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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갈락티코스!

noname 2009.05.31 20:58 조회 2,507 추천 2
 신의 맷돌은 천천히 돈다. 느릿느릿. 우리로써는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로 천천히. 엄청난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큰 노력이 없이 많은것을 가져가는 누군가도 있다. 억울하다. 그렇다. 신의 맷돌은 천천히 돈다. 그러나. 또한 밀알 하나조차 놓치지 않는다. 느릿느릿, 그러나 정확하게. 밀알 하나조차 놓치지 않고 곱게 갈거나, 아니면 뭉개버리거나. 노력에는 들인 시간만큼의 보상이 따른다. 자만하는 자에게는 그만한 고난이 찾아온다. 노력없이 결과를 바랬던 자들. 그들은 뭉개진다. 신의 맷돌은 그렇게 느릿느릿 돌아가고, 그렇게 모든 밀알을 빻는다.



이렇게 따지자면야, 레알 마드리드라는 밀알은 그래도 꽤나 빨리 '뭉개진'편이다. 곱게 갈리지도 못한채, 아랫돌과 윗돌 사이에 끼어서 허여멀건한 거품으로 남은 레알 마드리드.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였다. 갈락티코스. 세계 최고의 선수들. 신의 재능을 담아낸 어떤 선수(이 선수도 무언가가 '뭉개지기'는 했다). 당대 최고의 윙어였던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를 갱신한 선수. 최고의 프리킥 마스터. 후보자리밖에 얻어낼 수 없었던 원더보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최고로만 구성된 스쿼드. 노력없이. 올바른 과정이 없이 걸작을 빚으려고 했던 시도. 아시다시피, 무참히 실패했다. 그래. 몇차례 우승컵을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서너배나 드는 시간을 고생했지만. 그렇게 레알 마드리드라는 밀알은 신의 맷돌 앞에서 '뭉개졌다.'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노력없이, 과정없이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내려 했던 그들은 그에 어울리는 고난을 받았고, 또 쓴 돈만큼은 우승컵을 따냈다. 정확하다. 말했잖나. 신의 맷돌은 놓치지 않는다고. 또 날개가 타들어가는걸 모르고 날아다니던 불나방들. 3골을 넣으면 4골을 넣는 스쿼드를 만들자. 아니. 수비수도 세계 최고로만 사면 왜 안되지? 어린선수들? 그들을 왜 기다려줘. 돈이 있잖아. 완성된 선수를 사오면 되잖아. 호흡? 세계최고인데 그게 왜필요해? 감독에게 시간을 주라고? 이 스쿼드로 저 성적을 내는 감독에게 무슨 시간을 주라는거야. 왜 감독도 세계 최고로 데려오면 안되지?

그러나 아시다시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놨다고 해서 세계 최강의 팀이 탄생하지는 않았다. 마스터피스를 조각해내기 위해선. 세계 최고의 대리석을 쓴다고 해서 되는일이 아니라는걸. 세계 최고의 연장을 써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걸. 그걸 몰랐다. 세계 최강의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 최강의 호흡이 필요하다는걸. 밸런스가 필요하다는걸.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걸. 그것을 몰랐기에. 레알 마드리드는 밀죽조차 되지 못하고. 처참하게. 돌 사이에 끼인. 허여멀건한 거품이 됬다. 어떤 역사가의 말마따나, 알렉산더가 죽어서 코르크 마개가 된 것처럼. 그렇게 저승사자들은 엉덩짝조차 시원하게 걷어차지 못하는 허수아비가 됬고. 백사자는 이빨이 빠졌다는 얘기다.

개념있는 갈락티코스는. 없다. 꿈같은 얘기다. 이번에는 다를거라는 페레즈? 왜 인터뷰는 몇년 전과 똑같은가. 카카?호날두?리베리? 그들이 지단,피구,베컴과 다를게 무엇인가. 레알에 지단이 온다고? 사실이야 그게? 정말 대단하다. 레알에 카카가 온다고? 사실이야 그게? 정말 대단하다.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난번에 실패한 영리한 페레즈. 이번에는 다르다. 이것? 그러기엔 '실패'와 '영리한'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 넓지 않은가. 그토록 그가 영리하다면. 실패했을리가 있나. Old habit die hard. 처음에는 모른다. 이번에는 다르게 시작하자. 차근차근 해보는거야. 밸런스를 맞추자. 시간을 줘보자. 그러나 그시절과 지금의 공통점. 돈은 있으되, 참을성은 없다는 것. Old habit die hard. 그 버릇이 어디 가겠나.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나? 개념있는 갈락티코스는 꿈이다. 우상이다. Idola Fori. 단지 글로써만 존재한다.

날개가 타버린 불나방들. 그들 역시 힘든 세월을 보냈다. 여기저기서 까이고, 채이고. EPL중심의 언론들을 탓하고. 그러다가 EPL을 깔보고. 힘들다. 그들 역시 참을성은 없다. 앞에서 99명이 죽어나가는걸 보면서도 100번째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시절이 낫지 않았어? 이름만 들어도 즐거운 선수들. 세계에서 제일 비싼 벽. 베컴이 찔러주면 피구가 올려서 호나우두가 득점하는. 그시절이 낫지 않았어? 이렇게 지루하게 기다리는것 보다야. 그시절이 낫지 않았어? 걸어다니면서 축구를 하던 그시절이. 끊임없이 루머가 나고 끊임없이 방출설이 떠돌던 그시절이. 호흡,밸런스는 찾아볼수도 없었던 그시절이. 그시절이 낫지 않았느냐고? 지금 그런얘기인가?



신의 맷돌은 천천히 돈다. 아주 느리게. 우리로써는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로. 느리게. 천천히. 느릿느릿. 기다리지 않고. 과정이 없이 결과를 뽑으려고. 또 시도한다면. 결국 또 '뭉개질'것이다. 또 허여멀건한 거품이 될 것이고. 3골을 먹으면 4골을 넣는 팀을 꿈꾸다가 3골을 넣어도 4골을 먹히는 팀이 될 터이다. 물론. 처음 몇년은 즐거울 수도 있겠다. 로스 메렝게스의 이름표를 단 카카. CR9를 새로 론칭한 호날두. 바르셀로나의 골문을 흔드는 리베리. 레알의 이름 아래 득점왕을 차지한 비야. 그러나 말이다. 처음 몇년은 힘들더라도. 원래 로스 메렝게스였던 그라네로가. 새로 브랜드를 론칭할 정도로 성장할 라모스가. 바르셀로나의 골문을 흔들 네그레도가. 레알의 이름 아래 득점왕을 차지할 이과인이. 그런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는게 훨씬 더 신나지는 않은가? 물론. 모든것은 페레즈의 뜻대로 흘러갈 것이다. 과거의 전철을 밟는것도. 새로운 프로파간다를 외치는것도. 그의 선택이다. 그러나 적어도 말이다. 현지의 그 불나방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게 낫지 않을까? 과일향과 꽃향이 그윽하여 탑노트에서의 향기는 절묘하기 그지 없지만. 미들노트에서는 뭐가 뭔지도 모르게 짓뭉개지고. 베이스노트에서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그런 반쪽짜리 향수를 기대하기 보다는 말이다. 좀 불쾌한 향을 맡더라도. 밑을 받쳐줄 나무향을 넣는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정말 세계 최고의 그런 무언가를. 만들어보기를 기대하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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