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유러피언 챔피언의 산실.
레알 마드리드를 사랑하던, 증오하던 간에 그들이 펼치는 축구드라마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가 있습니다 - 바로 장엄한 스타디움이죠. 마드리드의 번화가인 카스테야나 거리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은 단연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스포츠 경기장입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가 축구 '기업'으로 성장하는 오랜 세월동안 함께해 온 이 경기장은 이제 클럽의 힘과 권위, 그리고 미묘한 엘리트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되었죠.

Ciudad Lineal에서 잠깐 쓰였던 경기장.
베르나베우는 1902년에 마드리드 풋볼클럽으로 창단된 팀의 일곱번째 경기장입니다 - 비록 1912년 이전 초기의 "스타디움"들은 줄이 그어진 잔디밭에서 조금 나은 수준이었지만요. 클럽 최초의 '줄 그어진 경기장'은 캄포 오 도넬 (Campo de O'Donnell)이었습니다. 팀은 십년 넘게 이 경기장을 사용했고, 나중에 교외의 도시인 Ciudad Lineal 북동쪽의 신축된 자전거 경주장으로 옮겨갔지만 그건 별로 좋지 못한 판단이었죠. 도시 중심부와, 레알 마드리드 서포터들의 핵심에서 멀어진건 분명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고, 팀은 이 경기장에서 일년 조금 넘게 있다가 마침내 차마르틴에 조금 더 모양새를 갖춘, 15,000명 정원의 경기장을 완성하게 됩니다.

22년간의 홈구장. 차마르틴 경기장은 좋았지만, 금연이었다네요XD
차마르틴은 22년간 클럽의 홈 경기장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 기간동안 스페인 내전으로 경기장이 사실상 다 무너졌지만, 이듬해 곧바로 22,500석 규모의 경기장으로 복구공사를 거쳐 재탄생하게 되었죠. 그렇지만 이건 전 선수이자, 클럽 서기관이었고, 당시 회장이었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만족시키지는 못했습니다. 1944년, 베르나베우는 현재의 경기장 자리와 카스테야나 거리 (당시의 프랑코장군 거리) 사이에 끼어있던 5 헥타르의 대지를 천문학적인 금액이던 3800만 페세타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1944년 10월, 역사적인 신 차마르틴 경기장의 준공식의 첫삽을 베르나베우 본인이 뜨게 되죠.

Old & New. 새로운 차마르틴이 - 역사가 - 건설되려고 하는 현장.
새 경기장은 원래 차마르틴 스타디움의 문간에 지어지게 되었고, 사실 두 경기장은 너무 가까워서 구경기장의 북동쪽 코너가 신차마르틴 스타디움 건설계획안에 포함될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공사는 이곳을 제외한 다른 세곳에서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1944-45 시즌을 마무리 짓고, 1945년 5월 차마르틴 스타디움의 문을 닫고 작별을 고합니다. 새 경기장은 앞으로도 2년 반이나 더 있어야 완공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 동안 레알 마드리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메트로폴리탄 스타디움에 잠시 자리를 잡게 되죠. 그리고 마침내 1947년 12월 14일, 레알 마드리드는 신차마르틴 경기장 개관식에 포르투갈의 벨레넨세스를 초청해 기념경기를 가졌습니다. 루이스 알레마니 솔레르와 마누엘 무뇨즈 모나스테리오가 디자인한 경기장은 3면이 2층짜리 스탠드로 구성되어 있고, 구경기장과 겹치던 동쪽은 단층의 테라스로 되어있는 구조였죠. 그리고 이 동쪽 테라스 뒤쪽의 정중앙에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타워가 서 있었습니다.

신 차마르틴 경기장의 개관 기념 경기.
만약 레알 마드리드가 새 경기장의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했다면, 아마 굉장히 실망했었을 겁니다. 1947-48 시즌은 레알 마드리드는 시즌을 11위,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로 끝마쳤기 때문이죠. 사실 1950년대 중반 이전까지 클럽은 상대적으로 '검소한' 은식기들, 아니 우승컵 컬렉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프랑코 독재정권의 애완동물과 같은 팀'이며, 클럽이 일궈낸 역사와 기록들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주장은 당시 갖고 있던 두개의 리그 우승컵이 벌써 20년이나 된 골동품들이었고, 아홉개의 코파 우승컵 중 일곱개가 내전발발 전에 가져온 것들이었던 것과 베르나베우 그 자신이 민족주의자였던 걸 감안하면, 근거가 부족한 억측일뿐입니다. 사실 레알 마드리드는 프랑코 집권 기간의 첫 15년동안 매우 적은 숫자의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그의 집권 말기에는 차라리 프랑코 정부가 레알 마드리드를 향한 국제적인 찬사를 이용해 이득을 봤다고까지 말할수도 있습니다. 클럽이 고공행진을 위한 이륙준비가 된 걸 예견이라도 한듯, 베르나베우는 개관 5년이 조금 지나지 않아 증축계획을 시작합니다.

유러피언 챔피언의 홈구장. 1956년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증축공사는 1953년 동쪽편을 리모델링 하는데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경기장의 얕았던 테라스는 완전히 제거됐고, 그자리에 3층짜리의 (anfiteatro) 거대한 오픈 스탠드가 들어섰습니다. 이 스탠드의 양편에는 부탑들까지 있는 사각형 모양의 탑들의 세워졌죠. 새 스탠드는 베르나베우 임기의 첫 리그 타이틀을 우승하고 나서 두달 뒤인 1954년 6월 15일에 공개되었습니다. 새 스탠드는 120,000명을 수용할수 있었지만, 경기장의 크기보다는 평가절하되었던 우아함과 절제된 건축미가 다른 경기장들과 신차마르틴 경기장을 차별화 시켰던 가장 큰 요소였습니다. 1955년 1월 4일, 베르나베우의 흔들리지 않는 헌신과 노력을 기리며, 신 차마르틴 경기장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으로 (Estadio Santiago Bernabeu) 개명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럽 축구의 새로운 물결이 시작되며 경기장에는 1957년 5월 조명탑이 설치되었고, 피오렌티나와 맞붙어 승리했던 유러피안컵 결승에서 조명이 공식적으로 처음 빛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1969년에 두개의 탑들에 클럽 로고가 몇개 새겨진 것 이외에 경기장에 추가적인 공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었습니다. 이 동안 (1960-80), 레알 마드리드는 14번의 리그우승을 하며 순항을 계속했지만 더이상 유럽 축구계의 유일한 강자로 군림할수는 없게 되었죠.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1978년 6월 숨을 거뒀고, 바로 그 시점에 베르나베우 경기장이 1982년 월드컵 결승전을 개최할 경기장으로 선택되었습니다.
십년 넘게 바뀌지 않았고, 또 10년동안 그대로 남아있을 베르나베우. 1971년.
1950년대의 우아한 경기장은 이제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필요했고, 공사는 레알 마드리드가 700만 페세타에 대한 3/4의 비용을 부담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이 보수공사는 경기장 수용 인원을 90,000명까지 늘리는 확장 공사와, 미디어센터 역할을 할 150m짜리 브리지, 그리고 경기장의 세 면을 뒤덮을 캔틸레버형 지붕을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이먼 잉글리스는 경기장 지붕을 Tupperware의 뚜껑처럼, 경기장 외곽면에 꼭 들어맞게 끼우는 방식으로 제작해 접합부분이 스타디움에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방식을 택했죠. 이 지붕 공사는 전체 예산의 반을 넘게 차지하는 대대적인 공사였습니다. Fiber가 믹스된 가벼운 시멘트와 파이버글라스 판넬을 이용한 이 지붕은 경기장을 빙 둘러서 아직 뚫려있지만 장엄한 동쪽 스탠드를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이 지붕이 생기며 경기장에 비디오 스크린을 최초로 도입할수 있게 되었죠. 공사가 끝난 새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은 1982년 2월, 당시의 소련연방과 공식적인 경기를 치르며 공개되었습니다.

82년 월드컵 결승 유치할 준비가 되어있는 경기장.
증축공사의 다음 단계는 90년대 초반, 경기장의 남은 3면에 3층 스탠드가 추가되며 이루어졌습니다. 경기장 지하에 지하철 터널이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메스타야나 캄프누처럼 경기장 굴착 공사를 시행할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유일한 방법은 지상으로 층수를 올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공사가 진행되며, 경기장 외관 - 특히 중앙 출입구가 있는 동쪽- 은 새로 단장을 하게 됩니다. 공사는 1992년 2월 시작되었고, 이미 10년간 존재하던 지붕을 걷어내고 하나하나 새로운 '스킨'을 입혀나갔습니다. 그리고 이 증축을 위해, 경기장의 각 코너마다 네개의 둥그런 기둥들이 세워졌죠. 공사가 완성되어가며, 지붕의 패널들 위치가 재조정되었고, 스탠드의 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겨울에는 피치가 계속 그늘지게 되었습니다.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이때 흙 밑에 난방장치 역시 설치되었습니다. 또한 서쪽의 1층 스탠드 팬들이 더 나은 환경을 요구하며, 접을 수 있는 지붕 역시 추가되었습니다. 50억 페세타를 들인 이 공사는 1994년 5월 7일 완공되었고, 경기장 수용인원이 110,0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렇지만 4년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은 전좌석 75,328석의 경기장으로 규모를 조정하게 됩니다.

천국에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간 경기장. 1992년 3층 스탠드를 증축하는 공사가 시작됩니다.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의 재임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그의 영입 정책에 의문을 가지는 동안, 페레즈는 감독들, 저명인사들, 그리고 언론기자들이 앉는 경기장 동쪽이 증축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데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1억 2천 7백만 유로를 들인 이 공사는 동쪽 스탠드를 증축하고 보수하는데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공사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은 새로운 갤러리와 지붕을 만드는데 할애되었고, 경기장은 완공 이후 최초로 완전히 지붕에 둘러싸이게 되었습니다. 다른 부분은 기둥 두개를 완전히 헐어버리는 것과, 새로운 VIP 박스들, 새 언론시설들과 바, 레스토랑, 그리고 겨울 내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천장에 난방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었죠. 2006년 공사를 끝낸 스타디움은 규모가 80,354명으로 더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2007년 11월 14일, 경기장 완공 60주년 기념일 한달 전 UEFA는 베르나베우 경기장이 Elite 등급으로 조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축구 천국인지, 기업들의 지옥인지. 선택은 당신이 하세요.
경기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여러가지 생각들이 뒤섞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첫번째로, 축구팬들은 어떤 팀을 응원하건 간에 이 경기장이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클럽의 홈구장이라는데 경탄의 시선을 보내게 되겠죠. 건축학도라면 경기장의 복잡한 구조와, 수많은 개보수 공사에도 불구하고 클럽과 경기장의 위용이 보존되어 있다는데 감탄을 할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방문의 다른편에는 현실적인 측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당신은 아마 모든 코너, 모든 발자국 하나하나에서 '이 클럽은 엘리트 클럽이다'라는 느낌을 직간접적으로 받게 될겁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국내외에서 두가지로 분리된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능력있고 귀족적인 이미지가 다른 이에게는 오만한 위선자로 보일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클럽이 발표하는 말도 안되는 일들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그 찬란한 역사와 유산들을 보기 위해 기꺼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입장료를 지불하는 당신의 모습입니다.
+
레매 클럽 - 경기장 섹션에 진-짜 잘 정리되어 있지만,
사진이랑 비디오랑 함께 차마르틴 경기장 이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된 포스트가 있길래 가져와봅니당*.*
건축학도가 아니라 건축양식에 대해 설명된 부분은 좀.....
두리뭉실한 점 양해해주thㅔ요!
댓글 18
-
홍카(ka) 2011.11.09선추천. 집에가서 제대로 확인할게요~~!!
-
강민경&호날두 2011.11.09선추천, 후감상..
-
유리 2011.11.09ㅊㅊ. 정독하겠습니당
-
호질호질 2011.11.09잘읽었습니다 추천이요ㅋ
-
라모 2011.11.09ㅊㅊ 수고하셨어요
-
RAUL.4Ever 2011.11.09좋은 베르나베우의 역사글이네요 ㅎㅎ
-
레알쩐다 2011.11.09베르나베우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수번의 개,증축을 거쳤군요 ㅎ 지금 보면 축구의 성전같다는 ㅎㅎㅎ
-
Los Merengues 2011.11.09닥추글 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카카 2011.11.09추천 정독하러이만.
-
덕후축덕 2011.11.09선추춴후 감상해야하는 글이네요 ㅎㅎ
-
KAKA THE BEST 2011.11.09근데 베르나베우 관중석 늘릴 계획 없나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실비 2011.11.09@KAKA THE BEST 뭐더라, 관중석 늘리는것보다 외관 보수랑 주변에 레스토랑, 쇼핑센터랑 스위트룸에서 경기를 관전할수 있는 럭셔리 호텔 짓는 계획은 발표한걸로 알고 있습니당~
-
메시얼짱 2011.11.09마지막은 정말 ㅎㅎㅎ
-
밟아 2011.11.09저도 선 ㅊㅊ 후감상요 ㅋㅋ
-
MadridStar 2011.11.09좋은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
라울 2011.11.11정말 좋은글입니다 정독햇네요 닥추할께요 감사합니다 좋은글 써 주셔서
-
조단 헨더슨 2011.11.12진짜 베르나베우는 대단한 경기장.. ㄷㄷ
-
마성의 래매 2011.11.13전통과 역사의 경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