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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

나는 왜 이리도 라울에 집착할까.

ryoko 2008.07.12 00:53 조회 2,365 추천 3

(블로그에 쓴 글이어서 반말입니다^^)


  
 조금은 창피 할 지는 모르겠지만 내 자신이 그렇게 라울이 최고라고 떠들고 다녔더래도, 나는 라울을 잘 알지 못한다. 흔히 라울하면 회자되는 10대 소년, 20대 초반의 포스를, 나는 내 눈으로 본 적이 한번도 없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까.. 사실 라울을 좋아하게 된데에는, 다들 축구부에서 한 끗발하던 지금의 내 친구들과 더 친해지려고, 축구에 전혀 관심없던 내가 조금이 튀어보려고 여러 축구 선수를 찾아보던 중, 라울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 라울을 좋아하게 된 계기라고 말해야겠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였으니까... 2002년, 지금이야 라울의 별칭이 '레알의 아이콘' 라울이지만 사실 그때만 해도 '골잡이' 라울이었다. 골잡이 라울의 짤막한 영상을 보고 드는 느낌이란 건, 그냥 '참.. 골을 쉽게 넣는다' 였다. 그리곤 아무런 특징을 찾을수가 없었는데, 그런 아무런 특징이 없는 것이 내 눈에는 완벽한 선수로 보였다.

 
  사실 라울을 완벽과는 거리가 먼 선수이다. 골 결정력은 황제의 그것보다 처지고, 볼 컨트롤은 베르기의 그것보다 처지며, 드리블에 있어선 피구의 그것보다 처지고, 패스에 있어선 지주의 그것보다 처지는데 위치선정 또한 인자기의 그것보다 처지는 그런 선수이다. 그렇다고 발이 빠른 것도 아니고, 몸 싸움이 좋아서 수비수가 뻥뻥 날라가는 것도 아니고, 몸이 유연한 것도 아니다. 어느 하나 특출난게 없는데, 골은 잘 넣는, 말 그대로 골잡이 라울이다.

  
  셰브첸코가 무결점 스트라이커라면 라울은 결점 투성이 스트라이커다. 셰바가 99%의 순도를 보여주는 선수라면 라울은 95%의 순도를 보여준다. 물론 나에게 100% 스트라이커는 황제 밖에 없지만..

 
  95 퍼센트? 이런 모자란 수치로 어떻게 레알의 심장이 되었으며, 라리가의 수많은 기록을 갈아 치웠는지는 플리지 않는 미스터리이다. 내가 왜 하필이면 '라울'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영원한 미스터리이다.
 
 
 
  나는 라울이 경기에 나오면 항상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사실 토할 정도로 두근거린다. 아니,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 모습이, 마치 내가 시험장에서 시험 보기전의 느낌과도 같다. 그러니까, 내가 나의 모든 것을 걸게 된... 그런 느낌과 같다. 라울이 공을 잡으면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게 된고, 라울이 실수 할때면 너무 허탈하다. 그러다가 라울이 골을 넣게 되면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나오다, 가족들이 깰까봐 혀를 지긋이 깨무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이건 분명, 도박판에 전재산을 건 도박꾼의 모습이다.

 
  나에게 이런 의미를 가지는 라울이 슬럼프 였을때? 솔직히 말하면 축구에 관심 끊었다. 사실 그 관심을 돌리게 된 것도 라울이 살아날 기미를 보고, 매일 라울 욕하는 사람들에게 라울에 대한 나의 믿음을 표현하게 되었다는 것이 맞을 듯 싶다.

 
  라울이 없는 스페인? 사실 이번 유로 2008은 관심조차 없었다. 누가 우승팀이 되건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그냥 우리 레알 선수들이 다치지 않기만을 바랬다. 나에겐 '스페인이 우승했다. 그러나 라울은 없었다.' 가 아니라 '유로에 라울이 없었다.' 이 말이 전부였다. 솔직히 말하면 시즌중에도 라울이 나오지 않는 경기는 보지도 않는게 나다.

  
  이 정도면 열렬한 애정이 아니라 집착이다. 라울이 최고라는 말, 내가 곧 잘 하는 말... 솔직히 말해서 그 말을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분명 라울보다 잘하는 선수들도 많고, 최고 클래스였던 라울이 어찌보면 이제는 최고에서 내려온 선수가 된 것이 맞다고, 그런 생각도 한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라울 없으면 레알 스쿼드로 더 잘 돌리고 머리 싸매는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도 한다. 그런데 머리는 그러한데 내 가슴은 당췌 머리를 따라주질 않는다.


 
  나, 사실 라울이 부상 당했을때, 라울은 이제 끝났다고 말한 사람이다. 그런데 06-07시즌 엘 클라시코에서 라울의 헤딩골을 보고, 펑펑 울었던 그런 사람이다. 생방송도 아닌 골영상만 보고도.

 
 
  그러고보면, 수많은 레알의 팬들, 즉 우리들이 라울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라울의 '보이는 한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누가 봐도 라울의 한계가 보이는 것을, 안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그는 남보다 두배 이상 뛰어 댕기는 노력으로 이겨낸다. 그래, 그걸 이겨내고 좀 편해지면 좋을 것을, 라울은 결점 투성이인지라 또 다른 시련과 한계가 찾아오고 또 다시 그는 좌절하고,또 다시 그걸 이겨낸다. 모자란 자기 자신을 지긋지긋하게도 이겨내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들은 눈물을 흘리고, 그러다 그에게 이렇게 집착하게 되었나보다.

 
 
  라울 팬이 아니면, 절대로 이해 못하는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라울이 타고난 것이 없다는 그네들의 말, 인정한다. 그러나 그네들은 이 모자한 선수가 그 한계를 이겨내고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나 알고, '라울은 거품이네.' 같은 말을 하는 것인가? 맞다, 나는 라울에 집착한다. 그러면 이때까지 그네들을 집착하게 만들었던 선수를, 이해해본적이 있는가? 라울을 괄시하는 그네들에게 그저 묻고 싶다.

 
 
  또 다른 고백을 하자면, 라울이 스페인의 정치적 희생양 일수도 있다는 그 말, 사실 진심이 아니었다. 그냥 그럴듯하게 만든 말로 자위하고자 해본 말이었다. 스페인의 희생양? 아니, 그런게 아니라, 라울이 없다는 것에 너무 분했다.

 
 
  라울은 신격화 되기위해 필요한 타고난 것이 없다. 황제처럼 자기 몸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재능이 있었다면 가능했을 것인데, 전혀 그런게 없다. 타고난 감각으로 원샷 원킬을 하는 선수가 아니라, 수 많은 찬스를 놓치고, 깨달은 후에 골을 성공시키는, 눈물겨운 노력파다.

 
 
  자기 자신만의 한계를 극복하는데에 더불어, 이제는 어느덧 한 팀과 운이 따라준다면 한 국가대표의 주장으로서 그 팀들의 한계도 극복해야만 하는게 라울이다. 라울이 주장으로서 가시적인 성공을 하는때가 온다면 분명히 다른 선수들보다 4배이상 노력했을 것이다. 왜냐면 그게 라울이니까.


 
  라울이 보여주는 모자람... 그것을 뛰어 넘으려는 의지, 그것이 우릴 감동 시킨게 맞다.

 
 
  내 바람을 말하자면, 라울이 은퇴하기전 챔스우승 컵과 월드컵을 들어 봤으면 싶다. 이것 저것, 상이란 상은 다 휩쓸어보고, 우승이랑 우승을 다했으면 좋겠다. 팬으로서의 바램... 아니 라울에게 집착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자신의 수많은 한계를 극복했다는, 그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럴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제까지 우리들에게 수많은 감동을 주었던 라울이니까, 은퇴할때 쯔음 되면 하늘도 감동시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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