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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자고 후반만 봤네요. 전반에 재밌는 슛장면이 많았는데 후반은 비교적 알이히티드의 페이스였음.
이번 피스컵은 상금이 꽤 되던데, 사실 그걸 제외하면 연습 경기라는 본질은 똑같음. 프리시즌 경기에서 즐길 수 있는 부분은 새로운 시즌에 팀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대한 힌트를 캐치한다는 것이죠. 그런 맥락에서 공격/미드필더/수비로 나눠 감상평을 쓰고자 하네요.
먼저 수비, 레알의 측면 미드필더들이 워낙 공격적이다 보니 양측면이 수비시에 텅텅 비는 약점을 노출했고 상대에게 역습의 기회를 주었죠. 특히 왼쪽에서 드렌테가 번번이 털리면서 애를 먹었습니다. 역시 풀백은 무리...-_- 골키퍼인 두덱도 펀칭 실수, 골킥 실수, 크로스 처리하러 뛰쳐나올때 판단 실수, 백패스 처리 실수 등등을 끊임없이 저지르면서 위태위태했습니다.
특기할만한 점은 수비라인을 높이 끌어올렸다가 대망했다는것.ㅋ 주도권을 잡기 위해 라인을 올렸지만 전방 선수들의 위치가 어정쩡해서 패스 차단에 실패했고 상대는 거의 자유롭게 패스를 주고 받았습니다. 어떤 위치에서 볼을 뺏으려는건지 의도를 알 수 없었음.
계속 역습을 당하면서 나중에는 라인을 올리는걸 포기하고 푹 내려가있었는데 이건 이것대로 중원이 텅 비게 되면서 엉망이 되었죠. 가고와 라쓰는 둘째치고 나머지 선수들이 거의 백업하러 내려오지도 않더군요. 앞으로 스타 선수들, 특히 측면에서 뛰게될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굉장히 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드필더, 라쓰에게 할 말이 많은데... 열심히 하긴 했지만, 공격 전개 시애 너무 볼을 끌어요. 라쓰가 의외로 볼키핑이 대단히 뛰어난 선수이긴 합니다. 저도 지난 시즌에 깜짝 놀랐죠. 하지만 그걸 너무 과신해서 좁은 공간에서 드리블 치는 장면이 많고, 수비수에게 둘러싸이는걸 자초하는 면이 있음. 이렇게 되면 설사 볼을 지켜낸다 할지라도 그 다음 플레이에서 좋은 패스가 나가기 어렵습니다. 좀 더 패스플레이를 해야...
가고, 레알 마드리드의 '두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음.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은 그 두뇌의 성능. 가고의 전개 방식으로는 상대의 예상을 뛰어넘지 못하고,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난 시즌에 많이 봤고, 오늘도 여전했네요. 오히려 상대가 역습하기 좋게 '기를 모아주는' 스타일이라는 생각마저 드네요.
측면 미드필더들의 수비적인 기능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너무 공격에만 치중했고, 스네이더는 아직까지도 '한 방'외에는 자기 가치를 찾지 못하는 모습. 마찬가지로 호날두도 이미 알고 있는 점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는데, 그건 중거리슛에 치중할 경우 안들어가기 시작하면 "스네이더 2"가 될 뿐이라는 점입니다. 페예그리니가 잘 조련하기만을 바랄 뿐이죠.
공격, 전반에는 라울-벤제마, 후반 중반부터 라울-이과인이 기용되었습니다. 벤제마는 대각선으로 움직이고 라울은 상하로 움직이면서 경기를 풀어주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이과인이 오히려 라울과 호흡이 맞지 않았는데 그건 지난 시즌 후반에도 볼 수 있었던 거였죠. 쓰리톱일 때는 괜찮지만 투톱일때는 썩 좋은 콤비가 아님.
레알 마드리드 공격의 문제는 포지션을 파괴하는 선수가 너무 많다는데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경기 내내 공격형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를 오가는 라울이 있고, 이과인 역시 넓은 활동폭과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벤제마도 리옹 경기를 봤을때, 왼쪽 측면으로 쳐졌다가 최전방으로 침투하는 인상을 받았구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호날두, 스네이더, 반더바르트 등등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2선 침투에 특화된 미들라이커들이죠.
이렇게 되면 선택지가 너무 많아져서 오히려 중심을 잡기 힘들어집니다. 2선 침투든 뒷공간 스루패스든 크로스든 기본적인 득점 전략을 확실히 짠 다음에 옵션으로 그외의 것을 덧붙여야 하는데 레알 마드리드엔 그 기본 전략이 없어요. 다들 득점력이 뛰어나다 보니 제각각의 방식으로 움직이는걸 통제하기 힘듭니다. 그 결과 죄다 박스 안으로만 달려들고 그만큼 수비수들도 밀집되어서 공격의 효율이 떨어지고 수비에 약점이 생기는 것이죠. 포지션 파괴를 추구하다가 기본도 안되는 상황이 자주 나오는데 이날 후반전도 그랬습니다.
그런 까닭에 플레이 패턴이 단순한 로벤이 교체로 투입되자 오히려 위력이 살아나기도 했습니다. 오늘 로벤은 아주 좋았습니다. 맨날 측면에서 가운데로 꺾고 들어와서 거의 들어가지도 않는 뻔한 슛만 날리는게 답답한 점이었는데 오늘은 그 장면에서 슛이 아닌 패스를 선택해서 좋은 찬스를 만들었죠.
하던 얘기를 계속하면 앞으로의 핵심은 카카가 될 거라고 봅니다. 카카의 드리블링에 이은 스루패스, 즉 중앙 공격을 확실한 기본 전략으로 잡고 틀을 만드는 것이 혼란스러운 공격 방식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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