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의 절대적 아이덴티티
공격축구.
이 한마디 뿐입니다. 어떻게 공격축구를 한다, 어떤 전술로 해야한다 이런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레알에서 할 수 없는 축구가 있다면 수비축구입니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축구. 참 좋은 축구입니다. 실리적이지요.
미들을 생략하고 이피엘 식으로 빠르게 앞으로 보낸다. 역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축구입니다.
레알에는 또한 이를 위한 모든 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페페 커팅-> 알론소 대륙횡단패스 -> 호날두, 카카, 이과인 아무나 잡아서 운반 -> 아무나 마무리.
이렇게 했으면 단기간 내에 팀도 완성되고 아마도, 정말 어쩌면 챔스도 지금까지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정체성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저런 축구를 할 거였으면 지금의 레알 마드리드는 없었을 겁니다. 지금 선수 영입이나, 돌아가는 게 100% 마음에 드는 건 아니더라도 대다수의 레알 팬들이 보드진 및 감독을 신뢰하는 이유는 최소한 이러한 정체성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빠르고 효율적이며 안정적인 축구. 빠른 건 몰라도, 양보해서 안정적인 것도 몰라도, 소위 효율적이라고 얘기하는 축구는 우리팀에서는 앞으로도 보기 힘들 거라고 봅니다. 그럴거 였으면 이렇게 먼길을 또 돌아올 필요가 없었죠. 그냥 카펠로가 알아서 다 해줬을 겁니다. 그러나 레알 팬들이 과연 그런 모습에 만족했을까요? 지금 셀레캉 팬들이 좋은 성적을 가지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레알 팬들과 같습니다.
지금 하는 축구가 우리가 지난 몇년간 잃었고, 가장 원하는 축구로 가는 과도기입니다. 좋은 성적? 물론 중요한 요소입니다. 역사는 트로피만을 기억하죠. 그러나 좋은 성적만 가지고는 안됩니다. 아마 첼시나 인테르는 되겠죠. 그렇다고 멋진 공격축구만 가지고도 안됩니다. 아스날이나 바르셀로나는 될지 모르겠지만요.
레알 팬들은 굉장한 축구로 타이틀을 거머쥐어야 하는 2가지 모두를 원합니다. 위 클럽들에 대해서나 다른 방식에 대한 비하가 아닙니다. 단지 레알이라는 클럽이 가지는 정체성이 그렇다는 겁니다.
저 역시 레알 팬이라서 둘 다를 원합니다. 정체성에 맞는 축구가 가져다주는 트로피를요.
돌아와야 했던 먼 길을 잊지 않고, 지금의 과도기를 잘 소화하는 레알과 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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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ot Lee 2010.04.24ㅊㅊ
간결하고 샤프한 글. 역시 칸테라노스님 ㅋ -
디펜딩챔피언 2010.04.24조용히 추천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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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in4 2010.04.24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공격 축구야 말로, 어느 클럽에서도 할 수도 시도할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축구라 생각합니다. 15년째 팬을 자처하고 있지만, 승리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방식대로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실리축구로 아무리 트로피를 들어도 기쁘기는 커녕 챙피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내년엔 빅이어 좀 들어봤음 하네요. ㅠ.ㅠ -
ㅏ인부우 2010.04.24바르셀로나는 공격축구랑 성적 둘 모두를 쟁취했지요. 그들의 전술적 요소보다는, 큰 틀에서의 전방압박, 높은 지점에서의 공을 탈취함으로써의 수비를 공격으로 바로 치환하는 능력, 큰 틀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육성하는 유쓰 시스템은 배울 점 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페예그리니가 보여주는 모습을 믿고 있지만서도, 다음 해에도 챔스 우승은 못하더라도 4강권 진입에 실패한다면 어떤 컬러든 상관없이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고 봅니다.
브라질이 둥가를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은 최근에도 몇번이나 우승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2002 월드컵, 2004 코파, 2005 컨페드까지. 순전히 공격을 무시하지 않은 축구로 우승했죠.
그에 비해 우리는?
그들과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같을 지언정 밑바닥은 엄연히 다르다고 봅니다. 그들은 항상 공격적인 유전자를 지닌 선수들이 끊임없이 수급되지만 저희들은 우리들만의 유전자를 가진 선수라고는 이제 카시야스 외에 남아있지 않는 상황이니까요.
언젠가는 저희가 바라는 컬러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할겁니다. 아니, 해야만 하지요. 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길어져서 자존심만 남은 클럽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6년 연속 8강 진출 실패를 겪은 팀입니다.
- 물론, 페예그리니는 수비적인 축구를 즐겨하지 않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 -
subdirectory_arrow_right Canteranos 2010.04.24@ㅏ인부우 바르셀로나에게 배울 점 물론 있습니다. 그 점 인정합니다.
배울점이 없고, 비하하려는 의도였다기보다는 제가 얘기하려고 했던 포인트는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서 바르셀로나는 그런 팀컬러가 무게 중심인데 반해, 우리는 그런 팀컬러를 통한 성적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너무 공격축구라고만 써버려서 좀 어폐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유스 얘기도 할 얘기가 많지만, 이 주제와는 좀 벗어나는 것 같으니 다음 기회에.. -
Elliot Lee 2010.04.24근데 굳이 말하면 공격축구라는 목적은 누 캄프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나 같은데 누 캄프는 거기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 클럽내에 있는데 베르나베우에는 그런 철학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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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2010.04.24아무튼 알론소를 영입한건 그런 크로스 플레이를
바라고 영입 했겠죠?!^^
아무튼 좋은글 ㅊㅊ -
레전드지주 2010.04.24어쩌면 그 2가지 모두를 보여주기 위해 멀고도 길게 돌아온 듯도 합니다. 저도 왠지 모르게 자꾸만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요즘이네요. 추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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ㅏ인부우 2010.04.24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카펠로가 경질된건 수비축구에서의 이유도 있었겠지만 결국 그 수비적인 컬러를 바탕으로 챔스에서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만약에 카펠로가 우승했더라면, 근 5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되찾아왔더라면, 0506 누캄프에서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 리그 우승 기념 파티를 질펀하게 벌였던걸 누구보다 부러워하고 증오했을 마드리드 팬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결국 성적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페예그리니가 아무리 질펀하게 공격축구 하고 매경기 눈이 즐거운 아트의 향연이라고 해도 챔스 4강권 이상 못 들면 100% 경질입니다. 반대로 무링요든 베니테즈든 와서 매경기 지키다가 역습 1-2골로 승리 공식 쌓다가 챔스 우승하면 경질될 리가 없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ㅏ인부우 2010.04.24@ㅏ인부우 아 -_- 그래도 페예그리니가 다음 시즌 반드시 일 낼거라고 믿습니다. 리켈메 갱생시켜준 은인이십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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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lzebub 2010.04.24공격축구가 레알에 빠져들게 했던 매력중 하나였는데
성적이 좋고 봐야 하는게 맞는것 같네요
그런데 뭐 현시점에서 좋은 성적을 위해 필요한건 다른 스타일을 쫓는게 아닌 현재의 정체성을 토대로 조직력을 갖추고 숙성시키는것인듯 -
탈퇴 201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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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Iker 2010.04.24좋은 글 잘 봤습니다 추천요~
저 역시 다음시즌에는 두 가지 모두 얻을 수 있는 레알이 됐으면 하네요. 그리고 이번시즌에 라리가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구요 ㅋ -
라울스톡허 2010.04.24다음 시즌이 꼭 터닝포인트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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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Drenthe 2010.04.24추천을 부르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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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룰렛 2010.04.24역시 \'시간\'이 현재 레알에 있어서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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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의드리블 2010.04.24진짜 저절로 추천으로가는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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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ha[고3] 2010.04.24그렇기에 레알감독직이 다른 팀보다 더 힘든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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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_MaDrId 2010.04.25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것만이 우리가 해야할 일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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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구띠-사 2010.04.28하지만 수비축구도 승리를 위해서라면 상당히 좋은 옵션이 될꺼같습니다. 실제로 카펠로 감독시절 더블볼란치라는 수비축구적 전술로 감동의 영화를 한편 썼던 적도 있었죠.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소름이...ㅎㄷ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