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균형의 문제 + 관중들은 항상 옳은가
오늘의 패배 이후 또다시 선수들의 정신력이 도마에 오르겠으나 저는 조금 생각이 다른게...
경기가 과열되면서 흥분을 주체 못했던 몇몇 선수들의 더티 플레이까지 쉴드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지난 엘클에서 멘붕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그나마 이 부분은 나아졌다고 생각되구요. 체력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는지라...
솔직히 이길 때는 신나서 응원하고 질 때는 조용해지는 관중들 속에서 선수들도 사람인만큼
정신력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부분은 더 이상 지적하고 싶지 않구요.
물론 열악한 환경에서나마 더욱 투지를 불살라 준다면 좋은게 좋은거겠지만...
차이를 만들어내는 포인트는 선수구성인 것 같습니다.
일단 누구나 아실법한 문제이자 개선되지 않고 있는 문제인 키핑을 해줄 선수의 부재...
바르샤의 샤비나 이니에스타처럼 미친듯한 키핑력으로 조율해 줄 수 있는 선수가 없어요.
자연스레 경기의 리듬을 우리쪽에 맞게 조절할 수가 없고,
선수들은 선수들의 흐름이 아닌 공의 흐름에 맞춰 뛰어야만 합니다.
후반에 돌입하면서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는 부분이 바르샤에 대항하기 위한 밀도 높은 프레싱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서 말한 부분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수비는 물론 공격할 때조차,
우리는 우리의 진영을 만들어 나가기는 커녕 공의 흐름을 죽이지 않는데 급급하다고나 할까요.
이로 인해 부가적으로 오프 더 볼 상태에서의 조직력이 느슨해지죠.
만약 이 부분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경기를 조율하고 흐름에 맞게 공격지원을 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지원을 받아 득점을 할 해결사들은 차고 넘치죠.
외질 영입 초창기엔 사실 이 부분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지단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평도
많았지만, 아시다시피 해당 부분에 대한 기대치는 많이 떨어진 상태구요.
무리뉴의 인테르가 트레블을 하던 당시 물오른 바르샤를 꺾을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사실 이런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는 부분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한창 잘나가던 시절의 마이콘을 필두로 전방의 에투나 밀리토가 모두 키핑에 능했죠. 허리에서
조율하진 못했지만 일단 전방으로 넘어간 공격권은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던 겁니다.
사실 지난 엘클에선 벤제마가 이런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줬었는데, 오늘 경기에선
당시만큼의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 같네요.
그럼 왜 다른 팀과 경기할 때는 우리가 그리도 압도적이냐 한다면...
바르샤만큼 탈압박, 압박 모두가 골고루 강한 팀이 없으니까요.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샤비나 이니에스타의 클래스는 격이 다르네요.
산체스의 옵사이드로 무효가 되었던 샤비의 킬패스는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들더군요.
우리팀에서 이 정도 레벨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준 선수는 그나마 지난 엘클의 벤제마 정도...
오늘경기는 아무도 없었던 듯...
어쨌든 결론적으로 현 스쿼드의 문제는
압박은 최고수준이나 탈압박은 그만큼에 미치지 못하는, 결국 균형의 문제라고 봅니다.
차라리 압박이고 뭐고간에 드리블로 다 부순 다음
지속적인 크로스 내지 패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좋겠네요.
이런 부분에선 0910 누캄에서의 카카가 살아나주지 못하는게 다소 아쉽죠.
많은 분들이 오늘 카카의 투입이 없었던 것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도,
막연한 기대라기보다는 이 당시 카카에게서 보았던 희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기 때문이겠죠.
한경기 쯤은 미치지 않을까, 그게 오늘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 정도?
현실적으로 오늘 투입됐더라도 크게 경기양상을 바꾸지 못했을 것 같지만...
어찌보면 공격에서만큼은 호날두와 비슷한 타입인 카예혼보다는
공격지원에서 나은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르죠. 결과론적인 소리긴 하지만... 쩝.
우리에겐
우리의 균형을 살릴 수 있는 선수
혹은
바르샤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항상 현 스쿼드에 만족하고 현 스쿼드 안에서 해결방안이 있을거라 믿어왔던 입장이지만,
오늘 경기를 보고나선 생각이 좀 바뀌었네요.
뭐 어차피 현 스쿼드가 좋다 해서 이적시장 열리고도 아무도 영입하지 않을 건 아니니까...
그렇지만 딱히 대안으로 생각나는 선수가 없다는 것도 문제.
이적시장이야 사실 차후의 문제고
당장 다음 주, 그리고 리가 후반기, 챔스에서 만날 확률까지 하면 최대 4경기의 엘클이 남아있는데
응급처치가 필요하겠죠.
그걸 위해선
고질적인 공중볼 처리 문제에 대비한 훈련과 함께 체력단련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고 있을 때일수록 목청 높여 응원할 팬들의 자세.
사실 이 정도는 해주고 선수들의 멘탈을 지적해야 떳떳하겠죠.
물론 이역만리 떨어진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만^^a
베르나베우 팬들 원래 그런 것도 알고 돈 내고 축구 보는 팬들의 권리라는 것도 알지만...
충분히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고 경기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법한 문제인 것 같네요.
그만큼 승리가 간절하다면요.
아무리 돈 받고 경기 뛰는 프로선수들이라지만, 그들만 탓하기엔
팬들이 바꿔나갈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거죠.
사실 지고 있을 때일수록 대한민국을 목청 터져라 외치는 심정은 우리가 참 잘 아는데...
문화권이 다르다고 해서 마냥 그러려니 하기엔 솔직히 좀 변했으면 싶네요.
뭐 여기서 그래봤자 그들에게 닿을 리 없는 소리고
올시즌이야 홈에서의 엘클이 많아야 1경기 정도밖에 없긴 하지만
문화라는건 천천히 바뀌어 나가는거니까.
그리고 현지팬들만 지적하긴 했지만
사실 팬심이란건 어딜 가나 비슷하고 뭉쳐진 덩어리처럼 여론이 형성되어
경기장 밖에서도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치는만큼,
우리부터 좀 바뀌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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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2012.01.19근 몇년간 홈경기장에 이기는거 보러 왔는데
한번도 못이긴다면 그 상실감은 어떻게 설명하기가 힘들거 같아요
여기야 티비로 보고 그나마 간접적이지만
베르나베우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쌀허세 2012.01.19@CIA 222222222222222222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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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개굴이 2012.01.19@CIA 티비로 보는 우리도 상실감이 큰데 현지팬들은 물론 몇 배 그렇겠죠... 하지만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은 그런 팀들도 홈경기에서만은 죽어라 응원받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것 보면 부러운 것도 사실이에요.ㅠ 다른 팀 아니라 레알이라서 일어나는 일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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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Raul 2012.01.20@CIA 33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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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_PIPITA 2012.01.19tv로 봐도 멘붕인데... 비싼 돈 주고 직관하는데 그런 모습이 나온다면 저도 그럴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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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죽이 2012.01.19저도 어쩔 수 없다는건 아는데... 좀 아쉽긴 하네요. 팬들도 힘들겠지만 팬들이 힘을 내면 낼수록 선수들에게도 그 기운이 전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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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맨체스터 2012.01.19벤제마는 그래도 전반까지는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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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2012.01.19제가 현지 관중이면 세트피스로 쳐먹힌 순간 티켓 던지고 나왔을듯. 뭐 1:1이면 아직 결과는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긴 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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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y 2012.01.19엘클이 아닌 일반적인 경기도 관중들 맘에 안들게 져버리면 관중들이 나갑니다.(유럽 공통인듯)
적어도 자기 도시의, 자기 돈내고 보러온 관중을 탓하면 안될것 같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개죽이 2012.01.19@asky 경기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관중들이야 어디든 있지만 그걸 제가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런 소수의 관중들은 제외하더라도, 지고 있을 때 더 열렬히 응원하는 문화는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그게 베르나베우의 관중을 탓한다기보다는 그저 아쉽다는거죠. 우리도 하려면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