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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체일요일 5시

라울에 관한 제 글입니다. 블로그에 쓴 것 옮겨봐요

Raulista 2011.05.07 16:42 조회 1,593 추천 6

 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다. 02-03 시즌부터 팬을 시작했으니 햇수로 따지면 벌써 9년째다. 축구의 '축'자에도 관심없던 내가 2002월드컵을 기점으로 축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레알 마드리드라는 팀도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슈퍼스타들인 지단, 호나우도, 피구가 한 팀에서 뛴다는 사실때문에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 스페인을 대표하는, 아니 유럽축구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거대한 축구팀의 상징은 앞서 언급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 선수는 곱상한 외모에 마른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호나우도처럼 엄청난 스피드에 강한 피지컬을 갖추지 못했고, 지단처럼 키핑이 좋고 우아하지도 못했으며, 피구만큼 드리블이 좋지도 못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그 어떤 선수들보다도 이 선수를 좋아했다. 바로 '라울 곤잘레스'이다. 오죽하면 '라울 마드리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을까...


 처음 레알 마드리드 팬을 시작했을때 나는 라울이라는 선수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02-03시즌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맨유와의 경기에서 2골을 폭발시켰을때도 그저 '골을 넣었구나'정도로 생각했고 오히려 지단의 플레이를 숨죽이며 관찰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내 축구팬의 정체성(?)을 갖게 해준 한 편의 동영상을 보게되었다. 한 중국팬이 만든 라울 100골 동영상이었다. 화질은 조잡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그 동영상을 보고 나는 충격에 빠졌다. 말도 안되는 로빙슛에 엄청난 센스의 골장면, 골을 넣기까지의 그 움직임... 지단, 피구, 호나우도가 가진 장점은 없었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그 무언가가 있는 선수였다. 물론 스페셜 동영상을 보면 그 어떤 선수라도 뛰어나 보이긴 하겠지만... 아무튼 내가 라울의 팬이 된건 그때 부터였을 것이다. 왜 레알 마드리드를 '라울 마드리드'로 부르는지 알 것도 같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10대때 부터 이러한 활약을 해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라울빠가된 03-04시즌부터 그는 기량이 급격하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에로가 방출되고 레알의 주장완장을 차기 시작하던 시즌이었다. 그는 순간순간 재치있는 플레이는 보여줬지만 리그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였고, 리그에서의 골 수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갈락티코 정책의 희생양으로 라울을 꼽았다. 마케렐레가 나가고 중앙에 베컴이 들어오면서 미드필더진이 급격하게 붕괴되었고 그 공백을 공격수인 라울이 미드필더까지 왔다갔다 함으로써 메우고 있었다. 그의 공격포인트가 줄어버린 것은, 이전만큼의 움직임이 나오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즌을 기점으로 레알의 갈락티코 체제(지단-파본 정책으로 불리는...)는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는 챔피언스 리그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01-02시즌 우승을 정점으로 02-03 4강, 03-04 8강, 04-05시즌 부터는 유벤투스에게 16강에서 탈락해버리는 수모를 겪게된다. 그 이후로 레알의 16강 잔혹사가 시작된다. 무려 6시즌 연속 16강탈락...


 그래도 나는 라울을 응원했다. 거의 매일같이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결과를 확인하면서 라울이 골을 넣으면 기뻐했고 라울의 활약이 좋지 않은 날이면 실망했다. 매년 2월 챔피언스리그 16강을 챙겨보면서 이번 만큼은 8강에 오르겠지... 라고 기대하며 실망하는 것을 반복하였다. 갈락티코 체제에서 부진하던 그는 07-08, 08-09시즌 슈스터 감독하에 리그에서 18골을 넣는 부활을 보이긴 했지만 그 두 시즌을 제외하고는 아니, 그 두 시즌 조차 10대후반 20대 초반 천재라고 불리던 그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진 못하였다. 남들은 전성기로 달려갈 시점인 27세에 그는 하락세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06-07 카펠로 체제하에선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커리어 최악인 9골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10년 연속 두자리 득점의 꿈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부진의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서도 챔피언스리그에서 만큼은 그는 독보적 존재였다. 매년 꾸준히 16강에서 탈락하였음에도(...) 조별 예선에서 반드시 4골 이상은 넣어줬고 20대 초반 레알의 징검다리 3회우승을 하던 시절의 활약까지 더해 마침내 같은 팀 레전드 디스테파뇨가 가지고 있던 챔피언스리그 최다득점 기록인 56골을 깨버린 것이다. 그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때 앙리, 반니스텔루이가 맹렬히 그의 기록을 쫓아왔지만 한번도 챔피언스리그 득점기록을 내준 적이 없었고, 오히려 그들과의 차이를 벌려나갔다. 난 그의 팬이라는 사실이 정말 좋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의 레알 마드리드 생활도 10-11시즌으로 끝이 났다. 더 이상 클럽의 주전으로 뛰기 힘들다는 판단하에 독일의 샬케04로 이적을 단행한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이 시점에서 라울의 득점 기록이 멈출 줄 알았다. 제 아무리 샬케가 활약을 해도 챔피언스리그 16강을 넘지 못할 것이며 별다른 슈퍼스타도 없는 팀에서 이미 나이가 들어버린 라울이 별다른 활약을 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적하자마자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리그에서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하였고 중요한 고비때마다 골을 넣어 팀을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려놓았으며 무려 5골을 넣어 불가능해 보였던 70골 고지를 점령했다. 진심으로 라울 골수팬인 나도 놀랐다. 06년 월드컵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지단과 비교해도 하등 꿀릴게 없는 노장의 투혼이었다.


 지난 5월 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4강 2차전 경기를 끝으로 그는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떠났다. 다음 시즌까지 샬케에 있는다고 공언한 그는 샬케가 챔스리그 티켓이 불가능해진 지금 시점에서 사실상 그 경기가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경기일 것이고 실제로 그도 그렇게 생각한 듯하다. 내심 맨유와의 경기에서 한골 정도 더 넣어줬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지금까지의 활약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현재 가지고 있는 71골... 현재 전성기를 맞고있고 아직 충분히 어린 메시나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도가 지금의 활약을 몇년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이 기록을 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기록이다. 지금도 아쉬운 것은 만약 레알이 6년연속 16강에서 탈락하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몇 번이라도 8강, 4강까지 올라갔더라면 그의 기록은 더 높이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른 라울 팬들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10년가까이 레알과 라울의 팬으로서 그 덕분에 축구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자신한다. 아쉬운 순간도 많았겠지만 선수생활의 끝에 다다른 라울 자신도 더 이상 미련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는 그도 역사의 일부분으로 남고 어린 선수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할 시점이다. 레알보다는 라울의 팬에 가까웠던 나는 라울이 떠난 뒤에도 레알의 팬으로 남을 것이지만 언젠가는 그가 선수 생활을 마치고 레알로 돌아왔으면 한다.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그래서 바르셀로나의 펩 과르디올라처럼 레알 마드리드를 더욱 뛰어난 팀으로 이끌어줬으면 한다. (비록 요새 여러가지 말들이 많지만 펩 체제하의 바르셀로나는 역대최강이라고 해도 무방하니까...) 그렇게되면 나는 다시한번 감독으로서의 라울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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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려고 했는데 엄청나게 길어져 버렸네요.

익스플로러9에서 자꾸 오류가 나는 바람에 크롬으로 다시 올립니다ㅠ

사실상 마지막 챔피언스리그를 마친 라울을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제 블로그에다 쓴 글 그대로 옮겨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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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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