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티스트로 살아가기.
시기가 시기인지라 정치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물론, 본론은 축구 이야기입니다.)
고교 시절 제가 노 대통령을 보며 지지한 이유는 제 스스로가 정치적인 면에서는 로맨티스트였기에 노 대통령의 로맨티스트적인 정치관에 동의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로맨티시즘의 결정적인 약점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 로맨스가 될 경우 심한 회의감과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겠죠.
노 대통령의 자살도 이러한 점과 연결가능합니다.
노 대통령 부고 이후 자칭 '노무현 정신'의 후계자라는 정치 세력들이 많은데 사실상 그들은 '껍데기'만 빌려와서 지나가버린 로맨티스트의 향수를 불러오려는 것 뿐이지 실제 그 로맨스에 대해서는 중요한 부분이 쏙 빠져있습니다.
노무현식 로맨티시즘의 핵심은 '비젼'이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 중 가장 많은 부분이 그 '비젼'을 현실화 시키지 못했다는 것인데 역으로 해석해보면 그만큼 기대할만한 '비젼'을 제시했다는 말이 됩니다.
현재 축구계에서 '로맨티스트'라고 부를만한 팀은 제가 아는 한 단 세팀이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벵어의 아스날' 그리고 '우리 팀'
바르셀로나와 아스날의 로맨스는 이루어졌습니다.
그 한 팀은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팀이고 다른 한 팀은 가장 강력한 축구 철학과 실력을 가진 팀입니다.
하지만 우리 팀은 과거에 하번 짧게 이룬 이후 멀게만 느껴집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느냐에 대해서 따지자면 여러 의견이 나오겠지만 결국 우리 팀이 걱정해야 할 것은 과연 이 론티시즘에 대한 인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에 하는 것입니다.
먼저 말했듯이 실패한 로맨스는 심한 회의감을 불러옵니다.
'내가 그렇게까지 불태웠는데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로맨스에 빠져 있을 때 만큼 사람이 열정적이고 뭔가를 강하게 갈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우리가 페레즈에게 기대하는 '로맨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씌였던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결국 추한 얼굴의 페레즈 밖에는 남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감독 교체가 유력시 되면서 레매 내에서도 페레즈의 로맨티시즘이라는 가면을 벗겨내버리신 분들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이 점은 보드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겠지요.
"내가 페레즈 너를 믿고 그렇게 기대를 했건만 너도 결국은 '군계일학' 중에 '군계'의 한마리에 불과했구나"라면서 말입니다.
스페인 현지 반응도 비슷할거라고 생각합니다.
페레즈의 로맨티시즘을 아직도 찬동하거나 아니면 그 로맨티시즘을 부숴버리거나 할겁니다.
로맨티스트는 로맨티스트로 있을 때가 아름다워 보이는 법입니다.
로맨티시즘이 벗겨진 로맨티스트는 평범한 사람보다 못합니다.
페레즈에 대해 실망한 분들은 이제 다시 꼴도 보기 싫겠지만 아직도 페레즈의 로맨티시즘에 찬동하는 저로서는 한가지 간과하느고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페레즈는 로맨티스트이고 그 로맨스를 이루지 못한 감독에게 심한 실망감을 느낄 것이라구요.
팬들이 페레즈에게 느끼는 실망감과 거의 동일할 정도로요.
결국은 팬들이나 페레즈나 서로 같은 로맨티스트였단 겁니다.
페예그리니가 부임한지 고작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페레즈 역시(재선이기는 하지만) 1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페레즈가 페예그리니를 퇴임시킨다면 그 역시, 자신의 선택이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일겁니다.
그 역시, 만족하지 못한 로맨스에는 미련이 없어진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로맨티시즘의 부서진 후에는 그 자신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이미 한번 경험해보았으니까요.
칼데론이라는 망나니가 하번 휩쓸어 준 덕분에 다시 그에 대한 향수로 인해 재선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불안해하고 있을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면서 서두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계속해서 자신의 로맨스가 이어져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어쨌든 그는 로맨티스트니까 로맨티스트로서의 선택을 한겁니다.
로맨스를 버리고 현실과 외도할 것이냐 아니면 로맨스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페예그리니의 유임을 지지하는 쪽이지만 그렇다해서 페레즈의 선택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페예그리니는 페레즈의 첫 선택이었고 그가 자신의 로맨스를 이루어 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겁니다.
바르셀로나조차 레이카르트라는 상대를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쩌면 무리뉴야 말로 모두가 바라는 로맨스의 상대일지도 모릅니다.
그게 또 아닐수도 있지만요.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선택이 반복되어왔지만 이것이 로맨티스트 페레즈의 한계입니다.
로맨티스트는 로맨티스트로 밖에는 살아갈 수 없다.
로맨티스트로 죽거나 꿈도 희망도 포기하고 폐인이 되거나 둘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것은 또한, 페레즈 역시 팬들의 인내에 대한 믿음이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슬을 끊는 경우가 몇가지 있습니다.
로맨스가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팬들이 페레즈에 대한 신임할 것을 페레즈가 확신하는 경우.(이건 확률 제로에 무한히 수렴한다고 생각합니다.)
페예그리니 혹은 무리뉴가 모두의 로맨스를 이루어줄 경우.
페예그리니 혹은 무리뉴가 자신의 로맨스로 팬들과 페레즈를 감화시키는 경우.
레알 마드리드가 가는 길은 두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로맨티스트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심한 회의와 염세에 젖어서 그 상처를 달래 줄 대상을 기다리든가...
페예그리니를 유임시키는 것이 옳을지 무리뉴를 데려오는 것이 옳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페예그리니 유임의 경우에 충족하는 수 있는 로맨스가 있고 무리뉴를 새로 부임시키는 경우에 충족하는 로맨스가 서로 다릅니다.
결국은 가치의 충돌이고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결과로 판명나겠지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무리뉴가 좋아요.
왜냐하면 로맨스 냄새가 물씬 풍기는게 멋지잖아요.
네, 저 레알에 입문할 때도 갈락티코라는 정책과 라울을 보고 "아, 이 얼마나 멋진 로맨티시즘인가"하면서 "이것이 바로 내가 평생 사랑해야할 클럽이다."라며 콩깍지 씌였지요.
솔직히 성적 따위 이제 감독 교체를 백번하든 천번하든
난, 로맨스만 먹여주면 영원히 레알의 노예니까...(이건 좀 어감이 이상한가?...-_-;;)
원래, 축구 팬이라는게 '로맨스'가 필수요소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페예그리니 감독도 노년 간지가 있어서 보내자니 아깝고...
아, 페레즈시여, 어찌하여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에라이, 모르겠다 아무나 와서 간지 뿜으면서 트레블하면 그만이지.
감독 두명 있으면 안되나요???
PS> 이 글은 미괄식이다.
미괄식은 망한다.
저번에 쓴 미괄식 글도 망했다.
고로 이 글도 망한다.
이거 제가 보기에는 진지하게 쓴 글인데 남이 보면 미친 놈이 쓴 글 같을 듯하네요.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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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amos 2010.05.20공감.
전용기에서 내리는
무리뉴,호날두,카카,구띠,라울,라모스,이케르,알비올,가고,알론소,이과인 등등등
이건 마치 오션13의 간지가 나올거 같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No.9 Phantom 2010.05.20@S.Ramos 솔직히 난 레알이 2부 리그 팀이라도 간지만 나면 팬할거임...
하지만 2부 리그는 커녕 1부 리그 팀이라도 간지나는 팀이 몇 없다는게 문제...
히혼이 한창 남자 구실(?) 할 때가 간지났는데 이제는 뭐... -
마인부우 2010.05.20이런 꼬라지면 평생 로맨스만 꿈꾸다 갈거입니다
한번도 로맨스를 \'실현\'해보지 못하구요.
바르셀로나 까기도 이제 지치는게, 우리보다 확실히 잘난 행보를 걷고있는게 너무나도 자명해 보이니까요.
부디 우리가 잘나서 앞으로 대등하게 깔 수 있는 위치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열등감 때문에 바르셀로나를 끌어내리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레전드지주 2010.05.20페레즈가 로맨티스트라는 것 자체는 얼핏 공감가네요.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오히려 그러한 개인의 감정에 너무나도 심취한건 아닐까... 수많은 현지팬들이 그렇게나 반대하는 감독경질을 단행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저는 차라리 로맨스 같은 감정적인 요인이 아닌 우리같은 범인들이 판단하기 힘든 여러가지 다양한 팩트들 때문에 감독 경질을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페레즈가 욕을 덜 먹을거라 생각하네요.
정도의 차이가 있고 비약일 수 있지만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추진하는 그 분도 로맨티스트라면 로맨티스트라능...
문제는 두 분 다 스스로의 로맨스만 고집하기에는 떠앉고 가야 할 책임이 너무나도 막중한 자리에 있다는 점이죠. -
레전드지주 2010.05.20지금 판단하기엔 페레즈라는 사람 정말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어쩌면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겠다는건 다른 노선의 운영을 하겠다는게 아니라 똑같은 노선을 유지하되 이번엔 실패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던 듯도 하네요. 제발 1기 때랑은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
ryoko 2010.05.20오랜만에 눈팅하면서 글보는데 좋은글에 추천이 없네요...-_-
미괄식 하지 마셨으면...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