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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re] 때 아닌 본프레레 옹호론 열풍

againZIZOU 2008.10.26 15:17 조회 1,199
정버기의 글을 읽고 저도 본프레레가 경질되기 직전에 썼던 글이 생각나서 찾아봤네요.
작성 날짜가 2006년 8월로 되어있는 메모장.. 당시에 어느 사이트에 올렸는지 기억도 안나네요ㅋ

아드보카트가 짧은 기간에 아주 무난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고, 본프레레의 한국팀 이후 행보를 보면 '진짜 별 볼일 없는 감독이었나...'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조금 삐끗하면 감독 탓 하는 여론과 특히 언론의 행태는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

본프레레 감독이 경질될 위기라고 합니다. 남북 통일축구 승리직후 잠시 주춤했던 경질론이 이번 사우디전 패배로 다시 들끓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질은 어렵다고 하던 축구협회에서도 공식적으로 경질을 검토한다고 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본프레레 감독이 앞으로도 계속 대한민국 축구팀을 이끌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축구협회에서는 그동안 감독의 경질은 고려하지 않으며 대표팀이 사우디에 패한다고 해도 마찬 가지라고 말해왔기에 이번 결정은 등을 떠밀려 한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동아시아대회 부진 후에도 감독을 신임하겠다는 생각이 사우디에게 졌기 때문에 바로 바뀌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본프레레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한 것은 누구일까요? 분노한 축구팬과 감독에게 줄곧 압력을 가해온 언론입니다. 많은 축구팬들은 하루빨리 무능한 감독을 교체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아마 축구협회에서는 경질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우디전이 끝나는 순간 외부의 비판여론을 더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그러나 본프레레 감독에게 계속해서 한국 대표팀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우선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많은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표팀이 부진할 때마다 감독의 자질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감독이 바둑을 두는 바둑기사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바둑기사와 같다면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자의 역량과 전략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히딩크 감독은 능력이 있어 팀을 이끌 수 있었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능력이 없기 때문에 더 지켜보아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축구에서 감독의 명확한 '능력치'가 존재하며, 본프레레 감독은 이 능력치가 부족한 것일까요?

저는 축구 감독의 상황이 바둑기사보다는 화투를 치는 사람에 가깝다고 봅니다. 완전한 자신의 전략에 의해 승부를 이끌어나가는 바둑과 달리 화투를 칠 때는 어떤 패가 자신의 손에 주어지느냐 하는 더욱 큰 요소가 존재합니다. 물론 축구는 화투에서 손에 들어오는 패와 같이 운에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이야기는 축구가 감독의 역량만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승부에 작용하는 수많은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적절한 비유가 아님을 인정합니다만)

그렇다면 축구에서 좋은 패라는 것, 다시말해 감독의 역량을 따지기 전에 돌아봐야 할 요소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상대의 잠그기에 고전한 동아시아대회의 중국, 북한전이나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아쉽게 패한 일본전을 제쳐두고, 깨끗이 패한 사우디전을 생각해봅시다. 사우디는 쉽게 첫 골을 득점한 이후 안정된 기본기를 바탕으로 미드필드에서부터의 강한 압박과 철저한 지역 방어로 경기를 순조롭게 이끌었고, 약속된 역습 전개로 오히려 한국을 위협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좌우 날개를 차단하면서 우리의 측면공격에 특히 대비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우리 팀에게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우선 한국은 선수들의 기술과 움직임에서 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선수들 각자의 과제이며 해외파의 컨디션 문제도 있었으므로 감독을 문제삼을 것이 못됩니다. 다음으로 전술의 세밀함에서 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비수간의 그물과 같은 조직력이나 공격수간의 호흡, 약속된 공격 전개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과 같이 해외파가 합류한지 몇 일만에 경기에 나선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본프레레가 팀을 맡은지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 전술의 세밀함이 나오지 않느냐고 하신다면, 저는 일본전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지 않았냐고 하고 싶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일본전에 우리 팀은 지난 두 경기와 다른 전술(변형된 3-5-2에 가까운)로 미드필더에서 일본을 충분히 제압하며 지난 두 경기보다 좋은 내용을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난 경기에서 상대에 대한 분석과 대비의 측면에서도 졌습니다. 그러나 본선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경기였다면 이 점을 크게 문제삼을 것도 못됩니다. 상대에 대한 분석과 대비는 월드컵 본선에서 필요한 것이지 이번과 같은 경기에서 꼭 요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최근 대표팀이 부진한 것은 감독의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4백을 쓰지 않고 3백만 고집해서도 아니고, 이영표를 왼쪽에 세우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려서도 아니며, 부진한 몇몇 선수를 계속해서 기용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선수들부터 붙박이 주전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각자 노력하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 것이며, 본선에 나갈 선수들이 손발을 맞추고 전술적인 부분을 완성하기 위해 훈련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다른팀 및 우리팀 선수들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등의 기술적인 뒷받침을 할 수 있는 코칭스태프 및 기술위원회를 제공했는지도 돌아봐야 합니다. 이것이 좋은 패를 손에 쥐기 위한 옳은 방법입니다.

2002년의 히딩크 감독은 우리에게 정말 완벽한 감독이었습니다. 선수들의 심리를 꿰뚫는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고, 유망한 선수를 여럿 발굴했으며 언론에 계속해서 확신을 주는 '어록'을 만들어내며 결국 우리에게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본프레레 감독은 적어도 언론에 대처하는 방법은 히딩크 감독보다 못한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아직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았고 충분히 힘을 실어주지 못했습니다. 히딩크 감독도 2002년 초의 골드컵 때에만 해도 경질여론에 시달릴 정도로 축구팬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습니다. 또한 세계의 어떤 명장도 경질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선수단을 장악할 수 없으며 마음껏 자신의 전술을 펼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언론 이야기를 하니 지난번에 도중 하차한 코엘류 감독이 생각납니다. 그때도 경질여론이 들끓자 코엘류 감독은 그동안 하지 않았던 말들을 인터뷰를 통해 했습니다. 명확하지 않지만 '한국 축구는 발전하고 있고 나는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자신이 있다'고 설득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 기사를 보고 코엘류 감독에게 좀더 기회를 주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지켜보며 씁쓸한 것은 본프레레 감독도 이런 종류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기자들에게 인터뷰를 자청하며 '한국 축구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거나 '본선에 진출할 선수가 대부분 확정됐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선수탓만 한다며 비판받는 등 언론에 대처하는 법에 능숙하지 못한 감독의 마지막 안간힘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금 감독을 경질해서는 안되는 또 다른 이유로 누가 새로 올 것인지, 그 감독은 남은 기간에 충분히 대표팀을 완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위험과 조금만 부진하면 감독을 교체하는 것이 관행이 되었을 때의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더 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먼 이국에 와서 쏟아지는 비판과 때로는 인신 공격적인 비난을 홀로 감수하고 있는 노(老) 감독이 노력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많은 주목과 기대, 비판을 받으며 자신의 일에 소홀히 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감독에게 격려를 보내는 축구팬들의 큰 힘을 기대합니다.

긴 글을 마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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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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