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12 C조 1차전 스페인 v 이탈리아 후기
환상적인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는 분명히 클래식 매치로 남을겁니다. 현대축구의 전술의 가장 앞단에서 벌어진 이 경기는 앞으로의 축구의 미래를 예상하게 만들수있었습니다.
이탈리아는 몇몇 불운한 사건 사고로 정상적인 포백을 구성하기 힘들게 되었고 쓰리백을 쓸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고, 스페인도 그에 맞춰 가장 이상적인 대응을 준비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쓰리백의 퇴보는 원톱전술의 득세때문이었고, 이를 보다 완벽하게 격파하기 위해 제로톱을 들고나온건 사실 이상한게 아니죠. 이미 대회전에 준비된 전술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전반 중반까지 스페인은 쓰리백을 들고나온 상대에게 중원에서의 주도권을 잡지 못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세스크가 원톱처럼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세스크가 중원에서의 볼의 흐름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상대 쓰리백과 토닥토닥하는 사이 그렇지않아도 좌우폭을 극단적으로 좁힌 스페인은 이탈리아의 밀집된 미들진을 돌파해내지 못합니다. 세스크의 이러한 움직임은 뭐 시즌중에 흔하게 나타나던 장면이지요. 전반 중반 이후 이니에스타와 실바가 세스크와 자리를 바꿔가면서 공을 전개해 가지만 상대에게 큰 위협은 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는 서른줄에 들어서야 재능이 만개한 카사노와 마찬가지로 카사노와 비슷한 테크를 타고있는 발로텔리의 호흡이 맞지 않으며 역습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시한폭탄같은 발로텔리는 더이상 성장하기 힘들겁니다.
이탈리아의 수비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쓰리백을 쓰면서도 상대가 중앙공격만을 고집하니 측면에 전혀 문제를 내주지 않았죠. 쓰리백은 공격시엔 좌우로 넓게 벌려주고 수비시엔 바이탈존 바로 앞을 물샐틈없이 지키는데 정말 대단하더군요. 전적으로 데로시 덕분입니다. 좋은 선수인줄은 알았지만, 이정도로 좋은 선수인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전반이 마무리 되었을때 스페인의 선택은 분명해집니다. 세스크를 제외하고 와이드한 윙어의 투입. 중원에서 볼의 전개에 관여해주지도 못하고, 전방에서 공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제로톱을 쓴게 상대 쓰리백의 두명을 잉여로 만들려고 한건데, 오히려 스페인의 한명이 잉여가되고 말았죠. 세스크는 앞으로도 좋은 모습 기대해봅니다. 게다가 쓰리백의 가장 큰 약점인 측면에는 전혀 위협을 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델보스케의 선택은 스위칭의 강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전반 내내 후방에 쳐져있던 사비가 전진하기 시작하고 세스크가 후방으로 자주 내려가자 드디어 견고하던 상대 수비에 균열이 생깁니다. 사비가 경기에 관여하기 시작하고 템포를 끌어올리자 이탈리아는 압박을 거의 포기하고 자리를 지키기 시작합니다. 잘버티던 이탈리아 미들진이 누가봐도 중원에서 확연히 밀리기 시작하자 프란델리가 변화를 줍니다. 원톱처럼 움직이던, 그리고 언제 터질줄모르는 발로텔리를 제외하고 포처 디나탈레를 투입합니다. 게다가 미들진의 잦은 스위칭으로 스페인의 중원에서도 압박이 헐거워지고 드디어 피를로 앞에 공간이 열리면서 공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디나탈레의 발앞에 전달되고 공은 마침내 카시야스를 통과합니다. 경기 내내 공의 흐름에 관여하던 피를로의 클래스는 정말 영원합니다.
급해진 스페인은 템포를 더 끌어올리고 실바의 환상적인 쓰루패스가 경기 내내 극도의 부진, 역량부족에 더 가까워보이는, 을 보인 파브레가스가 수비진 사이를 침투해 골을 뽑아냅니다. 이탈리아로선 약간 억울할법한 장면이었지요.
동점을 허용한 이탈리아는 고군분투하던 카사노를 제외하고 이번 시즌 포텐을 폭발시킨 지오빈코를 투입합니다. 조금더 전방에서 페너트레이션에 도움을 주기위해 투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오빈코에게 이미 중원싸움에서 박살이 나버린 미들진으로부터 공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아 큰 활약을 보이진 못했습니다. 델보스케도 중원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 측면을 공략하기 위해 팀내 가장 와이드한 윙어인 나바스를 투입하지만, 마찬가지로 큰 활약을 해주진 못합니다. 상대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안좋았죠. 더 일찍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델보스케가 다시 움직입니다. 이번 시즌 부활의 징조를 보인 토레스를, 골장면을 제외하고 극도의 부진을 보인 파브레가스 대신 투입합니다. 올해 초부터 조금씩 살아나던 토레스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상대에게 예측당하며 최악의 모습을 보입니다. 심지어 부폰과 일대일 장면에서도 키퍼를 제치려는 모습까지 부폰에게 예측당해 버립니다. 다시 나락으로 빠지는 토레스... 빨리 완전히 부활하기 바랍니다. 끈질기게 버텨낸 이탈리아는 가끔 역습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결국 경기 마지막까지 무실점으로 버텨내며 동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경기 최고의 선수는 이탈리아는 데로시와 피를로, 스페인은 이니에스타입니다. 부상당하지않는 이니에스타는 정말 무섭네요. 다행히 이 선수에겐 대단한 득점력은 없습니다. 그리고 스타일상 경기 전체에 관여하는 선수도 아니구요. 사비가 없었다면 이 선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대단한 선수가 됐을거라고 확신합니다. 정말 위대한 플레이메이커가 됐겠지요. 사비가 은퇴한 이후에도 여전히 사비와 이니에스타로 기억되겠지요. 라이벌팀 선수이긴 하지만 조금 안타깝네요.
다시 축구의 흐름이 변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으로 대표되던 짧은 패스로 상대 미들진을 돌파하는 방식은 이제 조금씩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것처럼 보입니다. 이번 챔스에서 첼시가 우승한게 그 전조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전반에 스페인을 강한 압박으로 막아내고 후반엔 대형을 철통같이 유지하며 저 비싼 선수들을 아무렇지않게 막아내는 이탈리아 선수들을 보며, 정말 전술적으로 잘 준비되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런 대단한 선수들이 펼치는 저런 엄청난 수비를 돌파해낼 방법이 있을까요? 어쩌면 잉글랜드 방식의 단순한 4-4-2가 그 해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축구가 다시 전환기에 서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유로는 재미있네요.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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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2012.06.11두팀수준이 상당하더군요ㄷㄷ 의외로 이탈리아가 독국보다 우위일거같다는 생각이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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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대나무 2012.06.11@아이유 독일이야 이태리 앞에만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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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다처제 2012.06.11지난 두 월드컵의 우승국들.
수비축구로 우승한 이탈리아와
티키타카로 우승한 스페인.
참 명경기였던듯.. -
젊은이 2012.06.11정말 높은 수준의 경기력.....어제 독일 vs 포르투갈같은 지루함을 되풀이 하진 않을까란 우려를 시원하게 날려버린 경기네요ㅎ 이탈리아 수비진과 슈퍼피를로에게 찬사를!...
토레..ㅅ ..ㅡ..............하...말을 말아야지..ㅜㅜ -
자유기고가 2012.06.11결론은 탐나는 데 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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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카림 2012.06.11@자유기고가 정확하십니다. ㅋㅋ 위글의 결론은 데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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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골리카시야신 2012.06.11이니에스타는 정말 신이더군요. 오늘 스페인과 이태리의 경기는 역대급 매치인듯. 축구팬들에게 인생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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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kaka 2012.06.11이탈리아가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다 하더라도 유소년 축구가 제일 많은 나라입니다. 무시하면 안됩니다ㅡ 큰경기에 항상 강한모습을 보이는 이탈리아 8강은 무난하니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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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_SsaRang4 2012.06.11알론소가 찔러주고 이니에스타가 잡고 두명제치고 칩샷. 결과적으로 부폰에 막혔지만 소름돋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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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2012.06.11바르잘리까지잇엇으면 더 재밋엇을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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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2012.06.11바르잘리도 국대 활약은 그닥이라.. 글쎄요 ㅎㅎㅎ 네스타가 그립더군요 ㅠㅠ 전 정말 아주리와 스페인이 결승에서 만나길 바래서...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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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대나무 2012.06.11@반디 바르잘리는 부활하고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햇죠
게다가 어제 이태리 전술은 유베의 전술을 그대로 카피한겁니다 보누치 키엘리니와 호흡은 최상이죠 -
L.Messi 2012.06.11어제 경기는 정말 명불허전, 진짜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경기 도중 딜레이도 없어서 추가 시간도 적었을 정도였고, 양팀 모두 정말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되네요. 90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어제 토레스가 좀 마무리 해줬으면 승리를 가져다 줬을지도 모르는데 아쉽더군요. 옆동네 선수이긴 하지만 비야가 있었더라면 경기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
7.Viva Raul.7 2012.06.11토레스는 부활이니 뭐니 이야기 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클럽팀에서는 괜찮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대표팀에서는 이름값 못 했던 일들이 몇 년은 되었으니까요...(대표팀에서는 진작에 못 했으니 부활도 필요없다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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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Air 2012.06.11데로시는 정말 감명받았네요. 익숙치도 않은 자리에서 그정도 플레이라니;; 커리어가 뛰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 수많은 빅클럽들이 수년동안 집요하게 노려왔는지 알게 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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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zinedine 2012.06.11대세는 다시 철퇴축구로;;
이니에스타는 정말 득점욕심을 안내서 그렇지 나머지 능력들이 너무 좋아요. 바르샤에서 하나 데려오라면 메시 말고 이니에스타 -
하울 2012.06.11데로시는 진짜 최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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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축구 2012.06.11전 어제 다시 풀백영입에대해 생각했습니다.. 최근 아르벨로아 저번친선에서도 내내 불안해서 1경기 쯤이야 했지만 오늘도 내내 불안하더군요..알바도 전반에 털리긴했지만 후반에서는 좀 안정되던데 아르벨로아는 내내불안.. 정말 수+공 둘다 겸비한 영입가능한 풀백없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