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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2] 네덜란드 총평 : 불안하지만 괜찮아

축구왕김상식 2012.06.18 15:01 조회 2,100 추천 6
흥분과 실망감에 의해 입에서 12초에 한번씩 나오는 육두문자로 점칠되....지는 않았구요.



1. 불안해

- 여러분이 다니던 고등학교에 공부 정말 잘하는 범생이 - 머리 정말 좋고 일진 애들이나 다른 애들한테 욕 안 먹는데 딱히 친한 친구 없고 카리스마는 없는 조용한 친구 - 가 반장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반은 딱히 불협화음도 없겠지만 잘 돌아가는 구석도 없을 겁니다. 딱히 안티가 없는 반장이나 팬도 없는 반장이고, 카리스마적인 무언가도 없는 친구니까요. 그런데 그런데 이 친구 옆에 반에서 싸움을 가장 잘 하고 반 축구팀 주장도 도맡을 정도로 리더쉽이 대단한 친구가 나란히 붙어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최고의 조합이겠죠. 반은 정말 잘 돌아갈 겁니다.

반 마르바이크와 프랑크 데부어(전 네덜란드 코치 - 현 아약스 감독)의 조합이 그러하였습니다. 프랑크 데 부어의 타고난 날카로움과 카리스마는 대표팀을 한끗으로 묶게 만드는 자극 요소가 되었고 반 마르바이크의 보수적이지만 안정감 있게 팀을 이끄는 모습은 이런 팀을 유로 2012 우승 후보 가 되게 만들었죠.

그런데 프랑크 데 부어가 아약스의 명문가 부활 정책을 위해서(그래서 다비즈니, 베르캄프, 용크하면서 아약스 출신 애들을 인사로 부임시킬려는 시도를 하거나 응원 인터뷰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코치직에서 물러나고 아약스 감독으로 가고 대신 또 한 리더쉽 하시는 코쿠가 코칭 스태프로 합류하죠. 일단 이것은 기우에 불과한듯 했습니다. 프랑크든 코쿠든 한 리더쉽에 한 지성 하시는 분들이니. - 아 그리고 덧말로 프랑크 데 부어는 여러모로 대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약스 경기 재미있더라구요 -.- 




2. 대표팀

2010년 월드컵 이후 유로 2012 전까지 네덜란드 대표팀의 주전을 꼽아본다면 이렇게 되겠습니다.

----------------스테켈
---------헤이팅하---마타이센
-반더빌------------------------피터스
------------봄멜---스트루트만
---로벤-------스네이더-----쿠윗
---------------훈텔라르

VDV, VPS는 주전급 벤치.


대표팀 발탁 전후로 문제가 생긴 부분이 피터스, 마타이센... 즉 4백 수비가 되겠습니다. 네덜란드 대표팀 엔트리를 보면 굉장히 공격수의 네임벨류가 좋은데 비해서 수비수의 네임밸류가 떨어지다보니, 공격으로만 쇼부를 치는 팀이겠거니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네덜란드는 공수 밸런스가 가장 안정적인 팀 중 한팀이였습니다. 4백의 호흡이 너무 좋았죠.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 이유가 뭐나면, 피터스는 오른쪽 무릎이 작살 나면서, 마타이센은 말라가에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갈피를 못 잡고 경기 감각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거죠. 안 그래도 데 부르 형제, 스탐, 라이지게의 은퇴 이후 조직력으로만 버티던 대표팀 수비진이 한순간에 망하게 되었습니다. 

공격진 역시 마르바이크가 확답을 못 내리면서 어물쩍 거리고 있었습니다. 로벤의 경우 예전에는 알고도 못 막는 압도적인 오른쪽 분쇄기였지만, 이제는 몸의 유연성도 예전 같지 않고 - 확실히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 슛 궤적을 보면 예전처럼 발목이 좋은 것 같지는 않네요. 로벤이 예년에 비해 오른발을 자주 쓰게 된 것도 나름 본인이 생각하는 타개책인듯 - 수비들도 다 알다보니 왼쪽 기용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했구요. 

또한 국대에서 정말 미친듯이 잘 해준 경험이 드문 VPS가 너무 리그에서 잘 해주고 있었다는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나이가 많고 공격적인 무언가가 떨어지는 쿠윗을 대신해서 측면 포워드로 VPS를, 훈텔라르를 최전방에 놔두는 방법도 써보고 VPS를 쳐진 스트라이커로, 훈텔라르를 최전방으로. 뭐 이런저런 실험 다 해봤는데 결론은 둘 중 한명이 살아나면 한명이 항상 사라졌습니다. 그 사라지는 쪽은 보통 VPS였구요.

그니까 국대만 한정지으면 훈텔라르의 존재감은 VPS가 넘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였습니다.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훈텔라르의 후반 교체 투입 20분 환상쇼는 스트라이커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확연히 보여준, 훈텔라르가 왜 네덜란드에서 주전이여야하는지를 보여준 좋은 교본이였구요. 



제가 좋아하는 팀은 이런 문제를 종종 보이는데(공격수 좀 많고 발 밑으로 공격을 잘 하는 팀), 아르헨티나의 경우 테베즈, 디에구 밀리토. 둘 다 국제무대에서 혼자서 압도적인 무언가나, 클럽의 활약상 이상을 보여준 기억이 전혀 없고, 특히나 디에구 밀리토의 경우 국대에서는 온 몸을 긴장상태에 빠드리면서 공은 골대밖으로 걷어내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수준인데 이상하게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면서 아르헨티나 팬의 염장을 쫄깃 쫄깃하게. 테베즈의 경우 코파 2011 혼자서 화려한 블랙홀 쇼를 하셨고 디에구 밀리토는 코파 2007에서 역시 크레스포의 빈자리를 2배로 증폭시키셨죠.

여튼, 네덜란드는 반 마르바이크가 갈피를 못 잡게 만드는 상황을 맞이한채 덴마크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2-1. 아직도 불안하다니까 



대표팀 엔트리 발탁 이후 왼쪽 풀백 자리에 대한 논쟁이 발생했습니다. 빌렘스의 경우 물론 18세의 나이에 에레디지비에에서 당당히 활약하고 있는 포텐셜이 빵빵한 친구이고 백업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스하르스, 붐마의 경우 스하르스는 멀티 플레이어. 붐마의 경우는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유로 2004때만 하더라도 돌발 상황에 어버버대는 멍청이지만 기본기랑 피지컬이 탄탄해서 크게 성장할 줄 알았다지요.) 노장으로써 대표팀의 내부 분위기를 조금 단속해 줄 수 있는 선수일 것이라고 기대를 했습니다. 

다만 밀란에서 로테이션 자원으로 자리를 잡은 어비 엠마누엘손이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네덜란드 리그에서 쾌조의 활약을 보이는 부트너 역시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강팀과의 경기를 하면 반 마르바이크의 황태자 스트루트만이 중원에서 블랙홀 쇼를 펼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스트루트만의 경우 기술이 좋고 머리도 괜찮아서 네덜란드 내에서도 굉장히 기대를 받는 인재인데, 니겔 데용이 EPL에서 사고를 치는 와중에 반 마르바이크가 니겔 데 용 정신 좀 차리라고 + 스트루트만이 워낙 잘해주니까 주전으로 기용을 하는 상황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스트루트만+반 봄멜 조합이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아예 지워지는 시츄에이션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둘 다 활동량보다는 위치를 잡고 경기를 풀어주고 좌우로 넓게 퍼지는 역습상황에서의 대처력이 극히 허접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반 봄멜의 경우 밀란에서도 밥값 해주고 있고 반 마르바이크의 사위 + 최고령이라서 주전으로 기용되고 있지만 니겔 데용이 없는 상황에서 아직 경험이 부족한 스트루트만의 뒷공간까지 잡아주기에는 너무 늙어 기동력이 떨어진 상황이였고 스트루트만은 아직 그 레벨에서 잘하다는 것이지, 대표팀을 지휘하기에는 한참 어리니까요. 그래서 결국 이 문제는 니겔 데용이 대표팀에 컴백, 반 봄멜의 부족한 기동력을 메꿔주는 방향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3. 덴마크전. 불안하지만 괜찮아



유로 2012를 앞둔 상태에서 북 아일랜드를 친선경기 상대로 지목한 네덜란드는 VPS를 최전방에 내세웁니다. 선발로 마타이센, 쿠위트 대신 블라르, 아펠라이가 나옵니다. 이 경기에서 VPS는 자신의 히스토리에 남는 활약을 펼치고 아펠라이, 블라르 역시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였습니다. 후반전에 4-2-4에 가까운 공격적인 교체도 하면서 선수단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놓습니다. 

그 결과 북아일랜드전 엔트리를 고스란히, 일체의 변경도 없이 덴마크와의 예선 첫경기에 내보내게 됩니다.



----------------스테켈
---------헤이팅하---블라르
-반더빌------------------------빌렘스
------------봄멜---데용
---로벤-------스네이더-----아펠라이
----------------VPS


덴마크전은 정말 불운의 극치였습니다. 보급형 호날두 아펠라이의 날카로운 슛은 안데르센 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경기를 잘 치루던 안데르센이 범한 딱 한번의 1촌패스를 로벤은 친절하게 밖으로 걷어내주셨으니까요. VPS는 측면으로 빠지며 로벤과 좋은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만 후반전에 친히 3개의 슈팅을 허무하게 날리는 불쇼를 보여주었습니다. 

로벤과 아펠라이가 상대적으로 깊게 올라가고 반더빌, 빌렘스가 그에 맞추어 올라가거나 내려가지를 않으니 자연스럽게 로벤, 아펠라이 뒷공간으로 광활한 대지가 펼쳐지게 됩니다. 스피드가 부족한 반 봄멜은 그 공간을 제대로 커버해내지 못했고 그 결과가 롬메달, 크론델리 + 왼쪽 풀백 폴센의 쇼가 네덜란드 안방에서 벌어지게 됩니다. 그 결과가 크론델리의 미라클 골. 

선수를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반더빌이나 빌렘스는 공격도 수비도 공헌하지를 못하였고 블라르는 빌렘스와 겹친다고 해야하나.. 빌렘스를 보좌할려고 한다고 해야하나... 여튼 좀 수비진에서 약간 붕 뜬 모습이였습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요. 개인적으로 가장 최악의 선수를 꼽으라면 로벤인데, 혼자서 10개에 가까운 슈팅을 난사하는 와중에 단 한골도 기록하지를 못했습니다. 그것도 죄다 뻔한, 중앙으로 들어오다가 왼발 슛. 


어이없게 1-0으로 졌습니다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독일과 폴츄칼의 경기에서 폴츄칼의 경기내용이 네덜란드가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였고, 또한 반 페르시, 로벤의 발 끝이 아주 약간만, 아주 약간만 좋았어도 쉽게 이길 내용이였거든요. 대표팀의 공격의 99%를 차지하는 스네이더의 컨디션은 RVP가 아니라 RVN이였다면, 로벤이 아니라 오베르마스였다면 어시스트 해트트릭을 할만큼 최고였으니까요.


아, 그런데 저는 두 가지를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한가지는... 반 마르바이크, 현재의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은 제 예상을 뛰어넘는 꼰대였다는 것이고 또 한가지, 상대팀인 독일은 독일 히스토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팀에 근접했다는 사실을 말이죠. 



이야기가 길어져서 후편으로 넘기겠습니다.


p.s 덧말인데, 회원분께서 추천해주셔서 러시아 경기 봤는데 잘 하더라구요. 다크호스 0순위 답습니다. 허무하지만. 역시 축구는 골을 넣어야 합니다. 

p.s2 그리스는 한국 축구의 전통적 아이덴티티가 생각나게 합니다. 어떻게든 상대방을 부진의 구렁텅이에 빠뜨립니다. 그리스 감독 한국으로 모셔오는 것도 생각해봄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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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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