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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네로가 레알의 마지막 무기가 되기 위해서.

슈카님 2012.01.31 14:31 조회 3,108 추천 14

엘클라시코라는 별들의 전쟁. 양팀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무기, 그 무기들을 가지고 만들어낸 최고의 전술이 펼쳐지는 그 자리에, 그라네로가 이름을 올리고, 좋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 그라네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찾기위해 투쟁해온 우리 유스 출신인 이 선수가, 레알마드리드라는 거함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분데스리가 MVP출신의 경쟁자와 이기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바꾸어 말하면, 사힌이라는 선수가 그라네로와의 경쟁에서 자기 자리를 확실히 하기 위해선 어떤 점을 어필해야 하는지) 를 생각해봤습니다.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 레알마드리드에게 마지막으로 부족한 2%는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그것을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더라구요.  

올 시즌 보여지는 수치로 레알마드리드는 완벽에 가깝습니다.  
공격진은 폭발해서 경기당 평균 3골씩을 잡아 넣고 있고, 수비진은 아직 불안한 실점들이 있으나, 라모스가 중앙으로 완벽하게 이동하게 됨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겠죠.  엘클라시코 1차전에 깜짝 기용된 알틴톱은 이 팀에 알틴톱이라는 선수가 왜 필요한지라는 물음에 어느 정도 대답을 해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구성으로도 웬만한 유럽의 강호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고 이길 수 있을 겁니다.  EPL, 세리에, 분데스의 그 어떤 팀들과 경기를 갖는다 할지라도 자신이 있습니다.  EPL 빅4라는 소리가 나오면 코웃음을 칠 수 있는, 그런 수준까지 자신감이 올라와있네요. 


완벽해보이는 마드리드에게 마지막으로 결여 되어있는 것.  이것은 엘클라시코, 바르셀로나와의 전쟁에서만 드러나는 단 하나의 문제점이자, 레알마드리드가 자타공히 지구 최고의 클럽이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게 하는 마지막 요소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중앙입니다.  강력한 마드리드에게 마지막으로 채워져야 할 2%는 바로 중앙입니다.  
사비알론소가 이끌고, 케디라와 라스가 단단히 받쳐주며, 사힌과 그라네로가 대기하고 있는 그 곳.  그곳이 마드리드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져있는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마드리드의 중원은 강합니다.  예전 가고-디아라 때나, 페예그리니 감독 시기와 비교하더라도 지금의 레알마드리드 중원은 강합니다.  왠만한 팀들을 상대할 때 알론소를 필두로 한 우리 중원은 상대 중원을 누르고, 압박하고, 우리 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도록 볼을 분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엘클라시코.  이 경기를 승리하여야만 레알마드리드는 비로소 세계 최강의 팀이 되었다. 고 말할 수 있겠고, 엘클라시코에 임하는 우리의 중원은 항상 그네들에게 밀려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문제점은 어느 정도 밝혀졌다고 보입니다.  사비 알론소에게 집중되는 압박, 알론소의 투박한 볼 컨트롤과 (오직 바르셀로나만이 알론소의 볼 컨트롤을 투박하게 보이도록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팀들과 상대할 때 알론소의 약점같은 건 웬만해서 드러나지 않죠), 바르셀로나 중원에 맞서기에 부족한 탈압박능력.  이 정도가 엘클라시코에 돌입하면 드러나는 마드리드 중원의 문제점입니다. 

이 부분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레알마드리드는 엘클라시코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점유율을 내준 채로 수비적으로 일관하는 경기력을 계속 보이게 될 것이고, 팬들은 계속해서 무리뉴 감독과 팀 구성원들을 압박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중원을 보강해야 하는가, 즉 그라네로와 사힌에게 어떤 부분을 요구해야 하는가, 그라네로와 사힌은 어떤 부분을 마드리드의 전술에 더해주어야 하는가가 아주 중요한 문제일 것 같습니다. 


대답은 바로 "전진" 입니다.  
컨트롤 타워가 그 자리에 있으면서 신호만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컨트롤 타워 자체가 전진할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이것이 마드리드 중원의 완성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사비 알론소로 대표되는 우리 중원은, "뿌려주기", 즉 볼 배분에 있어서는 다른 팀들과의 경쟁을 불허할 정도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들은 똑같이 10백을 가지고 나옵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원정 경기를 떠나서 똑같이 10백을 깨야 하는 "동일한 과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 이번 시즌의 양상을 보면 오히려 레알마드리드는 10백을 부수고 골을 만드는데 있어서 바르셀로나보다 훨씬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승점 7점의 차이가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상대방의 10백을 두드리지 못해서 여러 얘기들이 게시판에 올라오고, 그 해법을 논의했던 불과 한시즌 전의 모습과 완전히 달라진 양상입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 우리 중원의 장점이죠.  우리 중원은, 그러니까 사비 알론소는, 볼을 소유하고 있다가, 호날두나 디마리아, 외질과 벤제마가 만들어내는 그 공간, 혹은 마르셀로가 부지런히 오버래핑 해가서, 특유의 개인기로 만들어내는 기회,  그 곳에 거의 완벽하게 볼을 건네주고 있죠.  레알마드리드의 공격은 바로 여기서 시작입니다.  그리고 아주 톡톡한 결과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엘 클라시코를 생각해본다면, 우리 쪽의 공격은 거의 측면일변도에 가깝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로 측면에 대한 의존성이 강합니다.  중원 자체가 상대의 중원에 맞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페페가 볼을 탈취해냅니다.  사비 알론소에게 건네주죠.  바로 강력한 압박이 들어옵니다.  사비 알론소는 디마리아나 호날두에게 볼을 건네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혹은 사비 알론소 역시도 수비에 가담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볼을 탈취해낸 페페나 라스가 바로 호날두와 디마리아에게 볼을 건네줍니다.  만약 이 상황에서 호날두나 디마리아가 패스를 받기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그저 앞으로 뻥 걷어낼 뿐이고 거기서부터 다시 바르셀로나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무언가 변화를 주기 위해 마르셀로가 부지런히 올라옵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좌측 측면"에 한정될 뿐이죠.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중원의 전진" 입니다.  중앙에서 볼을 소유한 채로, 진영이 앞으로 전진해야 되요.  컨트롤 타워가 앞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충분히 바르셀로나의 압박을 견뎌내고 좀 더 앞선 자리에서 볼을 분배할 수 있게 된다면.  마드리드는 엘클라시코에서 더 이상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허나, 지금의 구성으로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우리 팀의 중앙 자원중에 볼을 몰고 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선수가 그나마 라스인데, 라스는 그 특유의 센스라고 할까요, 혹은 시야라고 할까요.  이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볼을 간수할 수는 있어도 그 볼을 이용해 공격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는 없는 선수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알론소의 대체자가 아닌, "알론소 체제의 대체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정밀하고 호쾌한 볼 분배를 하지만, 움직임 자체가 정적인 알론소 체제의 중원의 대체자는 필연적으로 그 플레이가 "동적인" 스타일이어야 합니다.  중앙에서부터 볼을 소유한 채로 전진할 수 있는, 그 역할이, 그 플레이가 바로 마드리드에게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이고, 바르셀로나를 이기기 위해 마지막으로 꺼낼 수 있는 역전의 카드가 될 것이고, 그라네로와 사힌에게 요구되는 것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엘 클라시코 2차전,  무리뉴 감독은 측면에 외질을 보내고, 중앙에 카카와 알론소 라스를 동시 출전시키며 카카를 통한 중원의 전진을 노렸습니다.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죠.  그러나 카카 자체가 중원보다는 더 앞선 위치, 공격수의 바로 뒤인 1.5선 부근에서 활동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중원과 카카 사이의 거리가 벌어질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레알마드리드에는 시도로프가 없으니까요.  때문에 카카나, 평소에 그 자리에서 출전하는 외질은 계속해서 위 아래로 오르내리면서 직접 볼운반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체력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카카의 체력은 아직 완전하지 않고, 외질은 측면으로 이동해서 훨씬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선수 자체가 직접 볼운반을 하는 것보다 패스를 더 좋아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후반전에 그라네로를 투입합니다.  이게 이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는 그런 한 수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라네로는 전진했고, 슈팅도 날렸고 앞선 자리에서 볼이 돌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호날두의 골이 터지면서 기세가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라네로가 투입되고 후반 남은 20여분 동안, 우리는 바르셀로나에 맹공을 퍼부었고, 누캄프의 팬들이 겁에 질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그라네로가 보여줘야 할 모습이 바로 이겁니다.  알론소를 "기복이 없는 구티"라고 비유한다면, (물론 천재성이나 의외성에 있어서는 구티가 한 수 위일지라도) 그라네로의 별명은 바로 "넥지"이니까요.  넥스트 지단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전진 능력을 보여준다면, 그라네로의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단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것보다도,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하면서 전진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거기서부터 찬스를 만들고 수비진을 긴장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중원 조합으로 "알론소-마스체라노-제라드"의 리버풀 중원을 꼽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구성상으로도 거의 완벽하네요.  알론소는 조율하고, 마스체라노는 볼을 따내고, 제라드는 전진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중원입니까.  (물론 측면에서의 파괴력은 지금 레알에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저때의 리버풀이 강할 수 있었던건 알론소가 볼을 분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라드가 공을 직접 운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만약 중원 자체가 전진하면서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된다면, 엘클라시코에서 역습에 의존하고, 측면에 치우치는 공격 방식에 활로를 뻥 뚫어줄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리고 레알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경쟁을 하는 데 있어서도 굉장히 유용할 수가 있겠죠.  지금은 그 기대를 그라네로에게 걸어볼 수 있다는 게 팬으로서 굉장히 즐거운 일이네요.  외부 영입이 아니라, 우리 유스인 그라네로가 이 부분을 수행해 줄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이게 가능해지면, 외질은 더 자유롭게 자신의 기술로 상대 수비진을 괴롭힐 수 있을 것이고, 호날두의 한방을 꽂아 넣기에 좋은 기회를 더 많이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벤제마나 이과인 역시도 플레이할 공간을 만들기가 상당히 용이해 질 겁니다.
 
그래서 그라네로에게 더 큰 기대가 되네요.  사라고사전에 가동되었던 알론소-그라네로 라인은 아직은 서툴렀지만, 확실히 좋은 징후를 보여주었고, 제대로 가동되기만 한다면 훨씬 더 위력있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힌이든 그라네로든 좋습니다.  사힌이 알론소의 볼 분배를 기대하고 데려온 선수라면, 뭐 지금이야 알론소가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그라네로가 알론소나 사힌과는 다른 형태의 공격을 이끌 수 있다면, 그라네로가 먼저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되고, 현재 기회를 어느 정도는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정적인 레알의 중원에 조금 더 동적인 힘을 불어넣어 준다면, 그리고 그 플레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된다면, 이후에 있을 엘클라시코에서는 또 다른 모습, 우리 중원이 바르셀로나의 중원을 상대로 볼을 지키면서 전진하는 놀라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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