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거나 못하거나의 아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경기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프랑스 리옹을 떠나온 사람들은 웃고 있었고, 그 경기장을 가득 채운 수많은 스페니쉬들과 다국적국인 흰 색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올 시즌 내내 이 흰 색의 유니폼은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그들 자신의 안방에서 펼쳐지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향한 몸부림은 좌절 되었다.
하지만 특별할 것도 없는 것이 이 팀은 이제 6연속으로 16강 라운드에서 탈락하는 경쟁력 없는 팀이라는 것이 증명 되었다. 값비싼 선수들로 스쿼드를 채운다고 해서 토너먼트의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으리란 보장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레알 마드리드를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 놓은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적어도 그가 만들어 놓은 이름이 경기장에서 빛을 발하기를 기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시즌 막판까지 영입을 고려했던 (스쿼드내에 가장 중요한 선수인) 알론소의 부재는 안타까웠고, 그 대신 나온 구띠는 좋은 패스로 도움을 기록하긴 하였으나 좀 더 앞선 에서 플레이 하는 것이 나았을 뻔하였다. 왜냐하면 회장이 애지중지하지 못해 마지않는 카카가 팀의 패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 이었다.
올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컨디션으로 팀에 근심을 심어주던 독실한 크리스천은 그가 하나님을 믿는것 만큼 그를 믿어주던 회장, 감독, 선수들 그리고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모든 그의 팬들의 믿음마저도 모두 배신하고야 말았다. 하기야 이 모든 문제가 이 브라질리언의 문제만은 아닌듯하며 그를 활용하는 감독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과거 칠레 출신의 별 볼일 없는 감독이던 페예그리니를 빛나게 했던 아르헨티나의 마에스트로가 그를 배신하기 전까지 아주 아주 훌륭한 플레이로써 감독으로 그의 이름을 드높였지만 이 리켈메란 이름의 아르헨티노와 브라질의 카카란 선수는 그들의 국가 간의 라이벌의식 만큼이나 전혀 다른 유형의 선수로 보인다. 특히 페예그리니가 활용하고 있는 공격전술은 과거 그의 팀 이었던 비야레알을 전성기로 이끌던 시기와 굉장히 유사해 보이는데 (빠른 공격수들을 선호하고 그 밑에 창의적인 미드필더를 배치 하는것) 안타깝게도 비야레알의 선수들과 그가 가진 선수들 몇몇은 굉장히 달라 보인다.
특히 그가 비야레알 시절에 애용했던 수비부담 없이 공격에 전념하면서 찬스를 이끌어내는 찬스메이커의 롤을 카카에게 맡겼지만 카카란 선수는 찬스메이커라기 보단 보다 공격 일선에서 활약하는걸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밀란에서 굉장한 속도와 날카로움, 결정력을 보여주던 카카가 마드리드로 와서 찬스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긴 하지만 시즌 내내 불안정함을 노출하며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리옹과의 경기에서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찬스를 가져가면서 좋은 폼을 보였지만 그의 좋은 모습은 전반전까지만 한정 되었고, 결국엔 분노를 표출하며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이 선수에게 돌려지는 것은 부당한 일이지만 그의 갈라티코 친구가 팀에 스피드와 득점력을 더해 주었듯이 카카도 창의적인 부분을 더해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미드필드라인에서 공을 잡고 플레이를 펼치는 그는 어색해 보였고 상대의 압박에도 무력했다.
반면 프랑스를 떠나온 리옹은 상대가 가진 가장 위협적인 한 명을 놓치긴 하였지만 그들의 끈기와 단단함은 결코 잃지 않았고 결국엔 잘 준비된 자세가 동점골로서 보상을 받았다. 특히 그들의 감독이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한 교체는 굉장히 성공적으로 보이는데, 이는 전반전에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들이 볼을 빼앗기고 난 후에 심판을 향해서 불평만 하지 볼을 쫓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힌트를 얻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그들이 소심하게 뒤로 물러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고 볼을 빼앗고 카운터를 날리는 데 더욱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 후반전은 그들의 생각이 완벽하게 먹혀들어 갔는데, 볼을 빼앗기고 나서 레알 마드리드 공격진들은 심판들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역동적인 프랑스의 전사들은 그들의 배후를 기습했다. 주효한 부분은 볼을 빼앗은 선수가 직접적으로 공격에 적극적인 가담을 해서 상대에게 문제를 주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족한 집중력을 심판 탓으로 돌리는 상대의 공격수들에 대한 아주 확실한 카운터였다. 그리고 이 카운터는 결국엔 보답을 받았으니 아주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경기는 1대1로 끝났고 챔피언을 노리는 스페인의 거함은 침몰 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원정을 온 프랑스의 팀보다 더욱 나쁜 팀이라거나 (새로 만들어진 팀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퀄러티 낮은 선수들이라고 볼 수는 없다. 축구란 원래 그런것 이며 이번 토너먼트의 단 두 번의 경기에서 리옹이란 팀이 레알 마드리드란 팀보다 좀 더 나은 팀이었을 뿐이다. 하나하나의 경기가 잘했을 때와 못했을 때가 갈리듯이 이번 경기도 그랬다. 레알 마드리드가 못했다기 보다는 리옹이 더 잘했고 더욱 잘 준비되어 있었다. 단지 그 뿐 이다.
다만 챔피언스리그라는 우등생의 반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실수란 없어야 하고 벼락치기 공부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또 하나의 사실을 배웠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년에 또 한 번의 챔피언스리그 만점에 도전할 것이고 그 다음 해에도 만점획득에 도전할 테지만 번번이 계속되는 유럽무대에서의 실패는 그들에게 더 이상 줄 교훈이 없다는 걸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