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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SR4 2012.04.26 07:22 조회 1,126 추천 14





 가슴이 아픕니다.

 단순히 내가 응원하는 팀, 우리가 응원하는 스페인의 어느 팀이 탈락했기 때문도, 설필패가 이루어졌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저 선수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던 선수들,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선수들에게, 제가 대체 팬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바라왔던 건지 미안합니다.사실 돌이켜보면 나쁘지 않은 시즌이었습니다. 역대 최강이라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리그에서는 십 점 차의 리드를 가져왔고, 심지어는 누캄프에서 승리까지 거뒀습니다. 그럼에도 단순히 너희들은 마드리드니까, 레알 마드리드니까, 하는 이름 아래 지는 것도, 비기는 것도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던 팬입니다. 까면 잘 한다는 변명 아래 마음껏 비판했고 또 비난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승리만을 바라봐야 한다는 이유로 감독님도, 선수들도, 그래, 내 자식처럼 생각하니까 하며, 자식도 없었던 십대부터 지금까지,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힐난했습니다. 조금만 더 잘하자, 잘하자 하는 것을 바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몰아붙여왔습니다.


 선수들이 지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는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호날두가 그렇게 다리가 풀려있는 것을 처음 본 느낌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시즌 전 경기를 거의 풀타임으로 소화한 선수입니다. 게다가 일 주일에 세 경기를 치렀습니다. 일차전에서 어시스트를 해주고, 이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어주며, 삼차전에서 선제골과 결승골을 넣어준 선수에게, 솔직히 말해서 더 바랐습니다. 왜 해트트릭을 안 해주냐, 수비 가담을 안 해주느냐, 왜 필요할 때는 안 보이냐. 그렇게 비난을 한참 하고 있다 보니, 어느새 그 선수가, 그 철강왕이, 그 지칠 줄 모르던 선수가 다리가 완전히 풀린 채 헐떡이고 있더라구요. 너무 지쳐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뛰더라구요. 다리가 풀렸는데, 모처럼 창백한 얼굴로도 뛰더라구요. 뛰려고 안간힘을 쓰고, 발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책임지려 했습니다, 경기를, 팀을,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도 실축했지만, 애초에 그 체력으로 완벽한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호날두 덕에 4강까지 왔고, 또 승부차기까지, 끝날 때까지 결승을 볼 수 있었습니다.


 라모스는 또 어떻구요. 라모스도 굉장히 많은 경기를 소화했습니다. 수비수지만, 그 오버래핑을 보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죠. 그리고 나서 끝까지 뛰고, 마지막까지 부주장답게, 그 중압감, 압박감 넘치는 승부차기를 시도하려 했습니다. 시도했습니다. 놓쳤죠. 하지만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잘해줬고, 그 동안 라모스가 해준 수많은 것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성격까지 포함해서요.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네요.



 끔찍한 세 경기를 연달아 치렀습니다. 완벽하게 잘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던, 그 끔찍한 세 경기를요. 거기서 우리 선수들은 최선의 노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최선의 노력을 본 이상, 최고의 응원을 보내는 것이, 그만한 서포트를 보내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봅니다. 어차피 이제 와서 비난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다면, 더더욱요.



 더 뛰는 것을 보기 힘들 만큼 뛰어주길 바랐습니다. 더 잘해주는 것이 힘들 만큼 더 잘해주길 바랐습니다. 지옥에서 기적을 바랐지만 일어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요? 더 뛰어주길, 더 잘해주길 바란 것이 미안할 뿐입니다. 너무나도 열심히 해줘서, 거기서 더 많은 것을 바란 것이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해줬습니다.
 


 비난해봤자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랐고, 끝까지 몰아붙인 데 대해 미안할 뿐입니다.

 다음 시즌에는 정말 더 많은 것을 해주길 바랍니다. 그럴 만한 능력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 시즌은 체력도, 실력도 사실은 그것을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아닌 신일 것입니다.




 모르겠어요. 그냥 속상합니다. 혼자서 우는 것은 아닐지, 너무나도 마음 아파하는 것은 아닐지. 그 승부욕 넘치고 울음 많은 선수가, 혹시라도 혼자서 기 죽는 건 아닐지. 너무나도 잘해줬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그런 선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서 미안합니다. 너무나도 많은 기대를 보내서 미안합니다. 체력이 한계를 넘어선 것을 알면서도 중압감을 줘서 정말로 미안합니다. 잘해줬습니다. 물론 여기서 만족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v10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미 지난 일입니다. 일단 리그부터 우승한 후에, 다음 시즌을 생각해야 하겠지만요. 그렇다고 화가 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많은 시간들이 남아있거든요. 마드리디스모로서 감명받고, 감동받고, 압도되며, 무엇보다도, 레알 마드리드를 사랑하기에 즐길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요.


 

 Hoy mas que nunca, ¡HALA MADRID! y hasta la muerte, SOMOS MADRIDISTAS.

 Gracias a todos los Madridistas, y Hala Madrid por Siemp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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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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