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기 _ 매번 감사합니다 고갱님.
70여분까지 정말 조마조마하면서...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경기를 본게 무색할 정도로.. 또 한번의 패턴경기가 나왔습니다.
따라붙기는 정말 거칠게 따라붙고, 경기 자체도 꼬이는데 어쨌든 이기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찍어낸 듯 똑같은" 패턴이 오늘도 반복되었네요.
사실 뭐 이기고 나서니까 이렇게 표현하는거지.. 오늘 정말 가슴철렁한 상황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전반전에 우리팀은 이게 정말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3골을 잡아넣는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공격이 답답했습니다. 호날두가 독수리를 발로 차는 듯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어줬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정말 힘들게 갈뻔한 경기였네요.
우선, 비가 많이 와서 잔디가 미끄러웠습니다. 잔디 상황으로 인해 양팀에 잦은 실수가 있었죠. 우리 팀도 몇번의 위기를 맞기도 했구요. 일단 잔디가 미끄러우면 섬세한 터치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은 예상보다 더 많이 애를 먹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나 오늘 공격을 이끌었던 카카는 일단 볼을 한번 자신의 템포에 맞춰서 잡아둔 후에 플레이를 이어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비도 오고 잔디가 매우 미끄러웠기 때문에 카카가 볼을 안정적으로 자신의 지배하에 두면서 공격을 이끌지 못했죠. 거기다 상대 미드필더들의 생각보다 유기적인 패스플레이+압박에 초반 우리 미드필더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우리의 주된 공격루트는 측면에 있는 호날두를 이용한 스피드플레이로 한정되었죠. 호날두가 볼을 잡고 왼쪽 라인 부근까지 전진한 후에 무언가 시도해보는 그 패턴뿐이었습니다. 호날두가 상대 라인 깊숙이 치고 들어가도 상대의 수비들이 공간봉쇄를 잘 했기 때문에 이렇다할 위협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았죠.
디마리아의 우측 역시도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이런 미끄러운 환경에서 디마리아의 기술은 발휘되기가 어려웠으니까요. 그래서 디마리아 역시도 전반전엔 굉장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죠.
이런상황에서는 최대한 볼을 오래 잡아두지 않고 돌려가면서 상대를 조여들어가는 패스플레이나, 한방에 좌우 측면으로 쭉 찔러주는 플레이가 요구됩니다. 그런데 뭐 다들 아시다시피.. 레알마드리드의 크로스&헤딩 플레이는 그다지 위협적인 옵션이 아니죠. 코엔트랑이나 호날두가 자주 크로스를 올리면서 시도는 했으나 결과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리뉴 감독은 후반전에 카카를 빼고 외질을 바로 투입하는 한수를 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교체가 매우 유효했다고 생각하는게, 외질은 카카보다 볼을 좀 더 간결하게 처리하는 성향이 강한데요, 필드 상태가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잘게 잘게 깎아들어가는 플레이가 효과적일 수 있었거든요.
전반에 우리 수비들이 매우 애를 먹었던것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저런 공격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팔카오의 머리 뿐이었기 때문에 결정적인 패턴은 반복되는 모습이었지만, 그 크로스까지 가는 과정이 매우 유기적이었거든요. 우리 수비수들은 미끄러운 잔디 때문에 상대팀의 크로스를 미리 끊어내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가 어려웠구요.
후반전에 외질을 투입함으로써 우리 팀도 이런 식의 공격을 할 수 있게 된겁니다.
전반 내내 밀리는 양상이었던 경기의 주도권, 볼의 점유율이 후반전에 많이 올라왔죠. 볼이 빠르게 돌았기 때문에 상대 수비진도 우왕좌왕하는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구요. 뭐 우리 선수들만 잔디가 미끄러웠겠나요. 아틀레티코 선수들도 그랬겠죠.
게다가 오늘 호날두의 컨디션은 최고였습니다.
차라리 몰고 들어가는 플레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냥 뻥뻥 때리는게 제일입니다. 비오는 날엔 중거리슛을 많이 때려라. 는 것은 축구의 기본 상식중의 하나이구요. 그런데 호날두가 누굽니까. 중거리슛으로 (중거리 슛뿐만이 아니라 뭐 모든 슛에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죠. 그의 슛은 오늘 팀을 구해냈습니다. 팔카오의 동점골이 터진 이후 저만큼 도망가려 하는 리그 우승컵을 억지로 잡아왔죠.
찬양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만약 리가 우승을 해낸다면, 오늘 호날두의 플레이가 1등공신이 될거라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슈팅은 말할 것도 없고, 외질과 함께 후반전의 공격을 주도하기도 했고, 카예혼의 쐐기골을 어시스트 하기도 했구요.
(참.. 이과인의 패스만 좀 쑥쑥 넣어주면 좋을텐데.. 꼭 이과인이 만들어준건 뱉아낸단 말이죠.. 좀 싸우지좀 말았으면 벌써 세시즌째인데 대체 언제쯤 친해지나요 이 둘은..)
게다가, 1989/1990 시즌에 우고 산체스가 세웠던 그 기록을 지난 시즌에 본인이 깨고, 그 본인의 기록과 한시즌만에 바로 타이를 이루었습니다.
맨날 호날두가 골넣는 장면만 봐서 무덤덤할 수도 있는데요, 그리고 옆동네 메뭐시기가 연일 득점포를 쏘네 어쩌네 해서 호날두가 저만큼 넣을 수 있는게 당연해 보일수도 있는데요. 이건 진짜 미친 기록입니다. 2시즌 연속 리그 40골.. 이건 제정신인 선수가 세울 수 있는 기록이 아닙니다.
EPL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로빈 반페르시가 현재 32경기 26골입니다. EPL 1위팀의 팀내 득점 1위 웨인 루니도 22골이죠. 그리고 옆동네 메시가 39골인데 오늘 경기로 메시를 다시 1골차로 따돌리게 되었죠.
오직, EPL 역사상 최고의 득점기계인 리버풀선수만이 호날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뿐입니다. 리버풀선수야 축구라는 운동이 만들어진 이래로 전무 후무한 득점력을 보이는 선수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죠. 그런 리버풀선수와 득점경쟁을 하는 호날두가 진짜 대단한겁니다.
벤제마와 카카가 오늘 힘든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두 선수의 스타일상 오늘같은 날씨환경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가 안된 것이라고 봅니다. 두 선수 모두 볼을 본인이 한번 자신의 지배 하에 둔 이후에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들인데, 오늘같은 상황에선 오히려 이과인이나 외질과 같은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가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네요. 카카와 벤제마의 기량이 모자라서가 아니구요.
어쨌든, 발렌시아전 뜬금없는 무승부로 팀이 위기네 어쩌네 지껄여대던 외부 기사들이 오늘만큼은 호날두를 찬양하느라 바쁠 겁니다. 좋은 분위기 전환이 될 수 있겠죠. 게다가 엘클과 뮌헨전을 앞둔 상황에서 알론소에게 휴식을 줄 수 있게 되었구요. 히혼전에서 혹시나 알론소가 카드를 받으면 엘클라시코를 알론소 없이 치뤄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올수도 있었는데, 다행입니다. 뭐 호날두야 공격수니까 상대방이 역습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파울만 안하면 옐로카드 받을 일이 별로 없으니까요.
미끄러운 잔디 상황 + 자판기의 예상치 못한(?) 유기적인 플레이 때문에 (실제로 오늘 아틀레티코의 플레이는 매우 위협적이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미끄러운 잔디 탓에 몇번 실수를 했구요) 오늘 수비진에서 몇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이 문제는 수비수들의 컨디션 문제라기보다는 외부적 환경 때문이었다고 믿고 싶네요. 아르벨로아나 라모스가 좀 더 단단히 정신을 챙길 필요는 분명 있지만 말이죠.
어쨌든, 보는 입장에서는 매우 재미있었던 경기였네요.
무엇보다 바르셀로나와 승점경쟁에 있어서 가장 위험했던 오늘 경기에서 3점을 획득한데에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해내준 에이스 호날두에게 무한 찬양을 보내고 싶네요.
엘클도 엘클이지만, "한번씩 뜬금없이 강등권 팀에게 발목을 잡히는" 우리 팀의 모습이 낯설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이 다음 경기 히혼전에서도 긴장을 풀지 않고 집중해주었으면 좋겠네요.
전력 누수나 다른 변수없이 최고의 상태로 누캄프로 갈 수 있도록, 당장 주말에 있을 히혼과의 홈 경기를 잘 치루는게 중요합니다. 기분좋게 승리하고, 최상의 전력으로 누캄프로 쳐들어가야죠.
끝으로, 매번 고맙습니다 아틀레티코 고갱님. 다음 시즌에도 이용할께요.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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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2012.04.12결국 우리가 아는 그 결말로 가는 드라마.
팔카오 골은 재미를 위한 덤이라고 생각을.............
하기에는 무서웠네요 ㅠㅠ -
R.Carvalho 2012.04.12잘 읽었습니다. 이겨서 매우 다행이지만 짚고 넘어가고 싶은게 아르벨로아가..진짜 너무 불안하네요. 무리뉴감독이 10점의 플레이는 못하지만 항상 7점짜리 플레이를 한다고 칭찬했던 아르벨로아가 이번 시즌은 잘하는 경기를 보기 힘드네요; 공격이야 원래 못했던 선수지만 요즘 수비까지 엉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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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gioR@mos 2012.04.12앙너무잘읽었어요 ㅠㅠ
수비수들너무불안하던데 ...at가잘하기도했고 잔디도미끄러웠고 하하 히혼전잘하고 뮌헨원정에서 이기고돌아오길 ^^ -
개죽이 2012.04.12밥상차려!! 안차려? 내가 차려먹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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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영웅맥카 2012.04.12우리팀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다는게
이번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던거 같습니다.
호날두의 40골도 축하할 점이구요.
개인타이틀이 빛나려면 반드시 팀도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기에...
히혼전에 집중해서 꼭 승리를 했으면 합니다. -
블랑고자 2012.04.12자판기는 영원한 자판기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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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당이 2012.04.12경기는 못봐서 하일라이트만 보고 잘했거니.. 하고있었는데 굉장히 고전했나보군요??
날두는 긁히는 날에는 막을수가 없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자신에게 불필요한 옵션들을 하나씩 지워가고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발전하면서 점점 완전체로 진화하는 느낌입니다 ㄷㄷㄷ -
Mesut 2012.04.12벤제마가 요즘 방전기운이 보이는거같아서 불안.. 외질도 확실히 투입초반에는 좋아보였지만 빨리 지쳐갔고 알론소 아르벨로아도.. 휴식을 줬던 선수들이지만 누적된 피로도가 큰듯.. 한두경기 휴식으로 회복이 된다면 좋겠는데 ㅠ 호날두가 강철체력이라 다행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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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아구몬 2012.04.12슈카찡 글은 일단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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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색날두 2012.04.12날두는 그냥 미쳤다고밖에..... atm의 나눔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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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ka)(ga)고 2012.04.12아 리버풀에서 뿜었어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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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 또레스 2012.04.12일단 전반에는 날두빼고 공격진은 전부다....망이었죠
제마의 원터치 패스는 전부다 불발...;;이게 들어가면 창의성이고 안되면 걍 망패스였어요;;;집고 넘어갈 점은 아르비와 라모....왤케 불안한지.. -
호트트릭 201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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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Sunshine. 2012.04.12@호트트릭 닉네임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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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hine. 2012.04.12오늘은 진짜 san christ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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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비 2012.04.12팔카오 골은 재미를 위한....이라기엔 심장 떨어질뻔해서ㅠㅠㅠㅠ
호날두는 보면서 아, 저런게 진짜 에이스고 크랙이구나 생각이 딱 들더라구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혼자 교과서놀이... -
레알에살고 2012.04.12날둥 날둥 날동 호트트릭 추카추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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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ffany 2012.04.12리버풀과 동급인 호느님 능가해주실거라믿습니다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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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제마드리드 2012.04.12호느님 50골 갑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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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 2012.04.12오른쪽 풀백 자원좀 구해야 할 것 같아요. 조금 불안하네요.ㅎ 일단 오늘의 승리는 너무나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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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2012.04.12앞으로 리그 6경기 남았는데.. 호느님 까짓거 6경기 10골 갑시다 ㄱㄱㄱㄱㄱㄱㄱ 전무후무한 리그 50골 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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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2012.04.12전 진짜 슈카찡님 글이 제일 좋아요. 팬심도 가득 보이면서도 그 와중에 흥미롭고 재미도 있고 분석도 되게 잘 해주시고.. ㅜㅜ 뭔가 찬양하는 게 우스운데 진짜 좋아요 ㅋㅋㅋㅋㅋ
어쨌든 우리 아틀레티코 호갱님은 다음 시즌엔 12점씩 인출해주시길 바랍니당.. 아르비는 빨리 잘생긴 외모만큼 플레이도 다시 준수해지길 ㅜㅜ -
Galatico_real™ 2012.04.12자판기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버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ㅊㅊ 깨알같네요 웃고 갑니다 ㅎㅎ -
라울™ 2012.04.12승점 인출 하려다 잠깐 비번 틀렸는데 금세 기억해내서 3점 인출 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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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ing 2012.04.13감사합니다 고갱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우리의 vi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