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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타 비고토요일 5시

다분히 개인적으로 어제 가장 좋았던 점

Canteranos 2009.11.27 00:39 조회 1,825 추천 2

챠피님 어제 경기 사진들에서

네, 반데발이 드디어 챔피언스리그에 나왔습니다. 어제 함께 경기를 본 모두 좋아했고, 누가 골을 넣은 것보다 더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기억이 나는군요.

사실 라피 혹은 반데발 혹은 VDV의 레알 생활은 참 굴곡이 많았습니다. 지난 시즌 초반에 엄청난 골행진을 잠깐 펼치는가 싶더니, 데라레드와 디아라가 눕고, 슈스터가 경질되고, 라모스가 89분라피로 만들면서 레알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였고, 이번 여름 유일하게 살생부에 오른 2명 중 한명이기도 합니다. 나머지 한명인 훈텔라르는 자신이 원하던 밀란으로 미련없이 떠났지만, 첼시 혹은 인테르로 가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예상했던 라피는 아스날의 (루머에 의하면) 터무니없는 베팅이나 함부르크 리턴, 간간히 나오는 바이에른 행 등을 뒤로 하고 레알에 남게 됩니다. 그는 프리시즌동안 무려 1경기에 교체로 나왔습니다. 그것도 첫경기였던 샴록 전이었죠.

여름에 나가지 않을까 했던 그가 남으면서 일말의 희망을 품게 된 저는 그러나 그것이 터무니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밀란 1차전. 그동안 워낙 플랜에서 오래 제외되어 있었던 만큼 거의 나오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언젠간 보게 되겠지 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펄쳐진 경기였습니다. 풀리지 않는 경기, 부상으로 인해 공미 이상의 공격자원 중 유일한 선택, 카카의 급속한 체력 저하로 당연히 라피를 투입할 줄 알았지만, 결국 그는 나오지 않았고, 이때 저는 모든 미련을 버렸습니다. 그가 반드시 필요했던 경기에 나오지 않은 이유는 자명해 보였으니까요. 바로 챔피언스리그에 나올 수 있게 하여 제대로 된 가격에 팔기 위함이라고 판단했죠.

호날두, 카카, 구티, 그라네로에 이은 5옵션. 마르셀로와 드렌테 모두 윙백에 실패하면서 경쟁자 추가. 더 이상 라피가 설 자리는 없어보였고, 사실 지금도 없어보입니다. 연봉도 4m으로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뭐로보나 올 겨울에 이적이 확실해보였고, 제발 첼시나 인테르로 가서 대성하기만을 이제 바라고 있었습니다.

근데 뜬금 어제 나왔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나오면 잘해주었습니다. 물론 하나 말아먹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움직임과 영리한 플레이, 그리고 무엇보다 헝그리 정신이 눈에 띄었습니다. 요즘 레알 선수 중 유독 욕먹지 않는 선수 중 하나가 라피인 이유는 물론 얼굴을 많이 못본 것도 이유가 되긴 하지만(ㅠㅠ) 나왔을 때만큼은 라울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열심히 뛰어주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나왔다는 사실은 일단 겨울에 이적할 가능성이 많이 줄었다는 애기입니다. 물론 그냥 타리그로 이적할 수도 있고, 아르샤빈의 경우처럼 챔스에는 못나와도 리그를 위해 데려올 수도 있고, 유로파리그에 나가는 팀이 데려가려고 할 수도 있는, 아직은 모르는 상황이지만, 이전보다는 가능성이 많이 줄었습니다. 실제로 팀에서도 구티, 그라네로와의 경쟁에서 한발 앞선 느낌이고,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안나오다가 어제야 나온 이유. 저희가 알기 힘듭니다. 그동안 열심히 경기한 노력의 결실일 수도 있고, 페감독의 설득일 수도 있고, 보드진의 심경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구티의 행보와 직결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의 출장 사실이 저는 참 반가웠습니다. 적어도 올해까지는 그와 함께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거죠.

라피는 팀에 굉장히 유용한 옵션입니다. 중소클럽에 가면 그 팀을 챔피언스리그 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크랙, 그리고 빅클럽에 가더라도 웬만해서는 그의 주전자리는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는 발이 빠르진 않지만, 활동량이 많고, 패싱력, 슈팅력, 그리고 자신만의 창의성이 있는 선수입니다. 불행히도 앞에 카카와 호날두라는, 너무나 높은 산들이 가로 막고 있지만, 이런 선수가 서브로 있다는 사실은 - 축구만으로 국한시켰을 때 -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그 경기를 바꾸어 줄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 애기입니다.

그는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플랜에서 배제되고 한 인터뷰(이것도 후에 이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고 밝히긴 했지만)를 제외하고는 그는 지속적으로 마드리드에 남겠다는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마드리드가 좋은지, 페예그리니의 설득인지, 겉으로만 그러는 건지, 갈락티코 2기와 함께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단순히 아내의 병환 때문에 그런지 저는 정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불만을 터뜨리지 않고 꿋꿋이, 그리고 묵묵히 함께 해주는 게 고맙습니다.

저는 2003년부터 라파엘 반더바르트의 이름을 듣고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넥스트 베르캄프, 아약스의 신성, 네덜란드의 미래 등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던 그가 특이하게도 함부르크가서 이상하다 하고 있던 찰나에 대박을 터뜨리고, 드디어 마드리드에 왔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그 후의 상황은 참 안타깝게 돌아가서 여기까지 왔네요.

쓰다보니 다분히 감상적인 뻘글이 되었네요. 얼마동안 팀에 남아있을 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 마드리드에게, 마드리디스모들에게, 그리고 본인에게 좋은 추억 하나 남겨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내도 쾌차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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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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