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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목요일 5시

이탈리아의 예선탈락에 대한 단상

마인이동국 2010.06.25 10:36 조회 1,416 추천 5

한팀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그 팀의 성공 여부는 보통 아이덴티티를 얼마나 확고히 유지하는가, 혹은 그 아이덴티티를 바꾸고자 했을때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무시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가..정도가 되겠습니다.

 

 

매번 공격축구를 하던 브라질이 이번에는 수비축구를 하는데, 왜 그렇게 바꾸었고 그럴 이유가 타당한가.. 는 떡밥같이 말이죠.

 

 

 

이를 한국으로 대입해보자면, 한국축구가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80년대후반부터 우리나라는 '홍명보'로 상징되는 쓰리백과(물론 중간에 홍명보가 미드필더로 올라가기도 하고, 4백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서정원,고정운,박태하 등등의 좌우 날개. 그리고 황선홍,최용수,이동국으로 이어지는 키 큰 스트라이커. 즉, 빠른 발을 이용한 측면에 최적화된 축구를 해왔었습니다. 히딩크는 여기에 체력을 얹어서 압박축구를 만들어냈구요.

 

 

이러한 모토를 추구하게 된 이유는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나라가 축구를 발전시킴에 있어서, 중동보다는 '이왕 죽을거면 너랑 같이 죽는다'는 원수 일본을 이기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고, 일본보다 우수한 피지컬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축구를 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특성상 일본보다 세밀함과 꾸준함을 떨어질지언정, 더 빠르고 더 키카 큰 장점을 이용했어야 했기 때문이죠. 중국이야 최근에서야 가오홍보버프로 한국을 이기기는 했지만 예전부터 한국 밥이였구요. 

 

이는 뒤집어 말하면, 한국에서 피지컬은 좀 딸리지만 창조적인 힘을 발휘했던 최문식, 윤정환, 고종수, 이관우가 지속적으로 무시당한 이유 중 하나일수도 있겠습니다. 죄다 측면으로 볼을 돌리고 최전방으로 크로스 올리기에 바쁜데 중앙에서 볼 끌다가 킬패스 한방 노리는 이런 애들은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혹은 안정환이나 이천수처럼 유럽에서 통할만큼 위협적이지 못했거나..

 

 

 

더 이상 쓰리백을 쓰지 않는 이유도 홍명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강한 체력과 압박이 주무기다..라고 하기에는 히딩크 이후로 생긴, 10년도 채 안되는 이야기기 때문에 꺼내기가 조금 꺼려지네요. 또한 세계 축구의 트렌드이기도 하구요. 또한 최전방에 이동국을 쓰지 않는 것도 박지성, 이청용은 이동국의 머리를 향해 공을 올려주기보다는 빠른 패스워크를 이용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내길 좋아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혹은 이동국 이후로 더 이상 장신 스트라이커가 나오지 않는다는점에서, 미리 세대교체를 준비한다..는 점일수도 있구요.)

 

 

보시는바와 같이 충분히 기존의 축구 컬러를 변화시킬 이유가 있었고 또한 변신은 성공적이였습니다.

 

 

 

 

이태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네덜란드, 독일, 영국같은 것들보다는 신체도 작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같이 쫄깃한 것들에 비해서는 탄력이 떨어집니다. 맞불로 이기기에는 신체구조상 불가능한겁니다. 그래서 머리를 쓰기 시작합니다. 몸이 안 되면 머리라도 좋아야 하니까.. 그래서 끊임없이 연구하다가 축구는 골을 넣어야 하는 스포츠다..라는 절대진리를 거꾸로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래, 골을 안 주면 되는구나!'

 

그래서 탄생한게 스위스에서 건너온 볼트 시스템을 개량한.. 그 이름도 찬란한 '카데나치오'입니다.

 

 

이는 아주 단순합니다. 수비가 공을 빼앗고, 미드필더가 빠르게 최전방으로 연결하고, 최전방은 마무리를 한방에 짓는다. 즉, 네스타가 빼앗고, 피를로가 토티에게 이어주고, 토티는 수비뒤로 공을 넣어서 인자기가 마무리 짓게 한다!(물론, 아리고 사키라는 왠 괴장이 나와서 카데나치오 자체를 뒤흔드는 혁명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현재는 전혀 그런 컬러가 아닙니다.

 

 

 

피를로를 이어줘야할 몬톨리보는 소속팀에서만큼의 활약을 아주리에서는 보여주지 못했고 토티는 부상, 카사노는 리피와의 불화로.. 그리고 인자기 비에리를 이어야할 질라르디노는 소속팀에서 기복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단단한 센터백. 좋은 패스를 이어주는 미드필더. 경기를 결정지을 패스와 슛을 날리는 포워드.. 모두 다 함량 미달이라는거죠. 그나마 칸나바로, 키엘리니만 건재합니다만 과거의 말디니, 네스타, '전성기'칸나바로에 비하면 한참 딸려보이는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팀의 컬러를 바꿨습니다. 기존의 우직하게 막고 한골 로또로 이긴다!는 컬러가 아니라, 아예 맞불을 놓을 수 있는 팀으로 말이죠.

 

 

 

팀이 大망해서 어떤 컬러였는지 논하기조차 우습지만, 아무래도 4-3-3을 중심으로 근면한 돌쇠형의 시모네 페페와 창조적 천재형의 디 나탈레의 마법에 기대를 건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기존의 '1'을 중심으로 하는 4-3-1-2가 아니라, 그 '1'을 측면으로 아예 돌려버린 걸 보았을때 '1'에 기대는 축구보다는 팀 전체적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이겨나가는 축구를 원한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세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팀이 너무 늙어버렸다는 것이 문제고, 두번째는 카사노와 토티만큼은 아닐지언정 일정 수준 이상의 판타지와 득점력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디 나탈레의 고질적인 국대 소심증이였습니다. 또한 마지막은 피를로의 부상이였습니다.

 

 

팀이 늙었다보니 빠른 압박과 역습전개가 불가능해졌고, 디 나탈레가 최전방에서 아무것도 해주지를 못하고.. 이런 팀이라도 밑에서 볼 포제션을 잘하면서 다져나가면 승산이 있지만 몬톨리보는 아무것도, 정말로 아무것도 해주지를 못했죠. 경기 보는데 억지로 압박지점을 위로 가져갔지만 스피드와 체력부족으로 되려 뒷공간을 신나게 내주는걸 보고 느꼈네요. 팀을 잘못 만들었다..라고

 

 

 

반대로, 피를로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이 떠올랐습니다. 피를로가 투입되고 난 이후 아주리의 경기력이 갑자기 확 살아났거든요. 팀이 공격적으로 나가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몬톨리보에 피해 피를로의 경기력은 정말 눈부셨습니다.(염기훈 보다가 박지성 보는 느낌) 피를로가 건재했다면 마르키시오, 데로시, 몬톨리보를 이용한 볼 포제션도 충분히 가능했을테고, 수비 뒷공간 침투가 좋은 이아퀸타, 디 나탈레를 잘 살렸을테고 제공권이 좋은 질라르디노 역시 살았을테구요.

 

 

 

 

네, 말이 길어졌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냥 못하는 팀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주리는. 아예 밑바닥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유로 2012 역시 망할 게 뻔해보이네요.

 

 

 

 

 

칸나바로(38), 잠브로타(32), 피를로(31), 가투소(32), 이아퀸타(30), 디 나탈레(32),  

 

장난치나 지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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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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