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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페이스 조절이 필요합니다.

슈카님 2012.03.11 10:44 조회 1,880

오늘 베티스전 경기를 보면, 별로 공격쪽에선 할 말이 없습니다.  
늘 그랬듯이, 이과인은 상대 수비라인과 동일선에서 움직이다가 한번의 찬스를 골로 만들어냈고, 
호날두는 탁월한 위치선정으로 두골을 집어넣었죠.  

팀플레이로 인한 골들은 없었지만, 우리가 기록했던 유효슈팅들을 보면, 초반 호날두의 슈팅,  카카의 슈팅, 마르셀로의 슈팅 등은 팀플레이로 인해 만들어진 공간을 활용한 슈팅이었습니다.  단지 상대 골키퍼의 정면이었거나, 선방이었거나 해서 골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공격 속도도 빨랐고, 전형적으로 라인을 올린 상대의 뒷공간을 노리는 플레이들이 심심치 않게 나왔습니다.  원정경기였던 것을 감안하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공격력이었죠. 

다만, 2선에서의 지원이 오늘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우리 지역이나 혼선 지역에서 볼을 가지고 공격을 만드는건 카카-외질부터 시작되는 앞선이었고, 전체적으로 이 라인이 아래쪽에서부터 치고 올라가면서 공격하는 것이 레알 역습의 주된모습이죠.  오늘의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구요. 

대신, 알론소부터 시작되는 정통적인 우리의 하프축구.  이 플레이가 오늘은 나오지 좀처럼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 아쉽네요.  

이유는 크게 두가집니다.  
첫째는 우리 스스로가 공격 속도를 조절하면서 게임을 우리 페이스로 맞추려 하지 않았던 점이구요.  두번째는 베티스의 선수들이 앞에서부터 볼탈취를 시도하며 역습을 노리는 플레이를 자주 시도했기 때문이에요. 

물론 우리 팀은 유럽에서 가장 위력적인 역습속도를 자랑하는 팀입니다.  속도 경쟁을 한다면 아마 유럽에서 가장 빠른 팀이겠죠.  그리고 역습과 속도를 통한 결과만들기로 "다이나믹함"을 추구하면서 바르셀로나와는 다른 식의 레알마드리드 축구로 사랑받고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오늘은 수비가 불안했습니다.  수비에서 중앙으로 넘어오는 볼의 처리도 불안했고, 중앙에서 앞선으로 연결하는 볼의 연결도 원활치 못했죠.  이런 상황에서 계속 빠른 역습으로만 공격을 시도한다면, 경기 전체의 흐름이 뒤엉킬 수가 있습니다.  이럴땐 차라리 볼 전개의 속도를 늦추고, 알론소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빌드업 방식으로 공격을 풀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페이스 다운을 하는거죠.  우리는 충분히 그런 식으로도 공격할 수 있으니까요. 

무리뉴 감독님은 여기서, 선수교체를 통한 페이스다운을 지시할 수 있었음에도 그냥 두고 보기만 했습니다.  
그라네로를 투입한 건 이미 호날두의 역전골이 나온 다음이었죠.  아마도 이대로 계속 빠른 공방전이 오고가면, 우리가 더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고 골을 만들어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경기장 내의 어수선한 분위기.  허둥대는 수비진을 잡아주는 교체나 지시를 빨리 했더라면 좀더 정돈된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베티스의 공격 역시도 우리를 상대하는 다른 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볼을 잡으면 측면으로 열어주고 그 측면에서 중앙쪽으로 볼을 어떻게든 집어넣어 공격을 만드는 패턴.  

그러나 오늘 상대팀의 몬테로는 매우 위협적이었죠.  마치 한참 우리를 괴롭히던 나바스를 보는 듯 했네요.  우리 측면 수비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빠른 발을 이용해서 치고 달리는 플레이로 위협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냈습니다 .  우리의 측면수비수들, 특히 안정감으로 정평이 나있는 아르벨로아는 여러 차례 몬테로를 놓쳤고 , 이로 인해 위험한 상황들도 많았습니다.  

여기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중원에 있습니다.  상대팀이 일차적으로 측면으로 넓히는 패스를 할때, 알론소와 케디라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죠.  

케디라는 특히 오늘 아쉬웠습니다.  케디라의 장점은 똑똑한 위치선정으로 상대방 볼의 흐름을 읽고 그 볼을 탈취해내거나 상대방 공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도록 방해하는 것인데, 오늘은 베티스의 저돌적인 중원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죠.  계속 뒤로 들어가는 베티스의 선수를 놓쳤고, 스피드 경쟁에서도 뒤쳐졌으며, 아르벨로아쪽의 수비가 불안함에도, 제대로 된 협력수비를 해주지 못했습니다.  
알론소 역시도 케디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네요.  수비시에도 상대 공격보다 반응이 느렸고, 공격할 때에도 빌드업을 제대로 못해주었죠. 


카카와 외질은 좀더 아랫쪽에서 볼을 소유하며 중원의 전진을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볼을 잡으면 무조건 전진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알론소나 케디라와 볼을 주고 받으며, 팀 전체의 공격 작업이 천천히 진행되도록 볼을 지키면서 천천히 라인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플레이를 해야겠죠.  알론소와 케디라 자체가 상대의 압박에 어느정도 약점이 있는 만큼, 외질과 카카, 또는 호날두까지 조금 더 아랫쪽에서 공격작업을 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페이스조절을 하는 거죠.  상대방이 속도 공방전에 시합의 사활을 건다고 따라가 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차분히 우리 지역에서 볼을 돌리면서 천천히 공격을 만들고 속도를 죽이는 플레이를 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시합의 분위기를 우리가 쥐어야 하는게 중요했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베티스의 매서운 속도에 고생했다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아쉬운 것 하나 더.  

오늘따라 라모스와 페페가 덜 활동적이더군요.  
원래, 우리 팀은 수비부터 라인을 위로 많이 올립니다.  라모스와 페페가 나왔을땐 특히 더 그렇죠.  그럼에도 역습 상황에서 수비를 하는데 있어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라모스와 페페가 기본적으로 발이 빠르고, 커버하는 범위가 넓기 때문이죠. 

특히 라모스의 경우에는 기다리는 수비보다는 미리 앞으로 나와서 커트하는 수비를 자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 결과가 매우 좋았습니다.  적절히 상대방의 역습을 위험지역 앞까지 나가서 저지하고 측면으로 밀어내고, 협력수비를 하는...  중앙 수비수로서 라모스의 장점은 저런 거였는데, 오늘은 상대방의 역습이 일차적으로 진행되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느낌이 강했죠.   페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도 그럴법한게, 오늘 베티스의 공격 전개 자체가 측면이었기 때문에 페페나 라모스가 섣불리 앞으로 전진할 상황도 적었구요.

하지만 오늘 베티스의 원패턴 -측면의 발빠른 선수에게 연결되고 아르벨로아나 마르셀로와의 1:1에서 승리한 다음 패스를 안으로 넣어주는 플레이-가 꽤나 위협적이었다면, 페페나 라모스는 상대 패턴에 맞추어 한명은, 측면으로 협력수비를 가주고 한명은 중앙으로 들어오는 다른 선수를 커버해주었어야 했습니다.  좀더 발빠른 대처를 했어야 했죠.  이 부분이 아쉽네요. 


결과적으로 승점 3점을 얻긴 했지만 불안했던 경기였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앞으로 우리와 만나게 될 강호들은 오늘의 베티스처럼 중앙에서부터 강하게 앞으로 밀고 나오면서 측면의 발빠른 자원을 활용해서 공격해올 확률이 높습니다.  

이럴 때에는 맞불을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우리는 그 맞불에 가장 자신있는 팀이기도 하죠.  하지만 오늘처럼 수비진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얘기가 다릅니다.  역습은, 일단 확실히 수비가 안정된 다음, 볼을 따낸 후에 이루어지는 플레이인데, 수비가 불안한 상태에서(혹은 상대 공격의 거점을 제대로 마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계속 팀의 속도를 올리다 보면 분명히 플레이가 어긋나게 될겁니다.  

속도를 확실히 다운시키고, 선수단 전체가 볼을 소유하고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전진해 나가는 공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볼을 자주 돌게 함으로써,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거기서부터 천천히 공격을 전개하는 플레이.  알론소가 있는 우리 팀은 충분히 이 공격법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으니까요.


좀더 노련하게 속도를 조절하며 경기를 풀지 못했던 것과 , 1:1 수비에서 자꾸 상대 공격수에게 뚫리는 양 사이드백 덕택에 오늘 아주 쫄깃한 경기를 봤네요. 

오늘과 같은 양상에서 조금 더 노련하게 우리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팀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구요. 

빠르면 좋지만, 빠르기만 한것이 항상 좋은건 아니니까요. 빠름과 느림을 적절히 섞어가며 공격할 때, 우리 특유의 빠른 속도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논의할 게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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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arrow_upward 아르벨로아 arrow_downward 이번에 챔스우승 꼭 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