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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목요일 5시

님의 침묵 -카펠로 감독을 추억하며

BeREAL 2007.06.29 20:53 조회 1,304

리그를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가 있기 전 주, 칼데론 회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카펠로가 유임되느냐 안 되느냐는 단순히 우승 여부에 달려있지 않다.” 수긍 가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온 힘을 짜내 선수들과 스탭들을 응원해야 할 때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카펠로가 들었으면 힘이 쫙 빠졌을 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카펠로는 언론플레이하기보다는 닥치고 경기장에서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카펠로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1년 동안 해왔던 일 중에 얼마 전에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카펠로는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매 경기 이틀 전에 하는 스쿼드 미팅’이라는 것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단어가 좀 압박스럽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고, 다 같이 큰 테이블에 모여앉아서 물 한잔 마시며 잡담하는 것이 이 모임의 취지였다고 합니다. 필참, 안온사람에게는 불이익-_- 이런 건 아니고요, 자유롭게 원하는 사람은 와서 재미있게 이야기하다 가는.. 친목도모의 장을 마련해줬다고나 할까요?
시즌 초반에는 오는 선수들이 기껏해야 서너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날 즈음에는 24개의 의자가 꽉 찼고, 못 앉은 사람들은 서서라도 함께했다고 하네요..


휴. 정말 꿈같았던 06/07시즌이었습니다. 트로피가 베르나베우에 모셔져있지 않았다면 우승했다는 게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우승한지 12일밖에 안되었는데도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났고요. 이젠 없는 사람들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고, 슬픔에 잠겨있던 중.. 이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굳이 가슴에 박히는 문장에 표시를 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실망, 분노, 결국에는 슬픔에 고통받았던 마드리디스모라면 이제 딛고 일어설 힘을 얻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리내서 읽으면 더 느낌이 와요^^)


님의 침묵
                                                                                                                   - 한용운 -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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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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