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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레알 마드리드만큼 저평가받는 팀도 드문듯

킬러지주 2011.04.08 22:26 조회 3,374 추천 10


좀 뜬금없는 글이지만 아직 해외 축구 시청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기라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전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잘못된 편견이 많이 작용해서
이런 글을 한번 써 봅니다.


그 시절을 제대로 챙겨보지 않고 영상 몇 번과 후대의 평가로만 아는 사람들의 주된 생각이

1. 수비가 약하다.
2. 조직력이 약하다.
3. 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4. 그 정도 수준의 팀은 많았다.
5. 시즌 초반의 기록이 좋지 못했다


정도인데 우선 시즌 초반의 기록이 좋지 못했던 것은 호나우도의 합류와
99/00 시즌 이후 계속되었던 선발 라인업의 변화로 인해 확고한 팀컬러가 드러나지 못해서였죠.
실제로 99년부터 02/03 시즌 전반기까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인업을 보면
확고한 선발 라인업을 짜기 힘들 정도로 변화가 심했죠.


01/02 시즌에는 시즌 전반기에 쓰리백을 쓴 경기가 포백을 쓴 경기보다도 많았고
특히 시즌 초반 5~6경기에는 지단을 선발에서 빼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라인업과 전술의 변화가 심했습니다.
시즌 후반기에는 아예 카시야스가 주전에서 밀릴 정도였으니 말할 필요가 없었죠.

02/03 시즌도 지금은

------------호나우도
지단----------라울----------피구
-----마켈렐레------콘세이상
카를로스-이에로--엘게라--살가도
------------카시야스


라는 선발 라인업이 거의 확고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사실 이 선발 라인업이 나왔던 적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시즌 초반에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선발 라인업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고
(전반기에는 콘세이상보다 오히려 캄비아소가 많이 출장했죠)
주전들의 부상으로 인한 변화가 심하기도 했죠.
이 라인업이 확실하게 나왔던 경기인 02/03 시즌 8강전과 02/03 시즌 4강 1차전의 경기 내용과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01/02 시즌부터 02/03 시즌까지 레알 마드리드가 강팀을 상대한 기록을 보면


01/02 시즌
레알 마드리드 1 - 1 AS 로마
AS 로마 1 - 2 레알 마드리드 (로마는 00/01 시즌 세리에 A 우승)
바이에른 뮌헨 2 -1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2 - 0 바이에른 뮌헨 (바이에른 뮌헨은 전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바르셀로나 0 - 2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2 - 2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2 -1 바이엘 레버쿠젠


02/03 시즌
AS 로마 3 - 0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0 - 1 AS 로마
AC 밀란 1 - 0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3 - 1 AC 밀란
레알 마드리드 2 - 1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1 -1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3 - 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4 - 3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02/03 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
레알 마드리드 2 - 1 유벤투스
유벤투스 3 - 1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는 02/03 시즌 세리에 A 우승 및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가 이에로의 노쇠화로 인해 수비에서 종종 약점을 보였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잦은 라인업의 변화로 인해
시즌 중반까지도 선발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대단한 기록입니다.


무엇보다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가 대단한 것은 눈으로 보이는 수치가 아니라
이러한 수준의 팀들을 상대로 마치 우승권 팀이 하위권 팀을 상대하듯
경기 내용 면에서 완전히 압도했다는 점이었죠.
01/02 시즌 8강전인 바이에른 뮌헨전을 보면 전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상대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완전히 일방적인 경기였죠.
심지어는 바이에른 뮌헨이 2-1로 승리한 1차전조차도 말이죠.


02/03 시즌 4강전도 호나우도와 마켈렐레가 결장하고 라울이 맹장염 수술로 인해
컨디션이 완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벤투스에게 1-3으로 패한 2차전만 부각되긴 하지만
1차전에서는 팀 전체가 지단 한 명을 막지 못해 완전히 압도당했죠.
그 시즌 맨유를 상대로 한 경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 당시 이 경기에 전 세계가 보인 주목도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해외 축구 관람이 아직 비주류 수준의 취미였던 당시에도 국내에서 스포츠 채널이 아닌 공중파에서
중계할 정도의 경기였으니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런 수준의 경기에서 상대팀을 손도 못 쓸 정도로 압살한 팀이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였습니다.


동시대의 팀들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이러한 전력의 팀들을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상대했고
계속해서 이러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인 팀이 있는지 의문일 정도입니다.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가 비록 트로피의 개수는 적지만 당대 클럽들의 평균 전력과
지금의 평균 전력을 비교하면 오히려 더욱 높이 평가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당시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면 괜히 과거를 미화한다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괜히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비슷한 전력의 팀이 많았고 약점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약점이 많았는데도 다른 우승권 팀과 비슷하거나 압도하는 수준의 전력이었고
약점을 보완했다면 그 이상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죠.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는 그만한 평가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팀이었습니다.
이 팀의 전성기가 2시즌, 아니 1시즌만 더 갔어도 지금처럼 저평가를 받지는 않았을 텐데
그 시절이 오래 가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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