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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타 비고::

뻘글...전 아직 햄뽁는답니다.

[솔로]닭면 2010.02.17 17:44 조회 1,586 추천 3

1. 제가 레알 마드리드라는 팀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커녕 변변한 중계도 잘 안 해주던 때였어요. 스타스포츠라는 채널로 일주일에 한 경기 정도 라리가를 해주는데 그 많은 팀들 중에서 우리팀 경기를 해준다는 보장도 없었죠.

94 미국 월드컵 때 불가리아의 스토이코비치에 매료됐었는데 로날도라는 어린 놈이 스토이코비치를 벤치로 밀어내고 나오더라구요. 너무 괘씸했죠.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모습도 괜히 기분이 나빴어요. 왠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KBS 위성에서 라리가 중계를 해주긴 했지만 고등학생이라 보기 힘들었어요. 녹화중계인데도 시간대가 학교에서 12시까지 의무적으로 자율학습을 하던 때이니 고딩이 참 챙겨보기 힘든, 기억으로는 저녁시간대였던 거 같아요.

참 축구가 고팠던 시기예요. 중계나 뉴스보다 피파라는 오락을 통해서 선수들 이름을 알아가던 때였죠.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재수생이었던 저는 피파에서 조그만 픽셀 덩어리로만 보던 선수들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돼서는 죄수생신분에도 전 경기를 챙겨봤어요. 당시만 해도 월드컵만이 축구팬들에게 선진 축구를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였거든요.

축구 동영상이요? 저 대학 1학년때까지만 해도 mp3하나 받는데만도 몇십분이 걸렸었어요.

지느님과의 우승이후 챔스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우리지만 그래도 전 행복해요. 저만 부지런하다면 전 경기를 볼 수 있으니까...





2. FM을 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우리팀은 다른 어떤팀 보다도 감독하기가 짜증나는 팀이예요. 조금만 미끌해도 팬들이 성화죠. 아무리 잘 하다가도 한 경기 못하면 나쁨, 실망이 뜨고 반시즌 넘게 그걸 울궈먹어요. 선수들 줄부상이나 국대 차출이나 이런 사정 같은 거 봐주지 않고 결과만 따지는 팬들이 미울 지경이예요. 그런데 실제로는 더 하죠. 마르카나 아스같은 극성 언론은 물론이고 심지어 경기장에서 야유도 서슴치 않는 팬들이 우리팀 팬들이죠. 정말 짜증날 거예요.

지난 시즌까지 우리팀은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팀이었죠. 그런데도 지금 페감독의 우리팀은 상당한 승점을 수확해내고 있어요. 초반 호날두의 득점에만 의존하던 것이 날두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고 점차적으로 '팀'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경기들도 보여주고 있어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시즌 초반에 비하면 페예그리니의 팀으로 점점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발렌시아 원정 승리, 아틀레티코 원정 승리, 마르세유 상대로 홈, 원정 모두 승리, 바르샤 원정에서 우세한 경기, 밀란 상대 홈, 원정 모두 우세한 경기, 19년 묵은 리아소르의 악몽에서 벗어난 승리 등등 강팀들과의 경기에서도 페예그리니의 우리팀은 그다지 나쁘진 않았어요. 게다가 엘 클라시코와의 경기는 지난 시즌 첼시의 10백에 강한 몸싸움으로 비기기 작전보다 한 단계 발전한, 적극적으로 바르샤를 이길 수 있는 전술도 있다는 걸 보여줬었죠.

다만 우리팀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강한 압박과 수비위주의 경기운영을 하는 팀들을 상대로 약했어요. 중위권이나 상위권 팀들보다는 약체팀을 대상으로 답답한 경기력을 자주 보여주고 역습에 무너지기도 했었구요. 그리고 오늘 새벽 리옹은 우리팀 이기는 법을 제대로 들고 나왔어요. 그에 비해 구티나 VDV같이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줄 선수도 없이 카카, 날두, 이과인의 능력에만 의존해야했던 우리였구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팀의 조직력과 우리팀의 스타일상 이런 팀들에 고전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우리가 우리 스타일을 버리고 맨유로 대변되는 EPL식 선이 굵은 축구를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럴거면 그냥 EPL보면 되는 거잖아요.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리가 우승을 하던 시기에는 우리만의 색깔이 없다고 또 까였었잖아요. 그래서 페감독 영입한 거고, 페감독이 우리만의 축구를 만들어가는 중이잖아요.

시즌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번주 보다는 다음주가, 올시즌 보다는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게 만드는 우리팀이예요. 이제야 좀 팀다운 팀이 되어가고 있는데, 다시 성급한 판단으로 페감독이 잘리고 새로운 감독이 들어와서, 또다시 새감독 부임 초이니까...다음 경기엔 조금 더 안정되겠지..라는 기대만을 갖고 살기는 싫어요.

천하의 무리뉴감독이 온다고 해서 좋은 성적이 나올지도 모르겠고(인테르가서도 챔스에서 보여준 게 뭐가 있나요..),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해도 그 분 특유의 축구는 우리팀의 색이랑은 안 맞는다고 생각해요.



3. 바르셀로나의 화려한 공격축구에 왠지 모르게 뾰루퉁해 있던 그 때, 제가 우리팀을 처음 접했고, 저는 그 열정과 우아함에 넋을 잃었어요. 그냥 시간이 멈춘듯 멍하니 브라운관만을 바라보고 있었죠. 아마 추억이란 건 더 아름답고 기억하기 좋게 편집되기 마련이겠지만, 제가 바라는 레알 마드리드는 이런 팀이예요.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우리만의 축구를 하는 팀. 열정적이고 우아한 팀.

리아소르 원정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던 날, 저는 그 기억속의 고등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심장이 쿵쾅거리고 혼이 빠져나간 것 같았어요. 챔피언스리그 우승보다도 더 기뻤어요. 제가 그동안 그토록 찾아 헤매던, 기억속에서 이미 색이 많이 바랬지만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던 그 감동을 다시 느꼈거든요.

그래서 전 우리만의 축구를 만들어가고 있는 페예그리니감독님께 감사합니다.


ㅋㅋㅋ 뭔가 난데없는 결론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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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arrow_upward 와정말 이거 엘클라시코에 비해 수비가 왜이모양이지 arrow_downward 정말 할 말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