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긴 하지만 괜찮은 결과입니다.
뮌헨 원정은 역시나 녹록치가 않군여. 기대했던 상황보다는 약간 못마땅하긴 하지만, 예상하고 있었던 결과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고 봅니다.
백중세인 두 팀이 홈에서 한번, 원정에서 한번 경기를 치룰때에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스코어인 것 같습니다. 기록으로도, 우리 팀은 뮌헨 원정에 약하기두 하고 말이죠.
경기 전에 2점차 이상으로 패배하면 최악의 결과가 될 거고, 1점차 패배면 그럴 수 있겠다, 비기면 매우 좋은 상황, 이기면 최고의 상황일 거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봐서 그런지.. 우리 팀은 할만큼 하고 왔다고 생각하네요.
1점차 패배인데도 원정골이라는 보너스가 있기 때문에 아주 나쁘기만 한것도 아닙니다. 바이에른 뮌헨 역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가 어려울 것이니까요. 2차전에서는 우리 페이스대로 해나가면 됩니다. 오늘 보니 뮌헨 관중들 장난아니더군요. 베르나베우에서도 관중들이 팀과 하나되서 계속 기운을 불어넣어주면 2점차 승리는 충분히 가능할겁니다.
다만 이제 조금 속이 상한건, 동점골까지 잘 만들어내고 경기 잘 하다가 마지막에 그 흐름을 지키지 못하고 실점했다는 것. 뭐 그정도인데요..
그 원인은 무리뉴 감독의 선택의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은 후반 동점골을 만들 때까지 현명하게 잘 하고 있었습니다. 경기 양상 자체가 서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들을 꺼내들어서 치고 받는 모습이었고, 원정인 것을 감안해서 우리 팀이 조금 더 수비적으로 임하다 역습을 노리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었죠. 외질-디마리아-호날두-벤제마와 리베리-로벤-고메즈-크루스가 서로 아낌없이 자신들의 공격을 했던 경기였어요.
그러던 와중에 리베리한테 불의의 실점을 했지만,(뭐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셋피스 고착상황에서 리베리의 발에 떨어진 행운의 골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후에도 비교적 흔들리지 않고 우리 축구를 잘 했습니다.
외질은 경기를 현명하게 잘 풀었는데요. 알론소 쪽이 뮌헨의 강한 압박에 비교적 고전했지만, 외질이 볼을 잘 분배하면서 공격의 흐름을 잘 잡아주었죠. 수비시엔 케디라가 자기 역할을 잘 해줬습니다. 요즘 말이 나오던 아르벨로아는 어제 리베리가 이끄는 뮌헨의 왼쪽공격을 정말 잘 막아줬죠. 가장 좋은 상황은 아르벨로아 스스로가 다시 경쟁력을 갖추는 거였는데 어제 보니 역시 베테랑은 베테랑이더군요.
동점골도 좋은 과정을 통해 나왔습니다.
역습에서 시작된 패스가 외질의 발을 거쳐 벤제마로, 그것이 호날두로 이어졌고, 호날두의 슈팅이 선방에 막히긴 했으나, 곧바로 흘러나온 볼을 살려 외질에게 잘 보내주었죠. 외질이 침착하게 성공시켰구요.
호날두가 바로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 약간 다른 점이긴 해도, 골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는 우리의 전형적인 패턴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정말 좋았죠.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문젭니다. 뮌헨이 슈바인슈타이거를 빼고 토마스 뮐러를 투입하는 강수를 둡니다. 뮌헨에서 수비적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가 한명 줄어들게 된 거죠. 이때 우리 팀이 던진 "외질을 빼고 마르셀로를 투입하는" 그 수가 실패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패배했다고 생각되네요.
원래 우리팀.. 맘먹고 잠그는거 잘 못하죠.
말라가에게도, 비야레알에게도 막판에 추가골을 허용했을 정도로, 오히려 잠그기로 마음먹으면 더 수비가 안됩니다. 원래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가 잘 하는 것은 뭐냐.
상대가 공격의 수를 하나 늘리면 그만큼 헐거워진 틈으로 역습하는 겁니다. 상대가 앞으로 많이 나와줄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게 우리의 축구죠. 우리 진영 깊숙이 상대를 끌어들이고 거기서 볼을 탈취해 한번에 화살처럼 쏘아져나가는 역습. 이게 우리가 잘하는 축구요, 필살기입니다.
그런데 역습의 시작점인 외질을 너무 빨리 빼버렸죠. 외질 교체 이후 우리 팀의 포메이션 변화는 이렇습니다.
------------------벤제마(이과인)-------------------
-----------------------------------호날두-----------
------마르셀로--------------------------------------
----------------------그라네로----------------------
----------------알론소----------케디라--------------
--코엔트랑-------라모스-----페페------아르벨로아--
----------------------카시야스----------------------
마르셀로는 왼쪽으로 가고, 호날두가 오른쪽으로 갔습니다. 호날두가 오른쪽으로 갔기 때문에, 그동안 호날두에 대한 부담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빈도가 적었던 람이 천천히 올라오면서 공격을 시도하게 되었구요. 두번째 실점은 람의 발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외질이 중앙에 있고, 호날두가 왼쪽에서 계속 플레이했더라면 람이 쉽게 올라오지 못했을겁니다.
이게 아쉬운 겁니다. 윙셀로는 09-10부터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재미를 못 본 전술이에요. 마르셀로의 플레이는 그가 윙백으로 출전해서 앞에 있는 동료선수와 (호날두나 왼쪽에서 공격하는 카카) 연계해가며 공격할 때 제 위력을 발휘합니다. 앞에 있는 윙어가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마르셀로에게 드리블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혼자서 상대 수비들을 뚫고 공격하는게 마르셀로에게는 더 어렵죠. 이것이 번번히 윙셀로 전술이 실패해온 이유입니다. 차라리 옐로카드가 있는 코엔트랑을 빼고 그 자리에 마르셀로를 넣었다면 훨씬 더 좋은 교체였을 거라 생각하네요.
외질을 너무 빨리 교체아웃시켰기 때문에, 간간히 오는 역습의 기회에서 우리는 호날두의 "원맨 속공"에 기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대쪽의 디마리아도 그라네로와 교체된 상황이었구요.(이것이 '이번 경기는 지키겠다.'는 무리뉴 감독의 의중을 반영한 교체였다고 할 수 있죠) 제 아무리 호날두라도 뮌헨의 수비진을 혼자 헤집고 들어가서 결과를 만들수는 없습니다. 호날두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마찬가지죠.
적어도 역습시에 좋은 패스를 보내줄 플레이메이커는 필드 위에 있었어야 합니다. 그랬더라면, 슈바인슈타이거를 빼고 뮐러를 투입하느라 조금은 헐거워진 뮌헨의 중원을 뚫고 위협적인 역습. 우리가 가장 잘 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었을텐데 그 부분이 너무 아쉽네요.
뭐... 그 상황에서 무리뉴는 원래 잠그는 전술을 선호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그 성향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추가골을 적극적으로 노리지 않는 듯한 그 교체가 결과적으로 아쉬운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네요. 2차전에는 우리 홈이니까 우리가 잘 하는 것, 항상 해오던 것을 하는 축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결과에서 무언가 얻은 것이 있을거라 기대해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나쁜 결과는 아닙니다. 챔스 토너먼트 경기의 특성으로 볼때, 이제 전반적이 막 끝난 상황이고 우리는 1점차로 뒤지고 있지만 원정골이라는 히든카드를 들고 있는 셈이죠. 후반전에 잘 해주면 됩니다. 안방에서 뮌헨에게 2골차 승리. 어렵지 않아요. 충분히 해낼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팀을 믿고, 2차전을 기다려봅니다.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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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레알 2012.04.18마스체라노가 없으면 강 팀과의 경기에서 힘을 못쓰는 알론소,
4-2-3-1에서는 2의 미드필더가 3이상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케디라는 그런 미드가 못되고, 날두는 수비가담 전무...
제발 강 팀과의 원정에서는 수비 가담 좀 해줬으면... -
subdirectory_arrow_right 슈카찡 2012.04.18@백의의레알 호날두는 역습의 첨병이라.. 대놓고 틀어잠구는게 아니면 아무래도 수비 가담을 덜하는게 낫죠. 그 부분은 메시도 마찬가지고 어느 팀의 에이스나 마찬가집니다. 공격의 핵에게 수비가담을 바라는 것보단 역습시 한방을 바라는게 낫습니다. 어젠 아쉽게도 득점 찬스를 놓쳤지만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했고 몸상태도 썩 나쁘진 않다고 봤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호날두가 윗선에 있었기 때문에 람의 오버래핑을 묶어둘 수 있었다고 보네요. 후반전엔 마르셀로 들어오고 호날두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람이 활개치고 다녔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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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박자의왕 2012.04.18@백의의레알 최근 엘클에서는 수비가담도 아주 적극적으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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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zinedine 2012.04.18예상 범위 안에서 결과가 나왔다는 데 공감합니다.
그리고 무링요마드리드는 리가나 넓게 보면 코파까지는 본래의 마드리드 스타일로 매우 공격적으로 가고, 챔스는 철저히 무링요 자신만의 스타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이게 조별리그 5차전까지는 잘 먹혔는데(무실점) 자그레브전 이후로 계속 수비 집중력 측면에서 아쉬운 장면들이 자꾸 반복되네요.
6차전 자그레브전 2실점// 16강 CSKA원정 1실점, 홈1실점// 8강 0ㅏ포엘원정무실점(의지박약..), 홈2실점// 4강 뮌헨원정 2실점..
작금의 1-2의 결과는 나쁘지 않다고 보는 게 맞겠지만 자꾸 열리는 수비를 감안한다면 원정1골만 가지고는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
SR4 2012.04.18슈카님 글을 읽고 나니까 마음은 좀 놓이네요. 다만 우리가 실점을 안 하는 팀도 아니구 솔까 어웨이 골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를 모르겠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두 골 차도 불안하규 한 세네 골 차 보여줬음 좋겠네여. 솔까 우리팀은 삼대영보다 사대일이 더 쉬운 팀이라서 ㅋㅋㅋ
저도 무감독님 실수라고 봅니당. 우리 팀만큼 사즉필생 생즉필사가 어울리는 팀이 없죠. 걸어잠근다고 잠기는 것도 아니구ㅋㅋㅋㅋ 우리는 수비하려면 공격해야 한다구 봐요. 자꾸 이렇개 이길 경기 비겨놓고 왜이렇게ㅜㅜ 자꾸 잠그시려는지 몰라요 하아.
쨌든 좋은 글 추천하고 갑니당! :> -
박자의왕 2012.04.18전체적으로 동감합니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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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색날두 2012.04.18베르나베우에서 영혼까지 털어버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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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gioR@mos 2012.04.182차전엔 어떻게나와야할까요....? ㅠㅠ 걱정되네요 ㅠㅠ
뮌헨은리그포기던데 ...... -
벤제마드리드 2012.04.18슈카님글은 무조건 ㅊㅊ 홈에서 우리페이스대로만하면 잘할수잇다고봅니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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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스 2012.04.181골차 패배에 원정골 기록은 딱 무난한 결과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결과. 오늘 바이언 경기력을 보니 홈에서는 크게 뒤집을 수 있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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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Raul7 2012.04.18정말 공감합니다
무승부면 좋은결과 이기면 최상 원정골을 넣고 1점차로 진것도 나쁜결과는 아니죠 공감합니다 추추추추 -
나의영웅맥카 2012.04.18*역전골을 내주기 전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역시 교체카드가 실패했다는점이 정말 아쉽더군요.
차라리 코엔트랑을 올리고 마르셀로를 내리는게 좋았을지도...
뭐...이미 지나간 일이긴 하네요...
라스 선수가 정말로 보고싶더군요.
공격을 아예 포기할꺼였으면
그랑이 대신 라스를 투입하는게 좋았을텐데..
사실 그랑이가 투입될줄은 몰랐습니다.
아무튼 이제는 엘클에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하네요. -
개죽이 2012.04.18제 생각에 외질이 일찍 빠진 것과 잠그기 형태로 전술이 변화된 데에는 카카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Adan, Marcelo, Albiol, Varane, Kaka, Granero e Higuain.
어제 서브명단입니다.
카카만 빼고 넣을 수 있는 공격자원은 다 넣었다고 볼 수 있죠.
카카는 AT전 전반전 출장 이후 교체되었고 히혼전에선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경기에 카카가 기용될거라고 예상되었지만 다시금 외질이 선발로 뛰었고 체력적으로 부침이 있는 상황이었죠.
추측이지만 현재 카카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걸 가정하면 아귀가 맞아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외질과 디마리아를 엘클에서 풀타임 기용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또 그 뒤에 이어질 2차전 홈경기에 대비하자면, 만족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들을 아낄 필요가 있다고 느낀거죠. 동일한 롤에서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카카의 상태 때문에 외질이 가장 먼저 교체아웃, 부상복귀 이후 폼을 끌어올리는 중인 디마리아를 두번째로 교체아웃한 것 같습니다.
1:1이란 스코어가 충분히 만족스런 범위였고 바이언의 경기력이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기 때문에 70~80분 가량에 교체를 시도한거라 보여지지만 문제는 바이언의 그 막판 10분 스퍼트가 예상 외로 강했네요. -
개죽이 2012.04.18처음부터 지키기\'만\' 할 의도였다기엔 분명 서브에서 기용가능한 공격적 자원은 모조리 내놓았다는건데, 그럼에도 잠그기 형태로 게임이 흘러간건 바이언이 그만큼 끈적하게 잘 몰아붙였다는 점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듯 합니다. 예상 외로 경기가 흘러간다는걸 전술지시를 받고 교체투입된 이과인과 마르셀루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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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milk 2012.04.18외질을 일찍뺀건 엘클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체력적인것도 분명 염두해야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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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죽이 2012.04.18그라네로마저도 교체투입된 직후엔 공격적으로 무언가 만들어보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었죠. 바이언의 공세가 거세지는 시점에서 사그라들긴 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면 주어진 상황에서 충분히 해봄직한 전술적 변화였다고는 생각하는데 결과가 그대로 따라주지 못해 아쉽네요. 2차전은 홈인만큼 우리의 페이스대로 경기가 흘러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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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만이야 2012.04.19카예혼도 나오면 한골씩 해주던데 못나온게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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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ka)(ga)고 2012.04.19전체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비기고 돌아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코엔트랑의 엄청난 실수하나로 날려먹은것에 대해 멘붕이 왔을뿐입니다..다시 생각해도 화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