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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타 비고토요일 5시

가고야!! 야유였지, 아직 조롱은 아니잖아...

Robson 2009.09.22 23:19 조회 1,847 추천 5

드렌테를 향한 조롱 소리를 들었을 때 얼굴이 화끈거렸었는데....

음...
가고를 못 미더워했던 사람이지만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았다 하니...
참... 가슴 한 구석이 개운하지가 않네요..

사실 가고가 일부 팬들이 지적하시듯이 억울할 만큼 욕을 먹고 있다고도 생각됩니다.

우선 제가 생각하는 가고를 향한 레매 뿐만 아니라 현지 팬들에 의한 애증-표출의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니라 그에게 거는 기대치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 가고에 대한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나게 과한 기대치

사실 가고가 마드리드에 도착하기 전 레알마드리드는 지단의 은퇴와 더불어서
06/07시즌 전반기 동안 계속된 투박한 미드필더 플레이로 인해서
뭔가 이 답답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중원의 사령관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서 보카의 보석이라는 
86년생의 어린 기대주 페르난도 가고가 마드리드에 입성하게 되고,
더욱이 그가 바르셀로나의 오퍼를 거절하고 레알마드리드를 택했다는 소식은
그를 향한 팬들의 기대감과 애정도를 한껏 끌어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헌데, 그가 도착하기 전 뜬소문을 통해 주워듣고 미뤄 짐작하고 있던 그의 플레이와
영입 이후 실제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플레이 모습과는 적잖은 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당시 비에이라의 이적 이후 어린 나이에 아스날의 중원을 지휘하던
꼬꼬마 리더 세스크 유형의 선수일거라 으레 짐작하고 있던 가고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지만 마스체라노의 다운그레이드 버전 같아 보였습니다.

‘엄청나게 많이 뛰기는 하는데 뭔가 소문과는 다른데??’
이게 가고의 플레이를 지켜 본 저의 첫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도착하기 전 중원의 콤비였던 큰디아라-에메와는 다른 스타일의 선수로
경기장에 나름의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모습에서 ‘괜찮네..’ 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  가고야!! 한국에 홍명보라는 위대한 선수가 있었어...

많은 분들이 그에게서 레돈도의 향수를 기대하시고 그리되기를 희망하고 계시지만,
제가 꾸준히 지켜 본 가고는 언뜻언뜻 과거 홍명보 선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가고의 부정확한 중-장거리 패싱 능력은 홍명보 선수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구요.)

볼을 가지고 툭툭 치면서 그라운드를 내려다보듯 응시하는 가고의 플레이 모습에서
저는 은퇴 전 홍명보 선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론 이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가고와 홍명보 선수가 같은 유형의 플레이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고가 홍명보 선수의 장점을 닮은 선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전 가고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까샤스의 골킥을 넙죽넙죽 받아내던 큰디아라의 모습을 가고에게서 기대할 수 없고
여유있게 볼을 간수하고 돌리며 중원을 지휘하는 샤비와 세스크의 모습을
가고에게서 기대할 수 없고
짐승 같은 운동신경으로 그라운드 전반을 마구 휘젓는 에썅과 라쓰의 모습을
가고에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좀 더 노련하고 여유있는 모습을 가고가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확실하게 상대방의 맥을 짚어내고 길목을 차단하는 수비능력,
아-주- 가끔씩 시전되지만, 경기의 흐름을 바꿀만한 패스들

홍명보 선수의 대표적인 특기 중 특기였던 위의 두 가지 요소들만
가고가 착실하게 습득해줬으면 합니다.


● 왜 가고의 장점은 일부 팬들의 전유물일까??

가끔씩 가고에 대한 논란이 빚어질 때마다 가고를 옹호하시는 분들께서 하시는 말씀들 중 
“가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논리적이지 못 하고 가고의 전반적인 장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 하고 있다” 라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십니다.
그러면서 특히 강조하시는 부분이 그의 움직임과 심오하다(?)라는 가고의 패싱 능력입니다.

하지만 축갤에 올라온 가고의 패스 미스 장면과
세레스와의 경기에서 호날두의 첫 골이 터지기 전에
벤제마와의 아이컨택 이후 시전된 가고의 패스 장면을 보고 있자면,
뭔가 불가사의 한 상황을 연출하고 싶어하는 그의 심정은 이해되지만
현재 가고의 실력으로는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워 보입니다.
(가고의 창조적(?)인 패스들은 상대편 수비수들이 알아서
홍해 갈라지듯 갈려져줘야만 가능한 것들이 많더라구요)

또한 지난번에도 그의 수비시 불필요한 움직임을 지적했었지만,
3명의 중앙-자원으로 미드필더가 구성되더라도 최후방 수비선수들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주어야 할 녀석이 하프라인에서부터 약속되지 않은 무자비한 압박을 가한다거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냅다 태클을 날리는 장면들을 보고 있자면, 한 번만 벗겨져도
바로 위기 상황이 연출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조심성이 결여된 모습을 종종 노출하곤 합니다.

1명 이상의 상대편 선수에 의해 둘러싸여서 전방으로의 시야가 차단되면 사이드로
볼을 돌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게 지금의 가고입니다.
(이것을 두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는 개인별 축구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레알마드리드의 최전방에는 라울을 필두로 나름 퍼스트 터치의 대가들이 우굴우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좀 더 과감한 전진 패스를 시도해 볼만도 한데 가고는 한없이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또한 패스 타이밍 또한 굉장히 불만족스럽습니다.

그의 인터뷰에서 옅볼 수 있듯이 가고 본인이 지나치게 경쟁에 쫒기고 있고,
경기 출전 자체에 조급해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보입니다.

중원이 어떠한 식으로 구성되든, 누가 뛰든,
똑같은 실점 상황이 발생하고, 똑같이 공격수에게 벗겨져도
상대적으로 가고에게 좀 더 강력한 질타가 가해지는 건
90분간 가고 스스로 본인의 실수를 만회할 찬스를 본인 스스로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어차피 가고를 옹호하시려는 분들의 논리도 반대편 입장에 선 분들에게는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축구관이 다르니까요.
누가 맞고, 누가 틀린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레알마드리드는 카스티야처럼 유망주 육성을 위한 요람이 아닙니다.
더욱이 2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한 가고에 대한 팬들의 요구는
어쩌면 정당한 것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고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대치는 잠시 미뤄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선수 본인도 좀 더 여유롭게 대처해야겠지만, 팬들도 그에 의해서 해결되길 기대했던
중앙미드필더 이상향의 향수를 조금은 지워버려야 할 거 같습니다.

가고 본인도 그가 짊어져야 했던 과거 대선배에 의한 거대한 그림자를 걷어버리고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플레이 특성을 하루 빨리 찾았으면 하고,
팬들도 더 이상 그의 능력에 반한 과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가고는 앞으로 레알마드리드에서 나름대로의 제 역할은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고야!! 정신 바짝 차리고 힘내자!!
널 비판한 날 신나게 비웃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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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arrow_upward 비야레알전 프리뷰 arrow_downward 전 좀 다른 생각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