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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가 유스 출신 선수에 목을 매는 이유

디펜딩챔피언 2011.07.05 14:12 조회 4,063 추천 8
레알 마드리드가 세계 최고 규모의 유스팀을 운영하면서도 바르셀로나의 유스 정책과 늘상 비교를 받는 것은 레알 마드리드가 A팀에 바로 유스들을 올려서 기회를 주는 빈도가 적은 것이 주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가 계속해서 유스들을 A팀으로 불러들여서 기회를 주고 안정적으로 주전으로 키워내는 현상황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대조'가 되어 레알 마드리드 유스 정책이 필요 이상으로 비하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방식이 어쨌든간에 레알 마드리드도 유스팀 출신들에게 어느 정도 기회를 주었습니다. 뭐 이 부분은 글의 논지와 맞지 않으니 잠시 접어두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FC바르셀로나는 22인 스쿼드 중 12명이 유스팀 출신이라는 축구역사상 보기 드문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보얀, 헤프렌 등 이적이 확실시되는 선수도 꽤 있습니다만) 그리고 이러한 구성으로 08-09시즌 전세계를 석권했음은 물론이고, 라리가 3연패, 10-11시즌 더블 등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외적 성공에만 주목하셔서 바르셀로나의 유스 정책을 찬양하십니다만 저는 그 나름대로의 문제점이 있다고 확신하며 그들이 유스출신 선수들에게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FC바르셀로나는 마치 춤을 추는 듯이 유기적인 축구를 합니다만 시스템적으로 보면 굉장히 경직적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크루이프이즘'이라는 자신들만의 축구방식을 소화하는 선수만이 바르셀로나 선수로서 잔디를 밟을 수 있으며 절대 이 방식에서 자의적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즉, 카테나라고 하는 삼각대형을 계속 유지하는 '포지셔닝 능력'과 그것을 가능케하는 '기술적 능력'이 있어야 바르셀로나 멤버가 될 수 있습니다. 미친 골결정력을 가졌다고 해도,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완성된 선수라고 해도, 그들의 크루이프이즘을 소화할 수 없다면 바르셀로나의 스쿼드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크루이프이즘을 소화하는 능력은 단숨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적 능력은 차치하고서라도 포지셔닝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바르셀로나식 훈련을 2-3년 정도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제 아무리 탑클래스의 선수라도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포지셔닝 능력은 '팀워크'에 기인하는데 이것을 얻는 것은 축구의 신이라도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도 레알 마드리드와 같이 상승(常勝)을 추구하는 구단입니다. 2-3년 동안 선수를 사와서 크루이프이즘을 장착시키고하면서 25인 스쿼드의 일부를 낭비할 여유가 없는 구단입니다. 그러므로 바르셀로나로서 A팀에 올라오자마자 크루이프이즘을 피치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유스출신 선수의 존재는 필수적입니다.

글을 여기까지만 쓴다면 바르셀로나 유스정책의 이유를 분석한 것에 그치겠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 발생합니다. 스쿼드는 25인으로 한정되어 있고 그 중 필드 플레이어는 22인입니다. 리그, 챔스, 국왕컵에 각종 이벤트성 경기까지 치뤄야하는 바르셀로나로서는 매시즌 50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합니다. 주전 11인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결국 필요에 따라 로테이션이 있어야하는데 크루이프이즘이라는 경직적인 시스템 속에서 로테이션 멤버들도 주전에 '밀리지' 않는 능력이 있어야하고 주전못지 않게 '팀워크'가 맞아야합니다. 이는 곧 스타 플레이어라도 언제든지 시스템의 필요에 따라 벤치를 달굴 수 있고 그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충성심'이 있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지금과 같은 '최강' 타이틀을 달기 시작한 08-09 시즌부터 지금까지 바르셀로나를 떠난 공격진들을 살펴보십시오. 사무엘 에투, 티에리 앙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3시즌간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빠지지 않을 클래스의 공격수 3명이 팀을 등졌습니다. 이 세 선수 모두, 각종 이유에 의해 바르셀로나에서 벤치 워머 생활을 경험했습니다. 티에리 앙리는 바르셀로나와 깔끔히 결별했지만 에투와 즐라탄의 결별을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의 주전으로써 활약했던, 시즌 막판에 다소 부진했던 다비드 비야 또한 다음 시즌 알렉시스 산체스나 주세페 로씨가 영입된다면 벤치 멤버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실제로 과르디올라 감독이 득점능력을 주로하는 비야보다 동료의 득점을 돕는 능력을 주로하는 알렉시스 산체스를 선호한다는 보도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결국 바르셀로나의 크루이프이즘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면서 세계정상급 클럽으로 남기 위해서는 '월드 클래스급 기량 + 팀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가져야합니다.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이니에스타, 푸욜 같은 선수들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지 모르겠지만 바르셀로나에 연고가 없는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계속해서 월드 클래스급 기량과 더불에 강한 충성심을 요구하는게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모습을 보여준 선수는 강한 프로정신을 가진 티에리 앙리 밖에 보지 못한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르셀로나는 매시즌 월드클래스의 선수들을 비싼 돈을 주고 사와서 오래지 않아 깔끔하지 못하게 결별하는 상황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그 자리를 유스 출신 선수들로 메꾸려고 노력하는데 최근 3-4년 동안에 제대로 성과를 올린 선수는 맨유로부터 돈을 주고 다시 데려온 피케와 포지셔닝 능력이 특A급이어서 펩의 눈에 들었지만 막상 국대에만 나가면 삽질을 하는 부스케츠, 스탯은 잘 찍지만 호나우디뉴, 메시와 같이 상대 수비진을 뒤흔들 능력은 없어보이는 페드로 정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대단한 것이기는 합니다만) 사비의 노쇠화에 대비해서 티아고 알칸타라라는 엄청난 재능을 이제 A팀에 합류시켜서 천천히 정착시켜나가려는거 같은데 두고 볼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업이 성공하면 바르셀로나가 계속해서 강팀으로 군림하겠지만 실패한다면 오랜기간 고생할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세스크 파브레가스라는 중간다리, 라고 하기엔 너무 대단한, 선수에 목을 메는 것이겠지요.)

잠시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결국 바르셀로나가 자신들의 철학을 관철시키면서 계속해서 팀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월드클래스 기량 + 강한 충성심'을 가진 선수들도 스쿼드가 가득해야하며 이것이 계속해서 유지되어야 한다는 하드코어한 전제조건을 만족시켜야합니다. 이것을 위해 유스 출신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강한 푸시를 해주는 것이며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오랜기간 팀에 머무리지 못하고 바르셀로나를 등지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풋과 아웃풋 속에서 지난 시즌은 비교적 덜했지만 바르셀로나는 매시즌 초반 적지 않은 잡음 속에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4월쯤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아슬아슬한 타이밍을 겪게 되죠. 이것을 이겨낸 바르셀로나 선수들 및 코칭스탭 전원을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바이지만 솔직히 그들의 축구가 이런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얼마나 더 '최강'자리를 유지할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역시나 사비의 대체자 문제가 최대의 변수겠지요)

반면에 레알 마드리드는 아직 바르셀로나만큼 탄탄하지는 못한 팀입니다. 그러나 그런만큼 유기적으로 팀의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시즌은 페레즈와 무리뉴가 필살의 각오로 팀을 운영해서 유스출신 선수들 비중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2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팀에 유스출신 선수들이 8명이나 있었습니다. 무리뉴 체제가 2번째 시즌에 접어들면서 카예혼 같은 유스출신 선수가 바이백으로 돌아오기도 했고 레알 마드리드 유스들의 앞날이 어둡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대나무처럼 단단하지만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체제와 연한나무처럼 다소 무르지만 유기성이 있는 체제, 마지막에 웃는게 누구인지는 판단하기는 다소 이른게 아닐까요? 레알 마드리드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p.s. 솔직히 최근 3-4년간 레알마드리드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나간 유스 출신 선수들 중에 레알 마드리드 주전으로 적합하겠다 싶은 선수는 잠시나마 레알 마드리드의 중추역할을 했던 데 라 레드, 세비야 먹여살리는 네그레도, 배신자 마타 정도 밖에 보지 못한거 같습니다. 이번에 팀을 나가는 사라비아도 사실 스페인 U-19 대표팀 경기를 보면 다소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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