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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타 비고::

뻘글.

피오호 2010.03.16 13:58 조회 1,954 추천 8

 사모라노, 수케르, 모리엔테스, 호나우두, 그리고 반니스텔루이...라울이 호흡을 맞춰왔던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있었지만 크게 본다면 저 선수들로 좁혀질 수 있습니다. 라울이 잘 나가던 시절과 부진했던 시절을 비교해보면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스타일이 다르다라는 것입니다.

 사모라노, 수케르, 모리엔테스, 반니스텔루이는 전형적인 타깃 스트라이커. 사모라노의 경우에는 다른 3명과 다소 다른 면이 없지 않지만 최전방에서의 몸싸움과 위치 선정에 있어서는 결코 뒤떨어짐이 없는 선수였고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점프력과 수비수와의 자리 싸움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는 능력으로 인해서 수비진을 괴롭혔던 선수였고 수케르는 각도와 위치를 무시하는 슈팅으로 당시에는 페널티 박스 내에서는 따라올 선수가 없다라고까지 일컬어지는 페널티 박스에서의 본좌로 통했습니다. 모리엔테스는 다들 아시다시피 포스트 플레이는 물론이거니와 상대 수비수들을 등진 채 2선 공격수들의 활로를 열어주는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줬던 선수였고 반니스텔루이는 사모라노와 수케르, 그리고 모리엔테스가 가지고 있던 장점들을 모두 가지고 있던 명품 스트라이커였다는 점은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리엔테스를 대신하여 호나우두가 왔을 때, 라 리가의 많은 수비수들은 그러한 호나우두를 견제하는 데 바빠 라울을 자주 놓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라울은 잘 살려왔지만 그 다음 시즌부터 호나우두의 스타일이 라 리가 수비수들에게 읽히기 시작하면서 패스를 받지 못하는 호나우두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져 버렸습니다. psv와 바르셀로나, 인테르에서는 2선으로 자주 내려오면서 볼을 받아 전방으로 쇄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던 호나우두의 모습은 간데 없이 최전방에 대기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날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최전방에서 수비진을 묶어 줄 수 있는 동료가 사라진 라울은 2선과 최전방을 오가기는 합니다만 이도저도 아닌 모습을 보였을 뿐이고 떨어진 기동력은 역습시에도 그 모습을 찾기 힘들정도가 되어버려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냐는 조롱까지 받기 시작합니다.

 

 즉, 호나우두를 중심으로 하는 공격전술에서는 라울의 존재가 오히려 그동안 라울이 파트너들에게서 받아왔던 도우미 역할을 스스로가 해내야 하는 부담으로 바뀌었고 라울은 이에 전혀 적응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라울에 대해서 잘못 알려진 점 가운데 하나가 라울이 어시스트에도 뛰어나다는 인식인데, 실질적으로 라울의 어시스트 기록은 2선 공격수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부족합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움직임을 이용해 빈공간을 파고들어 득점을 올리는 유형의 선수라고 보는게 맞다고 봅니다. 호나우두에게 필요했던 동료는 라울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파트너가 아니라 지단과 피구처럼 자신의 움직임에 순간적으로 반응하여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선수였고, 라울에게 필요한 동료는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어줄 수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서로 맞지 않았던 것이죠.

 호나우두가 떠나고 반니스텔루이가 왔을 때, 라울이 다시금 살아난 것은 이러한 라울의 스타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반니스텔루이가 최전방에서 수비진을 상대해주고 라울은 보다 적은 수비수들을 상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호비뉴의 활약도 중요했고 말이죠. 벤제마와 이과인이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는 이유에도 두 선수가 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이죠. 두 선수 모두 반니스텔루이와 함께 투톱으로 나왔을 때에는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축구의 짜임새, 나아가 공격의 짜임새는 미드필더들의 패스 뿐만 아니라 최전방 공격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현재 카카가 겪고 있는 문제 역시 라울이 겪어왔던 문제와 동일합니다. 카카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여 줄 수 있는 포워드가 없다는 점이죠. 카카는 라울과 마찬가지로 최전방 공격수들이 수비수들을 상대하는 틈을 이용한 2선 침투와 이 침투에 흔들리는 수비진을 상대로한 좋은 패스가 장점입니다. 하지만 호날두와 이과인, 벤제마 등은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수비수들을 상대하기 보다는 수비수들을 따돌리는 움직임에 주력하고 그들이 카카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그렇게 수비수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을 때 좋은 패스를 해주는 것입니다. 서로 요구하는 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울리기 힘들게 됩니다.

 AC밀란에서의 질라르디노는 비록 골을 넣지는 못할지 몰라도, 또 골에 아무런 관여를 못할 때에도 어쨋든 수비수 한 두명은 등진 채 상대하고 있었고 이것이 카카로 하여금 더 적은 수비수를 상대하게끔 해야 한다는 안첼로티의 생각과 일치하는 점입니다. 하지만 호날두와 이과인의 움직임은 카카로 하여금 더 많은 수비수를 상대하게끔 하는 움직임입니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도 보다 높은 위치에서 더 적은 수비수들을 상대할 때 그 위력이 돋보이기 때문이죠.

 유사한 스타일을 가진 공격수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만을 요구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고, 그러한 경우에는 어김없이 보다 뒷선에 위치한 선수에게 그 부담이 지워집니다. 그것이 카카이고 카카 스스로도 2선에서 패스 플레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운영진은 물론이거니와 팬들 역시 카카에게 그러한 모습을 바랬던 것이 아니기에 카카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했고, 실제로 카카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기 그지 없는 패스플레이를 해야했죠. 결국 카카는 예전 스타일대로 돌격대장 역할로 다시금 바꿔보려했지만 활로가 없는 돌격은 그야 말로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입니다. 돌격이라는 공격 전술은 압도적인 전력적 우위에 있거나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 때에 효과적인 전술이지 잘 짜여진 수비진을 상대로 한 돌격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날두와 이과인의 움직임은 수비진의 허점을 만들어내는것과는 다른 움직임이죠.

 결국 호날두와 이과인이 보다 포스트 플레이에 가담하여 카카에게 부담을 줄여주거나 혹은 카카 스스로가 지단처럼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야한다는 결과에 닿게 되는데 이것은 그 선수들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기도 하지만 그들 스스로의 장점을 포기하고 단점을 고쳐나가야 한다는 점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결국 해결책은 위에 언급한대로 그들의 더 뒷선에 위치한 선수들에게 부담이 옮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알론소가 그 주인공이겠지요. 대지를 가르는 롱패스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수 많은 공격 전술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알론소는 소시에다드 시절 보여줬던 마에스트로로서의 포텐셜을 다시금 보여줘야 할 시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리버풀에서 해왔던 것처럼 제라드에게 연결하거나 좌우 측면으로 볼을 넘겨주는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되는 상황에 온 것입니다.


 물론 알론소 한 명에게만 그런 부담을 지워져서는 안되겠죠. 라쓰 스스로가 자신이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겠고, 한계치를 보이고 있는 그라네로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리거나 그라네로 스스로가 더 노력해야겠지요. 어쩌면, 알론소를 더 잘 활용하려면 마하마두나 가고를 투입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알론소를 수비로부터 보다 자유롭게 해주면서 최전방을 지원하는 사령관의 위치까지 끌어올려줘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수비수들을 맞상대해주며 동료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선수들이 없다면 그들의 활발한 움직임과 뛰어난 개인전술을 통해 수비진을 교란하고 수시로 그 틈을 파고 들면서 그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령관을 뒷선에 배치하여 그들의 움직임을 극대화시키는 것. 그리고 그 사령탑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중원을 구성하는 것. 지금 필요한 것이 그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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