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빠, 유빠 문제에도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
1. 저는 개인적으로 순전히 축구적인 관점에서 MBC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지금이 파업이 결격사유 있는 낙하산 사장 퇴출이 목적인 것은 이해하지만, '공정보도' 운운하는 건 안 하기를 바래요. 왜곡/편파, CG합성 보도에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사에 악질 여론 선동, 무단중계로 인해 연맹에 피소까지 당한게 MBC죠. 그래서 저는 순전히 축구적인 관점에서는 MBC를 혐오합니다.
2. Eurosnob이라고 원래 뜻은 유럽적인 생활양식, 패션, 그런 것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축구판에서는 요즘 특히, 아시아에서 자국 리그를 배척하고 유럽축구만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말하죠.
제가 머릿속으로 기억나는 가장 오래된 축구에 대한 기억은 김주성이에요. 무슨 경기인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TV에서 봤던게 기억이 나네요. 좀 더 선명한 기억은 94년 월드컵이구요. 우리나라에서 위성중계로 볼 수 있었던게 세리에A랑 라리가였는데 97년쯤으로 기억이 납니다. 라울이 미친듯이 활약하던 시즌이었죠.
축구에 광적인 집착을 보였던 건 97년에 봤던 라울의 플레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인기 많았던 피파98을 친구 집에서 자주 해보면서 점점 더 빠져들었죠. 사실 97년에는 대우 로얄즈가 전관왕(당시 국내리그는 정규리그 형태가 아니라 컵대회 3개가 있던 시절이었죠.)으로 모든 컵대회를 휩쓸고 날리던 시절(이차만 감독)이었는데 전 그 열기를 못 느꼈었죠.
제가 K리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98년의 대우로얄즈였어요. 98년이 되면서 안정환이 대우로얄즈에 입단했습니다. 안정환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건 99년도였지만, 실제로 부산에서는 98년 봄부터 이미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슈퍼스타였습니다. PSB 아침 방송하며, 온갖 군데 보도가 나오더니 급기야 원미연이 진행하던 토크쇼에까지 출연했죠.(당시 원미연은 부산지검 검사랑 결혼해서 부산에서 살던 시절이라 부산서 PSB에서 방송진행)
당시 K리그에서 강자라면 수원과 대우 정도고, 포항 같은 경우도 여전히 인기가 많았지만 전력은 예전만 못했어요. 포항 하면, 박태하라든지 고정운이라든지 골 넣고 네덜란드처럼 철펜스 위에 올라가서 흔들면서 서포터와 세레모니 하던 진정한 유럽간지 팀이었는데(와 한국에도 이런 데가 있다니 포항만세~ 이러던 시절...) 얼핏 기억에 자심이라든지 이란 용병도 기억나긴 하네요.
축구는 역시 연고스포츠라 '내팀', '우리팀' 하는 의식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게 되죠. 저 역시 애초에 라울 때문에 축구팬이 된 케이스이긴 합니다만, 중간에 잘나가던 지역팀과 축구중흥기를 보내면서 국내리그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런데, 한도안 성적이 안 좋고 안정환, 송종국 이후 딱히 눈에 띄는 선수도 없고 해서 경기를 잘 안 보게 되더군요. 성적은 점점 바닥을 기고... 결정적으로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해외축구 경기를 옛날보다 훨씬 쉽게 볼 수가 있길래 국내리그는 거의 안 보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그런데, 레알이든 다른 팀이든 나름 애정을 갖고 경기를 봐도 와닿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더라구요. 이리 생각해보고, 저리 생각해보고 여러 가지 많이 생각해봤죠. 아마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지금 레매에서 레알 경기 자주 보시는 분들보다 더 많이 고민해봤을겁니다.
제가 일전에 '결국 지역팀이 아니라면, 아무리 응원한다 해도 자기팀이 될 수 없다. 그건 진짜가 아니니까' 라고 했던 얘기를 어디선가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게 제가 내린 결론이었어요. 저는 크루이프 같은 순수주의자입니다. 축구 그 자체를 좋아해요. 물론, 크루이프도 좋아합니다.
라리가에서 누가 우승을 하건 사실 그건 머나먼 이국 땅에 있는 사람에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 아니지요. 물론, 여기에 대해 반박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결론은 그겁니다. 저는 제가 옳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해당 지역에서 거주했거나 또는 문화적으로 그 영향을 오랫동안 강하게 받았다거나, 혹은 혈통 등으로 얽힌 경우... 그것이 아니면 그 어떤 팀도 자기 팀이 될 순 없어요.
'자기팀이냐 아니냐는 스스로가 판단하기도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지팬들과 얼마나 공통분모, 공감대를 가지고 있느냐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서 내가 런던에 오랫동안 거주하는 한국인이라면 나 스스로 첼시팬이냐, 토트넘팬이냐, 아스날 팬이냐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TV중계로 이 팀들을 접하고 거기에 매료된다고 해서 팬이 될 수는 있겠으나, 지역팬과 동화될 순 없습니다. 왜냐하면, 문화적으로 그들과 동일한 경험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응원가를 알지 못해요. 알아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이 아니니까.
첼시팬이었다가 이들이 정말 못하면, 아스날 팬이 될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토트넘 팬도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퍼스트팀이 있고, 세컨드 팀이 있다고 얘길 하죠. 어떤 의미에서 유럽축구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은 '잠재적 철새'의 성향도 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여기서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그것입니다. 프로축구라는 것을 경험하는데 있어서 오직 유일한 '정의'는 '연고'라는 것 말입니다.
프로축구에 있어서 제가 깨닫게 된 결론은 그것입니다. 프로축구에 있어서 유일한 선은 '연고의식'이라는 것을요.
다시 돌아와서, 저는 축구가 대한민국 제1의 스포츠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국내 프로축구가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준이 낮아서 안 되고, 우리는 왜 스타가 없냐... 중계가 저게 뭐냐? 이런 식의 의식을 저도 어렸을 때는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취직을 해서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는 온통 eurosnob으로 가득차고 지역팀은 암울한 상황에 놓여있더군요.
몇 년 전부터 저 위에서 얘기했던 고민, 생각, 그런 것들을 진지하게 고민해봤습니다. 돈도 벌고 하니 여유가 생겨서 그런진 몰라도... 그러고 나니, 왜 내가 지금껏 유럽을 동경했는지, 그게 왜 문제가 있는지 그 모든 것이 선명하게 풀리더군요. '연고의식', '사랑', 일전에 '축구는 평등'님이 만드신 동영상이 레매에도 올라왔죠? 제가 몇 년 전부터 느꼈던 감정이 그 안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더군요.
왜... 요구하기만 하는가? 왜 비판만 하는가... 유럽여행을 가면 장당 10만원 가까이 하는 티켓을 사서 프로축구도 보면서 인증샷 자랑도 하면서 왜 자기 지역팀한테는 이렇게 무시무시한 잣대를 들이대는가...
잘하면 보러 갈 거 아냐? 못 하니까 안간다... 야구는 잘해서 가나요? 보고 싶으니까 가는거죠. 연고의식만 있으면, 얼마든지 즐길 수가 있죠. 우리는 한 경기장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니깐요. 경기장에 없어도 TV중계로 봐도 우리는 같은 경험을 공유합니다. 같은 언어를 공유하구요.
최저연봉 2천만원, 슈퍼스타도 15억원 받는 국내리그... 이런 상황에서도 월드컵에 나가면 항상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내준 것이 사실이죠.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스스로 사랑을 주어야 됩니다.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으면서, 나아지라 요구하는 것은 나쁜 행동입니다.
그래서 저는 연고의식 그것만이 오직 프로스포츠에서는 선이며,그렇기 때문에 지역축구를 살리고 키우자. 그것을 통해서 한국 축구가 강해진다... 그러려면 이렇게 작은 노력들이, 사랑이 모여서 그것을 가꾸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모든 것이 너무 명확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저의 아이덴티티를 부정할 생각이 없고, 축구라는 매게체를 통해서 저의 출신지역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되더군요. (어쩌면 이것이 부산사람들이 롯데 자이언츠라는 팀을 통해서 얻고 있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K리그 티켓값이 1만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나면 구단 홈페이지에 들러 2만원으로 올리자고 건의했습니다. 3년 전이었나... 구단 머플러를 사서 직관 잘 가진 않지만 한 번씩 갈 때마다 메고 갔지요. 져지를 판다길래, 디자인 사실 좀 구리다고 생각이 들어도 얼마 전에 난생 처음 K리그 레플을 샀지요. 아직 배송을 못 받았습니다만... 제가 레플 산 것만 해도 2002년경부터 프랑스, 아르헨티나 국대, 밀란, 레알, 리옹 등 져지만 10장 넘게 샀지만 K리그 레플은 사실 첨이었습니다. 예뻐서가 아니라, 이렇게 용품 하나라도 사줘서 내가 키워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레알이나 맨유는 가만 놔둬도 이렇게 레플이 주구장창 팔리지만, K리그 레플은 수원이나 서울, 전북 정도 아니면 많이 팔리지도 않아서 저라도 사줘야겠다 싶어 구입했지요.
저는 지금도 유럽축구 그 자체를 신봉하는 사람이 있으면, 거기에 대해서 무조건 추종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균형잡힌 시각이 아니다. 사대주의다. 라고 얘기합니다. 한 가지 이유는 나라도 이런 식으로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있기때문이고..
나머지 하나는...유럽이든 뭐든 어떤 경로로든지 축구에 눈을 뜨게 된 순수한 축구팬들이 결국에는 국내 프로축구를 사랑해주는 거대한 팬층이 되어줄 거라는 소망과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10년, 20년 지나서 축구를 지역에, 이 땅에 굳건히 뿌리내리게 하는 힘이 되리라는 기대가 있습니다,전.
아프리카도 그렇고, 연맹게시판, 축협게시판, 팀 홈페이지...에서 백방으로 뛰는 순수한 축구팬을 많이 봤습니다. 돈 한 푼 안 생기는데도 본인 돈, 시간 써가며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편파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그 분들의 그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지금은 이렇게 글이라도 쓰는게 할 수 있는 전부지만은...
한 10년 전에 가입했었던 싸줄을 저는 몇 년 전에 탈퇴했습니다. 그렇지만, 거기 국내축구게시판에는 오랫동안 활동하는 분들, 열심히 축구사랑 실천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눈팅을 자주 하는데요. 최근에 정말 좋은 글을 봐서 링크 걸어두고 이만 줄이려고 합니다.
국내축구도 많이 사랑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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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zinedine 2012.06.05중간에 자음으로 이뤄진 욕설이 보이네요. 수정하셔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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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Raul~ 2012.06.05@Ganzinedine 수정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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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가 2012.06.05라울~님...최고 입니다. !!! ㅠ k리그가 살아야 진짜 대한민축 축구가 사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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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regas 2012.06.05이런글이 추천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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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G 2012.06.05좋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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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색날두 2012.06.05k리그는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국제대회 경기에서 스페인과 같은 수준을 활약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보면 뭐라고 해줘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 좋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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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_SsaRang4 2012.06.05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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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고자 2012.06.05몇 년 전 안정환,이관우,송종국 시절 수원 삼성 응원하러 직관을 몇 번 가긴했었는데... 요새는 완전 신경 안쓰고 살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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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erbatov 2012.06.05ㅊㅊ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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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eckham 2012.06.05좋은글입니다. 주제와 벗어난 이야기일지는 모르나 연고의식때문에 K리그의 2팀이 엄청난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죠. 본인들은 잘못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전 안하겠다고 지역팬들 안심시키고 이전해버린건 확실한 잘못이지요. 하루빨리 K리그 인기도 높아지고 연고의식도 뿌리내렸으면 좋겠네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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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Mourinho 2012.06.05추천누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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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베르나베우 2012.06.05일단 Tv중계라도 볼려면 카메라기술에 투자가필요해보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