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 : 누가 더 못하고 덜 못하나의 대회
작은 월드컵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때로는 축구팬들에게 월드컵 이상의 재미와 의미를 가지는 대회가 바로 유럽국가대항전, 유로 컵이다. 대다수의 현대 축구팬들에게 있어 최고의 유로는 역시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유로 2000일 것이다.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를 불방케하는 각 국가대표팀의 선수단 구성은 그만큼 화려했다. 너무도 강해 보여 어디도 쉽게 약팀이라고 할 수 없었던 시절이다. 그게 바로 유로의 묘미였을 것이다.
이번 유로는 어떠한가? 역시 우승후보는 최근 메이저대회의 성적이 가장 좋은 두 팀인 스페인과 독일로 압축되었다. 이상한 예측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느 팀도 아주 매력적이거나 아주 강해 대다수의 팀이 강팀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유로 2000이 어떤 팀이 가장 잘하냐, 혹은 더 잘하냐의 대회였다면 이번 유로 2012는 어떤 팀이 더 못하냐의 대회였다. 그만큼 기술적 측면, 공격적 요소, 재미적 요소가 매우 결핍되어있는 대회였다는데는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까 생각 된다.
사실 메이저 대회에서 난타전이 그나마 사라져가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이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이고 그것이 극대화 된 것이 바로 유로 2004이었다. 그러다 유로 2008은 조별 예선에서의 네덜란드와 히딩크의 러시아가 신데렐라처럼 다시 등장하여 재미를 다시 부여하는 느낌이 회기하는 줄 알았다. 결과적으로 유로 2012는 재미적 요소에서 분명 퇴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별예선의 팀 vs 토너먼트의 팀
조별예선의 팀은 대체적으로 이른시간 모든 것을 불태우는 모습을 가진다. 얼리버닝-혹은 불쏘시개 팀이라고 부르는게 좋을 것 같다. 페이스를 초반부터 너무 빠르게 가져가서 토너먼트 단계, 즉 넉-아웃 단계에서 쉽게 넉-다운되는 경우가 많은 팀이다. 가장 좋은 예로는 네덜란드나 아르헨티나가 있을 것이다. 예로든 네덜란드는 적극적 공격으로 유명한 팀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버닝도 하지 못하고 조별예선에서 나가 떨어져버렸다. 스페인도 전통적으로 조별예선에서 주로 버닝해버리고 넉-아웃 단계에서 쉽게 나가는 팀이었지만 그건 이제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스페인, 실리축구로의 시프트? 아니면 포제션 붕괴?
스페인 같은 경우는 매우 달랐다. 토너먼트 단계에 오르면서부터 2008년 이후로 고수하고 있던 압도적인 포제션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탈리아와의 결승전 전반에는 4대 6의 비율로 이탈리아에게 포제션에서 밀리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4-0 승을 거두었으니 스페인은 포제션으로 압도 하지 않아도 자신들은 어쨌든 이긴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아주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안전중심주의 감독으로 볼 수 있는 델 보스케가 스페인이 유로와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포제션을 고수하면 고수했지 버릴 일은 없어보이는데 왜 포제션이 주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은 매우 단순하다. 사비의 부진. 전체적으로 스페인이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면 사비 개인은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사비라는 연결고리의 부재를 후에 스페인이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는 미지수이다.
지단 vs 사비 : 4-지단-2
사실 사비와 지단에 대한 논쟁이 있었는데 사실 무의미하다고 본다. 사비도 잘하고 지단도 잘한다. 그리고 이건 개개인의 취향이다. 사비는 보이는듯 안보이는듯 볼배급과 연결고리로의 역할을 부여된 것 이상 해낸다. 사비를 가지고 싶지 않은 감독은 현재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단은 자신의 색으로 팀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단 이전과 이후의 축구는 다르다. 굳이 비교하자면 사비는 전술에 자신이 녹아드는 선수이고 지단은 전술이 자신에게 녹아들도록 만드는 선수이다. 괜히 03-04시즌에 아디다스의 선전문구가 4-지단-2가 아니다.
이번 대회 스페인의 핵심은 역시 알론소와 카시야스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미드필더들이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여준 것에 비해 알론소는 평균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프랑스 전에서 알론소는 98년도 월드컵 크로아티아 전의 튀랑과 같았다. 이니에스타나 부스케츠도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떠오르는 선수는 바로 호르디 알바이다.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것이 다음 시즌 바르셀로나의 왼쪽이 얼마나 더 공격적으로 변할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수비력은 아직 확실한 판단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수비의 난제도 있다. 중앙수비 구성에서 라모스-피케라인에서 라모스가 없어진다면 과연 스타퍼의 역할을 누가 할 수 있냐는 것이다. 푸욜은 이미 노쇠화 되었고 그것을 이어주는 것이 라모스, 그 다음에 적절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드필더에서 수비적으로 또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한데 그런 선수의 부재도 상당히 크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마다가 순항을 하려면 이런 선수들을 보완/보충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본다.
이변의 팀들, 독일과 이탈리아
가장 안타까운 팀은 바로 독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버페이스를 한 것도 아닌데 이탈리아를 만나면서 이전의 경기들에서의 모습이 그냥 사라져버렸다. 이변으로 볼 수 있다. 독일은 너무 막강해보였기 때문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두 가지의 주요인으로 압축해보면 역시 훔멜스의 파트너 문제와 외질에게만 집중이 된 창조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훔멜스는 지능적이고 패스가 좋은 선수이다. 쉽게 말하면 빌드업까지도 할 수 있는 중앙수비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느리다. 이것을 매꾸어줄 발이 빠른 청소부가 필요한데 바트슈트버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점을 생각해야한다. 분명 페페와 같은 선수가 있다면 훔멜스는 더 커질 수 있는 선수이다. 독일에서 페페를 찾기는 힘들 것 같지만 말이다.
외질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슈바인스타이거가 이것을 분담해주지 못했고 케디라도 그러지 못했다. 외질이 보여줄 수 있는 창조적 플레이를 위해서는 좀 더 그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전술이나 그의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선수들을 기용해야한다는 것이다. 크루즈와 슈바인슈타이거도 분명 그것을 할 수 있는 선수지만 아직 경험이 조금 적어보인다. 그리고 이탈리아라는 노련한 팀을 만났을 때 잘나가던 독일이 무기력했던 이유는 경험의 싸움에서 밀렸던 것이 주된 패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온고지신 이탈리아
이탈리아가 의외로 주목되는 대회였다. 이탈리아가 우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심지어는 이탈리아 팬들도 냉정하게 생각해봤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탈리아는 전형적으로 대회의 경기들을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팀이었다.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전술로 이 대회를 소화해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3백을 쓰는 시대역행적 전술이라고 불릴 수도 있는 시도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탈리아의 중앙이 매우 단단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레지스타와 판타지스타의 건재함을 보여준 대회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실 포르투갈은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팀밸런스에 있어서 2004년 포르투갈이 역대 최강중 하나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대회에서 큰기대를 하기 힘들었지 않나 한다. 메시와 마찬가지로 호날두를 포르투갈에서 제대로 활용하려면 제대로 된 공격수가 나와야한다는 것은 너무도 뻔한 사실이다.
결론
사실 이번 유로는 대체적으로 예측가능했다. 의외성이 매우 부족했고 볼거리가 너무 풍성하지 못했다. 득점면에서도 뭔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네덜란드가 조별예선에서 탈락하고 그리스가 8강에 진출하고 이탈리아가 결승에 올라가고 독일이 무기력하게 결승의 문턱에서 퇴장하고 스페인의 포제션이 매우 줄어들었다는 것은 다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런 면만 놓고 보면 이변의 연속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유로 2000의 향수에 아직도 빠져있는 사람들은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화려하고, 좀 더 공격적인 축구를 유로에서 항상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로 남을 것이다.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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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2012.07.04챔스부터 유로까지 이변의 연속..
다른 많은 나라들도 여러면에서 강해져서 다음번엔 더 재밌는 유로가 되길.. -
라울™ 2012.07.04강팀은 강팀답지 못하고, 약팀도 약팀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대회인듯. 그래서 유독 라이징 스타들도 적었고 노장들이 빛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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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그레이몬 2012.07.04요즘 축구 못하는게 대세인건가 수준높은 경기는 거의 찾아볼수 없던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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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2012.07.04잘 봤습니다!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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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 Iker Casillas 2012.07.04예전보다 스타플레이어도 많이 줄거나 너무 한 팀에 몰려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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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쉐브첸코 2012.07.04이번 유로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전 이탈리아 응원해서 재밌게 봤었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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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슬 2012.07.04저도 이번 유로를 유난히 재미없게 봤네요 우승한 스페인보다 이탈리아의 선전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재밌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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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고자 2012.07.04저도 그냥저냥.. 피를로 불꽃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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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Perez 2012.07.04허허 훔멜스가 독일에서 페페를 못 찾으니 마드리드에서 페페를 찾으면 참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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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San Iker 2012.07.04@F. Perez 클럽에선 수보티치가 그 역할을 하고 있죠. 4강전에서 심하게 털려서 그렇지 훔멜스가 느린 선수는 아닙니다.ㅠ 그 키치고는 준수한 스피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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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2012.07.04유로 2000은 너무 역대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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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야신 2012.07.04대회 자체로 봤을 때 큰 임팩트를 남기긴 어려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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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스 2012.07.04좋은 리뷰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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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ing 2012.07.04이번 유로는 정말 별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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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osRonaldo 2012.07.06이번유로는 별로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