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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선수위의 팀. 팀위의 선수

noname 2009.04.24 19:27 조회 2,066 추천 7
 어느쪽이냐면, 이번 페페의 행동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반칙을 했다. 쓰러진 선수를 발로 걷어찼다. 다가오는 선수를 가격하려고 했다. 퇴장을 당한 뒤 피치를 떠나며, 모든 심판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다. 이과인이 역전골을 넣었을 때, 퇴장조치를 무시하고 기뻐하는 동료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죄책감이라고는, 반성의 기미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이 90분의 경기가 끝난 뒤, 페페가 언론을 향해, 베르나베우의 프레스룸에서건 어디에서건 간에, 어떤 인터뷰를 했는지는 이 상황을 해명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자기 좋을대로 끈을 놓치고 날뛰었다. 뒤늦은 사과 인터뷰? 만약 정말반성을 했다면 적어도 그라운드 위로 난입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치의 전범들도 크메르 루즈의 앞잡이들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사과를 하고 극악한 살인마들도 교도소에 들어가서는 유족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기 마련이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진심으로 뉘우쳤건, 그러지 않았건간에. 물론 나는 진심으로 뉘우쳤다고 믿고 싶은 심정이지만. 어찌되었건 경기가 끝나고 난 뒤 반성의 태도를 보인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거다. 중요한건 이미 퇴장의 조치를 받은 선수가 경솔하게도 심판진에게 욕을 한 것. 그리고 더욱 경솔하게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다시 피치 위로 '난입'한 것.

물론. 페페도 사람이다. 혈기왕성한 20대의 청년이고. 동네 조기축구에서 이런일이 있었다면 아무도 이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것이고, 어른들에게 욕도 먹을것이고, 걷어차인 사람에게 사과를 해야할것이다. 그리고는? 끝날것이다. 1주일동안 푹 쉬고 다음주 주말에 다시 운동장으로 나갈것이다. 그러나 페페는 조기축구에서 뛰지도 않고, 조기축구 선수도 아니다. 그는 프로다. 프로리그에서 뛰는 프로. '프로'라는 명함 앞에서 '20대의 청년'이라는 명함은 쉽게 빛을 바래기 마련이다.

20대의 청년이 아니라 10대의 청소년이라도 '프로'라면 참아야한다. 참을수 있기에 '프로'이다. 수십명의 선수들이 '프로'라는 명함을 떼어내지 못하고 모든 모욕을 참아넘겼다. 얼굴에 침을 맞은 선수도, 상대 선수에게 뺨을 얻어맞은 선수도, 관중에게 인종차별성 발언을 들은 선수도, 모두 참아넘겼다. 프로니까. 참아내지 못한 선수들은 비난을 받는다. 칸토나,로이킨같이 참아내지 못한 선수들은 프로로써의 자격이 없는 선수들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몇천,몇만명이 그들의 실력을 칭송한들 그건 관계가 없다. 단지 그들은 폼이 좋은 아마추어로 보일 뿐.


페페는, 비난받아야한다. 비판조차도 소용없다. 피치 위에서의 논리와 규칙이 파고들어갈 여지조차 없었던 페페의 그 행위. 그 행위를 평하는데에 우리가 굳이 논리와 규칙을 찾아가며 비판을 할 필요는 없다. 비난받아야한다.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였기에.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였지만, ~~'따위의 말조차 소용없다. 비난받아야한다. 10여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축구를 보면서, 이런 충격적인 장면은 처음이였기에.

그 행위를 비난하는데에 있어서 혈기왕성한 20대의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는지 아닌지를 따지는것 자체가 웃긴일이다. 물론, 우리는 모두 사고를 쳤다. 감정을 참지 못해서 벽을 때리고, 전봇대를 걷어 찼으며, 시비가 붙었고, 싸웠다. 그러나 이중 누구도 무방비 상태인 상대의 등을 수차례 걷어차고, 말리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을 가격하고, 경찰에게 끌려가며 경찰들에게 부모욕을 날리고, 유치장을 탈출하려 들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있었더면 지금쯤 어디서 형이나 살고있을것이다.

우리역시 사고를 저질렀기에, 사고를 저지른 페페를 옹호해주자고? 이해해주자고? 아 이해는 간다. 모두 한번씩 이성을 잃은적이 있었기에. 그러나 옹호는 못해주겠다. 그게 프로기에. 레알의 선수이기 이전에 프로 선수이고, 그런 추태를 보인 선수를 프로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말이다. 그가 비야부터 델피에로까지 수십명의 공격수를 찍어눌렀건 어쨌건 간에 그는 솜씨좋은 아마추어로보일 뿐이기에. 과거의 업적을 깎아내릴 의도는 없을지언정 현재에는 확실히 비난받을 행동을 했기에, 그러기에 페페는 비난받아야하고, 그러기에 페페를 향한 대부분의 옹호들은 어지간하지 않고서야 효력을 잃고 마는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카펠로가 감독이였던 시절, 호나우두,베컴,구티를 포함한 팀의 주축들이 대거 방출되리라는 소문이 돌았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올렸다. 나는 호나우두의 팬이다. 호나우두가 없다면 레알의 팬일 이유가 없다. 나는 베컴의 팬이다. 선수를 이렇게 내치는게 옳은 처사인가? 인정할 수 없다. 레알에 실망이다. 그들은 어떻게 됬는가. 선수위의 팀이라는 프로파간다에 굴복했던것으로 기억한다.

선수위의 팀. 좋은 말이다. 선수를 위해 팀이 존재하는게 아니다. 선수들이 팀을 위해 뛰는것이다. 팀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기기 위해, 팀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팀의 영광스러운 이름을 널리 퍼트트리기 위해. 그런데 여기 팀의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널리 퍼트리고, 팀의 명예를 실추하고, 팀의 우승 트로피를 멀어지게 만든 한 선수가 있다. 그는 지금까지 성실하고, 올바르게 뛰었으며, 유쾌했고, 무엇보다도 실력이 좋았다. 이런 선수가 이성의 끊을 놓은채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반성의 여지도 보여주지 않은채 그라운드 위로 다시 난입했다면, 선수위의 팀이라는 모토를 가진 레알매니아는 어떻게 반응할것인가. 선수위의 팀이라는 모토에 어울리게 팀의 명예를 실추시킨 페페를 맹비난 할 것인가. 혼란의 시기에 자랑스럽게 올려세운 프로파간다를 내팽겨치고 그 솜씨좋았던 선수를 옹호할것인가.

아무래도, 그 프로파간다는 내쳐진듯 하다. 선수위의 팀이라는 그 모토말이다. 이제 팀 위에 선수가 올라앉은 꼴이 됬다. 그러면 이제 외쳐질 프로파간다는, '선수는 곧 팀'일것인가 '팀위에 선수'일 것인가. 어느쪽일것인가? 그리고 몇년 뒤에 또 어떤 냉정한 감독이 레알에 와서 몇명을 방출시킨다고 하면, 팀위의 선수라는 프로파간다 아래에 레매는 그 감독을 맹비난 할 것인가, 아니면 그 프로파간다는 또 버려지고 다시 선수 위의 팀이라는, 효력이 좋았던 프로파간다를 제창할것인가. 이런 셈이다.


이 글은 페페를 정리하자는 차원에서 쓴 글이 아니다. 구단 역시 페페를 정리할 생각은 없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쓴 이유는 딱 하나다. 페페에 대한 옹호가 지나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지만~~'으로 시작해서 '사과했으니 된거다.', '우리는 사고 안쳤나? 이해하자'로 끝나는 글들 말이다. 비난받아 마땅하면 옹호를 하지 말고 비난을 하자. 이곳이 레알매니아이건 어디이건 간에 이러한 反프로적 행위에 있어서는 정상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를 가져보자는 말이다. 우리 선수인 페페, 옹호하는거 아 좋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가족이 있다면 좀 꾸짖을줄도 알아보자. 솜방망이 처벌처럼 비난받아 마땅하다라는 어구만 남발하지 말고 한번 따끔히 혼내보자는 거다.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면 비난을 좀 해보자는거다. 비난하는 회원들을 몰아가지 말자는거다. 그 의견이 격해져 미친X, 정리하자라는 말이 나온들 격한 표현만을 지적해 주되 글의 요지에는 공감하는게 맞다는거다. 그리고 비슷한 행위를 저지른 다른 선수들과 페페를 은연중에 분리하려들지 말자는거다. 그래도 로이킨보다는 낫죠따위의 글을 보기 싫다는거다. 왜냐면 똑같은 잘못을 한 두 선수중 한 선수가 레알의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더 좋은 대접을 받는다는건 이곳이 레알매니아이건 아니건 간에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좀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는 거다. 디아비를 옹호하는 웽거를 비난한것처럼 고의성이 없었다고 말한 라모스도 한번 비난해 보자는거다. 죄를 미워하되 선수는 미워하지 말자니, 말이 안된다는거다. 죄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는가 땅에서 쑥 솟아올랐는가. 죄가 밉다면 죄를 저지른 선수도 미워야하는것 아닌가. 그 선수의 지난날의 업적을 깍아내리는건 오버라고 쳐도 말이다. 적어도 현재 죄를 지은 선수는 미워해야되는거 아닌가 그거다.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를 한 선수들을 옹호해주고 감싸주려는 이 수많은 글들의 범람을 더이상 보고 넘기기 정말 싫기에, 내 생각도 한번 오롯이 외쳐보자는 차원에서 쓴 글이다. 유행어에 맞춰 얘기해 보자면. 까일각오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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