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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축구] 팬들의 성숙한 자세에 감사하며...

Raul~ 2012.08.08 21:06 조회 1,842 추천 10
전반과 후반 초반의 매우 좋았던 경기내용을 생각하면 3:0이라는 스코어는 무척이나 가혹하게 여겨졌습니다. PK까지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적어도 축구계에서만큼은 중심이 아니라 중심부로 진입하려고 하는 단계에 있는 국가라 불리함을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라면 현실이겠습니다.

어쩌면 오늘 새벽 경기 후에, 냄비같은 팬들은 이범영이 안정감이 없다며 욕을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골이 부상 직후에 왼쪽에서 들어온 슛팅에 대해 왼쪽다리가 불편하여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대부분의 팬들은 이해해주더군요. 그리고 이 후의 골들은 브라질이 굉장히 잘 했죠. 여기 레매에서도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범영이 예선에서는 주전으로 나왔었습니다. (일전에 제가 이범영이 부산에서도 주전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정정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봤던 경기의 대부분에서는 이범영이 계속 나왔었기 때문인데요. 로테이션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싸줄 모 회원님의 글 참고바랍니다 .http://soccerline.co.kr/slboard/view.php?code=columnboard&uid=1991885071) 본선에 오기까지 이범영의 공이 적지 않고, 또한 8강전에서 스터리지의 킥을 막아 승부차기의 1등 공신이 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까방권을 획득했다고 봅니다. 더군다다 역사상 최고 성적인 4강을 이미 이룩한 대표팀입니다.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경기를 보면서 첫번째로 결과적으로 실패였다고 생각한 것은 김현성의 기용이었습니다. 우리 예선전을 봐도 그렇지만, 최근 우리 각급 대표팀에서는 파괴적인 스트라이커가 잘 안 나오죠. 미드필더 천국이 되어가고 있는데요. 김현성 같은 경우는 예선에서도 두드러지게 활약했다고 보긴 힘듭니다. 멀티골을 넣은 적도 있는 것 같았는데(기억은 안 납니다만...) 파괴적인 모습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컨디션이 별로인 박주영을 대신해서 김현성과 지동원을 투입해서 높이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이었겠습니다만, 전반 초반을 제외하고는 김현성이 어떤 뚜렷한 역할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수적인 우위를 점할 수도 있었을텐데 김현성이란 선수가 우리 올대 스타일과 과연 얼마나 융합이 됐는지 저는 의문입니다.(물론 결과론적인 얘깁니다. 그래서 저도 와일드카드가 김신욱이었다면...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박주영도 8강전에선 그 공이 크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박주영의 기여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와 경기한 브라질은 화려한 팀과는 거리가 멀었고, 별로 빛나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척이나 노련하고 효율적으로 경기를 하는 팀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보통 브라질 리그는 아르헨티나의 거친 특성과는 달리 공격수한테 많은 자유를 부여하고(전방 압박 안 하고, 수비할 때도 떨어져서 수비하면서 놔주는 등) 관중들이 이를 즐기는 것이 아주 당연시 되는 리그인데요. 그 때문에 대표팀 경기와 같이 진행속도가 빠르고 압박이 심한 경기에서는 리그에서 보여주던 퍼포먼서보다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아드리아누가 그래서 탈 브라질적인 선수죠.도저히 그 나라 선수라 보기 힘든 타입의...)

브라질 얘기를 하면, 네이마르와 다미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마르셀루가 침투하면서 좋은 장면 여럿 보여줬지만, 결과적으로 점수를 내는 움직임에 이 두 선수가 깊이 관여했기 때문에 언급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 오재석이 경기를 꽤 잘 해서 네이마르가 전반엔 파괴적인 움직임이 적었다고 보는데요. (우리 미드필더들의 협력수비도 도움이 됐구요.) 몸이 풀리고 나니 측면에서 활발히 움직이면서 우리 수비대형을 흐트려놓더군요. 대형이 무너지면 빈 공간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미앙 같은 선수나 다른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슛 찬스를 갖게 되는데 바로 이런 점에서 네이마르가 굉장히 팀 기여도가 높은 선수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미앙 같은 경우는 무척이나 놀라운 것이 사실 오늘 경기에서 볼터치한 회수가 매우 적은 선수였거든요. 몇 번 볼을 소유하면서 드리블 한 적이 있긴 하지만, 득점하는 순간 순간에는 볼터치가 거의 없었지요. 즉, 몇 번 가지지도 않는데 오는 족족 유효한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선수와 특출난 선수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이적료가 100만 유로인 선수와 3,000만 유로인 선수의 실력이 30배가 나는 건 아니죠. 달리는 속도도 비슷하고 드리블이나 패스 슛팅이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 작은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내죠.

브라질은 무척이나 기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경기를 했는데요. 찬스다 싶을 때는 지체없이 슛팅으로 가져가고 무척이나 냉정하게 경기를 하더군요. 경기가 안 풀려 화를 내던 영국단일팀과는 무척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지동원도 좋은 모습을 보이긴 했습니다만, 조금 더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골 찬스에서도 완벽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조금 기다리거나 또는 급하게 슛팅동작을 가져가서 볼이 높이 뜨는 경우가 몇 번 있었죠. 아마도 상당수 선수들이 그와 같을 겁니다. 그러니, 그러한 상황에서 그렇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부드럽고 간결하게 슛팅으로 이어가는 선수들이 대단한 선수들이죠.

다미앙이 간결하게 넣은 2번째 골이나 반 박자 빠르게 슛팅타이밍을 가져간 3번째 슛팅에서 이 선수의 냉정함과 프로선수로서의 경험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선수는 유럽에 가서라도 아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즐라탄처럼 화려하진 않을지 몰라도 스코어로서는 정말로 기계같이 꾸역꾸역 득점을 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점은 우리 한국 선수들, 특히 K리그 선수들이 배워야 할 점 중 하나인데요. 보통 리그 경기에서 어떤 찬스가 왔을 때 좀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 곧바로 슈팅으로 가져가지 않고 안정적인 자세를 만든다음 슛팅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게 우리 선수들의 특징인데요. 이런 부분은 실패를 두려워할게 아니라 끊임없이 시도해서 실패경험을 통해, 특히 슛팅에 있어서 좀 더 간결하고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압박이 심한 대표팀급 경기에서는 순간의 차이가 바로 결과로 이어지니까요.

아마도 네이마르와 다미앙은 선수생활을 굉장히 오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이마르는 팀에 대한 기여도가 높고 주변 선수를 활용할 줄 알기 때문에 신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라는 측면에서, 다미앙은 본인의 체격과 스피드가 아닌 센스와 간결함 등으로 승부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적어도 리그에서의 지속적인 출장경험과 국대 경기에서의 경험이 어린 나이의 선수들을 그 정도로 성장시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우리도 우리의 리그를 더 많이 발전시키고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협이나 프로축구연맹, 내셔널리그연맹 등(챌린저스리그는 축협이 운영합니다.)에만 축구를 발전시켜라라고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축구팬이 스스로 우리 지역팀에 사랑을 주고 거기서 우리 지역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좋은 지역선수를 발굴하고, 이들이 국내에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면 더 큰 무대로 나가고 또다시 지역의 좋은 인재들이 그 빈자리를 메꿔나가면서 해외로 나간 선수들은 더 크게 성장하고, 강력한 국내리그에서 스타가 된 선수들과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국내리그 출신 스타선수들이 합쳐진 강력한 국가대표, 올림픽 대표, 청소년대표가 만들어지죠.(브라질, 아르헨티나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3,4위 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우리 올대팀한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장합니다. 제가 한일전이 된 3위 결정전을 우리가 이기길 바라는 것은 성적에 대한 집착 때문도 아니고, 상대가 일본이라서도 아닙니다.

제가 메달을 따길 바라는 것은 우리 선수들이 엄청난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3위를 하고 동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응당 합당한 대가가 될 것입니다. 병역혜택은 부수적인거구요. 물론 병역혜택 받으면 참 좋겠죠. 우리 선수들이 복귀해서 엄청난 환영을 받고, K리그 소속선수들을 보기 위해 구름관중이 올대 선수들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즐거운 상상을 저는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올 시즌을 멋지게 끝내고 당당한 모습으로 해외로 이적하길 바라고, 해외파 선수들도 더 좋은 조건으로 좋은 팀으로 이적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3,4위전이 끝나고 그 결과가 패배로 끝난다 하더라도 온 힘을 다해 싸워준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환호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4강까지 오는 동안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싸운 우리 올림픽 축구대표팀입니다.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들이 국내로 복귀하고 나서 사시는 곳 가까이 우리 지역팀이 있다면 "내가 나서서 우리팀을 키운다. 내가 적은 돈이나마 티켓 사고 용품사고 투자하고, 내가 응원해서 우리 팀 순위를 올리고, 리그를 발전시키고 국가대표를 배출하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K리그 팀들과 소속선수들을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일전도 응원 많이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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