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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즐라탄과 이과인.

슈카님 2012.05.01 14:07 조회 3,112 추천 33

먼저, 즐라탄의 팬분들께 무례할 수 있는 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먼저 사과드립니다.   이과인과 즐라탄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레알팬이고, 레알 경기들만 시청해왔고, 여기가 레알매니아이며, 이과인이 레알마드리드 소속 선수이기 때문에 한쪽으로 좀 치우치는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나오고 있는 이적 이야기중에, 이번 여름에, 레알마드리드는 이과인을 방출하고, 즐라탄과 계약하려고 한다.  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물론 매력적인 선수죠.  한때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 반열에 올랐던 선수입니다.  뭐 지금도 가장 위력적인 공격수중의 하나구여. 

우리 팀에 합류한다고 가정하면.. 꽤나 매력적인 옵션이 될지도 모르죠.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레알마드리드와 어울릴만한 클래스,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슈퍼스타와의 계약은 언제나 뭐 즐거운 일이고, 레알마드리드는 지금까지 이런 계약들을 성사시켜 왔기에 충분히 현실성있는 루머입니다. 


그런데, 이과인이 아웃되고, 즐라탄이 들어오는 모양새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좀더 정확히는, 즐라탄을 영입하고, 그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이과인을 내보낸다.  는 식으로 팀의 계획이 흘러간다면, 이건 쌍수들고 반대해야 할 일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즐라탄은 나이가 많습니다.  1981년생.  한국 나이로 서른 둘이죠.  공격수로서 거의 전성기의 끝자락에 있을 나이입니다.  물론 스타일에 따라서 30대 중반까지 활약해주는 선수들도 있습니다만, 그건 정말 희귀한 케이스죠.  현실적으로 생각했을때, 레알마드리드에 합류한다면, 길게 봐서 두시즌 정도? 만 경쟁력이 있을 나이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981년생의 공격수가 들어오고, 1987년생 공격수를 내보낸다.   말이 안되는 얘기죠.  누가 들으면 비웃을 겁니다.  지금은 2012년이니까요. 


두번째로 기록을 보시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AC밀란에서 1st의 지위인 스트라이컵니다.  별 문제가 없는 이상 선발이죠.  시즌을 거의 풀로 소화했습니다.   반대로 곤잘로 이과인은 레알마드리드에서 사실상 2nd스트라이커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최근 3연전을 생각해보면 두번째 선택지가 되었다고 보는게 맞겠죠.) 벤제마와 출전시간을 거의 균등하게, 하지만 벤제마 쪽에 좀더 많이 배분된 상태로 나눠받으면서 경기를 뛰죠.  전체 시즌의 절반 정도를 선발로 뛰었다고 보면 되겠네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첫번째 선택지로 풀시즌을 소화하고 26골입니다.  곤잘로 이과인은 두번째 선택지로 시즌 경기의 절반 정도를 소화하고 21골입니다.  이게 팩트죠.  어떠신가요.  이과인이 즐라탄에 비해 클래스가 떨어지나여? 


세번째, 플레이 스타일을 보시죠. 

즐라탄은 분명 세리에 킹입니다.  그리고 AC밀란 공격의 핵이죠.  밀란 경기들을 꼬박꼬박 챙겨보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 그의 플레이로 보아, 그리고 이번 챔스의 아스날전이나, 바르셀로나전을 토대로 생각해본 그의 스타일은, 우리에게 필요한 "정통 타겟스트라이커"의 모습과는 불일치합니다. 

즐라탄의 장점, 특히 아스날전에서 돋보였던 모습은 "최전방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모습입니다.  밑으로 많이 내려와서 패스를 뿌리고 다시 뛰어들어가고 하는 모습들은 굉장하더군요.  클래스가 보이더라구여.   

근데 그건, AC밀란의 미드필더 자체가 플레이메이킹에 능한 선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즐라탄같은 타입의 공격수가 최전방 플레이메이킹을 하기에 매우 유리하죠.  AC밀란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케빈 프린스 보아텡입니다.   우리 팀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메수트 외질입니다.  즐라탄이 우리 팀에서 최전방 플레이메이킹을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외질과 연계 플레이가 잘 되고, 호날두에게 공간을 잘 열어준다.  고 하면 매력적일 수 있죠.  하지만 그 역할은 지금 우리 팀의 "또다른 87년생 스트라이커" 인 벤제마가 매우 훌륭하게 소화해주고 있습니다. 

한편, 이과인은 우리 팀의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한명인 디마리아와 가장 호흡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호날두나 외질과 삐걱대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이과인이 정말 아니다 싶은 날은 보통 카예혼과 같이 선발출장한 경기들에서 그렇습니다.  이과인을 제대로 쓰려면, 제 용도에 맞게 쓰려면, 당연히 어시스트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어야 합니다.   이과인-호날두-외질-디마리아 이렇게 쓰면 이과인도 날아다닙니다.  이과인-호날두-외질-카카 이렇게 써도 마찬가지구요. 


네번째, 즐라탄이 오면 분명 주전으로 써야 할겁니다.  

일단 나이도 많고, 주급도 많으니 우리 팀에 합류한다면 당연히 주전으로 써야 합리적이겠죠.  로테이션 자원으로 즐라탄을 데려오는 정신나간 팀은 세상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 우리의 퍼스트 초이스는 카림 벤제마였죠.  그리고 드디어 터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나이도 한국 나이로 스물여섯이구요.  스물 여섯살의 이제 막 터지기 시작한 천재형 스트라이커를 벤치로 보내고, 서른 두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선발로 쓴다.   이것도 비합리적입니다.  

 
다섯번째, 즐라탄이나 이과인이나 챔스에서 보여준건 그게 그겁니다. 

이과인이 챔스에 약하다. 큰경기에 약하다 뭐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즐라탄의 오래된 별명이 무엇인가요? 리그탄입니다.   이만큼 즐라탄을 잘 표현하는 얘기도 없죠.  AC밀란은 작년에는 16강에서 탈락 (토트넘한테 탈락했죠) 이번 시즌엔 구멍 숭숭난 아스날과 4-3까지 가는 혈투 끝에 8강에 진출했고, 바르셀로나와의 8강에서 탈락했습니다.   결국  밀란에서 즐라탄은 16강까지만 제대로 플레이한게 됩니다.  이번 8강전에서 솔직히 즐라탄도 결과를 못 만들었으니까요.  

근데 이과인도 챔스 조별예선, 16강 정도까지는 잘 합니다.   즐라탄이 하는 만큼은 할 수 있습니다 . 리옹전 골대 맞춘 그거때문에 챔스에서 죽쑤기 일쑤인 그런 이미지가 있고, 물론 이 이미지 자체가 아예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챔스에서의 활약만 놓고 보면 솔직히 즐라탄이나 이과인이나 별다를게 없다 이겁니다. 


이런 이유들로 저는 즐라탄 in, 이과인 out 이라는 선택지에 심하게 반대합니다.   
이제 끝물인 32살의 스트라이커를 영입하고, 이제 막 전성기가 오는 26살의 스트라이커를 내보낸다.   이런걸 세간에서는 호구짓이라고 부릅니다.  다른게 호구짓이 아니죠. 

게다가, 이과인이 주급을 많이 먹는 것도 아니요, 지금 두번째 선택지로 밀린 상황에서 불만 섞인 인터뷰 한번 하지도 않았으며,  디마리아처럼 주급 올려달라는 식으로 언플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과인이 경기 후 해왔던 인터뷰나, 가끔 이과인이 매체를 상대로 한 인터뷰 한 것을 보면, 이런 멘탈이 있나 싶을 정도로 언제나 팀 승리를 최우선시 하는 발언들만을 해 왔죠.  

그렇다고 기량이 떨어졌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시즌 반토막 소화하고 득점 4위입니다.  벤제마보다도 골은 더 많이 넣었죠.  

이런 선수를 내보내는건 있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그 대체자원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면 얘기하고 싶지도 않구요. 


레알매니아 안에서 가장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바로 "팀위에 선수 없다" 인데요. 어떤 선수에 대한 이적 문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항상 마지막에 결론은 이런식으로 납니다. (카카 얘기를 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이과인이 팀에서 지위가 현재 이러한데, 팀은 이 상황에 전혀 불만이 없고, 선수도 딱히 불만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팀 입장에선 이대로 가는게 가장 좋습니다.  이 형태가 가장 팀을 위하는 것이니까요. 


06-07, 07-08, 08-09, 09-10, 10-11, 11-12 .  이과인이 레알마드리드에서 보냈던 시즌들인데요.  이 중에 이과인이 고정적인 주전으로 시작했던 시즌은 10-11 밖에 없습니다.  09-10 그 대단했던 시즌에도 시즌 초반 스타트는 벤치였어요.  벤제마가 죽쑤다 보니 나중에 주전이 된거죠.  그러는 와중에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노력하면서 자기의 자리를 만들어온 이과인입니다. 

그걸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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