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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체::

그리고 그곳에 저주는 없었다.

유리 2011.11.03 16:26 조회 2,938 추천 32

네. 없었습니다.  스타드 제를랑이고 뭣이고 간에 레알마드리드가 나아가는 앞길에 저주나 징크스, 장애물 따윈 전혀 없었습니다. 

드디어, 뛰기만 하면 10배의 중력을 느낀다는 스타드 제를랑에서, 리아소르와 함께 우리 마드리드의 2대 저주의 땅 중 한곳인 리옹의 홈에서 그들을 그야말로 찍어 눌러버렸네요. 

이로서 3승 4무 3패.  리옹은 더이상 우리의 천적이라거나 어려움의 대상이라거나 하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네요.  선수들은 필드에서 자기 하고 싶은대로 다 플레이했고, 수차례의 찬스를 잡았고,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보유하면서 승리했습니다.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좋은 플레이들을 했고, 호날두는 골 침묵을 깨면서 2개의 득점포를 쏘았구요.  외질은 드디어 컨디션이 올라온 듯 했습니다.  경기 중간중간에 나왔던 번뜩이는 패스들이 일품이었죠.  우리가 알던 외질로 돌아왔습니다.  호날두와 외질이 제 컨디션인 마드리드는 이토록 무섭다는걸 팬들과 축구계에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벤제마는 득점포를 쏘아올리는데에는 실패했지만, 리옹킬러답게 아주 움직임이 좋았습니다.  끝없이 수비진을 괴롭혔고 좋은 움직임과 좋은 슈팅을 시도했죠. 라모스와 페페가 이끄는 수비진은 단단했고, 어쩌다 한번 위험한 장면을 허용했을 때에는 이케르가 리옹에게 절망을 보여줬습니다. 
조금 더 골이 났을 수도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흠잡을 데 없는 멋진 경기였네요.   


저번에 이과인에 대해 얘기했던 것처럼 벤제마에 대해서도 조금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 경기에서 드러난 벤제마의 최대 강점은,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신 바와 같은 소위 말하는 연계플레이, 특히 문전 앞에서 열어주고 만들어주는데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네요.  

확실히 이과인보다 패스가 더 좋습니다.  첫번째 터치의 섬세함이 볼을 자신이 가장 편한 위치에 두도록 하고, 넓은 시야가 뛰어들어오는 동료들을 놓치지 않고 적절히 볼을 건네줄 수 있도록 해 주네요.  

세계에서 아마 가장 연계가 좋은 공격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정도의 센스와 이타성을 보이는 스트라이커가 요즘 전세계에 몇이나 되려나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벤제마와 같이 나오는 날엔 호날두의 움직임이 아주 활발하고, 찬스도 더 많이 납니다.  측면으로 빠져서 보이는 움직임도 아주 좋구요.  

그러나 오늘은 좋은 찬스 몇개를 살리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골만 있었다면 아마 오늘 경기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였을텐데 몇 차례의 좋은 기회를 살리는 데에는 실패했다는게 정말 옥의 티였죠.   

벤제마에게 늘 아쉬운 것 중에 하나는,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안 닿을 것 같아도 한번 몸을 날려 본다거나, 조금 더 악착같이 볼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그런 모습이 항상 조금씩 아쉬워요.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플레이 외에는 잘 시도하려 하지 않는 모습이랄까요.   이런 부분을 어찌 보면, 효율적으로 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볼과 골에 굶주린 듯한 모습, 패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보여주는 야수성을 조금 더 키워줬으면 합니다.  앞으로 최소 5년을 맡겨야할 스트라이커에게 이정도 욕심은 내도 되지 않을까요 ㅎㅎ   
 

경기 보면서 꼭 언급하고 싶었던 건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했던 라스입니다. 

솔직히 놀랍네요.  라스가 우측 풀백을 소화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의 활약을 보여 줄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오히려 선발 라인업을 처음 보고는, 아르벨로아-마르셀로가 부상인데 왜 라모스를 오른쪽으로 쓰지 않을까 , 왜 바란을 쓰지 않을까, 라스가 우측으로 출전하면 수비 라인유지는 잘 될까.. 이런 걱정들이 앞섰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뭐... 계속 보면서도 제 눈을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코엔트랑이 지나친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되도록이면 자리를 지켜주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반면 라스는 활발하게 위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말 그대로 오른쪽을 씹어먹고 다녔네요.  

일단 공을 잡으면 한명을 벗겨내길 좋아하는 라스의 플레이는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을 시에는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는 플레이입니다.  그런데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했을 때 이 움직임은 너무도 효과적이었어요.  그리고 특유의 끈질긴 대인마크는 오른쪽 풀백에게 가장 필요한 수비적능력이기도 하구요.  라스의 플레이 스타일상 풀백을 해도 잘 하겠다.  막연히 생각만 했었는데 이건 대박이네요. 

공격시에는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상대 수비진 깊숙이 침투하면서 질좋은 크로스도 몇개 공급했구요 (여기서 또 깜짝 놀랐습니다.  라스 생각보다 크로스가 좋더군요. 크로스 올리는 타이밍도 나쁘지 않구요.) 좋은 침투 패스도 몇차례 보여주었죠.  과장 조금 보태서 폼 좋던 라모스 만큼이나 잘 해줬습니다.   그리고 라스가 앞으로 나가서 생긴 빈자리는, "빈자리 메꾸기의 달인" 알론소와 케디라가 잘 커버해줬습니다.  어쩌다 한번 공 끊기면 앞에서부터 라스가 잘 끊기도 했구요. 

그리고 수비할 때에도 너무 좋은 움직임이었습니다.  처음에 볼이 길게 넘어올때, 라스는 오른쪽에서부터 중앙으로 들어와서 미리 볼을 끊어내려는 "원래 자신이 중앙에서 잘 하던 플레이"를 해주었고, 페페와 케디라, 알론소는 어쩌다 생긴 빈 공간을 완벽히 커버해 주었네요.
라스의 풀백으로서 부족할 수도 있는 모습을 동료들이 잘 메꿔주었어요.  

1차적 역습상황에선 볼 받는 상대방 선수를 압박하러 중앙까지 와서 압박을 해주고,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 원래 수비능력과 대인마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방이 라스 쪽 측면을 공략하려고 할때, 조금도 밀리지 않고 볼을 따내는 모습들... 오늘 만큼은 정말 최고의 오른쪽 풀백의 활약이었습니다. 

라스 본인이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 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약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르벨로아가 없는 상황에서 예비책으로 라스를 우측으로 출전시키고, 라모스를 중앙으로 두는 이 구성은 확실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안심하고 라모스를 센터백으로 활용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오늘 경기의 숨은 MVP라 하겠습니다.   

게다가 재미있는 것은, 후반전에 코엔트랑이 교체되어 나가고, 알비올이 들어온 이후네요.  이때 라스는 오른쪽에서 왼쪽 풀백으로 이동했죠.  그리고 중앙에는 라모스와 페페, 우측에 알비올이 섰죠.  이때 라스의 움직임도 참 재밌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 구성은 마르셀로가 왼쪽 풀백으로 출전했을 때, 마르셀로가 계속 앞으로 앞으로 공격하러 나가고, 라모스-페페-아르벨로아가 3백과 유사한 형태로 수비를 하는 그런 때에 잘 쓰는 구성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라스가 왼쪽으로 가고,  사실상 세명의 센터백이 3백의 형태를 취한 것이죠.  

이때 라스는 마르셀로가 왼쪽 측면을 헤집고 다닌 것과는 약간 다르게, 수비시에는 중앙 미드필더처럼, 공격시에는 왼쪽 윙백처럼 움직였습니다.  이게 참 재미있더군요.  우리가 공격할때는 어느새 왼쪽 깊숙이 올라와서 호날두와 패스를 주고받고,  우리가 수비 할때는 본인이 잘 하는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처럼 앞으로 나가서 볼을 끊어내고.  아주 오늘 라스 보는 맛이 쏠쏠했던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리뉴 감독이 라모스의 센터백 이동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제가 지난번에 글에서 썼던 수비 구성의 밸런스 문제는, 라스를 활용함으로서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오른쪽 풀백으로서의 라스의 활약은 대단했고, 센터백 라모스는 월클급이었습니다. 
라스가 진짜 매경기 이렇게 해줄 수 있다면, 적어도 아르벨로아가 출전할 수 없을 때 이정도 퍼포먼스를 보인다면, 라모스의 센터백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 같아요.

게다가 오늘 라모스는 수비진을 능숙히 조율하는 "리더"의 모습이었죠.  원체 커버범위가 넓고 발이 빠르며, 단단한 선수인데다, 함께 수비하는 페페 역시도 활동 반경이 넓고 발이 빠르기 때문에 라모스의 중앙 수비는 빛날 수밖에 없습니다. 페페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상대 공격진을 찍어누르는 수비.  그리고 라모스가 센터백으로 출전한 일곱 경기에서 우리의 실점은 단 1점이네요. 
이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센터백 라모스가 대세라는 것을요 ㅎㅎ   


공격진도 오늘 리옹의 홈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들쑤시고 다녔죠. 

외질은 정말 오래간만에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제 컨디션을 발휘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비교적 좁은 지역에서도 여유있게 볼을 돌리고, 공격의 흐름을 살려 나갔네요.  본인이 몇번의 찬스를 맞기도 했지만 한끗 차이로 득점에는 실패했죠.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에 쳐져있던 모습에서 오랜만에 보여준 활발한 모습은 팬들의 걱정을 불식시키기에 부족하지 않았네요.  무리뉴 감독님과의 데이트(?)가 효과가 있었나 봅니다.  오랜만에 감을 잡고 축구를 즐기는 모습.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카카 & 외질 두선수 모두가 최고의 모습일 때 레알마드리드는 가장 강하니까요.  어제 경기의 그 감각을 오랫동안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호날두는 오랜만에 몸이 가벼웠고 슈팅도 정확했습니다.  그리고 골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몇번의 역습을 날카롭게 주도하더군요.  오랜만에 프리킥 골도 넣었구요.  자신이 만든 패널티킥을 그대로 성공시켜서 오랜만에 멀티 득점에 성공했네요. 

특히 첫 득점을 올렸던 프리킥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죠.  
딱 보면서 드는 생각은 '와 저걸 어떻게 막아' 였습니다.  왠지 쌓였던 스트레스를 오른발에 모두 모아서 한번에 날려버리는 듯한 그런 프리킥이었네요.  빨랫줄처럼 리옹의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갔고, 리옹의 수비진과 골키퍼는 구경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그래도 뭐 아쉽네요.  성장이 멈춰서 두골에 그치다니.  열정을 잃었다고 볼수도 있죠.  계속 성장세를 이어갔다면 어제 해트트릭은 기본으로 했을 텐데, 그놈의 성장이 딱 멈춰버리는 바람에 리옹 원정까지 비싼 비행기 값 주고 가서 두골밖에 못 넣고 돌아왔습니다.

레알마드리드에서 100골이라네요.  3시즌만에 100골이라니, 역시 호날두의 성장은 멈췄나 봅니다.  원래 그 페이스대로 계속해서 잘 성장했다면 최소한 지난 시즌에는 100골 넣었어야죠.   1경기당 1골도 안되는 선수는 열정이 없는 것이니까요.  레알은 3시즌만에 성장이 멈출 선수를 그 비싼 돈을 주고 데려온 꼴이 됬습니다.  이래서 어떻게 본전을 뽑나요. 

그나마 위안삼을 만한 건, 성장은 멈췄어도 뭐 기본기는 있는 선수니 그나마 평타는 쳐 줄거라고 기대하는 것 밖엔 없겠군요.

네. 비아냥거리는 겁니다.  아리고 사키 전 밀란 감독이 물론 그런 발언을 할 수는 있습니다.  축구계에서는 이미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있는 분이시니까요.  그리고 뭐 축구 관계자들이 최근 계속 메시만 추켜 세우고 있는 거, 그럴 수 있습니다.  자기 생각들을 말하는 건 누구나 다 할수 있고, 그런 걸 기사로 써내야 돈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레알의 팬으로서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습니다. 

호날두와 메시.  기록으로만 보면 백중세입니다.  지난 시즌 피치치는 리오넬 메시가 아니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입니다.  라리가의 깨지지 않던, 결코 깨질 것 같지 않던 한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운 선수는 리오넬 메시가 아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입니다.  대체 뭘 인정하란 말입니까.  메시는 최고, 호날두는 뒤를 따라간다.  두 선수의 기록을 보면 절대 저런 말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두 선수의 차이는, 두 선수가 최근에 들어올린 트로피의 개수일 뿐입니다.  

리오넬 메시의 그 망할 바르셀로나가 지난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바람에, EPL 에서 자기들이 최고라고 입으로만 떠드는 그 잘난 맨체스터 육나이티드가 결승전에서 처참하게 발려주는 바람에 생겨난 우승 트로피,  다니엘 알베스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발이 찢겨진 듯 뒹굴어대고, 등에 스쳤을 뿐이었는데 차에라도 치인 것처럼 나뒹굴어서 얻어낸 그 우승트로피 말입니다. 

리오넬 메시의 바르셀로나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레알마드리드보다 더 많이 우승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고, 성장이 멈추었네 열정이 식었네 따위의 기분 나쁜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정말 자존심이 상하네요.  정말 너무너무 자존심이 상합니다.  아무리 구라이벌 출처의 기사라지만, 진짜 기분나쁘네요. 


실력으로 갚아줄 수밖에 없습니다.  우승 트로피로 갚아줄 수밖에 없죠.  
선수들과 감독님은 그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고, 팀은 순항중에 있습니다. 챔피언스 리그 4경기 전승으로 거의 다음 라운드 1위 진출은 확정되었고,  레반테의 돌풍도 이제는 페이스가 좀 떨어져서 리그의 가장 상위테이블에는 레알마드리드의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그리고 부상 선수들이 빠진 부분 부분은 무리뉴 감독의 귀신과도 같은 선수 구성으로 기존의 선수 구성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구요. 

모든게 순조로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선수들의 체력 저하라거나 예기치 않은 부상은 언제나 발목을 잡을 수 있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방법 밖에는 없네요.  선수들이 아무쪼록 부상당하지 않고, 흥분해서 불필요한 카드를 받지 않고,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좋은 경기를 치뤄주기만을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날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좀 흥분한 것 같아서, 혹시 보시는 분들이 불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한 심정이네요.  이제는 진짜 우승 트로피로 갚아주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물론 레알마드리드라는 팀이, 호날두만의 레알마드리드는 아니지만 최소한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레알마드리드의 에이스이고, 우리 팀을 최고로 이끄는 나는 최고의 선수다.  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도록, 이번 시즌, 챔스, 리그에서 계속 꾸준히 활약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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