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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목요일 5시

레알마드리드vs레반테(성의 없는 후기)

GuT! 2010.09.26 14:51 조회 1,367 추천 1
가족들 눈치 보면서 욕 들어 먹어가면서 기필코 본방은 사수해내야겠다는
일념하나로 졸린 눈 비비며 컴퓨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3시가 되기를 기다
렸습니다. 10분전쯤에 아프리카로 시청하려는데 이놈의 컴퓨터가 인식을
못해서 20분이나 늦게 봤지 말입니다. 그래도 좋다. 가족들과의 관계 단절을
담보로 멋진 경기만 펼쳐만 준다면 더할 나위 있으랴.
그리고 경기를 보는 내내.............캐스터와 해설자의 말에선 '경기가 잘 안
풀리네요' 단어 하나하나에 한숨이 섞여 나오는 듯한 불안한 분위기. 그리고
그 분위기를 제대로 증명해주시는 과인님의 클로킹 모드. 날두의 표정, 외질
의 얼굴, 무리뉴의 껌씹는 속도와 뭔가 모를 물병 포스, 경기장의 공기 등등.
그래도 괜찮습니다. 뭐 강팀은 늘 그런 법이지요. 언제나 약팀은 강팀을 상대
로 '대등'하다는 경기를 펼치지만 결국 강팀이 승리를 따내고야 마는 냉정한
이곳의 법칙. 세상의 이치. 그렇습니다. 전 그런 이치를 조금도 믿지 않은 적이
없었고 의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 괜찮았습니다. 레알이니까. 다 괜찮아.
난 마드리디시모니까.
경기를 보는 내내 참 오래간만에 '그냥 잘까?'라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박지성
이라는 이유로 맨유의 경기를 보며 느끼고, 위닝이라는 이유로 아스날의 경기를
보며 느꼈던 그 감정이 여기서마저 느껴지다니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주중 경기
라 피곤해서 그런건데요 뭐. 이해합니다. 그래도 한골은 넣지 않겠어. 날둥이에
대한 격한 빠심으로 즐겁게 관전을 했습니다. 중간중간 하품을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후반 막바지로 갈수록 경기는 좀체 달아오를 생각을
않고 전반만 못한 경기만을 내내 보여주다 끝내는 레반테 선수들의 침대 광고를
보게될 줄이야!(결정적인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기막힌 균형 감각까지!)
경기 막바지 모든 혼을 실어 자신의 무기력함을 온 몸으로 저항하는 날둥이의
슈팅 후의 처참한 표정을 보며 오늘의 경기에 대한 나의 실망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다음에 잘하자. 이번엔 우리가 레반테한테 졌어.
그 시간까지 아프리카에서 끝까지 레알을 응원해주시는 팬들은 대화창에
연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는 말을 남겨 제 마음을 미어지게
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대로만 마무리 하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있잖느냐. 괜찮다. 정말 다 괜찮다. 힘내. 레알. 이 자식들.ㅠㅠ
그런데 그 순간........................갑자기 화면이 이상한 경기장 화면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전 BJ가 중계를 끝냈거나 내 컴터에 이상이 있겠거니 재빠르게
판단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해설자의 실소
'아하하 이거는 뭐........;;;.....경기 시작 전 화면 같은데요. 하하...'
그 뻘쭘한 휑한 분위기는 10초간 지속되었고 다시 경기 화면으로 넘어갔습니다.
순간 저는 울컥했습니다. 이 무어라 말 할 수 없는 패배감. 경기가 끝나고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레알팬이지만 정말 이런 경기, 이런 중계를 보여드리다니.
정말 부끄럽습니다. 아 정말 이건 너무하잖아요!!!!!!'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다 나가고 없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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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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