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지역감정을 먹고 자란다.
흔히 전쟁에 비유되는 축구, 발전된 리그들의 공을 두고 버리는 싸움엔 지역감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백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축구는 그 지역의 오랜 역사와 함께 그 모습을 그대로 띈다. 그러므로 한 클럽을 소개하는데 연고지의 문화와 별개로 설명하는건 앞뒤가 안맞는다. '축구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중세시대 많은 도시국가로 이루어져있던 나라들이 현대에 오면서 통합된 이유로, 유럽엔 각 지역을 대표하는 경기가 많다. 흔히들 부르는 '더비'말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 아르헨티나의 보카주니어스와 리버플라테의 '수페르 엘클라시코', 이탈리아의 '밀라노 더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의 매치는 단순한 축구경기를 떠나서 온 나라가 들썩인다. 경기 당일날 모든 언론의 집중이 모이고 팬들 사이엔 냉랭한 긴장감이 흐른다. 말그대로 '총,칼 없는 전쟁'이다. 상대를 향해 거친 태클을 하고 욕설이 난무하며 심지어 팬들 사이에서 집단 패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1994년 4월엔 보카 주니어스의 팬들이 두 명의 리버 플라테 팬들을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었다.
이런 지역감정을 배경으로 축구에서도 경쟁을 하는데, 세계적으로 축구가 크게 발전한 세 나라에도 '심한 지역감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통 잉글랜드는 마을단위(잉글랜드 팀엔 '토튼햄','울버햄튼' 등 과 같은 이름의 팀이 많은데, 중세시대 영어에서 '햄튼,햄'은 마을을 의미했다), 이탈리아는 도시단위, 스페인은 민족단위로 발생한다. 당시 잉글랜드의 경우 계층에 따른 거주구역으로 나뉘어 거리가 가까울수록 앙숙이 많다. 이탈리아는 현재 세리에A 클럽팀 지도와 옛날 도시국가로 나뉘어있던 이탈리아의 판도를 비교해보면 거의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한때 독립국, 독립도시였던 곳이 지금 세리에A 팀들의 연고지 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축구는 지역감정을 먹고 자란다'라는 명제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국가다. 지금 스페인 축구가 발전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아주 오래전 국경을 오고가며 도망다니던 한 연인으로 부터 시작된다.
스페인은 단일민족이 아닌 여러 민족이 국가를 이루던 땅이었다. 그렇지만 이 여러민족들은 '스페인'이라는 한 나라 아래 통치 될 수 밖에 없었다. 1469년 10월 19일 아침, 스페인의 가장 역사적인 순간이온다. 당시 스페인은 아라곤 왕국과 카스티야 왕국이 주도하며 서로 견제하던 시기였는데, 바로 이 아라곤의 페르난도왕자와 카스티야의 이사벨공주가 결혼하게 된것이다. 모든 반대와 목숨을 협박받으면서 둘은 몰래 국경을 오가며 사랑을 나눴고 결국 성사된 이 '두 도망자의 결혼식'은 스페인 역사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된다. 이로써 지금의 스페인이 탄생과 함께 당시 소수민족들은 어쩔 수 없이 모두 같은 그릇에 놓이게 되버렸다. 그러므로 각 지역별 민족의식과 경계가 뚜렷할 수 밖에.
스페인은 까딸루냐, 카스티야, 안달루시아, 바스크, 갈리시아 등의 민족으로 나뉜다. 각 민족들은 민족심이 매우 강하며 그들의 사고는 스포츠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까딸루냐인들은 '까딸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오랜기간 자주독립을 외쳐왔고, 심지어 바스크인들은 '바스크조국과 해방'(ETA)라는 테러단체 활동으로 지금 테러단체에 기재 되어있다. 이
격한 바스크 민족의 팀 '아슬레틱 빌바오'는 클럽에 대해 외국인선수 영입도 철저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바스크족이 아닌 선수는 클럽에서 뛸 수 없다. 예외적인 케이스로 프랑스 국가대표 '리자라쥐'가 잠시 빌바오에서 뛴 적이 있는데, 이는 리자라쥐가 바스크계 프랑스인 이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반면 바스크의 또 다른 클럽 '레알 소시에다드'는 외국인 선수의 영입을 허용하고 있는데, 빌바오는 바스크의 혈통을 지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진정한 바스크의 팀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유명하디 유명한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 (El Clasico)'는 왜이렇게 피터지는 전쟁을 연상시킬까?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의 앙숙관계는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의 반란군이 쿠데타를 성공하며 시작된다. 스페인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프랑코는 각자 다른 민족의 문화와 언어를 억압하였다. 그러므로 프랑코로 부터 박해 받지 않으려면 많은 지역들은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숨겨야했다. 대부분의 지역은 그들의 문화를 숨긴채 어쩔 수 없이 프랑코의 지시를 따랐지만, 까딸루냐는 민족심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프랑코정부에 저항했다. 이러한 민족적 저항은 프랑코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까딸루냐에 대한 차별과 심한 박해로 이어졌다. 까딸루냐가 거점으로하던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상업중심지로써 큰 활동을 했다. 프랑코의 눈엣가시였던 바르셀로나의 수익은 대부분 탈취당하였고 바르셀로나인들은 말했다 "왜 우리가 다 벌고, 마드리드녀석들이 다 먹어야해?!". 이런 독재의 억압속에서 까딸루냐인들에게 축구는 분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독재시기에 유일하게 까딸루냐 국가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이 '누 캄프'(바르셀로나의 홈구장)였을 만큼 까딸루냐인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이런 정치적 배경은 지금의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라이벌의식에 바탕이 된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펠레나 마라도나가 없었다면 축구계 1인자로 추앙받았을 '디 스테파뇨'의 영입사건이 있다. 당시 바르셀로나가 소유권을 매입하는데 지지부진하다가(135만 페세타를 바르셀로나가 지불할 생각이 없었음), 리버 플레이트에게 디스테파뇨의 소유권 50%를 매입하였는데 그당시 바르사 내부 보드진에서도 디스테파뇨를 영입하자안하자의 말이많았고, 그틈을타서 베르나베우가 나머지 50%소유권을 샀고 결국엔 4년간 2년씩 양팀에서 뛰기로 합의봤지만 당시 바르사 회장이 퇴출되고 나머지 50%를 레알에게 더받고 완전히 넘긴게 공식적인 얘기이다. 기존에 바르셀로나가 리버 플레이트에게 매입한 50%와 레알이 매입한 50% 덕분에 논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FC 바르셀로나가 디 스테파뇨를 포기하고 마드리드에 양도한 이유는 양팀간 말이 다른데, 레알 마드리드는 그것은 FC 바르셀로나의 자발적인 결정이었다고 주장하고, 바르셀로나측은 그것은 프랑코의 파시스트 정부의 압력에 의해서 그랬던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 또한 디 스테파뇨가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몇 경기에 보여준 좋지않았단 폼에 그랬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바르셀로나에는 'FC바르셀로나'뿐 아니라 또 다른 축구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에스파뇰이 그 팀인데, 바르셀로니스타들은 이들은 까딸루냐의 팀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프랑코정부에 반대하며 독립심을 유지하던 바르셀로나와는 달리 에스파뇰은 프랑코정부에 순종적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스페인에서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라, 처음부터 '대리전'이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런 각 정치적, 역사적인 배경 덕분에(?) 축구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앞서 말해온 것 처럼 축구의 발전은 그 나라의 발전과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축구는 종종 전쟁에 비유되곤 하는데, 어쩌면 축구는 처음부터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라 '대리전'이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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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구티´-Τ 2012.01.21*디스테파뇨 부분은 레매에서 예민한 부분이라, 조심스레 썻습니다..제 블로그에 쓴 글이에요 한번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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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의벽페페 2012.01.21결국 축구로 억눌려있던 감정을 분출하는거죠.축구가 없었다면 바르셀로나에서 폭동이라도 일어나지 않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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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ada 2012.01.21잘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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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2012.01.21*마침 내일 새벽 안달루시아 더비가 있네요.
세비아가 포르투칼 리그 득점 2위인 디와바라를 영입했고
베티스는 수비수 보강을 했다네요.
물론 당장 선발로 나오지는 않겠죠. -
Raul 2012.01.21잘 보고 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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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 Diem 2012.01.21재밌게 잘 봤습니다. 실로 프랑코 시절 총통이었나 총통 비서였나가 몸소 바르셀로나 선수단 탈의실에 들어와서-_- 경기 결과를 거론하고 협박을 했다지요. 그 경기에서 바르카가 역사에 남을 패배를 기록했던 걸로 아는데....
무튼 그런 문제 때문에 스페인 국대도 분열된다는 말이 많았고 여러모로 생각해 볼 것이 많은 문제인듯 합니다. -
Hamptons 2012.01.21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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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장(진) 2012.01.21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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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야속한구티´-Τ 2012.01.21@주방장(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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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스 2012.01.21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 공감하고요. 다만 이런 경향이 좀 아쉬운 점은 연고팀 이외의 팀들의 경기를 볼 때 순수히 축구 그 자체로서 즐기는 문화가 축구팬들 사이에서조차 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는 점이군요. 어느 팀을 응원하고 상대팀에 배타적이거나 관심이 없는 문화보다는 순수히 축구 경기 자체에 몰입하고 즐기는 문화가 좀 더 성행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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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2012.01.21메씨도나님이 싸커라인에 썼던 글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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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키 2012.01.21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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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 2012.01.22잘읽었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