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도 즐길줄 알아야 한다.
축구계에서 가장 시끄러울 여름과 겨울엔 많은 선수들이 거취를 옮기거나 남는다. 보통은 실력으로 가름되는 일일테지만 가끔 운이 지지리도 없거나 신뢰가 무너짐에 따라 락커룸에서 짐을 싸는 일은 다반사다. 축구계의 올 여름 시작과 끝을 주도한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클럽의 이적시장은 포지션만큼이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베르나베우에 모였다.
지난 겨울, 자택에서 로쏘네리 유니폼을 들어올린 브라질리언은 가장 먼저 메렝게스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으며 세계 최고로 비싼 축구 선수가 된 포르투갈 꼬마는 8만 관객 앞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엠블럼에 키스를 하고서야 하얀 치아를 드러내 웃었다.
조증이 의심되는 프렌치맨은 자신의 아이돌이 남긴 흔적을 따라 왔으며 감독과 틀어진 바스크인은 자신이 가장 필요한 곳, 그리고 최고이자 최악의 선택일지도 모를 하얀 사자의 허리를 맡게 되었다. 어쩌면 룸메이트였던 아랍인의 귀뜸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발렌시아 청년과 작은 예수는 페레즈가 자신이 내세운 공약에 얼마나 성실했는가를 보여준다. 물론 세간에선 얼버무리려는 영입이 아닌가 의혹을 제기 했지만 차기 알비세레스테의 중심축이 될 아르헨티노의 리턴까지 지금까지로썬 좋은 선택이었다.
하얀 사자 군단은 리그 7경기가 치뤄지는 동안, 현재까지 리가 최고의 화력과 준수한 수비력으로 단 1패만을 기록하며 1위 바르셀로나를 2점차로 맹렬히 뒤쫓고 있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또한 준수한 성적으로 조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할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물론 조편성의 행운이 따랐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러한 사실이 전혀 기쁘지 않은 듯, 무언가를 잊은 듯,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쩌면 그들 눈엔 스킨 헤드의 프랑스인에게서 로쏘네리의 일원이 된 것을 후회하고 있을 네덜란드인의 향수가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며 전임이 11년간 쌓아놓은 업적에 비해 작은 21살의 브라질리언에게 선수로써의 모든 기회를 다 준듯 말하고 있다. 건실한 기독교인 청년이 왔을 때를 기억하는가? 그는 세계 최고 기록(초콜릿 보이 갱신전)에 약간 못미치는 거금으로 왔지만 많은 이들은 65m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지네딘 지단의 향수를 잊게 해줄 스타의 영입이라 칭송하며 시즌 초까지 그가 팀 승리에 기여하다 최근 들어 무슨 이유에선지 일시적인 부진을 겪자 그제서야 65m의 가치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지금의 Los Blancos가 모인지 얼마나 되었다 생각하는가? 여름이 오기도 전부터,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라 외쳐대던 레즈의 일원이 온 시기는 8월 초이니 이제 막 발을 맞춘지 세달이 되어가는 슈퍼스타로 가득한 새내기 클럽일 뿐이지만 전세계 축구팬들은 갈락티코를 연상했고 다시 한번 기대하기 시작했으나 기대만큼의 기다림을 갖고 있지는 않은 듯 해 아쉽다.
언제부터인가. 지구 반대편에서나 일어나는 일들이 일상 생활처럼 느껴지며 6000마일의 거리는 그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데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회사에서 학교에서 분에 못 이길때, 아마 그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쓴 웃음만이 지어진다.
-기다림을 즐기는 이가 인생의 사사로운 기쁨과 슬픔 또한 즐길 줄 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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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레매人 2009.10.22당연히 이길거라 생각했지만 상대가 밀란이라는 점은 기대감까지 더해졌는데 의외의 패배로 한대 맞은 기분인듯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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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이구아인 2009.10.22하지만 레알인데?... 레알이란 클럽의 레알스러움은 참을성이 별로 없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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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가 2009.10.22글도 글이지만... 11월 9일 논산훈련소 고고씽~ <<이게 마음한구석을 울리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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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국가의폐인 2009.10.22@자유기고가 으아아아아아악ㅜㅜㅜㅜ 18일 하고도 1시간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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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ot Lee 2009.10.22아까는 몇년이나 기다렸는데 이러시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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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국가의폐인 2009.10.22*@Elliot Lee 엘리엇님이 그런 댓글 달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글은 어제 저녁에 쓴거고 거기에 밀란전에 대한 내용만 덧붙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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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Elliot Lee 2009.10.22@국가의폐인 예상하셨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 ^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이런 시기도 있어야 우승하는 맛도 있고 기다리는 맛도 있죠. 항상 이길 수는 없는 겁니다. 절대강자는 축구에 없어요. 뭐 인간의 역사에도 없죠.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팀에게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독이되죠. 자극할 수 있는 것도 어느정도껏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국가의폐인 2009.10.22*@Elliot Lee 제가 엘리엇님 글에 단 댓글과 상반되는 느낌의 글을 써서 \'얘 뭐야?\' 라고 생각할거라 예상했거든요 ^^;
항상 강자의 자리에 남길 바라지만 그럴수 없다는 것. 동감합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Elliot Lee 2009.10.22@국가의폐인 그나저나 안타깝네요.
군대가시니....가시기 전에 실축이나 한번 ㅋ -
subdirectory_arrow_right 국가의폐인 2009.10.22@Elliot Lee 방금 실축 참가자 글 보고 고민하다 신청했습니다. 허접ㅜ이지만 입대전 마지막이라는 개념으로 참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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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200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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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파이어 2009.10.22레알 올해는 우승할수 있을꺼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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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2009.10.23문장이나 표현이 굉장히 서양식이시네요..;;;번역관련 일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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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국가의폐인 2009.10.23@요한 라리가 칼럼 쓰시는 Phil Ball의 문체를 따라해봤어요. 본인은 공대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