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예선탈락에 대한 단상
한팀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그 팀의 성공 여부는 보통 아이덴티티를 얼마나 확고히 유지하는가, 혹은 그 아이덴티티를 바꾸고자 했을때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무시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가..정도가 되겠습니다.
매번 공격축구를 하던 브라질이 이번에는 수비축구를 하는데, 왜 그렇게 바꾸었고 그럴 이유가 타당한가.. 는 떡밥같이 말이죠.
이를 한국으로 대입해보자면, 한국축구가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80년대후반부터 우리나라는 '홍명보'로 상징되는 쓰리백과(물론 중간에 홍명보가 미드필더로 올라가기도 하고, 4백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서정원,고정운,박태하 등등의 좌우 날개. 그리고 황선홍,최용수,이동국으로 이어지는 키 큰 스트라이커. 즉, 빠른 발을 이용한 측면에 최적화된 축구를 해왔었습니다. 히딩크는 여기에 체력을 얹어서 압박축구를 만들어냈구요.
이러한 모토를 추구하게 된 이유는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나라가 축구를 발전시킴에 있어서, 중동보다는 '이왕 죽을거면 너랑 같이 죽는다'는 원수 일본을 이기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고, 일본보다 우수한 피지컬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축구를 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특성상 일본보다 세밀함과 꾸준함을 떨어질지언정, 더 빠르고 더 키카 큰 장점을 이용했어야 했기 때문이죠. 중국이야 최근에서야 가오홍보버프로 한국을 이기기는 했지만 예전부터 한국 밥이였구요.
이는 뒤집어 말하면, 한국에서 피지컬은 좀 딸리지만 창조적인 힘을 발휘했던 최문식, 윤정환, 고종수, 이관우가 지속적으로 무시당한 이유 중 하나일수도 있겠습니다. 죄다 측면으로 볼을 돌리고 최전방으로 크로스 올리기에 바쁜데 중앙에서 볼 끌다가 킬패스 한방 노리는 이런 애들은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혹은 안정환이나 이천수처럼 유럽에서 통할만큼 위협적이지 못했거나..
더 이상 쓰리백을 쓰지 않는 이유도 홍명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강한 체력과 압박이 주무기다..라고 하기에는 히딩크 이후로 생긴, 10년도 채 안되는 이야기기 때문에 꺼내기가 조금 꺼려지네요. 또한 세계 축구의 트렌드이기도 하구요. 또한 최전방에 이동국을 쓰지 않는 것도 박지성, 이청용은 이동국의 머리를 향해 공을 올려주기보다는 빠른 패스워크를 이용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내길 좋아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혹은 이동국 이후로 더 이상 장신 스트라이커가 나오지 않는다는점에서, 미리 세대교체를 준비한다..는 점일수도 있구요.)
보시는바와 같이 충분히 기존의 축구 컬러를 변화시킬 이유가 있었고 또한 변신은 성공적이였습니다.
이태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네덜란드, 독일, 영국같은 것들보다는 신체도 작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같이 쫄깃한 것들에 비해서는 탄력이 떨어집니다. 맞불로 이기기에는 신체구조상 불가능한겁니다. 그래서 머리를 쓰기 시작합니다. 몸이 안 되면 머리라도 좋아야 하니까.. 그래서 끊임없이 연구하다가 축구는 골을 넣어야 하는 스포츠다..라는 절대진리를 거꾸로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래, 골을 안 주면 되는구나!'
그래서 탄생한게 스위스에서 건너온 볼트 시스템을 개량한.. 그 이름도 찬란한 '카데나치오'입니다.
이는 아주 단순합니다. 수비가 공을 빼앗고, 미드필더가 빠르게 최전방으로 연결하고, 최전방은 마무리를 한방에 짓는다. 즉, 네스타가 빼앗고, 피를로가 토티에게 이어주고, 토티는 수비뒤로 공을 넣어서 인자기가 마무리 짓게 한다!(물론, 아리고 사키라는 왠 괴장이 나와서 카데나치오 자체를 뒤흔드는 혁명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현재는 전혀 그런 컬러가 아닙니다.
피를로를 이어줘야할 몬톨리보는 소속팀에서만큼의 활약을 아주리에서는 보여주지 못했고 토티는 부상, 카사노는 리피와의 불화로.. 그리고 인자기 비에리를 이어야할 질라르디노는 소속팀에서 기복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단단한 센터백. 좋은 패스를 이어주는 미드필더. 경기를 결정지을 패스와 슛을 날리는 포워드.. 모두 다 함량 미달이라는거죠. 그나마 칸나바로, 키엘리니만 건재합니다만 과거의 말디니, 네스타, '전성기'칸나바로에 비하면 한참 딸려보이는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팀의 컬러를 바꿨습니다. 기존의 우직하게 막고 한골 로또로 이긴다!는 컬러가 아니라, 아예 맞불을 놓을 수 있는 팀으로 말이죠.
팀이 大망해서 어떤 컬러였는지 논하기조차 우습지만, 아무래도 4-3-3을 중심으로 근면한 돌쇠형의 시모네 페페와 창조적 천재형의 디 나탈레의 마법에 기대를 건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기존의 '1'을 중심으로 하는 4-3-1-2가 아니라, 그 '1'을 측면으로 아예 돌려버린 걸 보았을때 '1'에 기대는 축구보다는 팀 전체적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이겨나가는 축구를 원한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세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팀이 너무 늙어버렸다는 것이 문제고, 두번째는 카사노와 토티만큼은 아닐지언정 일정 수준 이상의 판타지와 득점력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디 나탈레의 고질적인 국대 소심증이였습니다. 또한 마지막은 피를로의 부상이였습니다.
팀이 늙었다보니 빠른 압박과 역습전개가 불가능해졌고, 디 나탈레가 최전방에서 아무것도 해주지를 못하고.. 이런 팀이라도 밑에서 볼 포제션을 잘하면서 다져나가면 승산이 있지만 몬톨리보는 아무것도, 정말로 아무것도 해주지를 못했죠. 경기 보는데 억지로 압박지점을 위로 가져갔지만 스피드와 체력부족으로 되려 뒷공간을 신나게 내주는걸 보고 느꼈네요. 팀을 잘못 만들었다..라고
반대로, 피를로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이 떠올랐습니다. 피를로가 투입되고 난 이후 아주리의 경기력이 갑자기 확 살아났거든요. 팀이 공격적으로 나가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몬톨리보에 피해 피를로의 경기력은 정말 눈부셨습니다.(염기훈 보다가 박지성 보는 느낌) 피를로가 건재했다면 마르키시오, 데로시, 몬톨리보를 이용한 볼 포제션도 충분히 가능했을테고, 수비 뒷공간 침투가 좋은 이아퀸타, 디 나탈레를 잘 살렸을테고 제공권이 좋은 질라르디노 역시 살았을테구요.
네, 말이 길어졌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냥 못하는 팀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주리는. 아예 밑바닥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유로 2012 역시 망할 게 뻔해보이네요.
칸나바로(38), 잠브로타(32), 피를로(31), 가투소(32), 이아퀸타(30), 디 나탈레(32),
장난치나 지금 -_-..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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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별 2010.06.25아직 배출한건아니지만 기대되는 장신공격수 있죠. 석현준...ㅎ 뭐 어찌될지는 모르지만 ㅎ 기대되는 공격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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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2010.06.25피를로나오고 나이지긴했다는 아주리팬분들은
상심이크시겠지만..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
세르히오 카날레스 2010.06.25*저도 이탈리아 경기 보면서 느꼈던 점을 잘 적어주신거 같아요.;
벌써 4년이나 지난 월드컵의 주역들은 이미 노쇠화가 되었고 그동안 뭐했나 싶을 정도로 팀은 나아진 것이 없더군요. 그렇게 선수가 없나 싶을 정도로.. 질라르디노의 움직임도 그리 큰 임펙드를 줄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세리아에서 그리 펄펄 날아다니던 디나탈레도 어쩔줄을 몰라하더군요. 콸리아렐라의 반짝활약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건지.. 이럴거였으면 발로텔리 뽑아보는것도 괜찮았을거 같은데. 그리고 피를로 카사노 토티와 같은 킬패서가 부재하는 상태였는데 리피는 왜 허리에서 공격진을 이어주는 선수를 더 뽑지 않았을까요. 저같으면 다고스티노라도 뽑았을거 같습니다만..;; -
레알no.7 2010.06.25일단 추천하고...
이탈리아는 리피의 고집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사 계보도 이제는 끊기는 느낌이네;;;; 토티야 나이도 있고 카사노도 리피에게 선택받지 못했고....... -
G.higuain 2010.06.25선 ㅊㅊ
일단 아주리의 1R 탈락은 그쪽생각했을때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약이 될수도있다고생각합니다.
더이상 이태리는 06년 월드컵을 들어올린 이태리가아니고
4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나이는....30줄을 훌쩍 뛰어넘어버린...
이태리나 프랑스나 프란델리 그리고 블랑감독님 확정이죠?;;
여튼 새로운 감독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축구를 만들어갈지 기대되네요 ㅎㅎㅎ
지난 월드컵 결승에서 만났던 팀들이였는데...
2012년까지 잘 가다듬어서 강호의 모습을 보여주길 -
레알no.7 2010.06.25그리고 우리나라의 컬러도 바뀔때가 됬음.
내가 허정무는 존나 싫어하지만, 이번 대회를 보면서 괜찮게 생각했던게 예전같이 대놓고 밀어주는 선수는 없는데 스페인식의 442를 비슷하게나마 쫒아간다고 해야하나? 이런느낌이 들었던게 가장 좋네.
근데 문제는 이 442에다 윙에다 플메 넣는답시고 김두현 넣고 이랬던건 아직도 이해가 안감;;;;; -
마인이동국 2010.06.25세르히오 카날레스님/ 다고스티노가 올 시즌 폼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부상도 컸구요. 아쉽죠 ㅠㅠ
레칠이 / 허정무가 노선은 잘 탔지. 멤버가 워낙 빈약해서 교체도 제대로 못하고.. 여튼 내 마음속엔 이미 허느님임
G.higuain님 / 프란델리나 블랑이나 둘 다 4-3-3을 자주 썼기에, 아마 4-3-3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프랑스와 다르게, 아주리는 유쓰가 멸망수준이라서.. -_-... -
호두신짱!! 2010.06.25진짜 이탈리아는 베이징월드컵 떄만해도 그자원들이 이쯤대서 다 터저 줄지알앗는대....어떻게 이렇게댓는지....그래도 발로테리 보누치 지고니 폴리 등등 아직 희망이잇내요 지오빈코 노체리노 꼴 안나야하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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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이 2010.06.25토티가 있었더라면.. 토티를 좋아해서 너무 보는 내내 그립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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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르모人 2010.06.25몬톨리보 소속팀에서도 시즌 후반기에는 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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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zo Zidane 2010.06.25조석 웹툰에서 봣던거인데 공감 가는게 있던대.
스페인 명단보고 합성이네.
이탈리아 명단보고 외국인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큼 포스는 전체적으로 떨어져 보였어여. -
구또띠 2010.06.25아무래도 피를로 부상이 정말 컸던것 같아요. 토티,카사노가없는 아주리에서 창조성을 불어넣어줄 선수는 피를로 뿐이었는데. 어제 후반전에 정말 쩔더군여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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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아버님료코 2010.06.25*월드컵 예선 치를때부터 흘러나온말 피를로를 대체할만한 선수가 없다 비에리이후 최전방에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없다 .전체적으로 선수들 나이가 많다 창의적인 선수가 국한 되어있다 .. 강산호를 왜안뽑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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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go 2010.06.25*세대교체도 엉망이고 , 대표로 뽑힌 선수들은 확실히 예전 선수들에 비해 클래스가 떨어지는 게 보였던 대회였네요 . 피를로 투입 이후와 이전의 경기력은 너무나도 달랐고 ... 프란델리가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가 리피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보는지라 세대교체에 기대를 해봐야 되겠네요 . 프란델리에게 희망을 거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네요 , 천하의 이탈리아가 ; 아 , 잘 읽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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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또 2010.06.25선리플 후추천? ㅋㅋ
글 잘 읽었습니다. 이태리 경기는 한번도 못봤는데 떨어질 줄은 상상조차 못했네요. 1승 2무로 올라가겠지 했는데 말입니다...
어찌보면 노장들이 이태리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들이 은퇴하면 어쩌라는건가요 ㄷㄷ;; -
세르히오 라모스 2010.06.25이탈리아는 진짜로 예전의 모습이 온데간데 없네요....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