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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

슈카찡 2012.04.22 07:27 조회 1,896 추천 22

엘클라시코에서 역전패한 이후에 레알매니아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하던 문구입니다. 
오늘처럼 저 말이 와닿는 날이 있을까요.  정말.. 엘클이 끝나면 분해서 잠을 못 이루고.. 시험기간에 잠 설쳐가며 응원하고, 그만큼 실망하고.. 너무 쓰디쓴 굴욕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을 뒤로 하고, 얻어낸 승리라는 열매는, 정말이지 너무나 달콤하네요. 
달콤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온 열매라서 더 달콤합니다. 
너무 단걸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죠.  오늘이 그렇습니다.  너무나 달아서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네요.  축구 경기 한경기를 시청했을 뿐인데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분 나쁘지 않네요.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가슴이 벅차서 ㅠㅠ 


잘해주었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오늘은 그전까지의 엘클라시코와는 달랐습니다.  
선수들끼리 충돌도 없었고,  격한 수비로 인한 퇴장도 없었습니다.  선제골 넣은 이후 역전당해서 졌던 그런 비극도 오늘은 없었습니다.  전술로, 정신력으로 깔끔하게 승리했죠.  
에이스 호날두부터 주장 카시야스까지, 모두가 제 역할을 정확히 인식하고 제 할일을 해준 경기였습니다.  


특히나 칭찬하고 싶은 선수는 세명입니다.  아르벨로아, 케디라, 그리고 호날두. 

아르벨로아는.. 지금까지 일부러 슬슬했나 싶을 정도로 오늘 완벽했습니다.  바르셀로나 경기를 봐오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테요는 매우 빠른 선수입니다.  순간적으로 치고나가는 움직임은 괜찮은 선수죠.  그리고 최근까지 아르벨로아는 빠른 속도로 공격해들어오는 선수들에게 공간을 내주면서 많은 비판을 받아오고 있었구요. 양 선수의 상성과, 최근 아르벨로아의 폼을 생각했을 때 가히 쉬운 매치업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베테랑은 역시 베테랑이네요.  이웃집 애송이에게 "어린이, 축구는 이렇게 하는거야" 라고 한수 가르쳐주는 듯한 수비를 했습니다.  오늘 테요는 달려나가는 것도, 접는 것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무리한 슈팅을 시도하고, 뒷라인으로 공을 내주는 것 외에 그 어린 선수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오늘 수비의 1등공신은 아르벨로아라고 생각하네요.  


두번째 케디라.  
무섭네요 레알매니아.. 진짜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케디라가 골 넣을때 솔직히 말씀드려서 좀 소름돋았습니다.  아니 어쩜 이렇게 귀신같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히 레매가 레매가 아닌가봅니다.  정말 이건 사찰한번 들어와서 낱낱이 파헤쳐봐야... 
골도 골이지만,  알론소와 케디라.  오늘 잘했습니다.  전술 자체가 오늘 굉장히 수비적이었고, 케디라와 알론소는 바르셀로나의 중원을 완벽하게 봉쇄해 냈습니다.  똑똑하게 간격을 유지하면서, 안으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앞에서 정말 열심히 뛰어주었습니다.  

물론 케디라라는 선수가 가진 단점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박수쳐줄 만 하네요.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 보여줘서 레알과 쭈욱 함께했으면 합니다.  


세번째 호날두. 
울뻔했네요.  환희라고 해야 되나 카타르시스라고 해야 되나..  호날두가 드디어 엘 클라시코에서 승부를 가르는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단 한번의 찬스였고, 단 한번의 슈팅이었죠.  그리고 골.  그가 왜 레알마드리드에 필요한지, 왜 그가 에이스인지를 오늘 경기에서 드디어 증명한거 같아서.. 너무 감격스럽네요. 

외질의 패스도 굉장했고,  앞에서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킨 디마리아의 쇄도하는 움직임도 좋았고, 패스가 출발하는 순간 수비수를 떨어뜨리고 질주하는 호날두의 폭발력도 환상적이었죠.  그리고는 침착한 마무리.  핀투 말고 빅토르 발데스 역시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죠.   바르셀로나의 골대 안으로 굴러 들어가는 공을 보면서 푸욜이 고개를 떨구더군요.  환희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의 역대급 세레모니 ㅜㅜㅜㅜㅜ 개인적으로 라울의 쉿 세레모니 이후로 최고의 간지가 아니었나 싶네요.  저런걸 할 줄 알아야 슈퍼스타입니다.  그동안의 울분을 한번의 세레모니로 싹 묻어버리는 모습이 ㅠㅠ 그래 그런 모습이 바로 레알의 7번이지 싶더라구요. 


전술적인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면.. 

평소의 엘클과 크게 다르지는 않더라구요.  바르셀로나는 항상 그렇듯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전술을 들고 나왔죠.  그들의 중원을 이용한 유기적인 패스플레이.  다만 선수 구성에 있어서, 최근 불쌍할 정도로 못하던 파브레가스를 제외했고, 그 자리에 발빠른 테요를 기용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레알마드리드 역시 가장 균형잡힌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죠.  케디라-알론소가 포백을 보호하고, 외질-디마리아-호날두-벤제마가 역습을 노리는 우리가 가장 자신있는 그 구성 그대로였습니다.  

경기 양상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았네요. 
바르셀로나는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계속 우리 진영을 압박해들어왔고, 레알마드리드는 그 공격을 방어하며 한방을 노렸죠.  

오늘 경기에서 레알마드리드가 승리한 것은 "수비 전술의 성공"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첼시-바르셀로나전에서 증명된 바와 같이, 바르셀로나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바르셀로나의 점유율 축구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측면으로 밀어내야 합니다."  

메시로부터 시작되는 드리블 돌파에 이은 공간패스. 측면에서 시작되는 이니에스타의 공격, 알베스의 오버래핑, 이 정도가 바르셀로나의 골을 따내는 필승 패턴들인데요. 이 플레이들의 공통된 핵심은 어떻게 "공을 중앙으로 운반하느냐"에 있습니다.   


메시의 경우는 스스로가 측면, 혹은 중앙의 약간 쳐진곳에서부터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드리블을 하죠.  그래서 빈 공간이 생깁니다.  산체스와 비야, 또는 페드로는 그 빈 공간으로 움직여 들어가고 메시가 그 곳으로 공을 보내주죠.  이것이 그들의 가장 확실한 득점 패턴중의 하나에요.  이니에스타 역시 마찬가지, 측면에서 안쪽으로 어떻게든 공을 운반하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공을 다시 쇄도하는 메시나 샤비에게 건내줍니다.  여기서 2:1 패스가 나오기도 하고 몇번 더 패스가 돌기도 하는데, 어찌됬든 핵심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라는 것이죠.  알베스 역시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머리가 없습니다.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려봤자 헤딩으로 득점할 선수가 없죠.  낮게 깔아오는 크로스들은 이미 진영을 잡고 기다리는 수비수들에게 커트됩니다. 

그렇기때문에, 그들을 측면으로 밀어내기만 하면, 공격을 거의 90퍼센트 이상 막을 수 있다고 봐야합니다.  중앙쪽에 두텁게 수비를 배치하고 측면에서 공을 받은 그들이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만 할 수 있다면,  측면에서 공을 받은 알베스, 테요 (또는 페드로나 이니에스타)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크로스라는 패턴이 없으니까요.  


며칠전에 그걸 해낸게 첼시였죠.  말 그대로 중앙 질식수비.  이겁니다.  좀더 돌아가서 10-11 맨유vs바르셀로나의 결승전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퍼거슨은 어떻게든 넓히려고 했고, 바르셀로나는 좁히려고 했죠.  이 싸움에서 바르셀로나가 승리했고, 그것이 경기의 승리에까지 연결된 겁니다.  첼시는 해냈고, 맨유는 실패했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수비에 치중하는 모양새"가 따라오게 되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바르셀로나 자체가 라인을 너무 끌어올려서 상대편의 중앙 수비에 혼란을 주도록 계속 패스를 시도하니까요.  그들의 수많은 패스플레이는 결국 그 틈을 열어내려는 시도입니다.  중앙에 생기는 작은 틈을 만들기 위해 수도 없는 패스를 돌리고, 그러다 균열이 생기면 그곳을 놓치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그들의 공격인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바르셀로나를 막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다리는 수비"를 해야 합니다.  먼저 발을 뻗고 제쳐지면 균열이 생기게 되죠.  측면에서는 비교적 그들이 뭘 하든 내버려두어도 됩니다.  중원에서도 마찬가지죠.  결국 중앙 수비지역을 튼튼하게 틀어막고 있으면 그들은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이게 바로 전술의 승리죠. 
점유율을 높이고, 잔패스가 많은 전술은 당연히 이렇게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걸 두고 무슨 점유율이 몇대 몇이라는 둥 어쩌고 저쩌고 하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죠.   전술대 전술로 부딪쳐서 승리한 거에요.  점유율이 100:0이더라도 그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으면 결국 수비의 승리인 겁니다.  


오늘 이것을 해준게 아르벨로아, 코엔트랑이에요.  바르셀로나의 측면에서부터 치고 들어가는 움직임들을 훌륭하게 막아줬습니다.  덕분에 중앙에 배치된 페페-라모스-알론소-케디라까지 한치의 틈도 없이, 드리블로 뭉개고 들어오려는 메시를 잘 막아줄 수 있었던 거죠.  라모스의 전진때문에 사비에게 한번 결정적 찬스를 제공하긴 했으나, 그걸 못 넣어주신 사비.. 정말 고마워요 ^^* 사실 그때 어? 오늘 이길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수 있었답니당. 

이렇게 수비를 하면서 점수를 내려면 역습의 첨병이 있어야겠죠.  수비만 해서는 비길수는 있어도,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오늘 산체스의 골은, 수비 전술과 진영이 무너져서 실점한게 아니었고, 튕겨나온 볼들이 바르셀로나 선수들에게 가는 약간의 행운 덕을 본 골이었죠.  (뭐 케디라의 골 역시 크게 다르진 않지만) 두 팀이 한번씩 행운의 도움을 받았다면, 결정적으로 승부를 가른 것은 역시 호날두와 외질의 역습이었습니다.  첼시에 드록바가 있었다면, 우리에겐 호날두가 있었네요.  몇번 오지 않았던 아주 중요한 찬스를 너무 침착하게 넣어줬죠.  이미 그때 승부의 추는 레알쪽으로 기울었던 겁니다.  


여기서 뮌헨전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것이 교체카드의 사용인데요.  뮌헨전에서 무리뉴 감독은 외질과 디마리아를 빼고 마르셀로와 그라네로를 투입하는 수를 썼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호날두 원맨 속공에 기댈 수 밖에 없었구요.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무리뉴 감독은 외질을 그라운드에 남겨뒀습니다.  그로 인해서 레알마드리드는 역습의 정교함을 잃지 않았고, 결국 한번의 패스와 한번의 침투, 한번의 슛이 승리를 가져다 준겁니다.  그 후에 외질을 빼고 그라네로를 투입하면서 중원의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는 수를 썼고, 결과적으로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죠.


전술의 승리였습니다.  깔끔하고 완벽하네요.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투지넘치는 움직임으로 전술을 훌륭히 소화해준 선수들 너무 자랑스럽네요.  특히 오늘은 아무런 잡음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더 기쁩니다.  동점골을 허용한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준 선수들 공입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끝난 엘클이 언제였는지... 오늘은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후기를 쓰다 보니까.. 실감이 나네요.  글의 첫머리 부분에서는 아직도 얼떨떨했는데.. ㅋㅋ  이겼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겼네요 드디어 진짜 아 징그럽다.  드디어 이겼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바르셀로나 공포증 같은건 북한의 위성이랑 같이 다른 세계로 가버렷!  
이제 비로소 선수들이나 팬들이나, 감독님이 자신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바르셀로나는 언제나 우리 앞을 가로막는 상대가 아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  라는 그 자신감.  오늘 승리의 가장 의미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대 전적 역시 우리가 또 앞서나가게 되었구요.  

이제 챔피언스리그 뮌헨전입니다.  오늘 결과가 좋지 못했더라면 매우 힘든 경기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의 승리 덕분에 선수들은 제대로 흐름을 탈 것 같네요.  이런 흐름이 무섭죠.  최고의 팀 케미스트리로 뮌헨을 상대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홈에서 승리는 자동으로 따라오게 되겠죠.  

오늘 경기 보시느라 마음졸이신 분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만큼은 다른 생각없이 승리와, 우승을 자축합시다. 
레알마드리드의 11-12 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축하합니다 XD 


마지막은 호날두의 간지 세레모니.  
누캄프에서 이런 세레모니를 해주는 선수가 바로 레알의 에이스고 레알의 7번입니다. 
호날두는 자랑스러운 레알의 에이스고, 레알의 7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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