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엘클에서 얻은 것 3-1
의도하지 않게 시리즈물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좋은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계셔서
계속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사실 처음엔 큰 진지함 없이 적던 글인데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니까
그만큼 진지함과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생각해보니 다섯 가지로 가닥이
잡히게 되었습니다.
셋째, 전술적 깨달음
무리뉴 부임 이후 유독 엘 클라시코가 많아졌다. 그것은 아마 레알의 전력이 갈락티코 시대의
몰락 이후 약화되고, 바르샤의 전력이 레이카르트 부임 이후 상승하여 전세가 역전되었던 상황을
무리뉴가 부임하면서부터 만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리뉴 부임 이후 레알은 국왕컵에서의
약세를 이겨내고, 결승에 진출한다. 그리고 리옹 징크스를 이겨내고, 03-04시즌 이후로 밟지 못했던
챔피언스 리그 8강 문턱을 밟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4강에 오르면서 바르샤와 격돌하는 동시에,
리가와 코파 델 레이에서도 바르샤와 격돌했다.
레알이 참가하는 모든 대회에서 바르샤와 격돌하게 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희귀한 현상인
엘 클라시코 4연전이 성사되었다. 어떤 팬들은 1년에 두 번 치뤄지는 엘 클라시코를 1년에
다섯 번이나 치루게 되어 김이 빠진다고 했고, 다른 팬들은 1년에 5번이나 엘 클라시코가
치뤄지는 모습을 보고 흥미 있어했을 것이고, 또 다른 팬들은 이번에는 레알이 최근 전적에서
바르샤와 열세에 있던 상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10-11 시즌 전반기 바르샤의 홈인 캄프 누에서 벌어진 엘 클라시코는 5-0 바르샤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비록 1년 전에 인테르를 지휘하며 챔피언스 리그에서 4번이나
바르샤와 부딪쳤고, 그 이전에는 첼시로 바르샤와 4번 이상 부딪치며 수많은 승리를 일구어낸
무리뉴 감독이지만, 레알 감독으로서의 첫 엘 클라시코의 결과는 처참했다.
10-11 시즌의 첫 번째 엘 클라시코에서 4-2-3-1 포메이션으로 맞불 작전을 펼친
무리뉴의 처참한 패배, 그것은 08-09 시즌 홈에서 6대 2로 참패했던 그 때의 기억을
다시 되돌려 놓았다. 많은 레알 팬들은 불안해했다.
선수들도 위축되었고, 무리뉴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리가에서도 바르샤에 뒤쳐진 상황,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무리뉴의 맹조련 속에 침착하게
'하나의 팀'으로서 변모해 나간다. 후반기부터 전열을 가다듬더니, 코파 델 레이 결승에 진출,
게다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레알의 숙적이었던 리옹을 종합 스코어 4대 1로 대파하고 7년 만에
8강의 문턱을 넘어섰으며, 8강에서도 종합 스코어 4대 0으로 토트넘에 압승을 거두면서
02-03 시즌 이후 8년 만에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오르며 레알 마드리드를 제 자리로 돌려놓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4강 대전 상대는 영원한 숙적 바르샤였다. 결승이 아닌 4강전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게 되었다. 반면 반대쪽에서는 맨유가 좋은 대진운으로 샬케를 만나
무난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었고, 또 그렇게 되었다.
10-11 시즌 후반기 양 팀의 4연전 전초전은 2011년 4월 17일 레알 마드리드의 홈인 산티아고 베르나
베우에서 치뤄졌다. 무리뉴 감독과 선수들은 그동안 이를 갈고 이 엘 클라시코를 준비해왔다.
무리뉴는 자신이 고수하던 공격적 포메이션인 4-2-3-1을 뒤집고, 바르샤 맞춤식 전술로
4-3-3을 들고 나왔다. 이 4-3-3 에서 주목할 것은 페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이었다.
엘 클라시코에서의 경험이 풍부하고, 메시를 잘 막아왔던 페페가 사비-이니에스타-메시의
바르셀로나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바르샤의 일방적인 공세가 펼쳐졌지만, 레알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양 팀은 각각 호날두와 메시의 패널티킥 골로 비겼다.
또한 이 경기에서는 여러가지 진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팀이 메시에게
첫 번째로 실점한 것, 메시가 무리뉴 감독이 지휘하는 팀을 상대로 첫 골을 기록한 것,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바르샤를 상대로 첫 골을 기록한 것, 그리고 무려 3년 만에 레알이
엘 클라시코에서 바르샤와 대등한 승부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언론의 관심도 만만치 않았는데, 무리뉴 감독이 바르샤의 숏 패스를 방해하고자 베르나베우의
잔디상태를 조작했다는 등의 보도가 쏟아졌다.
2011년 4월 21일 4연전의 두 번째 승부인 코파 델 레이 결승전, 발렌시아의 홈구장인 메스티야에서
펼쳐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번 경기에서 보여줬던 여세를 몰아 오랜만에 코파 델 레이 우승 트로피에
도전했다.
팬들도 기대가 큰 경기였으며, 양 팀이 트로피를 걸고 대결한다는 사실에
또다시 전세계가 들썩였다.
무리뉴 감독이 빼든 카드는 역시 전 경기에서 재미를 보았던 페페를 수미로 기용하는
4-3-3 포메이션이었다. 그리고 무리뉴의 전략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바르샤의 파상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레알도 역습 작전으로 반격하며 맞섰다. 그렇지만 역대 최강인 바르샤의 파상공세,
그것을 완벽하게 막아내긴 힘들었다. 수비진도 분전했지만, 가장 빛났던 것은 카시야스였다.
수비진의 육탄수비가 뚫리면 마지막엔 언제나 카시야스가 있었다. 카시야스는 이 날 골과 다름없던
바르샤의 슈팅들을 여러 차례 막아냈다. 이 날 카시야스는 보통 골키퍼도 아니었고, 바나나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성 이케르(San Iker)'였다. 클래스를 여지없이 보여주며 왜 자신이
성 이케르인지, 2010 남아공 월드컵 스페인의 캡틴이자 야신상의 주인공인지를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그런 카시야스의 분전 속에 양 팀은 승부를 내지 못한 채, 연장전으로 돌입했고,
호날두가 디 마리아의 크로스를 헤딩해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3년 만에 공식 대회에서 바르샤를
격파했다. 비록 이 날 승부는 호날두의 골로 끝이 났지만,
경기는 언제까지나 "이케르의, 이케르에 의한, 이케르를 위한 것"이었다.
아마 승부를 내지 못하고 승부차기까지 갔더라도 카시야스의 활약에 의해 승리했을 것이라고
지금도 필자는 의심치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2연전이었다.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의 승리로
반격의 물꼬를 튼 레알, 그리고 우세를 뒤집힌 바르샤의 격돌, 전 세계가 또 다시 술렁였다.
게다가 첫 번째 경기가 레알의 홈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였다. 이대로 여세를 몬다면 레알의
우세가 점쳐진다. 남은 것은 승리의 여신이 레알 마드리드를 향해 미소짓는 것 뿐이었다.
이 경기에서 무리뉴는 또다시 페페를 수미로 기용하는 4-3-3 포메이션을 내밀었다.
경기는 대등하게 펼쳐졌다. 페페가 퇴장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페페가 퇴장당하면서
무리뉴의 플랜은 완벽하게 엇나가 버리고 말았다. 레알은 수적 열세에 몰린데다, 체력적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반면 바르샤는 페페의 퇴장으로 인해 그들이 그동안 펼치지 못했던
사비-이니에스타-메시의 트리플 콤보를 자유롭게 펼쳤다. 페페라는 족쇄에 묶여있던 메시가
날개를 달았다. 결국, 메시가 멀티 골을 기록하면서 레알은 2-0으로 패배했다.
승리의 여신이 바르샤를 향해 미소짓는 것인가. 아니면 바르샤가 심판을 매수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바르샤의 과도한 액션에 심판이 멍청하게 속은 것인가.
끊임없는 판정 논란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레알의 열세일 뿐이었다.
마지막 4차전은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2011년 5월 4일에 바르샤의 홈인 캄노우에서의 경기였다.
원정 팀에게 캄프 누의 악명은 높다. 그 곳에서 승리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이다. 오죽하면
죄고의 감독인 무리뉴가 4강 2차전에서 1-0으로 패배하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패배"라고
말했겠는가. 마찬가지로 레알 마드리드 역시 여기서 재미를 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두 골을 넣지 못하거나 세 골을 넣지 못하면 그대로 패배다.
어쩔 수 없이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야 했다. 무리뉴 감독은 다시금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벼랑 끝에 몰린 레알, 반면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직행 버스를 탄 바르샤, 누가 봐도 우세한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운이 따르길 바라는 수밖에...
경기는 예상대로 어렵게 전개되었다. 경기 초반 카시야스가 분전하며 바르샤의 맹공을 막아낸
틈을 타, 호날두의 패스를 받은 이과인이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호날두의 파울로 무효골이 났다.
사실 누가 봐도 바르샤의 파울이거나, 이과인의 골이었지만, 심판은 다시 오판을 저질렀다.
그리고 맹공을 펼치던 바르샤가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받은 페드로의 선제골로 앞서가면서,
또다시 불운이 시작되었다. 이에 무리뉴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마르셀로를 적극적으로
전진시키며, 만회 골을 기록했지만, 끝내 승리의 여신은 레알을 외면했다. 하지만 레알은 이 날
캄프 누에서 3년 만에 대등한 스코어를 이끌어내는 수확을 얻었다.
결국 웸블리에서 벌어진 챔피언스 리그 결승은 바르샤의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지어졌다.
너무 맥이 빠지는 결승이었다. 맨유는 바르샤의 상대가 못됐다.
레알은 불운했다. 4강 상대로 바르샤를 만난 것도 그렇고, 또 심판이 바르샤에게 유리한 오판을
저지른 것도 그러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만약 1차전에서 페페가 퇴장당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4강에서 맨유나 샬케를 만났더라면 레알의 10번째 빅 이어가 성사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리뉴 감독과 레알 선수단은 또다시 절치부심했다. 그들에게 프리시즌은 프리시즌이 아니었다.
레알은 코엔트랑, 바란, 알틴톱, 사힌, 카예혼 등을 영입하며 그들의 스쿼드를 두텁게 하는 한편,
프리시즌을 그 어느 팀보다도 진지하게 보냈다.
2011년 8월 15일 레알과 바르샤, 양 강은 또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바로 리가 우승 팀과 국왕컵 우승 팀이 우열을 가리는 수페르코파에서 말이다. 이 수페르코파는
비록 다른 대회들보다 무게가 떨어지지만, 양 팀의 만남으로 인해 지상 최고의 축구 쇼가
되버리고 말았다.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1차전은 프리시즌을 악착같이 보낸 초반에 바르샤를 거세게
밀어붙이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레알은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4-2-3-1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프리시즌을 알차게 보냈다는 자신감, 그리고 하늘을 찌르는 기세로 바르샤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벤제마의 패스를 받은 외질이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레알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마침내 승리의 여신이 레알에게 미소짓는 것일까.
하지만 승리의 여신이 또다시 레알을 외면했다. 믿을 수 없는 비야의 만회골, 그리고 메시의 원맨쇼
단 두 차례의 슈팅으로 레알은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믿을 수 없는 충격... 뒤늦게 알론소가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거기까지였다.
2011년 8월 18일 수페르코파 2차전 이번에는 원정 팀에게 지옥이라는 바르샤의 홈인 캄프누에서
펼쳐졌다.
무리뉴는 또다시 4-2-3-1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르샤는 우세 속에 이니에스타가 메시의 패스를 받고, 카시야스의 키를 넘기는 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레알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호날두가 불과 5분 만에 동점골을
만들었다. 호날두의 대 바르샤 3호골. 그렇지만 다시 메시가 역전 골을 넣으며 바르샤가 리드했다.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숨죽이며 경기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무리뉴는 카카카드를 꺼냈고,
프리시즌 MVP였던 벤제마가 카카의 코너킥을 받고, 혼전 속에서 동점골을 기록,
경기는 너무나도 뜨거워졌고, 나의 기대도 부풀어올랐다.
그렇지만 경기 막판 메시가 다시 역전 골을 넣으며 바르샤가 통합 스코어 5-4로 승리를 한다.
홈 경기에서 우세를 살리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너무나도 아쉬운 패배, 그리고 메시는 왜 레알만 만나면 그토록 강해지는 것인지...
2부에 계속...(너무 길어져서...)
본론은 2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계속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사실 처음엔 큰 진지함 없이 적던 글인데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니까
그만큼 진지함과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생각해보니 다섯 가지로 가닥이
잡히게 되었습니다.
셋째, 전술적 깨달음
무리뉴 부임 이후 유독 엘 클라시코가 많아졌다. 그것은 아마 레알의 전력이 갈락티코 시대의
몰락 이후 약화되고, 바르샤의 전력이 레이카르트 부임 이후 상승하여 전세가 역전되었던 상황을
무리뉴가 부임하면서부터 만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리뉴 부임 이후 레알은 국왕컵에서의
약세를 이겨내고, 결승에 진출한다. 그리고 리옹 징크스를 이겨내고, 03-04시즌 이후로 밟지 못했던
챔피언스 리그 8강 문턱을 밟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4강에 오르면서 바르샤와 격돌하는 동시에,
리가와 코파 델 레이에서도 바르샤와 격돌했다.
레알이 참가하는 모든 대회에서 바르샤와 격돌하게 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희귀한 현상인
엘 클라시코 4연전이 성사되었다. 어떤 팬들은 1년에 두 번 치뤄지는 엘 클라시코를 1년에
다섯 번이나 치루게 되어 김이 빠진다고 했고, 다른 팬들은 1년에 5번이나 엘 클라시코가
치뤄지는 모습을 보고 흥미 있어했을 것이고, 또 다른 팬들은 이번에는 레알이 최근 전적에서
바르샤와 열세에 있던 상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10-11 시즌 전반기 바르샤의 홈인 캄프 누에서 벌어진 엘 클라시코는 5-0 바르샤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비록 1년 전에 인테르를 지휘하며 챔피언스 리그에서 4번이나
바르샤와 부딪쳤고, 그 이전에는 첼시로 바르샤와 4번 이상 부딪치며 수많은 승리를 일구어낸
무리뉴 감독이지만, 레알 감독으로서의 첫 엘 클라시코의 결과는 처참했다.
10-11 시즌의 첫 번째 엘 클라시코에서 4-2-3-1 포메이션으로 맞불 작전을 펼친
무리뉴의 처참한 패배, 그것은 08-09 시즌 홈에서 6대 2로 참패했던 그 때의 기억을
다시 되돌려 놓았다. 많은 레알 팬들은 불안해했다.
선수들도 위축되었고, 무리뉴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리가에서도 바르샤에 뒤쳐진 상황,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무리뉴의 맹조련 속에 침착하게
'하나의 팀'으로서 변모해 나간다. 후반기부터 전열을 가다듬더니, 코파 델 레이 결승에 진출,
게다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레알의 숙적이었던 리옹을 종합 스코어 4대 1로 대파하고 7년 만에
8강의 문턱을 넘어섰으며, 8강에서도 종합 스코어 4대 0으로 토트넘에 압승을 거두면서
02-03 시즌 이후 8년 만에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오르며 레알 마드리드를 제 자리로 돌려놓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4강 대전 상대는 영원한 숙적 바르샤였다. 결승이 아닌 4강전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게 되었다. 반면 반대쪽에서는 맨유가 좋은 대진운으로 샬케를 만나
무난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었고, 또 그렇게 되었다.
10-11 시즌 후반기 양 팀의 4연전 전초전은 2011년 4월 17일 레알 마드리드의 홈인 산티아고 베르나
베우에서 치뤄졌다. 무리뉴 감독과 선수들은 그동안 이를 갈고 이 엘 클라시코를 준비해왔다.
무리뉴는 자신이 고수하던 공격적 포메이션인 4-2-3-1을 뒤집고, 바르샤 맞춤식 전술로
4-3-3을 들고 나왔다. 이 4-3-3 에서 주목할 것은 페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이었다.
엘 클라시코에서의 경험이 풍부하고, 메시를 잘 막아왔던 페페가 사비-이니에스타-메시의
바르셀로나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바르샤의 일방적인 공세가 펼쳐졌지만, 레알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양 팀은 각각 호날두와 메시의 패널티킥 골로 비겼다.
또한 이 경기에서는 여러가지 진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팀이 메시에게
첫 번째로 실점한 것, 메시가 무리뉴 감독이 지휘하는 팀을 상대로 첫 골을 기록한 것,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바르샤를 상대로 첫 골을 기록한 것, 그리고 무려 3년 만에 레알이
엘 클라시코에서 바르샤와 대등한 승부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언론의 관심도 만만치 않았는데, 무리뉴 감독이 바르샤의 숏 패스를 방해하고자 베르나베우의
잔디상태를 조작했다는 등의 보도가 쏟아졌다.
2011년 4월 21일 4연전의 두 번째 승부인 코파 델 레이 결승전, 발렌시아의 홈구장인 메스티야에서
펼쳐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번 경기에서 보여줬던 여세를 몰아 오랜만에 코파 델 레이 우승 트로피에
도전했다.
팬들도 기대가 큰 경기였으며, 양 팀이 트로피를 걸고 대결한다는 사실에
또다시 전세계가 들썩였다.
무리뉴 감독이 빼든 카드는 역시 전 경기에서 재미를 보았던 페페를 수미로 기용하는
4-3-3 포메이션이었다. 그리고 무리뉴의 전략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바르샤의 파상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레알도 역습 작전으로 반격하며 맞섰다. 그렇지만 역대 최강인 바르샤의 파상공세,
그것을 완벽하게 막아내긴 힘들었다. 수비진도 분전했지만, 가장 빛났던 것은 카시야스였다.
수비진의 육탄수비가 뚫리면 마지막엔 언제나 카시야스가 있었다. 카시야스는 이 날 골과 다름없던
바르샤의 슈팅들을 여러 차례 막아냈다. 이 날 카시야스는 보통 골키퍼도 아니었고, 바나나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성 이케르(San Iker)'였다. 클래스를 여지없이 보여주며 왜 자신이
성 이케르인지, 2010 남아공 월드컵 스페인의 캡틴이자 야신상의 주인공인지를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그런 카시야스의 분전 속에 양 팀은 승부를 내지 못한 채, 연장전으로 돌입했고,
호날두가 디 마리아의 크로스를 헤딩해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3년 만에 공식 대회에서 바르샤를
격파했다. 비록 이 날 승부는 호날두의 골로 끝이 났지만,
경기는 언제까지나 "이케르의, 이케르에 의한, 이케르를 위한 것"이었다.
아마 승부를 내지 못하고 승부차기까지 갔더라도 카시야스의 활약에 의해 승리했을 것이라고
지금도 필자는 의심치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2연전이었다.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의 승리로
반격의 물꼬를 튼 레알, 그리고 우세를 뒤집힌 바르샤의 격돌, 전 세계가 또 다시 술렁였다.
게다가 첫 번째 경기가 레알의 홈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였다. 이대로 여세를 몬다면 레알의
우세가 점쳐진다. 남은 것은 승리의 여신이 레알 마드리드를 향해 미소짓는 것 뿐이었다.
이 경기에서 무리뉴는 또다시 페페를 수미로 기용하는 4-3-3 포메이션을 내밀었다.
경기는 대등하게 펼쳐졌다. 페페가 퇴장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페페가 퇴장당하면서
무리뉴의 플랜은 완벽하게 엇나가 버리고 말았다. 레알은 수적 열세에 몰린데다, 체력적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반면 바르샤는 페페의 퇴장으로 인해 그들이 그동안 펼치지 못했던
사비-이니에스타-메시의 트리플 콤보를 자유롭게 펼쳤다. 페페라는 족쇄에 묶여있던 메시가
날개를 달았다. 결국, 메시가 멀티 골을 기록하면서 레알은 2-0으로 패배했다.
승리의 여신이 바르샤를 향해 미소짓는 것인가. 아니면 바르샤가 심판을 매수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바르샤의 과도한 액션에 심판이 멍청하게 속은 것인가.
끊임없는 판정 논란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레알의 열세일 뿐이었다.
마지막 4차전은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2011년 5월 4일에 바르샤의 홈인 캄노우에서의 경기였다.
원정 팀에게 캄프 누의 악명은 높다. 그 곳에서 승리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이다. 오죽하면
죄고의 감독인 무리뉴가 4강 2차전에서 1-0으로 패배하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패배"라고
말했겠는가. 마찬가지로 레알 마드리드 역시 여기서 재미를 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두 골을 넣지 못하거나 세 골을 넣지 못하면 그대로 패배다.
어쩔 수 없이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야 했다. 무리뉴 감독은 다시금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벼랑 끝에 몰린 레알, 반면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직행 버스를 탄 바르샤, 누가 봐도 우세한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운이 따르길 바라는 수밖에...
경기는 예상대로 어렵게 전개되었다. 경기 초반 카시야스가 분전하며 바르샤의 맹공을 막아낸
틈을 타, 호날두의 패스를 받은 이과인이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호날두의 파울로 무효골이 났다.
사실 누가 봐도 바르샤의 파울이거나, 이과인의 골이었지만, 심판은 다시 오판을 저질렀다.
그리고 맹공을 펼치던 바르샤가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받은 페드로의 선제골로 앞서가면서,
또다시 불운이 시작되었다. 이에 무리뉴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마르셀로를 적극적으로
전진시키며, 만회 골을 기록했지만, 끝내 승리의 여신은 레알을 외면했다. 하지만 레알은 이 날
캄프 누에서 3년 만에 대등한 스코어를 이끌어내는 수확을 얻었다.
결국 웸블리에서 벌어진 챔피언스 리그 결승은 바르샤의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지어졌다.
너무 맥이 빠지는 결승이었다. 맨유는 바르샤의 상대가 못됐다.
레알은 불운했다. 4강 상대로 바르샤를 만난 것도 그렇고, 또 심판이 바르샤에게 유리한 오판을
저지른 것도 그러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만약 1차전에서 페페가 퇴장당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4강에서 맨유나 샬케를 만났더라면 레알의 10번째 빅 이어가 성사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리뉴 감독과 레알 선수단은 또다시 절치부심했다. 그들에게 프리시즌은 프리시즌이 아니었다.
레알은 코엔트랑, 바란, 알틴톱, 사힌, 카예혼 등을 영입하며 그들의 스쿼드를 두텁게 하는 한편,
프리시즌을 그 어느 팀보다도 진지하게 보냈다.
2011년 8월 15일 레알과 바르샤, 양 강은 또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바로 리가 우승 팀과 국왕컵 우승 팀이 우열을 가리는 수페르코파에서 말이다. 이 수페르코파는
비록 다른 대회들보다 무게가 떨어지지만, 양 팀의 만남으로 인해 지상 최고의 축구 쇼가
되버리고 말았다.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1차전은 프리시즌을 악착같이 보낸 초반에 바르샤를 거세게
밀어붙이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레알은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4-2-3-1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프리시즌을 알차게 보냈다는 자신감, 그리고 하늘을 찌르는 기세로 바르샤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벤제마의 패스를 받은 외질이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레알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마침내 승리의 여신이 레알에게 미소짓는 것일까.
하지만 승리의 여신이 또다시 레알을 외면했다. 믿을 수 없는 비야의 만회골, 그리고 메시의 원맨쇼
단 두 차례의 슈팅으로 레알은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믿을 수 없는 충격... 뒤늦게 알론소가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거기까지였다.
2011년 8월 18일 수페르코파 2차전 이번에는 원정 팀에게 지옥이라는 바르샤의 홈인 캄프누에서
펼쳐졌다.
무리뉴는 또다시 4-2-3-1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르샤는 우세 속에 이니에스타가 메시의 패스를 받고, 카시야스의 키를 넘기는 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레알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호날두가 불과 5분 만에 동점골을
만들었다. 호날두의 대 바르샤 3호골. 그렇지만 다시 메시가 역전 골을 넣으며 바르샤가 리드했다.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숨죽이며 경기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무리뉴는 카카카드를 꺼냈고,
프리시즌 MVP였던 벤제마가 카카의 코너킥을 받고, 혼전 속에서 동점골을 기록,
경기는 너무나도 뜨거워졌고, 나의 기대도 부풀어올랐다.
그렇지만 경기 막판 메시가 다시 역전 골을 넣으며 바르샤가 통합 스코어 5-4로 승리를 한다.
홈 경기에서 우세를 살리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너무나도 아쉬운 패배, 그리고 메시는 왜 레알만 만나면 그토록 강해지는 것인지...
2부에 계속...(너무 길어져서...)
본론은 2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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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누호날두7 2012.01.28오... 꼭 소설 보는것 같네요 ㅋㅋ 근데 진짜
왜 홈 이점을 살리지 못할까요 ㅠ -
돌아와요라울 2012.01.28*잘읽었습니다 다만 이번 엘클로 얻은 점에 대한 내용을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그냥 지난 경기들에 대한 설명뿐이라 아쉽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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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백의의레알 2012.01.28@돌아와요라울 아 그것은 2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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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당이 2012.01.28잘 보고 있습니다. 좋은내용으로 마무리될수 있도록 응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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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pelge 2012.01.28진짜 잘봤습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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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0이과인 2012.01.28아무리 생각해도 빡치는 챔스 꾸레의 4333전술ㅠㅠ이제 11번째 트로피를 노려야 정상인데.아무튼 잘 읽었습니다.2부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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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2.01.28ㅋㅋ 잘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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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 2012.01.28이런글에 추천이 없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