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퍼거슨은 누가 될 것인가?
아오... 개강을 하고 얼마전엔 집안에 안좋은 일도 있고 하여 정신 없이 보내다 보니,
이제 조금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주말밖에 없군요 ㅠㅠ
방학때는 나 자신의 잉여스러움을 그렇게도 한탄 해왔는데
개강하고 나니 그때의 그 잉여킹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인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집에서 푹 쉴수 있게 된 기념으로 며칠동안 축게와 오피니언에 올라왔던 글들을 정독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중에서 Elliot Lee 님이 얼마전에 오피니언 게시판에 쓰신 [전술가, 고뇌와 또 고뇌] 라는 칼럼을 읽고 축구 감독의 역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http://realmania.net/bbs/zboard.php?id=column&no=321"
이 글 입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축구 감독이란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ㅎ)
저는 여러 가지 내용들 중에서도 특히
"전술은 팀 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으며 이 것의 대가는 단연 알렉스 퍼거슨이다."
라는 부분을 인상깊게 보았고, 그로 인해 프로 축구 감독의 전술적 측면 외의 경영인 혹은 Manager로서의 역량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좋은 오피니언글을 올려주신 Elliot Lee 님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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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스타 감독의 시대
현대축구는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의 역량이 정말 많은 것을 좌우 하게 되었습니다.
축구 팀은 이제 더 이상 한 두 명의 스타 플레이어를 보유 하고 있다 해서 언제나 승리를 보장 받을 수 있는 단계를 지났으며. 11명의 스타플레이어로 스쿼드를 구성한다 할지라도 오히려 개개인의 능력으로만 보면 그저 그런 팀에게 혼 줄이 나는 경우도 파다합니다.
점점 축구계는 스타 플레이어의 시대에서 스타 감독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특히 현대 축구에 새 바람을 이끌고 온 젊은 감독들... 라리가의 조제 무리뉴와 펩 과르디올라, 키케 플로렌스, 독일 대표팀의 요아힘 뢰브, 프랑스의 로랑 블랑, 디디에 데샹, 인테르의 레오나르도, 그리고 최근 새롭게 포스트 무리뉴로 부각 되고 있는 포르투의 햇병아리 감독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 까지...
수려한 외모와 지적인 면모, 강력한 카리스마, 거기에 성공적인 커리어까지, 스타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두루 갖춘 감독들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인 것 같습니다.
비단 해외 축구까지 시야를 넓힐 필요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2002년 히딩크 감독의 대 성공 이후 대표팀에 어떤 선수가 승선할 지 보다 어떤 감독이 대표팀을 맡게 될 지가 더 이슈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김호곤 감독부터 코엘료, 박성화, 본프레레, 베어벡, 아드보카트, 허정무 까지... 8년간 정말 많은 감독들이 오고 갔었군요...)

<현대 축구팬들은 감독의 현란한 손가락질에 열광한다.>
점점 언론들은 선수들의 인터뷰 보다 감독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선수들의 판타스틱한 플레이 보다 감독들의 유려한 전술적 판단에 대해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축구 팬들도 선수 개개인의 움직임에 열광하는 단계를 넘어서 팀의 전술과 교체, 시즌 운영에 대해 언급할 정도로 그 수준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레알 마드리드와 리옹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 경기에서 벌어졌던 신문선 해설위원의 참극은 2002년에서 2010년 사이 축구 팬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겠죠..)
근 10년간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그들의 관심사가 국가대표팀의 선전뿐만 아니라 해외 프로 축구팀의 경기에 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인터넷 기술과 함께 비행기로 10시간을 가야 볼 수 있던 경기들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 집에서도 확인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케이블 채널들은 이제 실시간으로 해외 경기들을 중계해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것이 결판나는 국가대표 경기를 응원 하던 축구팬들의 관점은. 이제 장장 9~10개월간의 긴 호흡으로 치러지는 프로축구 리그를 보는 관점으로 업그레이드되었고, 감독의 역량을 바라보는 팬들의 관점도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즉 한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감독이 아닌, 한 시즌의 우승을 시킬 수 있는 감독이 누구인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죠.
그리고 시즌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감독은, 뛰어난 전술로 한 경기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감독 그 이상의 무엇.. +@의 특별한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바로 팀을 경영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 즉 Manager로서의 역량이 그것입니다.

<이 게임의 제목이 Football Coach가 아닌 Football Manager인 이유>
Key Word 1 : Coach & Manager
Coach와 Manager라는 단어는 사실 둘 다 한국어로는 감독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두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조금 다르죠. 우리나라에서는 코치와 감독 그리고 매니저가 모두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구요..
(해외에서도 Coach와 Manager라는 단어의 차이는 명확하게 구분이 된다기 보다는 혼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에서는 주로 감독을 칭할때 Coach가 아닌 Manager라고 부르며, 스페인에서는 영어로 Coach에 해당하는 Entrenador라 부릅니다. "El Entrenador del Real Madrid CF" 라 하면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혹은 코치로 해석이 되는 것이죠. 결국 뉘앙스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러한 단어의 선택이 각 리그에서의 감독의 역할 범위를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통상적으로 한국에서의 코치의 역할상 경계는 선수들의 훈련과 감독의 전술적 판단을 '돕는' 조금은 하위의 개념으로 통하고 있으며, 매니저는 말 그대로 선수들과 구단의 잡다한 일들을 맡는 '축구 외적인 일을 관리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즉 코치와 매니저와 감독은 하는 일이 서로 다르다고 인식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최근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감독들에게서는 코치로서의 역량도, 감독으로서의 역량도, 그리고 매니저로서의 역량까지 모두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감독들은 팀의 전술을 짜는 제한적인 임무만 수행 하는 것이 아니라, 대외 인터뷰를 통해 팀의 대변인 역할도 하고,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면서 팀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 선수들의 사생활 까지 관리하며 팀의 아버지 역할을 자청하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선수들 훈련시키고 스타팅 멤버 짜는 "축구 코치"로서의 역할이 아닌, 팀의 축구 내적, 외적인 모든 부분을 매니징 하는 경영인으로서의 모습으로 감독의 역할이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매니징 역량에 따라 단순히 뛰어난 전술가에 머무르는 감독과 그 이상의 '명장'의 칭호를 얻게 되는 감독이 나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매니징 기술이 부족한 감독에게는 이른바 '선수빨' 이라는 요소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죠. 자신이 아무리 뛰어난 전술을 만들어 놓았더라도 결국 경기장에서 그걸 시행 하는 사람은 바로 선수들이니까요..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감독의 전술에 어울리지 않는 순간 실패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대 축구입니다. 선수 입장을 벗어나 감독에게도 자기 입맛에 맞는 선수진을 구성하고 있을 때는 자신의 전술적 역량을 펼쳐 보이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겠죠. 그렇지 못한 경우엔 원하는 전술을 펼쳐 보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요..
여기서 감독의 매니징 역량이 갈린다고 봅니다. 부족한 선수구성으로도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전술을 수정하여 어떻게든 이길 수 있는 팀을 만들어내는 감독과, 자기 스타일에 맞지 않는 선수들 탓을 하며 끝까지 자기 전술을 바꾸지 않다가 자기 목이 댕강 잘리는 감독... 이 두 부류의 감독으로 말이죠. 분명 전에 있던 팀에서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기에 새롭게 영입한 감독이 왜 우리 팀에 와서는 삽만 푸고 계시는가… 하는 고민을 하는 팬들이 점점 늘어가는 이유도, 결국 그 감독은 선수빨에 의존 했던 명장이 아닌 운장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데뷔 시즌 6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아직은 명장이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 비롯됩니다. 그가 과연 바르셀로나가 아닌 다른 팀에 가서도 지금과 같이 뛰어난 성과를 올릴 수 있는지...그것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
Elliot Lee 님 께서 언급 했던 것 처럼, 현재 현역으로 활동 중이신 감독님들 중에 매니징 역량이 뛰어난 분을 뽑으라면 단연코 맨유의 퍼거슨경이라 할 수 있겠죠. 이분이야 말로 선수 구성에 따라 유연하게 전술을 구성하는 능력만큼은 최고라고 볼 수 있는 분이시니까요.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없이 바뀌는 선수진을 가지고도 끊임없이 우승권 전력을 유지한다는 것...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죠.
거기다 영입해야 할 선수와 방출해야 할 선수들을 모두 스스로 결정하고 시행하는 모습.
팀에 불만을 갖고 땡깡 부리는 선수를 어르고 달래서 충성스러운 선수로 바꾸기도 하고, 때론 엄하게 다스려 내 쫓아 버리기도 하는 모습. (땡깡 루니와 땡깡 테베즈의 차이는 뭘까요..?;;)
영민한 화술과 인터뷰 스킬로 상대팀 감독의 심리를 뒤흔들어 놓는 모습.
때로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위장 오더로 볼 수도 있을 조금은 치사한 작전도 서슴지 않는 모습. (SK와이번스의 야신 김성근 옹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ㅋ)
선수들을 풀어줘야 할 때와 단단히 조여야 할 때를 정확히 구분하여 팀의 사기를 항상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는 모습 등등...
퍼거슨경의 능수능란한 매니징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셀 수가 없습니다.

<챔피언스 결승전 출전 예상 선수에 대한 인터뷰 한방으로 5000만 한국 국민들을 낚아버렸던 퍼거슨 감독. 이 영리한 늙은 여우와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5년간 11번의 리그 우승과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그런 면에서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교수님은 퍼거슨경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이죠. 선수들에 전략을 맞추어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스스로의 스타일이 고착되지 않은 백지상태의 어린 원석들을 모아서 자기 전술에 맞게 조련 시키는 타입이니까요... 조직력을 극대화 하여 원터치 숏패스로 이어지는 빠른 역습 축구로 대변되는 자신의 축구 스타일에 최적화된 선수진을 갖추었던 03/04 시즌에는 역사에 길이 남을 리그 무패우승의 금자탑을 세우며 자신의 진가를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지만, 그 이후 너무나 자신의 "아름다운 축구"철학을 고집하다가 6년 동안 무관의 설움을 견디고 있기도 하는 등... 퍼거슨경의 꾸준함과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팀 내적으로도 선수들 간의 불화나 자신에 대한 불만 등에 대해 퍼거슨경 만큼의 장악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도 하구요.
전술적인 역량에 있어서 만큼은 발군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그가 정말 명장인가?" 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 하실 분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 됩니다.
즉 벵거 감독은 축구를 아름다움의 경지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예술가"는 뒬 수 있지만, 무한 경쟁의 시대에 자신의 조직을 승리자의 위치로 이끌어 내는 "전문 경영인"은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비록 그의 가방 끈은 맨체스터의 늙은 여우 보다 훨~씬 더 길었음에도 말이죠...

<경제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벵거 교수는 정말 팀의 "경제적인" 부분만 매니징 하고 있다. >
Key Word 2 : Owner & President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세계 3대 프로 축구 리그라 하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이탈리아의 세리아 리그를 칭해왔습니다. (최근 한동안 하향세를 걷던 독일 분데스리가가 다시 한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세리아를 제치고 세계 3위 프로 리그로 발돋움 하긴 하였지만 세계 3대 리그라 하면 아직까진 위의 세 리그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죠.) 이 유럽의 세 메이저들은 저마다 각각의 고유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행기로 세시간이면 다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리의 나라들끼리 그 국민성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그들의 축구 역시 서로 너무나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위에서 언급한 감독의 매니저, 운영자로서의 역량은 각 리그의 특징적인 지배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구단주가 축구단을 '소유'하는 형식의 팀과 주주들에 의해 회장이 '선임'되는 형식의 팀 사이의 차이에 의해,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한계가 상당 부분 결정 난다는 것이죠. 3개의 메이저 리그 중에 특히 그 구조적인 스타일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그를 비교 해 보면 이러한 한계의 차이가 왜 나타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유럽의 프로축구 팀들은 대부분 지역 연고를 통한 시민 구단으로 시작하여 지금의 프로 축구팀이 되었습니다. 한 지역에서 축구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팀을 창단하고 (대부분 그 시작은 조기 축구회 수준이었겠죠...) 실력을 키워 상위 리그로 승격되는 시스템을 통해 지금의 프리메라 리그, 프리미어리그, 세리아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중 가장 먼저 상업화에 성공하여 이른바 '미국식'의 기업형 프로 스포츠단 형태를 확립한 것은 잉글랜드의 프리미어 리그였습니다.
미국의 기업형 스포츠단이란 구단을 운영 할 수 있을만한 자산을 가진 구단주가 마치 회사의 소유주와 같은 개념으로 축구 팀 자체를 자신의 소유로 할 수 있는 형태를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프로 팀은 마치 구단주 스스로의 "자산"과 같이 취급 받기 때문에 구단주가 교체될 때 마다 팀의 이름이 바뀌기도 하고, 심지어는 연고지가 이전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돈 많은 회장님들의 거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죠. 한국의 프로 축구팀들 역시 미국식 프로 스포츠단 형태를 따라, 대부분 기업 소유의 팀으로서 그 소유주가 누구냐에 따라 팀 명칭과 연고지가 변동되곤 합니다. FC서울의 북패 논란 역시 이러한 시스템적인 한계에서 기인한 것이죠.

<FC 서울은 안양 엘지 치타스의 정통 후계자인가, 아니면 스포츠계의 패륜아인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바로 이러한 미국식 기업형 프로 스포츠단의 형태와 유럽 고유의 시민구단 형태를 적절히 믹스한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잘나가는 시민 구단을 돈 많은 구단주가 구매하여 소유권을 획득하고 운영으로 인해 벌어들여지는 수익을 취하는 형태의, 새로운 기업 문화가 형성 된 것이지요.
따라서 프리미어 리그의 구단들은 구단주 즉 Ownership과 팀의 축구 외적인 부분을 운영하는 전문 경영인(CEO), 그리고 축구 내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감독(Manager)과 코칭스태프들로 조직됩니다.

<기업형 프로 스포츠단의 최 상위에는 구단주가 있다.>
이에 반해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는 아직까지도 유럽 전통의 시민구단 형식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팀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라리가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이라 할 수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소시오 제도로 대변되는 시민구단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죠. 물론 이들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도 이러한 시민구단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프리미어 리그에 비해 조금은 불공평 하다고도 볼 수 있는 중계권료 분배 방식에 있긴 합니다. 최고의 인기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시즌이 지날수록 점점 부유해 지는데 반해 중소 클럽들은 자꾸만 빈곤해지고, 결국 외부의 자본에 팀을 팔아 넘기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죠... (중동의 오일머니가 벌써 말라가나 라싱 산탄테르와 같은 팀들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어 버렸죠...)
하지만 아직도 프리메라 리가는 프리미어 리그에 비해 과거의 전통적인 구단 운영 형식을 유지하고 있는 경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배 구조의 차이는 구단 운영진과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는 조직의 형태에도 차이를 가져 오게 됩니다. 즉 구단의 소유권은 한 명의 구단주나 기업이 아닌 여러 명의 의결권자 들로 구성된 소시오회에 있으며, 소시오 회의에서의 결정으로 구단을 경영해 나갈 회장과 단장 (사무총장), 스포트 디렉터 등의 운영진이 선출되고, 그 운영진들에 의해 감독 (Entrenador)이 선출 되는 방식 인 것이죠.

<시민구단의 최 상위에는 팬들이 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가 대체 감독의 역할적 한계에 대체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까요?
그 답은 바로 "누가 고용인이고 누가 피고용인인가?"라는 물음에서부터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미어리그식 구단주 소유 체제에서 구단의 가장 높은 의결권자는 당연히 최대 주주인 구단주입니다. 구단주는 자신의 구단을 위해 일 해 줄 사람을 고용 할 뿐, 남에게 고용 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구단의 성적에 대해 질책을 당할 이유도 없으며 그런 자리에 나서야 할 책임도 없습니다. 그 구단은 구단주의 것이니까요.
팀의 성적이 바닥을 긴다고 하여 구단주가 잘리는 일은 없습니다. 구단주는 잘리는 사람이 아닌 자르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들이 팀 성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팀의 성적이 곧 자신의 돈으로 직결되기 때문이지, 구단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책임의식 때문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리버풀의 질힉 콤비처럼 구단을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다가 재판까지 가서 팀을 빼앗기는 경우는 논외로 합니다. 여기서의 책임은 "최선을 다 했을 때의" 책임 이니까요.)
이러한 구단주 체제 하에서 팀의 성적에 책임을 져야 하는 최대 실권자는 다름아닌 팀의 감독입니다. 프리미어리그의 감독들은 대부분 구단주에게서 팀 운영의 전권을 부여 받고 자신의 뜻대로 팀을 움직일 수 있는 반면,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진다는 위험부담을 안게 됩니다. 최대의 권한과 최대의 책임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게 프리미어리그의 감독들인 겁니다.
이러한 구조 아래서 맨유의 퍼거슨 경과 같이 구단의 모든 부분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장기 집권자", 혹은 "독재자"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프리메라 리가 구단에서, 구단을 대표하고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사람은 소시오 회의에 의해 "선출" 혹은 "고용"된 회장입니다. 회장은 구단주와 달리 팀의 성적에 자신의 목숨 역시 왔다 갔다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회장은 피고용인이기 때문입니다.
피고용인에 불과한 회장은 언제나 팀 성적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고, 자연스레 팀의 운영과 전술에도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감독의 권한에 있어야 할 부분에 까지 손을 대는 말 못할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팀 성적이 잘 못 나오면 자기가 잘려버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고용한 감독 한 명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하고 묵묵히 지켜만 볼 수 있는 대인배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프리메라 리가의 회장들은 잔소리꾼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들에 의해 고용된 감독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펼쳐내는데 있어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축구 문화의 차이가 잉글랜드와 스페인에서 감독을 부르는 명칭을 각각 Manager와 Entrenador로 달리 하는 차이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대 제국의 최대 피해자일지도 모르는 마누엘 페예그리니
그는 회장님 말씀에 절대 복종 할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샐러리맨에 불과했을까?>
Key Word 3 : 페레즈와 무리뉴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시스템에 특성화된 두명의 인물이 지금 레알마드리드에서 만났습니다. 바로 레알마드리드의 회장인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님과 조제 무리뉴 감독님이시죠.
페레즈 회장님은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지금도 마드리드를 위해 일하고 있는 마드리드의 적자이십니다. 어려서부터 보아온 레알마드리드의 오래된 팬이시자 그 누구보다도 레알마드리드를 사랑하고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분이시겠죠. 60 여년의 세월동안 마드리드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함께 해왔기에 그 전통과 암묵적인 규칙들에 대해 가장 정통하신 분이 바로 페레즈 회장님이실겁니다.
그에 반해 포르투갈 출신의 무리뉴 감독님은 비록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반할감독을 보좌하며 스페인 리그를 몸소 체험 했다고는 하지만, 그가 진정 자신의 가치를 꽃피운 곳은 바로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였습니다. 비록 첼시에서의 말년에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계속되는 내정 간섭으로 인한 불화로 팀을 떠나오기는 했지만, 그 전에는 아브라모비치의 전폭적인 신임과 함께 구단의 전권을 쥐고 있던 분이 바로 무리뉴 감독이십니다. 인테르로 옮겨 갔을 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죠. 마시모 모라티는 자신이 모셔온 챔스 우승 청부사에게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이 두 분의 만남은 어찌 보면 물과 기름의 만남이라고 볼 수도 있을것입니다. 구단의 모든것을 알고있고 또 통제할 수 있는 회장과, 오로지 자신의 색깔로 팀을 꾸려왔던 젊은 감독의 만남이라...

<그들의 만남은 정말 잘못된 만남인가...>
이들의 어쩔 수 없는 캐릭터로 인해, 무리뉴 감독님이 부임한지 이제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말 숱하게 많은 불화 루머들이 떠돌고 있었죠..
실제로도 상당히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 겨울 써드 공격수 영입 문제로 인한 갈등은 외부적으로 감지가 될 정도로 꾀나 진지한 문제였죠. 구단의 재정을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CEO와 전력강화가 최대 목표인 감독간의 알력은 레알 마드리드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조직에서도 당연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무리뉴 감독님에게 요구되었던 자질이 바로 경영자로서의 자질이었습니다.
1. 구단의 상황과 자신의 플랜을 모두 충분히 만족 시킬 수 있는 최선의 플랜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 판단 능력
2. 그러한 베스트 플랜을 찾았을 때에 이를 강력히 어필 할 수 있는 행동력
3. 구단에 자신의 뜻을 정확히 알리고 그들로 부터 좋은 답변을 이끌어 내는 협상력
이 세가지 능력이 바로 무리뉴 감독과 작년 시즌 페예그리니 감독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무리뉴 감독님은 페레즈 회장님을 비롯한 운영진과의 오랜 논의 끝에 적절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고, 결국 아데바요르의 임대 영입이라는 결과론적으로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으니까요.
무리뉴 감독 역시 축구계의 실리주의 열풍을 몰고온 전술적 혁명이기에 앞서, 최고의 구단 운영 능력을 갖춘 유능한 경영자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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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ro. 전투의 승자와 전쟁의 승자
제가 역사와 전쟁사에 관심이 많다보니 항상 전쟁과 전투를 축구에 대입하여 생각해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런 말이 있죠.
전투에는 승리 했을지언정 전쟁에 패배하는 장군은 결국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없다.
국지적인 전투에서 뛰어난 전술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사람은 좋은 대장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은 그 이상의 전략을 수립 할 수 있는 유능한 장군입니다.
게임에서도 컨트롤만 잘하는 게이머는 결국 완벽한 전략을 짜온 상대에게 패배하고 마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ㅎ
결국 축구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빼어난 전술가는 노련한 전략가를 한 게임에서는 이길 수 있지만, 한 시즌의 승자가 되는 자는 결국 노련한 전략가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거죠.
경영 전략이라는 분야가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은 것 처럼,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전략의 수립과 유연한 운영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분명히 레알 마드리드는 한명의 경영자가 움직이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에 지레 겁먹고 구단의 요구에만 이리저리 휘둘리는 허약한 카리스마는, 거대한 제국의 조타수로는 어울리지 않는것 같습니다.
무리뉴 감독을 비롯한, 앞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 감독들은 부디 자신의 경영자 적 역량을 감추지 않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되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레알마드리드에서 포스트 퍼거슨이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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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다소 딱딱하고 정신없는 글이 되어버렸네요 ㄷㄷ
길기도 길고;;;;;;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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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G 2011.03.12선추천 후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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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2011.03.12일단 추천 도장부터! 정말 잘 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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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rid]미니 2011.03.12좋은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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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컴 2011.03.12축구게시판에 퍼거슨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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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El_PIPITA 2011.03.12@베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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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19.수험생) 2011.03.12좋은글잘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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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no.7 2011.03.12잉여력 돋아보여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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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호당이 2011.03.13@레알no.7 걍 좋아서 추천 해주면 덧나낭?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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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ca 2011.03.12와 언급하신 감독들에대한 평이 다 공감가네요 ㅋ 잘봤습니다 ㅋ
무감독님의 경영자적 자질에 대해서도 정말 공감하고요 ㅋ
왜 그렇게 전권을 달라고 외치는지 알만한 감독이시져 ㅋㅋ
그래서 그렇게 원하는 잉글랜드 리턴을 했을때는 장기집권하는거 꼭 보고싶어요 꽤 많은 사람들이 과연 리턴해도 한팀에 머무를까 의심쩍어하지만 전 전권을 위임받아 팀을 장기적으로 \'경영\' 해나가는것 또한 무리뉴의 야심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ㅋ 이번 아데발 영입에 대해서도 이 선수가 성공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적절한 필요를 요구하고 협상해내는 능력을 보고 더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난 힘없는 감독이어서 별수없었다 하며 방관만 하는건 팀을 위해서도 안좋으니까여 ㅋ -
subdirectory_arrow_right 호당이 2011.03.13@hanaca 쩝 본의 아니게 페감독님 디스글 처럼 되어 버렸네요;;;
전 페감독님 좋아했는데 ㅠㅠ -
Guti 2011.03.12와 진짜 원래 긴글은 읽지 않는데 그냥 읽게 되네요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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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타 2011.03.12와 정말 잘 읽었습니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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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Pipita 2011.03.12어렵지만 추천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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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호당이 2011.03.13@El Pipita 내용이 좀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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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키[수컷♂] 2011.03.12추천합니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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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누호날두7 2011.03.12축구기자들 보다 훨씬 잘쓰시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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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봉지주 2011.03.12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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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ot Lee 2011.03.13이런 식으로 남의 글 죽이지 마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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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ot Lee 2011.03.13정말 필력은 좋으시네요. 원작을 아류로 만드는 능력이 마치 파가니니를 지워버린 라흐마니노프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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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호당이 2011.03.13@Elliot Lee ㅋㅋㅋㅋㅋㅋㅋ 전 음악에 대한 조예는 전무하기에 뭔 차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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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Elliot Lee 2011.03.13@호당이 그만큼 사랑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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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T! 2011.03.13그냥 추천 때립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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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SKY 2011.03.13이야 잘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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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토비치 2011.03.13어쩌면 포스트 퍼거슨은 무리뉴가 될 것 같네요. 현재 맨유도 퍼기 영감님한테 그다지 간섭 안 하고 이런걸 원하는 무리뉴하고 딱 맞아 떨어지죠. 하지만 만약에 구단주 바뀌고 간섭하고 그러면 무리뉴는 절대 맨유 안 가겠죠. 로만한테 그렇게 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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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호당이 2011.03.13@미야토비치 어찌보면 퍼거슨이기에 가능한 것 같기도 하고 잉글랜드 클럽이기에 가능한거 같기도 하고....
감독 스스로의 아우라나 카리스마 같은건 무리뉴 감독도 퍼거슨 경에 못지 않으니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ㅎ
이왕이면 레알에서 오랫동안 트로피 수집을 해주셨으면 좋겠지만 무감독님 성향상 모든걸 이루었다고 생각되는 순간 떠나실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