말.. 레알 팬들에게 얼마나 간절했었는지 ㅋㅋㅋ 어떻게 보면 "라울의 후계자" 만큼이나 중요한 단어이자,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의 왕좌를 탈환하기 위해 꼭 해내야만 했던 과제였죠.
페예그리니를 거쳐 무리뉴가 지금의 레알의 4-2-3-1을 완성하기까지.. 정말 수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게 바로 중원의 구성이었을 겁니다. 약 5년 정도의 시간을 레알마드리드가 마케렐레의 후계자에 매달리고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지금에 이르러서는 저 말이 그다지 아쉽지가 않게 되었지만, ( 최근 축구계의 동향 자체가 마케렐레와 같은 타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꼭 필요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술이 변화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케렐레와 같은 전문성을 갖춘 수비형 미드필더보다는, 여러 모로 다재다능함을 갖춘 중앙 미드필더들이 스쿼드에 배치 되는 것이 전술적 주류가 되었죠. 우리 팀에서 케디라가 라스보다 더 중용받고 있는 모습, 바르셀로나에서 마스체라노보다 부스케스가 중앙에서 더 중용되는 모습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꼽으라면, 마케렐레의 대체자는 무리뉴 감독이라고 하겠네요. ) 당시에는 바로 이 "마케렐레의 후계자"를 찾기 위해 부단히도 많은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그라베센, 에메르송, 마하마두 디아라, 하비 가르시아,지금의 라스까지... 수 많은 제 2의 마케렐레가 등장하고 팀을 떠났죠. 전부 실패한 채로요.
마케렐레 얘기를 너무 오래 했는데.. 여하튼 요는, 마케렐레가 떠난 이후, 팀은 "스쿼드는 우주 최강으로 갖춰놨는데 성적은 안나오는" 기현상에 직면했고, 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 계속 마케렐레의 후계자를 영입하는데에 집중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실패했다는 겁니다. 레알마드리드의 밸런스는 무너졌고, 페레즈 회장은 사임하게 되죠. 그리고 여기서 레알마드리드의 위대했던, 그러나 힘겨웠던 갈락티코 1기가 막을 내리게 됩니다.
II. 칼데론 암흑기
갈락티코 1기가 해체하고, 레알마드리드는 소위 "칼데론 암흑기"에 돌입하게 됩니다.
20세기 최고의 축구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가 6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실패하게 되는.. 진짜 암울했던 시기가 이 무렵부터일 겁니다. 페레즈 회장의 갈락티코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레알 마드리드는 균형잡힌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한 인물이 바로 칼데론...
네 몰랐죠. 여러분도 몰랐고, 저도 몰랐습니다. 아마 현지의 팬들과 소시오들도 몰랐겠죠. 이 선택이 진짜... 그런 결과를 만들어낼 줄은요.. 최선을 다해서 내리막길로 달려가는 선택이 될 줄은..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 땐 칼데론을 선택했습니다. 믿은 거죠. 페레즈 회장과는 달리, 내실이 잘 다져진 팀을 만들겠다는 그의 약속을요. 그는 말했습니다. 파브레가스, 카카, 로벤을 영입하겠다고요. 참 다시 봐도 나쁜놈이네여.
하지만,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는 애썼죠.
수비 강화를 위해서, 월드컵에서 괴물같은 수비를 펼치며 발롱도르를 수상한 파비오 칸나바로를 영입했구요.믿고 쓰는 맨유산 가브리엘 에인세도 영입했습니다. 당시 촉망 받던 독일산 장신 수비수 크리스토퍼 메첼더의 영입도 성사시켰죠. 다 망해서 그렇지 -_-...
공격 부분에서는 루드 반니스텔루이를 영입했고, 네덜란드산 크랙인 아르옌 로벤, 웨슬리 스네이더, 라파엘 반데바르트를 차례대로 영입했습니다. 쓰고 있으면서도 화나네요. 스타성과 밸런스를 모두 고려해 고른 카드가 고작 "오렌지 커넥션"이었다니..
그 외에 퇴물이 된 사비올라를 자유 이적으로 업어온 것, 클라스 얀 훈텔라르를 겨울에 데려와서 여름에 내보낸 것, 당시에 듣도 보도 못한 라스를 비싼 돈 주고 데려왔던 것. 그리고 라스와 훈텔라르 둘 다 챔피언스리그에 명단에 등록하려고 UEFA와 재판까지 했던 .... 아... 죄송합니다. 감정이 들어가면 안되는데..
어쨌든 노력은 꾸준히 했습니다. 이과인, 페페, 마르셀로를 제외하고 전부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갈락티코 1기 말의 과제가 "제 2의 마케렐레"였다면, 이 때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지단의 후계자" 였습니다. 지네딘 지단이 은퇴하고 나서, 레알마드리드는 "레알마드리드 답지 않은 축구"를 한다는 비판에 시달렸었죠. 제대로 된 플레이메이커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요. 해서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가 영입하려 했던 선수는 카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네요. 만약 09년도가 아닌, 07년도에 카카가 왔더라면 어땠을까. 하구요. 물론 실패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웨슬리 스네이더였습니다.
스네이더는... 음... 힘들었네요. 힘들었습니다. 일단 라리가하고 너무 안맞는데다, 투박했죠. 빠르고 단단한 플레이를 했으나 그게 다였습니다. 레알마드리드와 스페인 축구가 추구하는 스타일과는 정 반대였거든요. 09-10 인테르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레알마드리드의 스네이더는.. 그냥 절단기였습니다. 스네이더한테만 공이 가면 흐름이 끊어지는 ^^; 그랬기 때문에 슈스터는 변태전술을 운용, 구티를 중용하면서 공격을 풀어나갔죠.
포스트 지단의 영입에 실패하고, 그 이후엔 모든 것이 문제가 되었죠. 수비는 수비대로, 공격은 공격대로 모든 게 어그러졌습니다.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의 영입에 매달리느라 에이스였던 호비뉴는 아무 대책없이 팀을 떠나버렸고, 스네이더와 반데바르트는 포스트 지단의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한데다, 루드 반니스텔루이와 로벤은 부상에 신음했습니다. 팀이 이 모양인데다, 영입은 훈텔라르, 드렌테, 에인세 같은 선수나 하고 있으니 시즌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겠죠. 레알 마드리드는 리버풀에게 종합 스코어 5-1로 패하며 역사적인 5연속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을 이뤄냅니다.
III. 다시 시작된 페레즈 레알.
마르카의 천금같은 제보로 칼데론의 횡령이 들통나고, 그는 결국 자진사임하게 됩니다. (여러분 마르카는 진리에요. 마르카가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
그리고 칼데론 암흑기에 지칠대로 지친 팬들에게, 다시 한번 페레즈 회장이 등장하게 됩니다. 2009년 6월 1일, 칼데론의 뒤를 이을 후보로 단독 출마, 다시 한번 레알의 회장으로 당선되었죠.
그리고 그는 말했습니다. "3년 동안 이루어졌어야 했을 일들을 1년만에 해내겠다."
히카르도 카카가 도착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도착했습니다. 라울 알비올이 도착했습니다. 카림 벤제마가 합류했습니다. 샤비 알론소가 48시간만에 중거리슛을 놓고 온 대신 아르벨로아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라리가에서 잔뼈가 굵던 페예그리니 감독을 선임합니다. 쓰면서도 대단하네요. 한 시즌만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페레즈는 빠른 속도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크랙과의 계약에 목말라있던 팬들에게, 호날두 카카의 영입은 사막의 단비와 같았죠. 페레즈는 칼데론 시절의 마드리드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지난 날 자신이 했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새로이 갈락티코 2기를 가동하는 한편,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에 이르기까지 조화로운 영입을 성사시켰습니다.
그러나, 페예그리니 레알은 보드진과의 의사소통 문제로 결국 트로피를 얻어내는 데에 실패했고, 이에 페레즈 회장은 2기 갈락티코 최고의 선택(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지금까지는 그렇게 보입니다.) 인 무리뉴 감독의 영입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호를 뒤로 한 채, 그에게 선수 영입에 관한 전권을 맡기게 되죠.
그리고 메수트 외질, 앙헬 디마리아, 사미 케디라, 파비우 코엔트랑, 호세 카예혼, 누리 사힌을 거쳐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IV. 왜 레알마드리드는 이적 시장을 조용히 보내도 괜찮은가
지금까지 갈락티코 1기, 칼데론 암흑기, 그리고 다시 시작된 갈락티코 2기의 영입과 팀 운영에 대해서 얘기해보았는데요. 지나온 이적시장들을 돌아보면, 당시의 팀의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보이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첫째, 갈락티코 1기, 슈퍼스타와의 계약에는 성공했지만 "마케렐레의 대체자"를 찾는 것이 시급했었습니다. 팀의 밸런스가 붕괴되었기 때문이죠. 그 이후 칼데론 암흑기에는 "지단의 대체자"를 찾아야만 했었구요. 약 10년 동안 레알마드리드는 "누군가의 대체자"를 찾는 데 이적 시장을 사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실패해왔죠.
메수트 외질의 영입이 완료된 이후에야 레알마드리드는 지단에 대한 미련을 지울 수 있었고, 무리뉴가 4-2-3-1을 완벽히 정착시킨 이후에야 제 2의 마케렐레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났습니다.
누군가의 대체자를 찾는다. 는 것은 "기존의 팀의 중심에 있던 그 누군가가 제 기량을 보이지 못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마케렐레의 경우에는 팀 정책의 실패, 지단의 경우에는 선수의 은퇴 때문이었죠. 지금과 비교해봅시다. 주축 선수들이 아직도 젊고 미래가 창창합니다.
호날두는 최 전성기를 달리고 있고, 벤제마와 이과인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으니까요. 디마리아 역시 마찬가지구요. 메수트 외질은 88년생입니다. 물오른 기량을 보이고 있죠. 사미 케디라의 경우엔 87년생이구요. 그리고 무리뉴의 레알에 더 이상 제 2의 마케렐레는 필수 사항이 아닙니다.
유일하게 사비 알론소만이 주전 중에 30살을 넘어섰죠. 그의 대체자 이야기가 나올 법한 타이밍(이라기엔 아직 빠른 감이 있지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레알 마드리드는 "알론소의 대체자"를 지난 이적시장에서부터 찾아왔고, 누리 사힌을 영입해둔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장에서는 루카 모드리치와 연결되고 있죠. 스쿼드에서 유일하게 대체자를 걱정해야할 만한 곳은 알론소 뿐인데, 이미 팀은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모드리치의 이적이 임박해있구요.
둘째, 위에 설명한 시기들에 레알마드리드는 분명 문제점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바르셀로나의 무서운 성장. 부상에 약한 얇은 스쿼드.. 팀에게는 반드시 외부 수혈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팀은 라리가에서 전무후무한 승점인 100점을 획득했고,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에 안착했으며, 몇년 전까지의 성적만 보면, 버리는 대회라고 생각하는 게 맘 편했던 코파델레이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레알마드리드 중에서도 가장 강합니다. 이 스쿼드를 구축하는 데 엄청난 돈과 시간이 들었고,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젊고 강한, 완벽한 스쿼드가 탄생하게 된 거죠.
그러니 딱히 보강하려 해도 할 만한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나오는 이야기가 우측 풀백, 그리고 중앙미드필더 자리인데, 중앙 미드필더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측 풀백에 대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로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시즌 그렇게 해왔으니까요. 보강 없이 라모스와 라스를 쓰고, 급한 경우에 나쵸를 올려쓰더라도 하수를 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조급해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이미 팀이 정상 궤도에 올라선 상태니까요. 검증되지 않은 자원을 데려와서 이리 저리 시험해보는 것보다 지금 있는 스쿼드를 믿고 가는 것이 더 확실합니다. 그러니 굳이 유망주 수준의 선수들로 모험을 할 필요가 없죠. 최근에 PSG나 맨시티가 이리 저리 뛰고있긴 하지만, 레알마드리드는 원래 이적 시장 가장 윗 꼭대기에 위치하는 팀입니다. 유망주도 "그 리그를 씹어먹은 수준" 이 아니라면 우리 쪽에서 사양하는 팀이죠.
V. 마무리
최근 이적시장 동향을 보면, PSG와 맨시티가 굉장한 페이스로 선수 영입을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이번 시장에 가장 두드러진 것이 PSG, 지난 시즌에 가장 두드러진 팀이 맨시티겠죠. 그런데 이들은 신흥강호입니다. 이제 막 높은 단계로 나아가려고 도전하는 팀들입니다. 특히나 PSG는 프랑스 리그라는 "비교적 변방"에서 유럽을 겨냥하려는 목표를 가진 팀이기 때문에.. 조금은 무리수를 둬서라도 좋은 선수들을 사려고 하는 거겠죠. 지난 시즌의 맨시티 역시 비슷한 맥락이구요.
다른 팀들의 상황을 볼까요. 가장 최근에 좋은 영입을 성사시킨 곳은 맨유입니다. 그런데 맨유의 지난 시즌을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합니다.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탈락, 유에파에서는 빌바오에게 완패. 바로 전 시즌에 챔스 결승에 나간 팀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성적이었죠. 내부를 들여다 보면 더 한숨이 나옵니다. 긱스가 진짜 어느 시절 긱스입니까. 은퇴했던 스콜스를 다시 필드에 복귀시키는, 타팀 팬이 보기에도 안쓰러운 선수 기용을 했었습니다. 스쿼드에 여기 저기 구멍이 숭숭 나 있었으니까요.
첼시는 더 심합니다. 지난 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장님 문고리 잡듯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며, 이변을 일으켰지만, 감독이 중간에 경질되었던 팀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6위를 했던 팀이에요. 외부 수혈이 너무나 절실했었죠. 다행스럽게도 이번 이적시장에서는 마르코 마린, 에당 아자르, 오스카를 영입하며 팀 스쿼드를 두텁게 했지만.. 아마 챔피언스리그 우승 못했으면 이마저도 힘들었을지도 모르죠.
반면 바르셀로나는 지지부진합니다. 제 생각에 가장 영입이 필요한 곳은 바르셀로나같은데... 호르디 알바 이후로 이렇다할 영입이 없네요. 샤비가 1980년 생, 한국나이로 벌써 서른 세살입니다. 우리 팀에서 유일하게 대체자를 필요로 하는 알론소보다도 한살이 더 많아요. 언제 훅 기량이 떨어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가 되었는데.. 오히려 루카 모드리치가 가장 필요한 팀은 바르셀로나라고 생각되는데도 움직임이 없죠. 아주 고맙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꼭, 꼭 티아고 알칸테라를 믿고 가주길 바랍니다. 혹시 파브레가스한테 기대하는 바르셀로나 팬들도 있겠지만, 파브레가스는 한시즌동안 가짜 9번 노릇을 하느라 분주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부터 중미에 놓고 써도 제 역할을 잘 할지 의문이네요.
게다가 푸욜은 70년대 생인데도 말이죠.. 폰타스인가 하는 (이름 맞나요? 폰타스?) 자기들 유스에게 푸욜의 후계자 자리를 맡기려나 봅니다. 우리로선 반가운 일이죠.
아스날과 밀란 같은 경우엔 발등에 불이 떨어졌죠. 아스날은 팀의 주장이자 지난 시즌 전력의 50퍼센트였던 반페르시가 "무려" 맨유로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송 역시도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요. 지루와 포돌스키를 영입했지만, 그들이 팀에 합류하자 마자 지난 시즌의 반페르시만큼 해줄 수 있을까요? 아스날의 특징 상, 누군가 하나 터져서 간신히 챔스권엔 머물겠지만.. 이래 저래 힘든 시즌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티아고 실바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팀을 떠난 밀란은 더 큰일이구요.
이팀 저팀이 각자의 문제, 각자의 사정으로 선수들을 폭풍 영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느긋하죠. 이미 완성된 젊은 스쿼드와 최고의 감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모드리치 영입만 성사된다면, 한발짝 물러서서 다른 팀들의 막판 스퍼트를 재밌게 구경하면 되는 겁니다. 매우 생소한 경험이겠지만요.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사용해보며 프리시즌을 보내는 것.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겠죠.
많은 분들이 이번 이적 시장이 지지부진 한 것에 걱정하시고 계신데, 오랜 시간 시행착오 겪어가며 완성된 우리의 스쿼드를 믿고, 그 스쿼드가 한층 더 시너지 효과를 발생할 것을 기대하면서, 그리고 루카모드리치의 오피셜을 느긋하게 기다리시면서, 마음 편히 시즌을 맞이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매번 그렇지만 제가 말이 너무 많아서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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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2.08.18슈카님 글은 언제나 재미있네요. 잘읽었습니다. 저도 이번 이적시장에 그닥 걱정하지 않습니다. 알론소의 대체자로 보이는 모드리치가 영입에 임박했고 오른쪽 풀백이 영입되진 않았지만 라스가 그 역할을 하면 되니까 상관 없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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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색날두 2012.08.1810년 역사를 한번에 본 느낌이네요 ㅋㅋ
정말 바르샤는 아주 고맙고 바람직한 이적시장을 보내주고있네요 ㅋㅋㅋㅋ -
벤제마드리드 2012.08.18슈카님 글은 그냥 닥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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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모 2012.08.18지금 우리팀의 영입행보는 한마디로 우리가 부족해서가 아닌, 더 발전하기 위한 영입이라 참 마음에 듭니다. 영입후보로 떠오른 마이콘, 모드리치가 없어도 우리팀은 다음시즌 충분히 3개대회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는 점. 또 어떤선수가 와도 100% 주전보장을 하디 못할정도로 무시무시한 스쿼드를 갖고있는 레알 마드리드~ 다음시즌도 기대해 봅니다~
요즘 이 구호가 언쓰이더군요. V10 !! -
달달한SR4 2012.08.18진짜 좋은 글이네요 ㅊㅊ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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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4 J.M.Guti 2012.08.18팬심을 정말 조금만 보태서 보면
모든 리그 모든 선수를 찾아봐도 지금 레알와서 나는 닥주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물론 경쟁은 가능하겠지만요.
이적시장을 수혈의 느낌으로 본다면 현재 레알 스쿼드는 급하게 수혈해야될 부분은 없죠.
부족한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그걸 메꾸고 극복할 훌륭한 감독이 있구요 -
Sunshine. 2012.08.19저두 ㅊㅊ하구 갑니당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