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ter_list
맨체스터 시티목요일 5시

대한민국 vs 스페인 늦은, 그리고 긴 후기

마인이동국 2010.06.04 15:26 조회 1,155

 

1. 한국축구가 왜 원천적으로 강하지 못한가에 대한 좋은 예시가 된 경기라고 봅니다. 이청용, 이동국, 안정환, 박지성, 이영표. 모두들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외국 선수에 비해서 우리 한국 선수들의 능력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개개인의 능력이 비슷한 수준인데 왜 실패를 하느냐에 대한 답은 단순히 적응력의 부재로 치부할게 아니라 좀 더 다른 각도로 접근해보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바로 위치 선정능력, 조금 뭐 있는것처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공간을 파악하고 들어가는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성용의 파트너는 항상 소속팀에서는 김한윤, 국가대표팀에서는 조원희, 김정우같이 철저하게 수비 지향적인 선수로 맞추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말하면 공격적인 가담을 즐겨하는 기성용의 뒷공간 커버를 맡기고자 함이 우선이요, 좀 더 꼬아서 말하면 항상 어쩡쩡하게 위치를 잡는 기성용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아예 한선수를 철저하게 밑으로 내려서 끊어먹기 위함이였습니다. 특히나 박지성, 이근호같이 수비가담이 좋은 선수대신 박주영, 염기훈 같이 공격적인 선수를 배치한 오늘 경기에서 기성용의 어중간한 위치선정은 더더욱 대표팀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다들 오늘 경기를 잠깐 회상해보시면 아실것입니다. 우리 한국과 에스파냐, 두 팀 다 비슷한 형식의 4-5-1을 들고 나왔습니다. 마에스트로 기성용vs이니에스타, 그리고 2선에서 그를 보좌해줄 김정우vs하비 마르티네즈.

 

다만,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김정우가 볼을 잡고 배급을 할려는 경우 기성용과 김정우의 위치는 상당히 벌어져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하비 마르티네즈가 볼을 잡는다면 이니에스타가 근처로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고자 노력하는 면모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수비상황에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성용의 경우 열심히 뛰었지만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의 커팅은 하나도 하지 못했는데, 이 역시 스페인의 어마어마한 패스능력을 차치하더라도 패스 길목을 읽지 못하는 기성용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경우입니다. - 반대로 김정우는 혼자서 미드필드를 끝까지 지탱했습니다. 4백 바로 윗선에서 수비길목을 잘 읽으면서 몇차례 역습 찬스를 만들기도 했구요. 이청용, 염기훈, 박주영의 조공키핑으로 날려먹기는 했습니다만 -

 

 

위치선정이 어중간해도 좋은 키핑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어느 위치에서나 공격을 시작할 수 있는' 자신만의 유니크한 특성이 되지만 기성용의 경우 볼을 몰고 달리는 기술에 비해 Zone에서 키핑하는 능력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서 스코틀랜드에서도, 어제 경기에서도 크게 기여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조공 키핑으로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볼터치가 많았던 이청용은 항상 오범석, 기성용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유동적으로 위치전환을 통해서 역습전개를 유도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대로, 위에서 말했다시피 패스의 길목을 읽는 눈이 떨어지더라도 개개인의 압도적인 능력으로 축구를 하는, 전세계 유일한 나라는 브라질입니다. 라리가의 템포에도, EPL의 템포에도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의 5시즌동안 37골 34어시스트라는 훌륭한 스탯을 기록한 호빙요의 사례가 있듯이 말이죠. 워낙 개개인의 탄력이 좋고, 또한 멤버 11명 전원이 수비수 1-2명쯤은 우습게 농락하는 능력이 있으니 기본적인 전술적 틀만 습득한다면 항상 최고의 팀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밥티스타를 생각해보세요. 국대에만 가면 미치는 선수)

 

 

 

 

 

2. 코드티부아르전과 똑같은 컨셉이였습니다. 수비라인과 미드필더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최대한 볼을 측면으로 몰아서 에워싸서 볼을 낮은위치에서 뺏은 이후, 좌우 이청용, 염기훈, 김재성, 이영표의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 전개.

 

다만, 코드티와 달리 스페인이 더 강했고, 더 잘만들어진 팀이였고 그때에 비해서 팀의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떨어져있었습니다. 다만 몇가지 긍정적인 징후라면

 

우선 조용형, 이정수 라인이 결국 피크에 도달했습니다. 요렌테를 상대로 제공권에서 밀리지 않았다면 세상 어떤 선수를 만나도 쉽게 밀리지 않을것입니다. 특히나 상대가 공간을 톡톡톡 쪼개가면서 오는 팀이다 보니 경기를 읽는 눈이 좋은 조용형이 수비를 훌륭하게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는데요. 다만 축구를 못하는 차두리는 오늘 경기로써 오범석에게 완전히 주전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본기가 K리그 평균만 되었어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었을텐데.) 또한 이영표가 토트넘시절부터 드러낸 고질적인 볼클리어링의 정확성 부족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 같군요.

 

 

중앙에서는 김정우의 부담을 덜어준 김남일의 좋은 위치선정이 돋보였구요. 다만 볼배급에 있어서도 좀 더 김정우, 기성용의 부담을 덜어주도록 주변에서 많이 움직여주는 모습이 부족했던 부분은 옥의 티.

 

 

기성용의 경우 폼이 작년에 비해서 떨어진 것은 많지만, 전지훈련초에 비해서 많이 올라온듯한 모습이였습니다. 킥력 하나는 대한민국 올타임 베스트가 아닌가 싶더군요. 다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패스할때만 경기를 크게 보는게 아니라 항상 다른 선수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간을 촘촘하게 메꾸는 능력에서 좀 더 성장해야 할것 같습니다.

 

 

박주영, 염기훈, 이청용, 김재성은 크게 할말이 없습니다. 다만 박주영이랑 이청용은 좀 쉬게 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좋은 무브먼트에 비해서 잔실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체력저하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점이겠죠. 염기훈은 후반 조커로 좋은 킥을 통한 역습 전개에 이용하는게 최선의 활용조건인듯 하고 김재성은 박지성 백업으로 활발하게 뛰는 역할, 그 이상을 맡기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다만 계속 들먹이는 문제지만, 안정환이 최근 대표팀에서 보여준 활약만 놓고 본다면 이 선수가 월드컵에 나갈 수준인가라는 의문이 계속 드는군요. 높게 잡아야 N리그 상위권팀의 집합체인 중국리그의 하위권팀의 에이스, 거기다가 K리그에 있던 시절에도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으나 형편없는 활약으로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멀어졌던 선수.

 

 

오늘 같이 밑에서 볼을 돌리면서 경기를 가져가는 팀이라면 이근호 같이 전방에서 활발하게 뛰어주는 선수가 더 어울리지 않나 싶네요. 하긴, 경험의 안정환이냐, 페이스가 떨어진 활동량의 이근호냐.. 라는 도토리 키재기 문제지만요. 이근호는 이동국의 부상이 야속할 것 같습니다. 대표팀에서 단 한번의 찬스로 골을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라면 이동국, 박주영, 안정환 세 명이 있는데 이동국이 나가떨어지는 바람에 안정환이 대신 부름받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이왕 뽑힌거 안정환. 자신의 경험을 입증해주길.

 

 

 

이운재도 잘했고 정성룡도 잘했지만 전체적으로 정성룡이 전지훈련에서의 퍼포먼스는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운재의 경험이냐, 정성룡의 높이냐의 문제겠지요.

 

 

 

 

 

 

3. 개인적인 평점.

 

이운재 6 (정성룡 6)

 

조용형 7

이정수 6.5

오범석 6 (차두리 4)

이영표 6.5

 

김정우 7 ☆

기성용 6

김재성 5 (김남일 6)

이청용 6

염기훈 5.5 (안정환 5)

 

박주영 5

 

 

format_list_bulleted

댓글 9

arrow_upward 카딩파의 2010 브라질 총론?? arrow_downward [오피셜] 피오렌티나 소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