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이야기 1편 : 카카와 슈스터, 페예그리니
<사진 : 형편없는 스쿼드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스 리그 16강,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슈스터. 그는 진정 세계 최고의 덕장이였지만, 우리가 원했던 명장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다만, 그가 그토록 원했던 비야, 알베스,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호날두 대신 영입되었다면 판도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 혹은 그가 카카를 원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 >
카시야스/다니엘알베스,페페,라모스,마르셀루/가고,디아라,세스크/호빙요,비야,루드
1. 아마 작년 리버풀전을 '완패'하고 난 후에도, 이와 비슷한 글을 적었던 기억이 있다. '리그를 기대하자.'라고,
그 말은 보기 좋게 역성지가 되어버린채 엘 글라시코 2-6 대패를 뒤로 한채 초라하게 시즌을 막을 내렸다. 아주 잠깐, 로벤, 라쓰, 훈텔라르, 카시야스의 맹활약을 등에 업고 역전 우승을 할 것 같았던 레알은 멋지게 실패했다. 아니, 정말 비참하리만큼 황망한 시즌을 보냈다.
조금 작년을 아프게 기억하는 이들의 가슴을 한번 더 후벼파볼까? 이런 쓰레기 같은 선수들을 가지고 뭘 해야하는건가, 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팀의 컬러도 없었고, 팀의 큰 틀도 없었고, 오직 정신을 놓지 않고 꾸준히 제 몫을 해주던 선수는 라쓰, 가고, 이과인, 라울, 카시야스 뿐이였다.
회장이라고 불리우는 인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감독에게 신임을 주지 않았고, 연신 호날두 영입 할 것이다라는 헛소리나 작작 해대고 있었고, 부장이라고 불리는 인간은 하는 일이 도통 없는듯 했다. 34살의 늙은 칸나바로를 왜 데리고 왔으며, 오기 직전 큰 부상을 입었던 30살의 에인세는 또 왜 데리고 왔으며, 벤치에 썩힐려고 드렌테와 포베르를 영입했는가, 했었다.
시즌 자체가 꼬였다. 0708 마지막즈음에 적응을 완료한듯한 퍼포먼스를 과시하던 베슬리 스네이더는 다리가 망가져 2달 아웃을 선고받았고, 직전 시즌 3R의 완벽한 에이스로 군림했던 호빙요는 칼데론과 미야토비치의 미숙한 언론대처와 불성실한 계약 이행에 실망한 나머지 영국으로 떠났다.
기대를 모았던 라파엘 반 데 바르트는 이따금씩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 지단과 피구, 베컴의 그것- 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듯한 모습으로 반신반의하게 만들었다. 로벤은 여전히 부상과 기복과 싸우고 있었고, RVN은 여전히 강했지만 결국 2달을 버티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슈스터는 연신 실망에 찬 표정으로 언론과 이야기를 해댔고 결국 레알에서의 짧았던 1년 6개월을 뒤로 한채 휴식을 취하러 떠났다.
그리고, 후안데 라모스의 기적같은 연승도, 하늘의 도우심이 없이는 불가능했던 무패행진도, 리버풀, 바르셀로나를 만나면서 꺼져버렸고 이후 비리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칼데론의 후임으로 왕년의 '빛 좋은 개살구'를 만든 장본인 페레즈가 부임했다. 조금 불안하기 시작했다.
<사진 : 몇번 나왔던 이야기였지만, 호날두와 카카가 진정으로 페예그리니 축구에 어울리는 인물은 아니였다. 개인적으로는 카카, 호날두 조합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페예그리니의 전술적 컬러에는 분명히 실바, 리베리, 디에구 등이 더 어울리는 인물이였을 것이다. 페예그리니의 라리가 도전 역사 6년동안 리켈메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프리롤이라는 '자격'을 부여한 선수는 없었다.(중간에 카니가 잠깐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현재 레알에서는 호날두, 카카가 '프리롤'을 부여받고 있다. 지난 5년간 단 한명이었던 인물이, 일년만에 두명이나 더 생겨버린 것이다. 그것도 팀 플레이보다는 이기적인 롤 수행에 더 익숙하던 선수들이라서 더 골치 아픈 문제이다.>
2. 다행히도 새롭게 부임한 페레즈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듯 했다. 비록 페예그리니 본연의 축구 컬러였던 패스->무브->탁월한 전방압박과는 거리가 먼 카카와 호날두, 벤제마등을 영입하면서 조금은 불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선 회장 칼데론의 삽질로 인해서 빛이 바랬던 레알 마드리드와는 다른, 새로운 갈락티코 2기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또한 페예그리니 역시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4-3-1-2라는 전술을 주 전술로 삼으면서 팀을 상승궤도로 이끌었고 결국 리그 선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팀의 불안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수도 있는 문제지만, 해결해 주지 못할 수도 있는 문제들이다.
<사진 : 카카의 부진은 리그 적응, 부상 직후, 전술의 유연성을 모두 다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3. 카카 이야기
첫번째 레알 마드리드에서 드러난 문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간결하고 빠른 두뇌 회전이 요구되는 라리가와 다르게 공간이 넓게 펼쳐신 세리에에서 지내던 카카의 부적응 문제였다. 이는 더 깊숙이 들어가면 카카의 파트너였던 크레스포,쉐브첸코,인자기,질라르디노가 헌신적인 움직임에도 능숙하고 특히나 크레스포,쉐브첸코, 질라르디노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수비진과의 제공권 경합, 수비진을 뒤로 물리는 기술이 뛰어났다. 즉, 카카가 공을 잡으면 자연히 공간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조금 달랐다. 벤제마,이과인과 호날두는 쉐브첸코, 질라르디노, 크레스포와 '완전히' 다른 모습의 스트라이커였고, 그들은 페널티에어리어가 아니라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의 플레이에 더 능숙한 선수들이였다. 이는 카카에게 많은 공간을 줄 수 없음과 동시에 카카와 역할이 중첩됨을 의미했다. 실제로 호날두가 폭발했던 세비야전에, 카카는 볼 터치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평점 0점을 받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비록 카카의 탈장과 지난 시즌 무릎 부상의 여파가 컸기에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무리겠지만, 호날두 이과인의 늘어만 가는 기량과 대비해 갈수록 불안해지는 카카의 퍼포먼스는 분명히 각성을 요구해줘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즉
1. 카카는 부상 때문에 부진한 것인가?
2. 카카는 호날두, 이과인, 벤제마등과의 활동공간이 겹쳐서 문제가 되는 것인가?
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신속히 알아내서 건드려줘야 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긍정적인 것은, 리옹전 후반전에 호날두가 완전히 좌측으로 빠지면서 카카에게 넓은 공간을 쥐어주면서 '뛰어놀아봐'했던 부분인데, 비록 카카는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쓸쓸히 야유 속에 교체아웃되어 나갔다. 하지만
- 뒤집어 이야기하면 카카의 호날두, 이과인과 활동공간이 중첩되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져 있었다 - 라는 가설이 조금 더 신빙성을 얻게 되면서 앞으로 페예그리니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던 문제였다. 즉, 좀 더 쉬게해주면서 카카의 부담감을 걷어내줘야 하는 역할이 폐에그리니에게 부가된 것이다. 반대로 최고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 데 바르트에게는 하나의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되면서 카카, 페예그리니, 반 데 바르트 모두에게 윈윈윈이 되는 상황이 당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의문은 그치지 않는다. 상당히 유연하고 창의적인 발상의 전술을 즐겨썼던 페예그리니였지만, 레알에서는 경기의 흐름을 잃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고, 교체 타이밍 역시 묘하게 엇나는 경우가 몇번 있었다. 이번 리옹전에서도 카카를 지나치게 믿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후반전 부진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과연 페예그리니는, 그동안 이미지와 다르게 고착화되고 비루한 발상의 인물이였을까?
<사진 : 페예그리니는 원래 상당히 전술적으로 유연한 감독이다. 리베르 플라테에서는 4-3-1-2, 4-5-1을 고루 썼었고, 비야레알에서는 4-5-1. 4-2-2-2, 4-4-2, 4-3-1-2등을 돌아가면서 썼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착화 되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일까?>
글을 쓰다보니 예상보다 길어진데다가, 지금 제가 서울 가는 버스에 몸을 실어야 될거 같네요.
2편은 토요일 밤이나.. 월요일 낮에 올리겠습니다.
2편에서는 레알 마드리드, 비야레알, AC 밀란의 4-3-1-2에 대해서 비교하는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하네요. 구티, 이과인과 수비 라인에 대해서도 조금 이야기를 꺼내볼까 싶기도 하구요....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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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2010.03.12*한참 재밌어지는데 끝나 버리는군요; 네이버에서 대신 기자하셔도 될거 같습니다. 페예그리니의 전술적 고착의 이유는 2편에서 나오는겁니까 아님 의문이다 하고 끝이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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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인부우 2010.03.12@양현종 2편에서 간소하나마 언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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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양현종 2010.03.12*@마인부우 그렇군요. 2편이 기대가 되네요! 추천 날렸습니다. 전술은 정말 초보라 죄송합니다만, 언급하신 페예그리니 만의 패스->무브 전술이 여타 패스후에 리턴 패스 및 공간 침투를 위해 움직여 주는 기본적인 전술에 비해 독특함이 있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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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1ngo 2010.03.12역시 형님이신.
좋은 글 읽구가요! 이 글 스크랩 좀 할게요! -
이슈리아 2010.03.12중독되서 읽고있엇는데 뚝, 끊겨버렸네요.
2편 기대할게요 -
질풍의드리블 2010.03.12오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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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Iker 2010.03.12음.. 확실히 비야레알 시절은 좀 더 변화무쌍한 용병술을 구사했던 거 같은데 말이죠. 역시 감독의 전술과 팀컬러가 녹아들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거 같아요. 아직은 현재와 같은 빠른 기동력을 살린 속공 공격 위주의 4-3-1-2 말고는 위협적인 패턴이 없는 거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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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an Raúl 2010.03.12좋은 글 감사합니다. 2편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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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단 2010.03.12후배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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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단 2010.03.12제 짧은 생각으로도
지난 시즌이 끝나고 페레즈가 다시 회장직에 올랐을때, 가장 먼저 바랐던 오피셜은 카카, 호날두가 아니라 감독확정이었습니다. 허나 아시는대로 감독보다는 새로운 선수영입이 먼저 정해져버렸죠. 그때 생각하기에 \'과연 새로운 감독은 자기 의사가 존중되지 않은 영입작들을 가지고 자신의 전술을 펼칠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말이죠. 그 문제가 지금까지 오게 된것 같습니다. 그중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카카인듯해요. 오래 달고 있던 부상과 리가 부적응 등도 큰 이유가 될수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기대하는, 과거의 지단과 같은 롤, 또는 페예그리니가 추구하는 축구에서의 역할은 여태껏 카카가 해왔던 롤과 너무 큰 차이가 난다는것입니다. 물론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없으니 앞으로 점차 나아질것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으로써 카카의 변화를 바라는것은 그저 우리의 희망사항이고 또 그렇게 될수 있다고 믿는것도 합리화같아 보이네요. 오히려 같은 자리에 반더바르트의 기용이 나아보이지만 페감독으로써는 카카를 뺄수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인터뷰에서 그는 \'절대적인 레귤러\' 라고 했을만큼 신임을 보였는데 제발 그것이 카카의 실력에 대한 믿음뿐이었으면 좋겠네요. 자꾸 다른 이유가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말이죠. 페예그리니감독님께 연민이 느껴지네요 ㅠㅠ -
카를로스곤 2010.03.12좋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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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er 2010.03.122편이 기대 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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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M군 2010.03.122편 기대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결국 여름시장 열었을떄 가장먼저 감독을 1번순위로 영입했어야 했음 그리고 전권을 ........... -
라피♥yb 2010.03.12일단 전술의 유연성을 잃은것은 단기간에 성적을 뽑아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그랬던거 같습니다. 이제 챔스도 떨어졌으니 좀 나아지려나 싶기도 하지만.. 제 생각에는 보드진과 팬들이 페에그리니 감독에게 좀더 시간과 믿음을 보장해주어야 그의 능력이 발휘될거라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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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동카카♥ 2010.03.12너무 재밌게 잘 봤어요~ 2편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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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2010.03.12감독 문제보단 스쿼드나 선수들 성향이 비슷비슷해서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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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iguain 2010.03.12오오오 ㄱ완전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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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2010.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