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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유로2012 C조 1차전 스페인 v 이탈리아 후기

카림 2012.06.11 04:00 조회 2,305 추천 3
환상적인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는 분명히 클래식 매치로 남을겁니다. 현대축구의 전술의 가장 앞단에서 벌어진 이 경기는 앞으로의 축구의 미래를 예상하게 만들수있었습니다.

이탈리아는 몇몇 불운한 사건 사고로 정상적인 포백을 구성하기 힘들게 되었고 쓰리백을 쓸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고, 스페인도 그에 맞춰 가장 이상적인 대응을 준비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쓰리백의 퇴보는 원톱전술의 득세때문이었고, 이를 보다 완벽하게 격파하기 위해 제로톱을 들고나온건 사실 이상한게 아니죠. 이미 대회전에 준비된 전술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전반 중반까지 스페인은 쓰리백을 들고나온 상대에게 중원에서의 주도권을 잡지 못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세스크가 원톱처럼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세스크가 중원에서의 볼의 흐름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상대 쓰리백과 토닥토닥하는 사이 그렇지않아도 좌우폭을 극단적으로 좁힌 스페인은 이탈리아의 밀집된 미들진을 돌파해내지 못합니다. 세스크의 이러한 움직임은 뭐 시즌중에 흔하게 나타나던 장면이지요. 전반 중반 이후 이니에스타와 실바가 세스크와 자리를 바꿔가면서 공을 전개해 가지만 상대에게 큰 위협은 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는 서른줄에 들어서야 재능이 만개한 카사노와 마찬가지로 카사노와 비슷한 테크를 타고있는 발로텔리의 호흡이 맞지 않으며 역습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시한폭탄같은 발로텔리는 더이상 성장하기 힘들겁니다. 

이탈리아의 수비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쓰리백을 쓰면서도 상대가 중앙공격만을 고집하니 측면에 전혀 문제를 내주지 않았죠. 쓰리백은 공격시엔 좌우로 넓게 벌려주고 수비시엔 바이탈존 바로 앞을 물샐틈없이 지키는데 정말 대단하더군요. 전적으로 데로시 덕분입니다. 좋은 선수인줄은 알았지만, 이정도로 좋은 선수인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전반이 마무리 되었을때 스페인의 선택은 분명해집니다. 세스크를 제외하고 와이드한 윙어의 투입. 중원에서 볼의 전개에 관여해주지도 못하고, 전방에서 공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제로톱을 쓴게 상대 쓰리백의 두명을 잉여로 만들려고 한건데, 오히려 스페인의 한명이 잉여가되고 말았죠. 세스크는 앞으로도 좋은 모습 기대해봅니다. 게다가 쓰리백의 가장 큰 약점인 측면에는 전혀 위협을 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델보스케의 선택은 스위칭의 강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전반 내내 후방에 쳐져있던 사비가 전진하기 시작하고 세스크가 후방으로 자주 내려가자 드디어 견고하던 상대 수비에 균열이 생깁니다. 사비가 경기에 관여하기 시작하고 템포를 끌어올리자 이탈리아는 압박을 거의 포기하고 자리를 지키기 시작합니다. 잘버티던 이탈리아 미들진이 누가봐도 중원에서 확연히 밀리기 시작하자 프란델리가 변화를 줍니다. 원톱처럼 움직이던, 그리고 언제 터질줄모르는 발로텔리를 제외하고 포처 디나탈레를 투입합니다. 게다가 미들진의 잦은 스위칭으로 스페인의 중원에서도 압박이 헐거워지고 드디어 피를로 앞에 공간이 열리면서 공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디나탈레의 발앞에 전달되고 공은 마침내 카시야스를 통과합니다. 경기 내내 공의 흐름에 관여하던 피를로의 클래스는 정말 영원합니다.

급해진 스페인은 템포를 더 끌어올리고 실바의 환상적인 쓰루패스가 경기 내내 극도의 부진, 역량부족에 더 가까워보이는, 을 보인 파브레가스가 수비진 사이를 침투해 골을 뽑아냅니다. 이탈리아로선 약간 억울할법한 장면이었지요.

동점을 허용한 이탈리아는 고군분투하던 카사노를 제외하고 이번 시즌 포텐을 폭발시킨 지오빈코를 투입합니다. 조금더 전방에서 페너트레이션에 도움을 주기위해 투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오빈코에게 이미 중원싸움에서 박살이 나버린 미들진으로부터 공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아 큰 활약을 보이진 못했습니다. 델보스케도 중원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 측면을 공략하기 위해 팀내 가장 와이드한 윙어인 나바스를 투입하지만, 마찬가지로 큰 활약을 해주진 못합니다. 상대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안좋았죠. 더 일찍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델보스케가 다시 움직입니다. 이번 시즌 부활의 징조를 보인 토레스를, 골장면을 제외하고 극도의 부진을 보인 파브레가스 대신 투입합니다. 올해 초부터 조금씩 살아나던 토레스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상대에게 예측당하며 최악의 모습을 보입니다. 심지어 부폰과 일대일 장면에서도 키퍼를 제치려는 모습까지 부폰에게 예측당해 버립니다. 다시 나락으로 빠지는 토레스... 빨리 완전히 부활하기 바랍니다. 끈질기게 버텨낸 이탈리아는 가끔 역습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결국 경기 마지막까지 무실점으로 버텨내며 동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경기 최고의 선수는 이탈리아는 데로시와 피를로, 스페인은 이니에스타입니다. 부상당하지않는 이니에스타는 정말 무섭네요. 다행히 이 선수에겐 대단한 득점력은 없습니다. 그리고 스타일상 경기 전체에 관여하는 선수도 아니구요. 사비가 없었다면 이 선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대단한 선수가 됐을거라고 확신합니다. 정말 위대한 플레이메이커가 됐겠지요. 사비가 은퇴한 이후에도 여전히 사비와 이니에스타로 기억되겠지요. 라이벌팀 선수이긴 하지만 조금 안타깝네요.

다시 축구의 흐름이 변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으로 대표되던 짧은 패스로 상대 미들진을 돌파하는 방식은 이제 조금씩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것처럼 보입니다. 이번 챔스에서 첼시가 우승한게 그 전조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전반에 스페인을 강한 압박으로 막아내고 후반엔 대형을 철통같이 유지하며 저 비싼 선수들을 아무렇지않게 막아내는 이탈리아 선수들을 보며, 정말 전술적으로 잘 준비되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런 대단한 선수들이 펼치는 저런 엄청난 수비를 돌파해낼 방법이 있을까요? 어쩌면 잉글랜드 방식의 단순한 4-4-2가 그 해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축구가 다시 전환기에 서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유로는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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